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배를 들어라!!

31. 축배를 들어라!!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이른 아침
누군가 말을 타며 열심히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빨리.. 전하께 알려야 한다.'
그가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한양.
오직 손에 하나의 문서를 들며 말이다.
"급보요!! 급보요!!!"
다그닥.. 다그닥...
경복궁 앞에 도착한 그는 말에서 내리며 당장 궁 안으로 입궐하였다.
'전하를 만나 뵈어야 한다.'
그가 당장 편전앞에 당도하자,문 앞을 지키던 내금위가 그를 멈춰 세웠다.
"무슨 일인가?"
"급보네, 전하를 만나뵈어야 하네."
내금위가 이도의 허락받은 후.
드르륵.
"신, 종사관, 주상 전하를 뵙사옵니다."
"그래, 급보라는 무엇인가?"
"여기 상왕 폐하의 서신이옵니다."
종사관으로부터 서신을 받은 이도는 곧바로 묶인 끈을 풀어 천천히 위에서부터 읽었다.
처음에는 불안하다는 듯 표정을 짓었지만, 글을 읽을수록 점점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다 읽더니.
드르륵.
"전하.. 무슨 일이옵니까.. 용상이 좋지 않습니다."
"여봐라!! 지금 당장 당상관 이상 신료들은 당장 편전으로 오거라!!!"
갑자기 내려진 명에 좌의정 류정현이 이도에게 물었다.
"전하, 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이옵니까?"
"한번 읽어보게."
"알겠사옵니다."
그러곤 이도의 서신을 받은 류정현이 천천히 읽더니..
"승전에 감축드리옵니다!!"
"감축드리옵니다!!"
류정현의 시작으로 편전 안에 있던 모든 대신들이 이도에게 머리를 숙이며 축하해주었다.
그리고 이도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여봐라!! 당장 이 사실을 조선의 만백성들에게 알리거라!! 또한 살인한 자등 중형의 죄를 지은 자를 제외한 이들을 면죄시키거라!! 이 행복한 일을 온 백성에게 알리거라!!"
그렇게 이 사실은 이도의 주도하에 철저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북방이나, 왜구들로 인한 수탈이 심하지 않거나 없는 곳은 가족 중 면죄된 이들만 임금 천세를 외쳤고.
왜구들로 인해 피해가 막심한 부산, 포항, 염포등 동남해안에 있는 도시들은 이도에 대한 충섬심이 하늘을 찌를 듯 상승했다.
이제 왜구에 대한 근심 없이 생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대마도에서 큼직한 일들이 모두 끝나자 상왕 이방원은 곧바로 3000여명의 조선군을 제외한 나머지 이들을 회군하였다.
제대로 된 전쟁은 일주일 이었지만, 그 이후 이 사실을 안 일본 본국에서 여러 작은 충돌이 있었다.
하지만 이방원이 반 협박성으로 만약에 너희들이 조선을 또 건든다면, 너희들은 모두 자신이 직접 벌을 내린다며 혈서를 보내버렸다.
물론 피가 이방원의 피가 아닌 대마도주, 소 사다모리의 피로 말이다.
혈사를 받은 일본 본국은 그 이후 더 이상의 침략이 없어졌다.
그렇게 일본 본국과의 이야기가 끝났고, 또한 내부적으로도 혼란이 잠재워 진 후 더 이상한 이방원의 할 일이 없기에 회군을 결정한 것이다.
회군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원래는 정진과 박조가 염포 항구를 통해 갔기에 이동 시간도 2주 정도였지만, 지금은 16000여명의 대군.
염포 항구로는 크기가 맞지 않아, 그들이 출전지였던 주원방포(현 추봉리 추원포, 간단히 거제도)로 향해 한양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한양에서 염포의 거리랑, 한양에서의 주원방포의 거리 차이가 꽤 심하며, 주기적으로 쉬며 밥도 먹고 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가 되었다.
그로 인해 출전은 12월에 하고 1월에 회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양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에는 2월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기간이 길어 마냥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다.
돌아가는 길 많은 사람이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이 꽤 행복했으니.
21세기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없었다.
애초에 파병을 가고 돌아오더라도, 대부분이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이 없었기에 수고가 많았다고 끝이 났었다.
물론 한국에서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한 것은 그들에게 이익이 될지언정 말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국가 기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오늘 군인으로써 참으로 보람이 느껴지는 하루다.
내 목숨을 걸어 많은 이들이 살았고, 많은 이들이 고마워한다라..
이것만큼 행복한 게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이번 전쟁에 참여해 죽은 8명.
전쟁에 참여한 이들 모두가 살 수는 없다.
애초에 전쟁이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
누구 하나가 실수하는 순간 아군이 죽을 수 있고, 내가 죽을 수 있다.
애초에 2만여 명의 군병력 중 실수 하나 없이 전쟁이 흘러갈 수 없는 노릇이니, 전사자가 발생한 것은 어찌 보면 다양한 수순이다.
그래도 전사자가 생기는 건 굉장히 안타까운 건 사실이다.
그렇기에 정진은 명을 내려 곧바로 전사자들의 시신을 가지고 올라고 명을 내렸다.
그리고 곧바로 관을 만들어 그들의 시신을 관에 눕히고, 관 위에는 대한민국의 국기를 그려 위에 덮어놓았다.
조선을 대표하는 국기가 없기에 대한민국의 국기를 그렸지만
당장으로써, 정진이 가지고 역량으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고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전사자들을 보면서 정진이 다짐한 것이 있다.
'군인 대우수준을 미국 수준은 못하더라도, 대한민국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으로는 끌어올리겠다.'
현 조선은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원하는 원치 않는 군대를 가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훈련을 받게 되고, 또 전장에 배치가 된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조선 시대때 정진이 생각한 것은 이들 중 훈련을 임하거나, 전쟁에 나간 후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게 되는 이들을 제대로 보상하자는 것이다.
연금도 주고, 자녀에게 특혜도 주고 나라를 위해 희상한 이들을 위해.. 또 그 자손을 위해 확실히 대우하자는 것이다.
21세기에서도 작전에 나갔다가 죽은 대원들의 시신을 보면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 고통도 그들의 가족이 받는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해당한다.
그의 가족은 얼마나 슬플까. 제3국에서 자기 남편, 아버지가 시체로 돌아왔는데.
문제는 고통이 이걸로 끝이 아니다.
군인이 작전중 사망하게 되면 그의 가족들에게 보상금이 나온다.
문제가 있다면 이 보상금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
그들이 나라를 위해 행한 것에 비해 너무나 적게 받는 것이 문제다.
또 조건은 얼마나 많은지 자기 동료중 사망한 이들 중 한 명은 가족 중 조건에 충족하지 않다.
그 누구도 대신 보상을 받지 못한 경우도 봤는데.
그때 참으로 화가나 청와대로 가 대통령 모가지까지 꺾을 생각마저 했다.
그런 대우는 바뀌어야 한다.
제대로 인정해주고, 보상도 해주고, 나라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그 나라의 대신.
내가 직접 이 시스템을 뜯어 고칠 것이다.
어떻게든 말이다.
*******
다그닥.. 다그닥...
말을 타며 거의 한 달 가까이 움직이자 그들은 마침내 어느 한양에 당돌하였다.
대부분의 병력들은 한양에서 데리고 온 것이 아닌, 경상도에 있던 병력을 이끌고 간 것이라,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은 크게 힘든 것 없었다.
겨울이라 바닥이 언 것은 빼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한양을 지키는 성문을 지나니..
쿵...
"우와아아아!!"
궁 문이 열리며 그곳에서 엄청난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많은 사람이 소리 지르며 감사의 말을 전하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했다.
21세기에서 저런 모습들은 대부분 연예인이 환호를 받을 뿐, 군인 정치인들이 받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하였기에 자기 한편으로는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네.'
이방원의 필두로 손을 흔들었고, 정진과 박조는 손은 흔들지 않고, 그저 웃으며 계속 움직였다.
그렇게 5분 정도 더 가니 저 멀리서 경복궁이 보여 왔다.
그리고 그 앞에서 주상인 이도를 필두로 모든 대신들이 나와 서 있었다.
어느 정도 도착 후 이방원이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정진과 박조를 포함한 모든 이들도 말에서 내렸다.
터벅터벅터벅터벅.
이방원이 이도 앞에 서자.
"대마도를 정벌하라는 임무를 끝내고, 신을 포함한 40인 무사히 복귀하였습니다. 전하."
"수고.. 많으셨습니다."
올해로 지천 명(50세)가 된 아버지다.
그런 아버지가 손수 군을 이끌고 대마도로 향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불안에 떨었던가.
하지만 이걸 보거라 무사히 돌아왔다.
자기 아버지가 살아서 돌아왔다.
자기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에 그의 아들인 이도는 울컥한 마음을 숨기며 공식적인 행사를 진행했다.
연회를 배풀고 전쟁에 참여한 이들 모두에게 상을 내렸다.
*******
"크하하!!"
"좋구나!!"
연회가 시작되고 왕이 술잔을 들어 하나둘 축하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술잔을 주고받는 이들은 기존에 많이들 아는 사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마땅한 지인도 없던 정진에게는 그저 사극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별로 내 스타일은 아니네."
술도 별로였다.
좋은 것인지 구닥다리 술인지는 모르지만 왕이 주고, 또 이런 연회에 쓸 정도의 술이면 꽤 좋은 술이겠지만 정진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분위기도 즐기면서 술도 마실겸.
자기 가방에서 따로 챙긴 보드카를 꺼내 마셨다.
꿀꺽꿀꺽꿀꺽.
뚜껑을 따 한 번에 소주 2잔 분량의 양을 마시자 심박수가 천천히 올라갔다.
앞에서 춤추는 기녀들, 그리고 흔치 않게 풀어진 모습을 보이는 대신들, 또 이도의 술 마시는 모습까지
정진이 알기로는 이도가 술 마시는 걸 싫어하는 걸로 알고 있다.
술 만드는데 많은 곡식이 들어가는 것도 모자라 많은 사람을 해치기까지 하니.
왕의 처지에서는 별로 좋아할래야 할 수 없는 것이 술이었다.
그래도 날이 날이고, 분위기도 분위기인지라 이도또한 술을 마시는 모양이다.
쩝쩝쩝
"그래도.. 안주는 맛있네.."
그때.
이경(전 이방과, 정종)이 취한 모습으로 술잔을 들었다.
"자!! 다들 이번 승전을 축하하며 축배를 들어라!!"
정진 또한 천천히 연회를 즐기며 시간은 빠르게 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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