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급 코즈믹 호러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시니레네
작품등록일 :
2024.11.22 09:59
최근연재일 :
2024.12.14 10:0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493
추천수 :
24
글자수 :
100,505

작성
24.12.10 20:00
조회
8
추천
0
글자
11쪽

뒤섞임

DUMMY

장치를 찾아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리하는 이대로 클리어 될 수도 있겠다고 잠시 생각했지만 역시나 아니었다.


‘내가 ex급 던전을 만만하게 본거구나. 하긴, 아무리 상성이 좋았다고 해도 레티베아씨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던전이었으면 꼭 우리여야만 할 이유는 없었겠지.’


리하는 이제부터는 제대로 나서야 한다는 걸 직감했다.


리하가 잠깐 하눈 판 사이, 어떤 빛으로 이루어진 적이 그들을 공격했다. 리하는 간신히 몸으로 때워 막아냈다.


‘아까 유리 조형물들이 조형한 빛인가? 상황이 더 난잡해졌네. 우선 이 두 명 보호부터 해야겠다.’


리하는 일단 꿈세계를 소환해서 레티베아와 투명머리를 대피시켰다. 그리고 얼른 공간 상징물을 꺼냈다.


상징물이 튀어나와서는 공간을 왜곡시켜 허공에 글자를 썼다.


“흥미로운 공간이니 좀 연구해봐도 되냐고? 마지막에 제대로 쓰러트리기만 한다면 상관없어.”


리하의 그런 답변에 상징물은 공중에서 위아래로 덩실거렸다. 그리고 이걸 연구하면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아질거라며 좋아했다.


“저녀석 어차피 작은 범위밖에 장악 못하잖아. 저런 큰 녀석을 쓰러트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뭐, 우린 공격당해도 문제될 거 없잖아? 그냥 기다려 보자.”


‘꼬맹이에게 세상을 파괴하는 일을 시키고 싶지도 않고.’


리하는 마음이 섬세한 아이에게 이런 일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일은 공간 상징물에게 맡겨보려 했다. 그러나...


“정말 못하네.”


“딱 봐도 상성 안 좋아 보이잖아.”


체급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공간 상징물이 이를 극복하려 최대한 범위를 크게 늘려서 공간을 조작했다.


공간 상징물의 주변 공간이 도트 그래픽으로 변하는 등 이상하게 변질된다.


그러자 범위에 있던 외곽선이 없는 물체들이 하나씩 전투불능에 빠졌다.


그러나 그건 적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외곽선이 없는 물체가 사라지는 속도보다 장치에 의해 만들어지는 속도가 빨랐다.


“아니, 연구해서 뭔가 업그레이드 할 줄 알았지.”


“의외로 허풍쟁이 속성이 있는 걸지도.”


리하는 결국 꿈세계를 중첩시켰다. 그리고 걸어다는 죽음을 포함한 걸어다니는 개념 시리즈를 불러왔다. 그러나 여전히 장치를 부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꼬맹이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건가.’


그 순간, 공간 상징물이 변이시킨 공간이 암세포처럼 주변 공간을 야금야금 갉아 들어갔다.


‘오, 성공했나보네.’


공간 상징물이 화살표를 띄워 공간을 쫙 잡아당기자 두드러진 듯한 존재감도 사라졌다.


‘레티베아의 비유법으로는 접혀있던 하얀색 도화지가 펴진 거려나.’


그렇게 리하는 아이의 손을 빌리지 않고 ex급 던전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ex급 던전 ‘세상과 존재의 일치’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존재에 업이 새겨집니다.]


[던전의 비밀에 근접한 클리어 방식입니다. 던전의 근원에 한걸음 가까워집니다.]


[차원 ‘세상과 존재의 일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그리고 침식 공간을 빠져나온 후.


“나한테 은근히 능력 못쓰도록 하던데 혹시 내가 잘못 짚은 거니?”


리하는 아이에게 추궁을 당하고 있었다.


“음... 그럴 리가.”


그러나 그런 리하의 어정쩡한 답변에 아이는 넘어가지 않았다.


“그럴 리가라는 건 긍정이야 부정이야. 넌 항상 찔리는 게 있을 때 그렇게 애매하게 답변을 하지. 내가 모를 것 같아?”


‘흠,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는...’


“또 이상한 생각했지?”


“무섭게 왜 그래.”


“혹시 내가 세상을 없애는 걸 싫어 할까봐 그런거야?”


“...”


“리하. 저번에 말했듯이 던전 공략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침식공간과 현실이 공존할 방법을 찾기로 했으니까.”


‘그래, 분명 그런 말을 했었지. 꼬맹이가 이런 목표를 가지게 된 계기가 뭐였을까.’


리하는 첫 번째 던전 공략을 떠올렸다.


자신이 지키려던 연극 세계를 끝끝내 지키지 못하고 상실한 것. 그리고 누군가의 세계를 없애는 경험.


‘둘 다 아이가 겪기에는 너무 충격적인 일이었어. 혹시 그게 트라우마로 남아 집착하는 거라면... 그런 거에 휘둘릴 사람이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일단 확인해 보기 해야겠어.’


리하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곧바로 아이를 떠봤다.


“그때 일이 충격적이었다는 건 알아. 그런데 굳이 너가 책임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그러나 리하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즉답했다.


“과거에 대한 책임감이나 미련 때문이 아니야. 그런 걸로 과거의 일을 무마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나는 그냥 그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거야.”


‘일단 과거 일에 휘둘리는 것 같지는 않네. 이건 다행이지만...’


“그러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될 상황에는 나서지 않아도 되지 않니? 자꾸 그러면 금방 마음이 망가질 거야. 안그래도 모든 세상에 대한 박애가 넘치면서.”


리하의 설득에도 아이는 쉽사리 넘어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내 손으로 직접 목표를 이뤄내고 싶어. 그리고 말야, 세상이 남의 손에 없어지는 걸 지켜보나 내 손으로 없애거나 그게 그거거든.”


“아니 달라. 너가 아무리 둘을 같은 거라고 머리로 이해해도 무의식 속에서 둘은 명확히 다르게 남을거야. 그리고 그 무의식은 너를 천천히 좀먹겠지. 나는 그게 걱정된단다.”


“그런 게 싫었으면 애초에 시작도 안했어. 여태까지 그랬듯이 그냥 꿈세계에 처박혀서 지냈겠지.


그리고 리하가 좋아하는 꿈세계를 뒤로하고 현실에서 지내는 것도 나 때문이잖아. 리하가 그렇게 신경쓸 건 아니야.”


‘능력을 사용할 때 항상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나 못하면.’


하지만 리하는 끝내 아이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것을 리하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이런 건 보통 사춘기부터 느끼는 감정 아니었나. 왜 꼬맹이는 이상한 부분에서 성숙해가지고는.’


“그럼 던전 공략이 끝난 다음 나에게 거기서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줘.”


리하는 마지막으로 타협안을 던졌다.


“뭐? 부끄럽게 굳이.”


“너도 필요한 일인 거 알잖아. 응?”


리하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아이는 백기를 들었다.


“...그정도는 양보할게.”


리하는 한숨을 푹 쉈다.


‘역시 애 키우는 건 쉽지가 않구나.’


ex급 던전이 클리어 된 후, 전세계는 축제 분위기였다.


높은 등급의 침식공간은 발생 빈도가 높지 않다. 때문에 한동안 지구는 평화로울 예정이었다.


‘던전 공략이 생각보다 한철 장사구나. 이래서 다들 각성자를 하고 싶어하는 건가. 아니지, 높은 등급만 그런 거니 낮은 수준의 각성자는 아니겠구나.’


그리고 리하는 저번에 생각했던 대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가상현실로 웬만한건 다 되는 세상이었지만 그래도 직접 현지에 가는 건 다를 거라 생각했다.


‘다른 나라의 이현상체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현상체들의 활약으로 그들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변해가는 추세였다. 때문에 몇몇 안전성이 검증된 이현상체가 평범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진풍경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리하와 아이도 인식 저해 아티팩트를 들고 가끔 밖을 나돌곤 했다.


“저희도 여행을 가볼까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그리고 투명머리네로부터 같이 여행을 가자는 제안을 받았기도 했다. 아이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빛내며 리하를 쳐다보았다.


‘친구와 해외 여행이라. 들뜰만 하지.’


리하는 그런 아이의 눈빛을 못이겨내는 척 제안을 받아들였다.


“리하씨 혹시 다른 문명에도 관심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던전 공략이 끝난지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리하는 문하진으로부터 이런 연락을 받았다.


“다른 문명 말입니까?”


“네. 다른 문명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연락을 많이 받아서요. 물론 지금 도와주신다고 발목 묶일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문명 연합은 리하씨의 선택을 존중할거예요.”


‘안그래도 던전 공략이 막히면서 단서가 끊겼는데. 괜찮은 것 같아. 일단 표면상으로는 강제성도 없다 하고.’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대가는 제대로 지불될 겁니다. 아, 그리고 차원 이동 권한이 발급될 거예요.”


“차원 이동 권한 말입니까?”


“네. 문명 연합에서 좋게 봐달라는 의미로 주는 거예요. 일종의 뇌물이죠. 이게 있으면 어떤 차원이든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게 그렇게 막 줘도 되는 겁니까?”


“그만큼 리하씨의 가치가 높다는 뜻이지요. 너무 부담스러워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러면 여러 곳을 여행할 수 있겠어. 다른 문명이면 꼬맹이가 좋아하려나?’


리하는 문하진과 일정을 조율했다. 그러다 이런 의견도 듣게 되었다.


“아예 다른 문명으로 여행을 가는 건 어떨까요? 그러다 내키시면 침식 공간 하나 해결하시고.”


리하는 한 번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고 꿈차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이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좋은데? 다른 행성도 가보고 싶어!”


아이는 굉장한 반응을 보였다.


‘역시 좋아하네. 현실에 관심이 참 많다니까. 뭐, 이 시기에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도움이 되겠지.’


리하는 아이의 가정교육을 고려해도 꽤나 긍정적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투명머리하고 레티베아씨도 같이 갈 수 있나?”


이런 리하의 걱정이 무색하게 문하진과 레티베아에게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문명 연합도 그정도 융통성은 있습니다.”


“다른 문명이라니 기대되네요.”아이는 다른 문명에 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요즘 고민이 많아 보였는데 잘됐어.’


그러다 리하는 떠올리고 말았다.


‘아, 신들의 정신세계를 조사하러 다시 가보려고 했었지.’


저번에 s급 던전에서 들었던 남자의 말을 상기했다.


이 세상은 단 하나의 신에 의해 창조되고 조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신들이 한 신의 독재를 막으려 침식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는 이야기.


‘독재를 막으려 한다는 부분은 편의적인 해석으로 보이지만 나머지는 신빙성이 있었어. 신들의 정신세계의 구도도 비슷했으니까.’


리하는 이 생각을 아이에게 전하며 다시 확인하러 가보자 말했다.


“다, 다음에 가자. 가도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거야.”


아이는 그 말에 뭔가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 뭔가 숨기는 게 있기라도 한 듯 말이다. 그런 아이의 말에 리하는 딱히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이렇게 말할 걸 어느정도 예상하기도 했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른 문명으로의 여행날이 밝았다.


“가보자! 이방의 땅으로!”


둘은 투명머리와 레티베아 앞으로 마중을 나갔다. 투명머리는 머리 위로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가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앙급 코즈믹 호러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뒤섞임 24.12.14 5 0 13쪽
17 뒤섞임 24.12.13 5 0 13쪽
16 뒤섞임 24.12.12 7 0 12쪽
15 뒤섞임 24.12.11 8 0 13쪽
» 뒤섞임 24.12.10 9 0 11쪽
13 뒤섞임 24.12.08 10 0 14쪽
12 허와 실, 그 사이 24.12.07 13 0 13쪽
11 허와 실, 그 사이 24.12.06 12 1 11쪽
10 허와 실, 그 사이 24.12.05 18 1 13쪽
9 허와 실, 그 사이 24.12.04 19 1 13쪽
8 허와 실, 그 사이 24.12.03 20 1 14쪽
7 허와 실, 그 사이 24.12.02 25 2 13쪽
6 허와 실, 그 사이 24.12.01 27 2 10쪽
5 침식 공간 +1 24.11.30 36 3 10쪽
4 침식 공간 24.11.30 44 3 12쪽
3 이현상체 관리국 +1 24.11.30 53 3 11쪽
2 꿈차원을 얻었다 +1 24.11.30 69 3 14쪽
1 계몽 +2 24.11.30 114 4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