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한양에서 피를 보고 싶지 않아서 말입니다.

24. 굳이 한양에서 피를 보고 싶지 않아서 말입니다.
정진이 만든 방탄복은 21세기 방탄복에 비해 성능은 비교자체가 미안 할 정도로 성능은 떨어졌다.
하지만 그래도 방탄복은 방탄복.
정진이 그런 개념이 없은 조선 시대에 보다 훨씬 뛰어난 수준으로 만들고 계량한 버전이다.
일반적은 삼베옷에 들어가는 삼베를 사용했으며 무려 15겹으로 만든 방탄복이다.
이건 19세기 흥선대원군이 일본과 서양의 총을 대비하기 위한 면제배갑보다 3겹이 더 중첩된 방탄복이며, 혹시 모를 뚫리는 상황, 게다가 방검과, 화살도 막아야 하기에 철판 플레이트를 넣어 다른 상황에서도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이미 현재 1418년 쯤에는 유럽쪽에서는 머스킷이 점차 도입이 되던 시기인지라 나중에 혹시 모를 교전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정진은 그런 역사적 지식이 없기에 이런 내용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무튼
그런 방탄복을 보던 이도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흐음... 보기에는 일반적인 조끼랑 다른 게 없어 보이는데... 내금위장, 그대가 한번 착용해 보게."
이도의 말에 정진은 들고 있던 방탄복을 내금위장에게 넘겼다.
그러곤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조끼를 입은 입은 내금위장은 신기한 듯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걸 확인한 이도는 내금위장에게 물었다.
"입어보니 어떤가?"
"제 앞부분과 뒷부분이 철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기에는 꽤 가볍사옵니다."
그 말에 이도는 아까 ak47이 뚫은 철판을 가르키며 정진에게 물었다.
"아까 이 철판이 뚫린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두께로는 총를 막지 못할 것인데, 어떻게 막을 수 있나?"
"총이 가진 의외의 강점을 무력시키면 되옵니다."
"의외의 강점이라... 그게 뭐지?"
그러곤 정진은 탄창을 제거해 이도에게 가져다 총구를 보여 주며 답을 하였다.
"전하께서 이 안에 어떻게 생긴 것 같습니까?"
"흐음.. 안이 줄이 파여 있군, 그리고 그 줄이 돌아 있구나... 아!! 설마 이것으로 총알이라는 걸 돌려 뚫는 힘을 더 강하게 하는 것이 장점인가?"
"그렇사옵니다."
"호오.. 그런데 이 장점을 무력화 한다니 과인은 참으로 궁금하오."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곤 정진은 여분으로 있던 방탄복의 철판 플레이트를 제거하며 검을 들어 그대로 방탄복을 짤라 내었다.
"보시다시피 방탄복은 이럴게 얇은 천이 여러 겹이 교차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탄환이 수많은 천으로 인해 회전력을 상당량의 회전력을 잃고 마지막으로 철판이랑 부딪치게 된다면 처음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약해졌기에 뚫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호..."
정진의 발언에 많은 이들이 새로운 기술에 놀라워 했다.
결정적으로 이도가 새로운 군 기술에 엄청나게 놀라워했다.
"참으로 신묘한 방안이로군!! 이 놀라운 기술은 그대의 생각인가, 아니면 신계의 기술 중 하나인 것인가?"
"신계의 수많은 기술 중 하나이옵니다."
"과인도 죽기 전에 그 신계라는 곳에 가보고 싶구나."
참으로 안타까워하는 이도의 말에 정진은 웃으며 답을 하였다.
"언젠간 가실수 있을 겁니다."
"그럼.. 그대는 이 의복의 이름을 정하였나?"
"소신이 감히 정해도 되겠습니까?"
"그대가 만들었으니 허락하겠네."
"방탄복이 어떻겠습니까?"
"방탄복防彈服이라... 그대가 말한 총알이라는 위험으로부터 막아주는 복이라니 이해가 잘되는구나. 그럼 이 방탄복은 그대의 기대에 얼마나 만족시켰느냐?"
"제 기대에 9할 정도는 따라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입고 있는 방탄복이랑 비교하면 성능은 2할 정도로 따라왔다고 생각하옵니다."
"그대 기대에 9할 정도나 따라줬는데, 그대가 입고 있는 장비랑 수준 차이가 그렇게 차이가 나면 효과가 얼마나 뛰어하다는 말인가?"
이도의 걱정스러운 말투에 정진은 안심하라는 듯 말투로 답하기 시작했다.
"제가 사용하는 무기를 제외하면 이 방탄복을 뚫는 무기는 찾기 힘들 것이옵니다. 그것이 총포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허허... 총포로도 뚫기 쉽지 않다니... 놀라울 따름이구나."
총포는 15세기 조선이 사용하는 개인 화기를 뜻한다.
"그럼 하나 더 묻지, 그럼 이 방탄복은 양산이 가능한가?"
"제가 이곳의 물가에 문외한지라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순순히 만드는 것이라면 삼베만 충분히 많다면 만드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되옵니다."
"놀라구나... 그대의 지식에 과인도 놀랄 수밖에 없겠구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렇게 분위기가 좋던 순간.
대사간이 이도의 허락을 받아 몇 가지 더 물었다.
"특작대장 대감께서는 이 의복만이 끝이라고 말한 것입니까?"
그 말에 정진은 활짝 웃으며 답을 해줬다.
"물론 아닙니다."
그러곤 정진이 ak47를 이도에게 가져다주며 옆부분을 보여줬다.
"전하 이곳에 작게 각인된 문자가 보이십니까?"
"흐음... 작게 뭐가 각인이 되어 있군.. 이게 무엇인가?"
"일련번호이옵니다."
"일련번호一連番號라.... 그렇다면 각 총기마다 이 일련번호가 모두 다르다는 말인가?"
"그렇사옵니다. 각 총기마다 일련번호를 각인하고 그 일련번호에 맞게 총기를 지급할 생각이옵니다."
"그렇다면 보통 문자로 한다면 한자를 사용할 터인데, 이 문자는 무엇인가?"
이도가 가르킨 곳에는 T-2-4 라는 문자가 박혀 있었다.
정진 처지에서는 익숙한 영어와 아라비아 숫자지만, 조선인들에게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문자인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일이 적지 않던 상황이기에 정진은 자신에게 일이 덜 생기는 방향으로 답을 하였다.
"이건 신계에서 사용하는 암호체계이옵니다. 제가 암호 체계표를 만들어 놓았사옵니다."
"오호... 암호체계라... 그렇구나 한자를 썻다면 수령들이 알아차려 바꿔 버리면 무용지물이겠지만 이런 암호를 썼다면 함부로 알아차리기 쉽지 않겠구나."
"그렇사옵니다."
그때 대사간이 아직도 궁금한 게 있다는 듯 더 물었다.
"그럼 특작대장 대감, 어찌 그런 암호 체계표를 만들고 전하에게 알리지 않으셨습니까?"
'저 양반은 나한테 왜 이렇게 지랄인데?'
기존에도 정진은 그리 탐탁지 않게 보던 대사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실수로 약간의 빌미를 제공해 버리자, 대사간은 미친 듯 정진을 물어뜯기 위해 별의별걸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진은 그런 1차원 적인 정치싸움은 21세기 군에서도 지겹도록 보고 느꼈기에 정진은 한숨을 쉬며 답답하다는 듯 역으로 물었다.
"그럼 제가 먼저 대사간 영감께 묻겠습니다. 이 암호체계표는 얼마나 중요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그게 말할 가치가 있겠습니까? 조선의 안위와 연관된 일인데 당연히 중요하지요."
"그런데 만약에 제가 이걸 만약에 여러분들이 있는 자리에서 알려주었다가 어찌 될 줄 알겠습니까? 전하께 비밀리에 전해야지요."
"그럼 특작대장 대감께서는 저희는 그 내용에 대해서 알아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한 말씀을 하고 계십니까?"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자 대사간을 포함한 여러 정승과 판서들이 웅성웅성거렸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 이야기를 듣던 이도가 방금 정진의 발언에 자신도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과인이 생각해도 저들은 이 조선의 대관료들일세, 저들도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왜 알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지?"
"저들 중에서는 순순히 조선을 봉사하기 위해 이 당상관 이상까지 올라온 이들도 있고 그럴 수 있으나, 자기 가문을 위해 올라온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옵니다."
"......."
정진의 발언에 누구는 아직도 뜻을 알지 못하겠다는 듯 표정을 지었지만, 또 누구는 정진이 하는 말이 금방 눈치를 챈듯 쳐다 봤다.
"가문을 위해 암호체계표를 다른 방식으로 사용을 한다면.... 글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진의 발언에 상당수의 신료들이 발끈하며 정진에게 항의했다.
"특작대장 대감!! 말이 지나치시오!!!"
"우리 모두 조선을 위해 봉사하는 신하들입니다!! 그런데 어찌 그런 망말하는 겁니까?!"
그런 말을 하는 이들에게 정진은 딴 한마디를 뱉었다.
"지랄."
"뭐라?!"
"제가 하나 묻지요. 당신들의 조선을 위해 가문이 역적으로 물려 멸문을 당하시는 게 좋겠습니까? 아니면 다른 이들이 고통을 받더라도 자신들의 가문이 부흥되기를 원합니까?"
"당연한 걸 묻고 있습니까? 조선의 부흥이 더 중요하지 않소?"
그 말에 정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답했다.
"그런가요? 정말로 그것이 당신들의 진실한 답인가요?"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그럼 제가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답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과거에 합격해 공무에 힘을 쏟는 것, 농부로 많은 수확을 거드리는 것과 비교했을 때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과거에 합격해 나라 발전에 힘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대사간이 고민 없이 답을 하자 정진이 또다시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농사일은 아무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무에 힘 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면서, 국가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하기도 하지요."
"흐음... 단순하게 생각하시는군요. 그럼 제가 묻겠습니다. 그렇다면 농부들이 없다면 국가가 운영이 되겠습니까?"
그러자 옆에 있던 대사헌이 정진의 물음이 대신 답했다.
"특작대장 대감, 대감의 말에는 모순이 많이 있습니다. 애초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 극단적으로 치부가 되어 버립니다."
"흐음... 그럼 덜 극단적으로 묻죠. 조선에 일하는 관료들 절반, 조선의 농부들 절반. 둘 중 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관료들이 절반이나 준다고 해서 한 나라가 망하지는 않습니다. 만약에 망한다면 애초에 잘못된 상태였겠죠. 하지만 농부가 절반이 없어지면 그 나라는 오래 못 가 망하게 됩니다."
그러자 대사헌이 정진의 말을 짜르며 물었다.
"그럼 특작대장 대감께서는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입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합니다. 국가든... 사람이든 의식주가 없으면 살 수가 없고 가지고 있다면 더욱더 많은 의식주를 탐하게 됩니다... 아닙니까?"
그때 좌의정 류정현이 정진의 말을 지적했다.
"조선은 성리학을 국교로 삼고 있네, 그런데 그런 국가에서 어찌 그런 그릇된 생각을 하겠는가?"
"사람이 죽기직전에 다다르면 눈에 보이는 게 없습니다. 그 누가 공자왈.. 맹자왈.. 그러는 것도 자신이 살만하니까 그러는 것뿐이지 생명에 위기가 다다르면 그런 생각을 꿈고 꾸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입니까?"
"먼저 많이 민감한 얘기라 자제하며 말하겠습니다. 여러분들 중 많은 이들이 고려때부터 신하로 이어진 사람들입니다. 아닙니까?"
그 말에 모든 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당연하다.
여기 있는 대다수 이들이 고려 말때부터 관직에 있던 자들이었다.
"그렇다면 고려에서 조선으로 왕조가 바뀌었을 때.. 여러분들은 원했던... 원치 않았던... 모시는 이들이 달라졌다는 말입니다. 근데 여러분들은 반발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 발언에 몇몇이 할 말을 잃고 정진은 쳐다 봤다. 게다가 이도 또한 정진의 발언에 눈살을 찌푸렸다.
당연한 게 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에서 몰래몰래 이야기해야 할 주제를 임금 앞에서 대놓고 하는데 어찌 경악을 금치 못하겠는가.
"정몽주는 죽기 직전에도 고려의 편에서 서 있었습니다. 근데.. 여러분은 뭡니까? 여러분들이 정말로 이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뜻으로 과거에 임했다면 왕조가 바뀌더라도 여러분들은 고려에 편에 섰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안 그랬습니다. 왜 그러냐?"
"......"
"너희들은 어차피 나라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는 말이야... 나라가 힘들 거든.. 왕조가 바뀌든.... 너희들은 그냥 가문이 잘되길 빌고 너희들 가족들만이 오랫동안 배불리 먹고 사는걸 원하는 거야.. 그런놈들한테 이 중요한 암호 체계표가 알려지면 안 되는 거지.."
"그만하거라!!!"
정진의 말을 계속 듣던 이도가 크게 소리쳤다.
"특작대장!! 그대의 말은 너무 심했다!! 그대가 오늘 모두가 감탄할 만한 성과를 올린 것은 맞으나 할 말이 있고 하면 안 될 말이 있다!!"
"...죄송합니다."
정진의 반응에 이도는 뭐라 더 이상 말하지 못하였다.
무력만 따지면 지금 당장 이곳에서 나를 포함한 이곳 모든 이들을 죽일 수 있는 무력을 가지고 있고.. 조선을 명의 속박에서 벗어 던지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도 알고 있다.
정진이 저렇게 말한 것에는 틀린 것이 크게 없다는 것을.
"후우... 내금위장.. 잠시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네."
"알겠습니다."
그러곤 이도는 먼저 쉬기 위해 궁으로 돌아갔다.
이도가 돌아가고 나서 정진은 나머지 서 있던 대신들에게 한마디를 했다.
"만약에 암살자를 보내실 거라면 그런 생각을 접는 걸 추천하겠습니다.. 굳이 한양에서 피를 보고 싶지 않아서 말입니다.. 그럼."
그 말을 끝으로 정진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에 대신들은 여러 반응을 보였다.
그중 류정현, 그리고 대사헌은 그런 정진을 굉장히 아니꼽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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