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이다.

20. 개전이다.
갑작스러운 정진의 제안에 최해산은 당황스러운 듯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새로운 화약 무기라니.."
"말 그대로라네."
정진의 자신감 있는 발언에 최해산은 작은 한숨을 쉬며 답을 하였다.
"특작대장님께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화약이라는 게 다루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금으로서 화약으로 새로운 무기를 만드는 건 더더욱 어렵습니다."
"아네, 너무 화약 잘 알아서 문제지."
"대감께서는 화약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
최해선의 의심이 가득한 말투로 물었지만 정진은 그런 말투에 전혀 신경 쓰지 않다는 듯한 말투로 답하였다.
"어려 보여도 20년 이상은 화약 무기를 사용했고, 그중 10년 이상은 새로운 화약을 만들기도 했고, 기반으로한 새로운 무기도 만들었네."
"20..년 말씀입니까?"
그러자 옆에 있던 조말생이 의아한 듯 물었다.
"대감 연세가 얼마나 되었습니까?"
"지금... 45살이네."
"불혹(40살)도 지났다는 말입니까?"
"불혹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렇다네."
정진의 발언에 조말생과 최해산은 말을 잃어 버렸다.
겉으로 보면 고작 약관(20살) 지난 지 좀 된 사내로 보인다.
근데 불혹도 지난 지 꽤 되었다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는 안 그래 보였지만, 대감께서 꽤 살았군요."
"하하하. 생각보다 많지는 않습니다."
조말생의 말에 정진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시대에서는 정진의 사고방식으로 나이 예측이 전혀 되지 않았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사람이 겉으로 보면 80대 노인인 줄 아는 경우도 많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 이후 정진은 곧바로 권총을 꺼내 최해선에게 건네며 물었다.
"이게 뭔 줄 아나?"
정진의 물음에 최해선은 권총을 받으며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잘.. 모르겠습니다."
"보여 주지, 이리 줘보게."
그러고 정진은 권총을 들어 머나먼 들판에 권총 3발을 발사하였다.
탕!! 탕!!! 탕!!!
권총으로부터 느껴지는 묵직한 반동과 함께 조말생과 최해선의 고막을 두드렸다.
그러곤 정진은 최해선에게 물었다.
"어때보이나."
그러자 아까와 전혀 다른 신을 보는 것 같은 눈빛으로 정진을 쳐다 봤다.
최해산도 들었다. 이 익숙한 냄새와 소리를.
바로 화약 무기인걸 확신한 최해산은 바로 물었다.
"이건 대체 뭐 하는 물건입니까? 어떻게 이 작은 물건에서 화약이 폭발한단 말입니까? 그럼 이 무기는 장전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게다가 어떻게 3번 연속으로 발사가 된 것입니까?"
전형적인 화약 덕후의 발언에 정진은 웃으며 수류탄을 꺼내었다.
"다음 물건도 있네. 이건 뭔 것 같나?"
그러자 처음과 많이 다른 태도로 수류탄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팅..
안전핀을 제거한 정진은 수류탄을 이리저리 보여줬다.
"지금 상태에서 제가 이 손 놓치면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죽는다. 그만큼 위력이 강하거든."
그 말에 최해산은 의아한 듯 쳐다 봤다.
'저 주먹한 게 여기 있는 모두를 죽인다고?'
과장되게 이야기하는 줄 안 최해선은 일단 알았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악! 이렇게 말하면 바로 엎드려 개조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도 위력을 잘 모르거든."
"네, 알겠습니다."
"형판대감도 엎드려야 합니다."
".. 알겠습니다."
그러곤 정진은 던질 준비를 하였다.
"흐으읍!!"
훅!!
그러곤 정진은 최대한 멀리 수류탄을 던졌다.
날아가는 도중에
철컥..
수류탄의 레버가 빠져나갔다.
그걸 본 정진은 바로 소리쳤다.
"악!!"
그 말을 들은 최해산과 조말생은 바로 엎드렸다.
그러고 정확히
3..
2..
1...
콰아아아아앙!!!!!
땅을 울리며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허억!!"
문신으로써 처음 느끼는 강력한 감각에 조말생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화약이랑 같이한 최해산은 놀라운 듯 일어섰다.
'아니.. 고작 주먹 만한 거로 어떻게 이런 위력을 발생시킨단 말인가?'
그러고 최해산은 아까 수류탄이 터진 곳으로 갔다.
그러곤 바닥에 떨어진 금속 조각을 들어 확인했다.
'내 생각이 맞았어. 이건 단순한 무기가 아니다.'
그동안 많은 적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포를 사용해야 했다.
근거리라면 어떻게 할까. 그냥 창, 검을 들고 싸워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아군의 인력적으로, 비용적으로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방금 그건 어떠한가.
주먹만 한 크기지만, 또 위력은 포에 비교할 만한 수준이다.
소지하기도 편리하고, 또 아까 보니 사용법도 간단해 보였다.
그런 무기를 어떻게 사용을 않할까.
그렇게 결심한 듯 정진에게 다가 갔다.
"특작대장대감, 저에게 아까 했던 제안 다시 한번 말씀해 줄 수 있습니까?"
"나랑 같이 새로운 화약 무기를 만들어 보지 않겠나?"
그러곤 정진은 손을 내밀었다.
텁
최해선은 정진의 손을 받으며 답하였다.
"저는 좋습니다."
그러곤 정진은 조말생에게 물었다.
"한동안 병조에 자주자주 찾아뵙겠습니다. 하하하."
"하.. 하... 하.... 대감님을 자주 뵐 수 있으니 저야 좋습니다."
조말생을 어색하게 웃으며 정진의 말에 화답하였다.
"그럼 이제 호칭을 제대로 해야지. 군기감승 앞으로 잘 부탁하네."
"저도 잘 부탁하겠습니다."
"내일 또 찾아오겠네."
"저야 좋습니다."
그러고 정진은 바로 편전으로 돌아갔다.
******
편전으로 간 이유는 다름 아닌 보고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장영실과 최해선이랑 만났으며 그들과 어떤 일할 것인지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를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도는.
"허허허. 벌써 그들을 만나 거기까지 생각했단 말인가?"
라고 말하며 놀라워하였다.
벌써 대원들에게 지급할 무기를 위해 장영실을 만나고, 게다가 최해산을 만나 새로운 무기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생각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만약에 이 일을 보고를 하지 않았다면, 모든 대신들을 포함한 상왕 전하까지도 저놈이 반란을 일으킬 놈이라며 소리를 칠 수도 있었지만, 보고 함으로써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고 정진은 침을 삼키며 한 가지를 물었다.
"전하, 망극하오나 전하께 한 가지 청할 것이 있사옵니다."
"듣고 판단하지."
"특작대원으로 쓸 인재들을 뽑을 인사권을 주실수 있습니까?"
그 말에 이도는 굳어진 표정으로 물었다.
"그 말이 무슨 뜻인 줄은 아느냐?"
인사권을 달라는 건 왕의 권한중 하나를 달라는 말이다.
그것도 종2품이 될 수 있는 인사권을 말이다.
그러자 이도는 천천히 고민하였다.
'인사권은 주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아직 보여 준 게 없다. 내가 주고 싶더라도 줄 수 없지. 모든 대신들이 반대할 테니까.. 그렇다면.'
"그대가 먼저 보고하게. 그다음 짐이 판단하여 특작대원으로 넣어 주겠네."
"망극하옵니다. 그럼 일단 신이 생각한 인물이 한 명이 있사옵니다."
"벌써 한 명이나 생각했단 말인가? 누구지?"
"바로 박조입니다."
"박조라면 얼마 전 염포의 수령이었던 자가 아니었던가. 그자를 뽑은 이유가 있나?"
"죽기 직전까지 자기 신념을 고집했습니다."
"계속 말해 보게."
"박조는 죽기 직전까지 백성 하나라도 더 지키기 위해 적들이 가장 많은 곳에서 관군들과 함께 싸웠습니다. 죽기 직전까지도 도망치지 않고, 백성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자기 몸을 아낌없이 사용했습니다."
"흐음.... 짐이 그곳에 없어서 그 모습을 못 본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군."
"무엇보다 저에게 한 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그가 뭐라고 했는가?"
"저는 죽기 전까지 자신은 조선의 신하이며, 염포를 지키는 수령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그렇게 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상을 받는 것이 맞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
"박조랑 얼마 전 만났을 때 이 말을 듣고 저는 감탄을 했습니다."
"과인도 그렇게 생각하네. 실로 대단하군."
그러고 고민하던 이도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물었다.
"그대는 박조가 일을 훌륭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혼자서는 못하나, 제가 도와 준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그렇습니다."
"그래, 그럼 이제 나머지는 과인이 처리 하겠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러고 정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장영실을 만나 중간 점검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
시각은 빠르게 흘렀고, 많은 일이 있었다.
첫 번째는 바로 박조의 종2품으로 승진이 되며, 특작대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짧은 기간만에 어마어마한 승진에 박조는 눈물을 흘리며 고향으로 잠시 내려가 집안댁에서 잔치를 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다음으로는 장영실이 총을 만들어내었다.
결과물을 받은 정진은 생각보다 뛰어난 품질에 놀라워하였다.
사람이 직접 만든 거라 수준은 정품 스텐 기관단총이랑 같지는 않지만, 정진의 기대에는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의 소총이었다.
그 소총으로 박조는 한동안 정진에게 특훈을 받으며 사격 연습에 연습을 지속했고.
어느 정도 감을 잡은 후 박조는 직접 사냥을 하며 실력을 키워갔다.
그러곤 정진은 박조에게 여러 수신호를 가르쳤으며, 기본적으로 어떻게 협동하는지도 알려주었다.
마지막으로는 최해산이랑 같이 새로운 화약을 만들었고, 폭약이라는 것도 만들었다.
첫 번째로는 흑색화약이다.
흑색화약을 만든 이유는 바로 수류탄을 위해서다.
물론 21세기 수류탄에는 흑색화약이 들어가지 않고 폭약이 들어간다.
하지만 지금은 15세기 조선. 그딴 건 기대 하지도 못한다.
그렇게 만든 가장 원시적인 수류탄.
정진도 원시적은 수류탄은 처음이라. 꽤 많은 실패의 실패를 이어갔고 수류탄을 처음 만든지 2주가 지나서야 처음으로 제대로 성공을 하였다.
무려 300년이나 앞선 발명이었다.
그다음으로 만든 건 폭약이었다.
만든 이유는 다름 아닌 대포를 위해서였다.
대포의 추진제로 쓰려는 것이 아닌, 대포 환에 넣을 생각으로 만든 것이다.
안에 폭약을 넣고 또 작은 철 구슬도 넣고. 발사 시켰다.
결과는 대성공.
나무로 만든 인간 인형 옆에 떨어진 탄은 떨어지자마자, 바로 터지며 엄청난 위력을 과시했다.
그 일을 보고 받은 이도는 역대 있던 일을 모두 확인한 후 최해산을 군기판사로 승진 시켜 주었다.
이것도 역사보다 빠른 승진이며 비격진천뢰라고 불릴 정진의 작품 또한 180년 빠른 등장이었다.
아직 이것이 끝이 아니다.
무기가 있으면 보호구도 있어야 하는 법.
그러기 위해서는 중거리 싸움과 단거리 싸움이 많은 특수 작전부대의 특성에 맞는 방검복을 필수로 착용해야 한다.
그리고 이 추운 가을 날씨를 버티기 위한 방한복이 되며, 움직임에 최대한 영향을 덜 주는 활동복 역할도 하며, 적이 쉽게 찾지 못하게 은신 역할도 하는 전투복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쪽 분야와 가장 연관이 깊은 공조판서를 만나 자기 이야기를 말했고, 공판은 자신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말을 하였다.
그로부터 3일 뒤 공판은 어떠 한 장인을 소개해주었고, 정진은 자기 요구를 그대로 말하였다.
그 이후 장인이 정진을 만나 전투복과 방검복을 주었는데, 성능은 대만족이다.
어느 정도의 검은 막아주고, 또 박조의 몸에 맞게 설계했다 보니 움직임의 제약도 많이 없었다.
그렇게 남 가르치고, 새로운 무기 개발하고 다른 병사들과 대련도 하고 한 달이 지나며 출전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
"크흐.. 좋구만."
집으로 돌아온 정진은 늦은 밤 문밖으로 나와 하늘을 쳐다 봤다.
꿀꺽꿀꺽
"크흐흐흐... 좋다."
한 손에는 보드카를 들고서 말이다.
지나친 전쟁으로 인한 PTSD로 인해 잠을 잘못 자는 정진이었다.
그렇기에 종종 이렇게 술을 한가득 마시고 취해서 잠을 자기도한다.
오늘도 말이다.
술 취하는 느낌이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한동안 전쟁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어 이렇게 자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필요했다.
조만간 대규모로 사람이 죽을 테니.
"하아... 사령관님은 잘계실려나."
부모도 없고, 분양하는가족도 없는 정진에게 사령관은 그의 유일한 가족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가 몹시 보고 싶었다.
"나이들면 감성적으로 변한더니... 진짜구만."
조선 시대로 오기 전에 비해 확실히 뭔가 많이 변한 걸 정진은 느꼈다.
인간적인 감정이 많이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내일은 없애야 한다.
그래야 산다.
끌꺽꿀꺽꿀꺽
정진은 마지막으로 남은 보드카를 그대로 한 번에 들이켜 마신 후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천천히 잠이 들었고 마침 전쟁의 서막을 올릴 첫날이 밝아왔다.
'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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