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급 코즈믹 호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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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레네
작품등록일 :
2024.11.22 09:59
최근연재일 :
2024.12.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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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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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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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허와 실, 그 사이

DUMMY

리하와 아이는 레이드 준비로 한창이었다. 꿈세계에서 쓸만한 물건을 창조 중이기 때문이다.


“전투 상황에 창조하는 건 꽤 번거롭더라고. 그래서 미리 만들어 두면 어떨까 해서.”


“그래서 만든게 이딴거야?”


아이는 리하가 창조한 것들을 차근차근 둘러보았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나 나올 법한 이동요새, 밀리터리 덕후들이 보면 환장할 각종 현대무기, 게임에 나올 법한 식물형 몬스터 등등. 식상하고 약해 빠진 것들에 아이는 기겁했다.


“이딴거라니.”


“너가 그러고도 꿈세계의 주인이니. 쿠데타 함 일으켜 봐?”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여기 건담도 있는데 볼래?”


“오, 건담! 아니, 아니지. 그딴 거 말고 좀 더 초현실적이고 강한 걸 만들어야지! 명색이 꿈공간인데 말이야. 전에 만들었던 걸어다니는 죽음 같은 거 만들면 되잖아.”


“난 이미 나이 먹을 대로 먹은 아저씨란다. 상상력 넘치는 꼬맹이가 대신 해주지 않으련?”


“언제는 생각이 난잡하다더니... 해줘?”


아이는 상상력 넘친다는 말이 나쁘지 않았는지 조금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리하는 이때다 싶어 바닥에 드러눕고는 배를 벅벅 긁으며 말한다.


“해줘.”


“아오 이게 진짜.”


그렇게 리하의 농땡이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현대 화기들에 니 공백만 둘러둬도 꽤나 강력할 것 같은데 말이지.”


“그렇게 날로 먹으려 하지 마. 그리고 난 아직 공백을 외부로 방출하는 데 미숙하다고. 그러다 사고나.”


리하와 아이는 평소처럼 투닥거리면서 여러 무기들을 만들어냈다. 걸어다니는 죽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각종 걸어다니는 개념 시리즈, 상대에게 먹이면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기울어진 선악과, 무한 차원의 물체를 3차원에 투사한 그림자 등등.


그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공간 조절 상징물이다.


“이거 봐. 이렇게 선 하나를 띄우면 주변 공간이 1차원이 돼. 그리고 이렇게 수직으로 선 하나를 더 추가하면 2차원. 이렇게 차원 수를 조절할 수 있어.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야.”


아이가 다섯 개의 선을 띄우자 주변 공간이 5차원으로 변했다.

리하는 뭘 보여주려는 건지 기대하며 그 모습을 숨죽이고 지켜보았다.


리하가 집중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아이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곧게 펴져 있던 선이 이리저리 찌그러졌다. 찌그러진 상징물에 맞춰 주변 공간이 왜곡된다.


“와, 공간을 차원의 수 말고 다른 것을 통해 변화시키다니 대단하네.”


“후후, 여기서 놀라기는 이르지. 하이라이트는 다음이라고.”


이번에는 차원을 상징하는 선 대신 특정 개념을 상징하는 상징물을 띄웠다. 그러자 상징물이 상징하는 개념에 맞춰 주변 공간이 변이된다. 워낙 기이한 현상이라 공간이 어떤 식으로 변이된 것인지는 제대로 인지할 수가 없다.


리하는 이해할 수 없는 관경을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았다.


‘상징물이 네잎클로버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개념은 행운인 듯하다. 저 공간에서는 분명 행운이 가득하겠지.’


“대단하네. 사용법이 직관적이고 다양하게 응용하기도 좋겠어.”


“하하. 나의 역작이라고.”


그들은 무기를 충분히 만든 후 무엇을 만들지 의논했다.


“무기 말고도 아군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만들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예를 들어 다친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버프를 주는 초현상 같은 거 말이지.”


“좋아. 그럼 버프용으로는 바라보면 고통은 없애주고 행복한 상상을 보여주는 성냥..”


“그런 게 버프냐. 꼬맹아.”


“그러면 이건 어때? 연주하면 모두의 정신을 하나로 합쳐주는 화합의 피리야.”


“그건 버프보다는 디버프에 가깝지 않을까.”


리하는 옆에서 아이의 상상력이 다른 데로 새지 않도록 열심히 길을 바로잡았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친 그들은 결국 레이드 날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준비한 게 순 엉터리밖에 없는데. 그냥 상황에 따라 바로바로 창조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야.”


“왜, 잘 만든 것도 있잖아. 공간 조절 상징물 같은 거 말이야.”


“원래 창작자는 항상 자신의 창작물에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법이야.”


아이는 장인이라도 되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웠다.


‘풀 죽은 것 같았는데 괜한 걱정이었군.’


“다 모였으니 팀을 짜겠습니다. 모두 이쪽으로 와 주세요.”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리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문하진이 있었다. 고위직이면서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그의 모습이 이번 레이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리하와 아이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모인 이들의 겉모습은... 잘 포장하려 해도 다양성이 높다 정도의 말밖에 찾을 수 없었다.


유령처럼 만져지지 않는 것.

여러 생명체가 뒤섞인 듯한 모습.

예술품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기하학적인 형태.


그저 불길한 물건 정도에 불과한, 그나마 평범해 보이는 것들은...

공중에 둥둥 떠서 말을 하고 있다.


그 인간과 확연히 다른 독특함이 이현상체가 절대 인간이 될 수 없다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중 가장 사람을 닮은 세 명이 같은 팀이 되었다. 바로 리하와 아이, 그리고 그들이 전에 만났던 머리카락이 투명한 여자애.


리하는 내심 쾌재를 부리고 있을 꼬맹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투명머리 여자애가 계속 옆에서 떠들어도 단답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그러다 리하는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리하가 표정으로 뜻을 전했다.


‘ㅋ’


리하는 그러고는 뒤돌아 섰다. 뒤에서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모두 팀별로 모이자 사람들이 동그란 구를 팀별로 나눠주었다. 관리국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이현상체도 쓸 수 있는 통신기라 한다. 리하는 그걸 직접 작동시켜 본 후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냥 전언으로 의사소통 가능한 기기네.’


이어서 문하진의 설명이 이어졌는데 그 중에는 폭탄 발언도 섞여 있었다.


“이 레이드가 여러분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걸 들으셨을 겁니다. 그래서 안전장치로써 여러분이 개인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할 분이 있습니다.”


그 말과 함께 문하진이 리하에게 눈짓했다.


‘내가 하라고?’


리하는 당황했지만 이미 무를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리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하는 울며 겨자먹기로 단상 위로 올라갔다.


“미리 말씀 드리지만 가장 강한 분을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인간 사회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깊은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니 이로 인한 분란이 없길 바랍니다.”


문하진은 관리국 측에서 사전 동의 없이 통솔자를 정한 것에 대해 분란이 없도록 설명을 추가했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었던 듯하다.


“안녕하십니까. 어쩌다 보니 여러분의 통솔자가 되었네요. 흠... 최대한 얌전하게 레이드가 끝나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리하가 단상 위에 올라갔을 때부터 이현상체들은 얼어붙어 있었다. 그 모습에 문하진은 씨익 입가를 올렸다. 그리고 리하의 연설이 끝났을 때쯤에는, 두려움에 떠는 이들까지 있었다.


“레이드에서 난동 피우면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참 고상하게 하시는군.”


누군가 용기를 내어 그렇게 말을 했다가 리하의 차가운 눈빛을 받고 그대로 의식을 잃는 일도 있었다. 리하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뭐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하려 했는데. 할말만 하고 바로 주무셔 버리네. 대학교때 조별과제 빌런이 생각나는군.’


리하는 조별과제의 악몽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역시 리더는 할 게 못 돼. 혼자 다 해야 하잖아. 아, 이 난관을 어떻게 해쳐나간담.’


리하는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지구의 명운이 달린 일이라는 걸 상기했다.


‘그래. 해보자.’


* * *


리하는 단상에서 내려와 문하진에게 방금 일을 따졌다.


“제가 리더를 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 듯 합니다. 설명을 요구해도 괜찮겠습니까?”


문하진은 능글맞게 웃으며 답했다.


“어차피 미리 말해봤자 이현상체들은 제대로 따르지 않거든요. 그럴 바에는 지금처럼 바로 정하는 게 낫죠.


그리고 리하씨에게 사전에 말하지 않은 건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이유에서입니다. 리하씨는 어차피 안하겠다고 손사레를 치셨을 거니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당신이 지구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압니다. 그런데 왜 던전 공략 경험이 풍부한 다른 각성자들을 놔두고 저를 리더로 정한 것인지요?”


“아, 그건 왠지 리하씨는 이현상체들이 잘 따를 관상이거든요.”


“예?”


“하하하. 농담입니다.”


문하진은 대화 내내 리하의 그 격식을 차리는 듯한 무기질적인 말투에 움찔했다. 그런 딱딱한 말투는 그가 더이상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했다.


‘리하씨가 사람이었을 적 성격이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군.’


문하진은 리하의 뒷조사를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파악하고 있었다. 이 정보는 문하진의 감정능력과 더불어 리하를 다루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사람이었을 적 기록에도 이상한 점이 있단 말이야. 신원 기록이 철저한 이 시대에서 어떻게 기록에 구멍이 있을 수 있는 거지?’


문하진은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금세 머릿속에서 지워냈다. 원래 깊이 들어가면 안되는 영역이 있는 법이다. 당신이 심연을 바라볼 때 심연 또한 당신을 바라본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문하진은 심연에게 바라봐지고 싶지 않았다.


연설 이후 팀을 관리, 감독하고 영상을 기록할 각성자들이 팀마다 붙었다. 이현상체들은 그들에 대해 약간 불편해하거나 무관심해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 이현상체 수용소에서 사전에 교육을 받은 모양이다. 수용소에서 비교적 얌전한 이현상체들만 고르고 고른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럼 출발합시다.”


리하는 그렇게 말하며 팀과 함께 SSS+급의 폭주한 침식 공간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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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허와 실, 그 사이 24.12.03 20 1 14쪽
7 허와 실, 그 사이 24.12.02 25 2 13쪽
» 허와 실, 그 사이 24.12.01 28 2 10쪽
5 침식 공간 +1 24.11.30 36 3 10쪽
4 침식 공간 24.11.30 44 3 12쪽
3 이현상체 관리국 +1 24.11.30 53 3 11쪽
2 꿈차원을 얻었다 +1 24.11.30 69 3 14쪽
1 계몽 +2 24.11.30 114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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