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켜 버렸네.

29. 들켜 버렸네.
"크하하!! 좋구나!!!"
술잔을 한 번에 들이킨 양녕대군은 잔뜩 취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장권은 웃으며 양녕대군에게 물었다.
"대군 대감, 기생들을 더 불어 모을까요?"
"크하하!! 더 불러오거라!!"
양녕대군이 폭소를 하며 외치자 장권은 더더욱 더 많은 기생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이 모습을 지켜보는 박은은 천천히 분위기를 조절했다.
너무 막 나가는 것 같으면 좀 다운시키고, 너무 다운된 것 같으면 양녕대군의 술잔에 술을 빠르게 채우고.
적잘한 리듬을 유지시켰다.
이곳의 호리병이 쌓이면 쌓일수록 분위기가 더더욱 고조화 되었다.
그리고 양녕대군이 어느 정도 취기가 다다르자 박은은 장권에게 눈치를 줬다.
그리고 그걸 확인한 장권은 곧바로 기생들에게 명했다.
"이제 슬슬 돌아가거라."
스르륵.
문을 열고 양녕대군의 시중을 든 이들, 또 그들 앞에서 춤을 추던 이들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한창 취해 보였던 양녕대군의 분위기가 갑자기 변하였다.
"흠.. 이제 좀 조용해졌군."
아까와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모를 정도의 분위기.
그러곤 양녕대군이 장권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물었다.
쪼르르륵
"그대는 지금 만족하나?"
"....무엇이 말입니까?"
"너의 위치 말이다."
"주상 전하께서 명하신 것인데 어찌 기쁨 마음으로 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가?"
침하나 바르지 않고 술술나온 말.
하지만 양녕대군이 그런 걸 놓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럼.. 이 부당한 조선을 같이 옳바르게 만들어 보지 않겠나?"
"대군 대감! 그게 무슨..."
장권이 기겁하며 어찌하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네. 천천히 말해 보게."
"무슨 큰일 날 말씀을 하고 계십니까..."
"맞는 말이지 않나? 아바마마의 장남인 내가 되지 못한 게 어딜 올바른 조선이라고 할 수 있겠나."
"....."
하지만 장권은 과거 이시의 난(2차 왕자의 난)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저런 사람에게 이런 말이 통하지 않으니.
하지만.
꿀꺽.
'올라가고 싶다.'
먼 지방이 아닌, 한성에서 판서, 정승으로 지내보고 싶다.
죽기전 좌상,우상 대감라는 칭호로 불리고 싶다.
고민을 어느 정도 끝마친 그는
"저는 조선이 옳바르게 되길 바랍니다."
그 말에 양녕대군은 웃으며 답했다.
"아주 현명한 생각일세."
그러곤 자기 잔에도 술을 따르며 들어 장권의 잔에 짠했다.
"이제 마시지."
그리고 이런 모습을 보던 박은은..
'이럼.. 충주,상주,청주,공주, 홍주,안동,창원은 끝났다. 이제 나주, 광주만이 남았구나.'
이곳까지 끝내면 조선의 절반은 우리의 손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들을 이용해 양녕대군에게 곤룡포를 입히겠다.
그들이 은밀하게 계획을 꾸미는 사이.
이도도 여러 일에 골을 썩히고 있었다.
*****
"이제 상왕폐하께서 대마도에 도착하지 않겠나?"
"소신은 그렇게 생각하옵니다."
"그럼 대마도는 어떻게 될 것 같나. 우상대감 그대의 생각이 궁금하네."
"신의 생각은 쉽지 않다고 생각이 들어옵니다."
"이유가 무엇이지?"
"대마도가 아무리 조선보다 따뜻하다고 해도, 지금은 겨울이옵니다."
"대마도도 겨울이기에 왜인들도 싸우기 쉽지 않다고 생각이 드는데.. 좌상대감의 생각은 어떻지?"
"주상 전하의 말씀도 옳으나, 이런 계절에는 전쟁은 공격하는 쪽이 막는 쪽보다 불리하옵니다."
그러자 이도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하아.. 과인이 선택이 성급했나고 생각하나?"
"아니옵니다!"
"전하의 결정 또한 많은 말들을 걸쳐 나온 것이옵니다. 저희도 알고 있었사옵니다."
"맞사옵니다. 저희도 실보다는 득이 더 많다고 생각이 들어 말한 것이옵니다."
각자 이도를 위로하는 말.
그 말이 위안을 받은 이도는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말을 하던 와중.
이도는 갑자기 한 가지에 대해 물었다.
"그대들은 이번 특수 작전부대가 잘 수행 될 것으로 생각이 드나?"
현재로써 오직 종1품, 종2품만이 속해 있는 곳이며
신선이 주상 전하의 명을 받고 행하는 기관.
그런 기관에 대해 묻자 대신들이 눈치를 보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말했다.
"전하, 소신이 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오호.. 좌상대감 말해 보게."
그는 다름 아닌 류정현.
조선 제일 재정 전문가이다.
그렇기에 이도 또한 기대하며 그의 말을 들었다.
"먼저 소신은 특수 작전부대가 있으나,마나 라고 생각이 드옵니다."
이도의 기존 생각을 완전히 반대로 박살 내버리는 그의 의견.
그러자 이도또한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
".... 이유가 무엇이지?"
"우선, 병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옵니다."
"흐음.. 과인도 알고 있는 사실인데.. 좀 더 구체적으로 궁금하네."
"제가 2달여간 특작부대에 들어간 예산을 모두 확인해 본 결과, 생각보다 많이 들어아지는 않았사옵니다. 다만.."
"다만?"
"인원, 그리고 당장의 성과를 기준으로 논한다면 많다는 건 사실이옵니다."
"하아... 그렇단 말인가.."
"그렇사옵니다."
조선 제일 재정 관리자가 그런 말을 하니 이도도 어쩔 수 없이 납득을 하였다.
"후우.."
'그럼 이번 그들의 활약에 따라 대신들의 판단이 서겠구나.'
보여 준 게 없다는 건 2가지를 의미했다.
누구에게는 가진 것도 없다는 것으로 파악될 수 있고.
또 누구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 그들이 잘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이제 대신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으며 활동 할 수 있고, 또 자신 또한 대신들에게서 무기를 하나 더 가질 수 있다.
'믿겠다.'
*******
한창 싸움이 한창이던 대마도.
하지만 한 사내가 그 누구도 있지 않은 산속 안으로 뛰어갔다.
타다다닷!
'아직 늦지 않았다.'
그는 다름 아닌 정진.
그가 향하는 곳은 대마도주 가족이 있는 곳.
대마도주가 살던 곳 주변 항구로 향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한지 공식적으로는 4시간도 지나지 않은 점.
또 주변 대마도 주변을 조선군이 장악을 하는 점.
마지막으로 대마도주의 가족이라면 호위무사들도 있을 것이고, 그들이 모두 이동하려면 이동 시간만 해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
이런 다양한 이유로 보아 정진은 그들이 살던 곳의 주변 항구로 뛰어갔다.
위치?
휴대폰 켜서 지도로 찾아보면 된다.
위공위성이 없어 GPS는 쓸모가 없지만, 그래도 현재 위치만 알면 크게 상관이 없다.
그렇게 2시간쯤 뛰니.
"₩&₩-,#?%"
멀리서 알 수 없는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아하니 일본어인 모양.
기다려 말을 더 들어 보니 상황이 그닥 좋지 않았다.
"도주님 정실께서 지금쯤 출발 했을려나?"
"아마 지금쯤 도착하셨을 걸? 정실분만이 무술을 익히지 않으셔서 가느데 시간이 적지 않게 쓰일 테니."
서로 수다떨며 뛰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들으며 상황 파악을 어느 정도 끝냈다.
그리고..
타다다닷!!
'빨리 가야 한다.'
잘못하다 보면 그냥 놓칠 수 있다.
도망치기전 잡아 놓아야 한다.
그럼 저 조선군에게 가는 저 왜구들은?
그냥 보낸다.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현 우리의 목적은 대마도주의 가족 생포.
당장 간다.
*******
조용한 선실.
선실에 앉은 어느 30대 여인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호록."
불과 반시진(1시간)전부터 갑작스러운 침입으로 인해 이곳으로 도망쳐왔다.
자기 남편까지 두고 말이다.
"후우..."
'거기에 있을걸.'
조용히 집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던 와중 갑자기 밖에서 무사가 갑자기 들어오더니 소리쳤었다.
침입자가 나타나서 도망쳐야 한다.
처음에는 안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죽음의 소리가 다가올수록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이어 다른 무사가 한 명 더 들어왔다.
도주님께서 당장 가족을 데리고 도망치라는 명.
남편이 자신과 자식들을 살리기 위해 저렇게 말했기에 자신은 어쩔 수 없이 따랐다.
후회된다.
그곳에서 같이 지킬걸.
하지만 믿는다.
도주님께서 훌륭하게 쓰시마를 지킬 것이라고.
그때.
드르륵
문을 열고 자신을 이리로 데리고 온 무사가 들어왔다.
"곧 배가 움직일 것입니다. 안내하기 위해 왔습니다."
"가기 전에.. 먼저 도주님께서는 어떻게 되셨지? 무사히 살아남아 지키고 계시겠지?"
"그것이.."
하지만 그녀의 물음에도 무사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니 하고 싶었지만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그러자 여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벌을 내릴 생각은 없으니 그냥 말하게."
"....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아아...."
후회의 한숨.
하지만 이미 뭘 하기에는 늦었다.
자식이라도 살려 이 복수를 꼭 갚아야 한다.
"출발은 언제 하지?"
"이제 슬슬 할 것입니다."
그때.
...다아아아앙.
작은 폭발음이 들려왔다.
전장에 익숙하지 못한 여인은 듣지 못했다.
하지만 무사는 들어 버렸다.
익숙한 화약 폭발음을 말이다.
그리고 곧이어 들려오는 작은 소란 소리.
'뭔일이 벌어졌구나.'
상황이 발생했다는 걸 짐작한 무사는 양해를 구해 밖으로 나왔다.
저벅저벅저벅저벅
방금 들려온 화약 폭발음은 조선인들이 쓰는 화포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방금 소리보다 더 묵직했다.
꽤 가벼워 보이는 폭발음.
게다가 들어 본 소리다.
움직이는 내내 무사의 머릿속에서 1시진전에 있던 일을 망각하고 있지 않았다.
고작 2명이서 대마도주께서 있는 곳을 쳐들온 것을 어떻게 잊을까.
이 말을 왜 할까.
방금 소리 그놈들에게서 난 소리였다.
만약에 그들이 이곳에 왔다?
이곳에 모든 이들이 죽고 말 것이다.
애초에 이곳에 있는 이들은 비밀리에 도주 가족분들을 피신을 돕는 임무를 맡았다.
그렇기에 정예 소수로 움직인다.
이 소수의 인원으로는 저 괴물을 막을 수 없다.
어떻게 해서라도 버티던 해야 한다.
그렇기에 그는 곧바로 선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쿵!!
"당장!! 돛을..."
문을 연 무사는 믿지 못하는 광경에 말을 잃어 버렸다.
왜군이 입는 군복이 아닌 무슨 해괴망측 복장.
자연과 하나라도 되는 듯 녹색의 옷을 입은 한 청년을 보았기 때문이다.
"......"
탕!!!
"들켜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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