저자는 최무선의 아들 최해산일세.

19. 저자는 최무선의 아들 최해산일세.
내 이름은 장영실이다.
노비인 부모님에게서 태어나 주인님의 농기구와 여러 물건을 고치고 만들었다.
주상 전하의 은혜를 입어 무려 한양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하해와 같은 은혜란 말인가.
그래서 나는 나라를 위해 열심히 지내고 있었다.
근데 오늘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소리가 난 방향으로 뛰어가니.
선비 한분과, 누군지 모르겠는 복장을 한 사내가 있었다.
그분들 앞에 당돌하니 갑자기 선비가 아닌 한 사내가 나에게 손을 건내며 내 이름을 물었2다.
순간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심상치 않는 느낌에 일단 나는 손을 잡으며 답을 했다.
"네,맞습니다. 제가 장영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뉘신지.."
그러자 옆에 있던 도승지가 대신 답을 해줬다.
"이분은 종1품 특작대장이라네."
"헉!"
상상이상의 위치의 사람이 사실 나에게 손을 건낸 사람이라는 걸 깨달자 마자 장영실은 곧바로 엎드렸다.
"아이구.. 대감."
하지만 그런 모습에 정진은 의아한 듯 도승지에게 물었다.
"이 사람은 왜 이러는 겁니까?"
"저 사람 노비 입니다. 노비가 종1품을 만날 기회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도승지의 발언에 정진은 곧장 이해가 되어버렸다.
'으흠... 무슨 느낌인지 알겠네.'
아무튼 그건 그렇게 대감이라..
사극에서만 보던 대감이라는 칭호를 직접 듣게 되니 기분이 좀 묘하였다.
아무튼 그러고 정진은 장영실에게 물었다.
"내가 온다는 건 들었지?"
"들었습니다."
"그럼 나랑 같이 뭐 좀 만들자."
같이 만들자 라는 정진의 발언에 장영실의 포스가 달라졌다.
"소총.'
"소총... 이 무엇입니까?"
"내가 설계도를 그려서 보여줄께."
"오오오오..."
종1품의 높으신 양반이 설계도를 그려 보여주겠다고 하자 장영실은 신이 난듯 반응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총기중 가장 난이도가 쉬운걸 먼저 만들어 보고. 그 다음 어떻게 해보지."
"네, 알겠습니다."
그 모습을 본 우승지를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게 뭐라고.'
*******
집으로 돌아온 정진은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러곤 궁에서 가져온 종이 위에다 천천히 그림을 그렸다.
딸칵
볼펜 끝 버튼을 딸깍 누른 후 정진은 자신의 머리속으로 아는 한 무기를 상상하였다.
스르륵
현재로서 총기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건 기술과 재료다.
기술은 안에 들어가는 부품이 많고, 작고, 복잡하게 얽혀 있을수록 난이도가 올라간다.
그렇다면 없애야 한다.
부품 수? 줄여야 한다. 부품 크기? 너무 작으면 안된다. 얽혀 있다? 구조가 단순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재료다.
21세기 철강을 기대하면 안된다.
그 기술의 절반.. 아니 심하면 1/4까지 예상해야 한다.
그런 철로도 만들 수 있는 총
어디 있든 쉽게 재료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질이 안좋더라도 총기로 쓸 수 있는 총
마지막으로는 고려해야 할 것은 장인들의 지식이다.
총기가 뭔지 알아야 한다.
제일 쉬운 방법은 한번 만들어 보면 된다.
처음으로 총기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기 위해서 우리가 뭔 설계해야 하는지까지 고민해야 한다.
그럼 결국은 단 하나다.
과거 영국이 애용했던 그 총
무려 400만정이나 만들어 사용했던 그 총
스텐 기관단총이다.
********
다음 날이 되고 정진은 곧바로 어제 장영실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깡!! 깡!! 깡!!!
철을 두드리는 소리가 심해지는 곳으로 가자.
그곳에 장영실이 여러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장영실을 향해 정진은 걸어갔다.
"흐음... 이렇게 하는 것보다.. 차리 부수고 새로 하는게 좋겠는데.."
"이유가 뭐지?"
정진의 장영실의 뒤에 서서 물어봤다.
"부수는게 더 좋습니다., 굳이 반 병신된 걸 고치는 것 보다 새로 만드는게 성능을 올리는데 더 좋습니다."
"오호..."
그때 장영실이 고개를 훅 돌렸다.
"어...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왔는데. 왜?"
"아닙니다. 근데 무슨 연유로..."
"여기.."
정진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한 종이를 꺼내 장영실에게 넘겼다.
"이게.. 무엇입니까?"
"어제 내가 말 한거 까먹었어?"
"아.. 설마... 설계도 입니까?"
"그래."
"오..."
정진에게서 설계도를 받은 설계도는 펼쳐본 장영실은 굉장히 흥미로운 듯 쳐다봤다.
"오래 걸릴것 같은데... 어디 앉아서 보지."
"아닙니다. 지금 한번 가능합니다."
"그래?"
그러곤 장영실은 곧바로 설계도를 제대로 뜯어보기 시작했다.
'호오... 여기에 이런 기술이.. 아니?!! 이런 기술도 존재하였다니...'
설계도를 둘러 볼 수록 장영실의 눈은 커졌다가 작아졌다.
그렇게 5분 정도 훑어본 후.
"아... 죄송합니다. 제가 대감님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게 해..."
"죄송할 일은 아니다. 다만 설계도는 다 확인 했나?"
"네.. 다 확인 했습니다.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그래?"
"그렇습니다."
"어떤점이."
"제가 상상하지도 못할 기술들이 여기에 모두 있습니다. 특작대장 대감께서는 어찌 생각하신 겁니까?"
"역사를 보면 된다."
"오오오오...."
정진의 말은 틀린 건 아니다.
어찌되었든 스텐 기관단총의 설계도도 역사에서 본 것이기에 알고 있을 뿐이다.
아무튼
"그럼.. 너는 이 총기를 만들 수 있나?"
".... 제 보잘 것 없는 실력으로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그래. 믿어보지."
저 총만 만들 수 있으면 된다.
총알? 내꺼 쓰면 된다. 어차피 무한인데.
그 말을 끝으로 정진은 집으로 향해 돌아갔다.
아니.. 돌아가던 길을 틀어 다른 곳으로 갔다.
*****
"아으... 진짜.."
조말생(현 병조판서)는 머리가 아파왔다.
얼마전부터 갑자기 대마도를 칠 거라고 이야기를 했다.
근데 거기서 끝이 아니라 갑자기 새로운 직책이 생겨났다.
바로 특작대장.
무려 종1품의 위치이며 전하의 명만 받는 곳이다.
특작대원도 무려 종2품의 직급이다.
이 말은 곧 궁으로 퍼져나가 너도나도 특작대원이 되고 싶다고 난리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그건 우리 관할이 아니라는 것.
몰려오는 사람도 처리하느라 힘든데. 대마도 칠 준비까지 하느라 힘이 쭉쭉 빠져나갔다.
"하...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밖에서 누군가가 뛰어 왔다.
"병판 대감!!"
"어으... 무슨 일인가?"
"누군가 찾아왔습니다."
"으음? 누구지? 좌상대감이라도 오셨나?"
"그... 특작대장께서 왔습니다."
".... 뭐?? 그 분이 여기는 왜 와?"
"그게.. 저도.."
"빌어먹을...."
조말생은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정진이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아이구... 대감. 어쩐 일이십니까?"
갑작스러운 등장에 조말생은 허겁지겁 달려 마중나왔다.
"몇가지 묻고 싶은게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주로 병사들은 어디서 훈련을 합니까?"
"보통 훈련관에서 주로 합니다."
"아.. 그럼 저도 훈련관에 나와 남들이랑 같이 훈련해도 되겠습니까?"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 권총이라고 말한 그 물건은 사용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흐음... 알겠습니다."
이유는 뭔가 알 것 같다.
바로 소음.
옆에서 활 들고, 검들고, 창들고 그러고 있는데 옆에서는 난생 처음 듣는 쾅!! 쾅!!!
이런 소리가 난무 하는데 어떤 군인이 집중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하.. 신경 써 주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럼 내일 부터 훈련관에서 좀 있겠습니다."
"편하신대로 하시면 됩니다. 대감."
"아!! 주변에 다른 병사들이나 무관들을 제가 좀 가르쳐도 되겠습니까?"
"상관없습니다."
"그럼.."
그 말을 끝으로 정진은 집으로 돌아갔다.
*******
다음날이 되고 정진은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
잠에서 일어난 정진은 곧바로 방유의 아내에게 밥을 부탁해 간단하게 아침을 처리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 모습에 방유는 이렇게 일찍 일어난 정진의 모습에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일찍 나가시는 겁니까?"
"아.. 그냥 할께 있어서."
"주상 전하가 부르셨습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내 혼자서 뭘 할께 있어."
"아... 그럼 어디 가시는 겁니까?"
"훈련관."
"네? 거기는.. 도대체 왜? 대감님.."
"정진님."
"아.. 정진님 수준이라면 굳이 훈련원에서 교육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혼자서 훈련할라고 한다. 그리고 주변 애들끼리 몸좀 부딪치고."
"아... 알겠습니다."
완전 풀 무장을 마친 정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문쪽으로 걸어 갔다.
"아.. 맞다. 먹을거 다 떨어진거 같은데 좀 사 놓고..."
"알겠습니다."
"그래."
*********
캉!!
캉!!
'여긴가.'
훈련관에 다가가자, 여러 철 소리와 남정네들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문 앞에 다다르자.
"멈추시오."
앞에 서 있던 경비병이 정진의 출입을 막았다.
"누구시오."
"특작대장일세."
"특작대장? 그게 뭐지?"
'여기는 아직 특작대장이라는 걸 모르나?'
그때 갑자기 경비병이 급발진을 하기 시작했다.
"뭔 시답지 않는 것이 여기까지 오고 지랄이야?.."
혼잣말로 짓꺼리는 모습에 정진은 순간적으로 빡돌았다.
"뭐?"
"뭐가?"
정진의 물음에도 발뺌하는 모습에 어이가 털려버렸다.
"허허... 살면서 어디가서 이렇게 무시 당한 것도 오랜만인데..."
그때..
"오오... 특작대장 대감, 이 이른 아침에 무슨 일 입니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억!! 병판대감님 여기는 어쩐 연유로 오셨습니까?"
"특작대장 대감이 오늘 오신다고 말할려 했는데, 이미 오셨군. 인사하게."
그러자 아까 시비 걸었던 한 경비병이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거지? 특작대장이라는게 진짜로 존재했다고?? 게다가 대감이라고???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
그렇게 생각이 이어지며, 3족이 멸되는 상상까지 한 경기병은 소름이 돋았다.
그러고 바로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살려주신다면..."
"왜 살려 달라고해? 내가 너 죽인데?"
정진의 태도에 경비병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이제 들어가도 되지?"
"아... 네 들어가셔도 됩니다."
"그래."
정진은 경비병에게 어떤 사적 감정이 없다는 듯 그냥 무시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런 정진을 잇따라 들어간 조말생은 경비병 옆으로 붙어 속삭였다.
"저분이 착해서 그런거지.,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다면... 생각 잘해야 할거야."
".... 알겠습니다. 대감."
"그럼."
그러곤 조말생도 정진을 따라 훈련관에 들어갔다.
그리고 모두가 안으로 들어가고 경비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
"헛!!'
캉!!
훈련관 안으로 들어가자 각자의 방식으로 훈련하고 있었다.
몇몇은 목도로 연습을 했고, 또 몇몇은 진검을 들어 동료들과 비무를 겨루었다.
'신기하네.'
이럴 때 진심으로 조선시대에 왔다는 걸 다시 상기된다.
훈련소에서 총을 쓰지 않고 원시적인 검, 창, 활을 쓰는 모습에 말이다.
그때
"펑!!!"
익숙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정진이 익숙하게 들었던 폭발음은 아니었다.
그러고 정진은 소리가 난 방향으로 걸어갔다.
저벅 저벅 저벅
그 따라 조말생도 정진을 뒷쫒았다.
그리고 소리가 난 쪽에서는.
"아... 오히려 사거리가 더 줄어 버렸군.. 차라리 화약을 더 넣어서..."
어느한 사내가 화포를 가지고 이리저리 만지고 있었다.
뭔가 아쉽다는 듯 무언가를 더 원하는 듯 계속 이리저리 만지고 있었다.
그 사내의 뒤로 정진은 나타나 물었다.
"으흠... 화약이 너무 많은 거 같은데? 너무 많이 들어가면 오히려 힘을 고르게 주지 못하고 분산 되어버려 멀리 못날라가거든."
"흐음... 그런가?"
사내는 정진의 말에도 순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였다.
그러고 1분뒤.
"뭐야?"
"오, 이제 봤네?"
사내가 놀란 듯 뒤를 쳐다봤다.
"누군데, 여기에 있나?"
그때 정진의 뒤에서 조말생이 다가왔다.
"특작대장일세, 종1품으로서 전하의 명만을 받고 움직이는 집단이지."
"헉..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모를 수 있지, 사람이라고 어떻게 다 알아?"
"아...."
"그대는 누구인가?"
그러자 조말생이 대신 입을 열었다.
"저자는 최무선의 아들 최해산일세."
'최무선... 내가 아는 그 최무선 맞나?'
고려 말때 화약을 들려와 수많은 화약 무기를 선보이며 국력을 강화하는데 큰 공을 기여한 자다.
나이가 들고 부원수라는 엄청난 위치에 올라가고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자의 아들이라니.
'나도 이자에게 감사해야겠군.'
화약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으로써 이 만남은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다.
최무선에게 어떻게든 보상을 해야한다.
하지만 최무선은 죽었다.
그럼 닭 대신 꿩. 그의 아들에게라도 보상을 하자.
"자네... 나랑 같이 조선의 국력을 위해 새로운 무기들을 만들지 않겠나?"
- 작가의말
2025까지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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