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영지 시찰)

제 2화
-영지 시찰
하일이 정신없는 아침을 보내고 있을 때 필립은...
“안녕!”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자신의 눈앞에 있는 한 여자아이를 보며 잠에서 깨어났다.
‘누구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필립은 반사적으로 뒤로 도약하며 그녀와의 거리를 벌렸다.
‘나도 너무 풀어졌군. 이렇게 사람이 지척까지 왔건만 자고 있다니.’
필립은 잠에서 깬지 얼마 안돼서 정신이 비몽사몽한 상태일 수도 있지만 전쟁터에서 발달한 특유의 정신력으로 극도로 긴장된 정신을 유지했다.
“여기서 뭐해? 마을에서는 못 본 것 같은데...”
앞에 있던 여자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나이는 대략 10살 정도에 키는 140cm 정도이고 리치는...’
필립은 아무 말도 없이 그녀에 대해 분석해 나갔다.
“저기... 대답 좀 해 줄래?”
‘마나를 사용할 줄 아는 거 같고...’
필립은 그녀의 말을 무시 한 채 그녀에 대해서 계속 분석 해 나갔다.
‘만약에 나랑 싸운다면...’
“저기!! 내 말 안 들려!!!”
여자 아이는 말을 걸었지만 계속 보고만 있어서 답답하다는 듯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필립은 귀를 막으며 대답했다.
“들린다.”
“귀가 먹은 줄 알았잖아~.”
필립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용건이 뭐지?”
“응? 용건? 없는데.”
여자아이는 아이들 특유의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용건이 없으면 가라.”
“어? 아니, 잠시만 아직 넌 내 질문에 대답 안했잖아.”
“질문?”
여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 질문! 내가 ‘여기서 뭐해?’라고 물었잖아.”
“그게 용건인가?”
“응!”
여자아이는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
필립은 잠시 자기가 여기에서 시찰 중이라는 것을 밝혀도 될지 고민했다.
‘딱히 상관없지 않을까? 비밀 시찰도 아니고...’
라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영지 시찰 중이다.
“시찰? 음... 순찰이랑 비슷한거야?”
“... 조금은 비슷하다.”
비슷하다는 말을 들은 여자아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오오, 나도 같이 하자!”
“...”
필립은 갑작스러운 반응에 인상을 찌푸렸다.
“시찰이 정확하게 뭔지는 알고 말하는 거냐?”
“응응! 나도 방금까지 순찰을 돌고 있었거든.”
필립은 여자아이의 말에 ‘너가? 왜?’라는 듯이 그녀를 게슴츠레 쳐다보았다.
“나는 동화책에 나오는 레온님처럼 용사가 되는 게 꿈이거든!”
여자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나도 순수한 그녀가 어린아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한 말이었다.
어린아이의 순진한 말이었지만 그 말이 이 세계에서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용사 레온
마치 동화 속에서만 나오는 존재 같지만,
이곳에서의 용사는 1000년전 드래곤들을 멸종시키고 천사와 악마를 몰아냈다는 실존 인물.
동화책이어서 과장된 묘사가 있을 테지만 일 검에 대륙을 반으로 나누었다는 이야기까지 구전되고 있는 인간을 넘어선 무언가.
‘대륙을 가를 수 있는 힘이라면 무언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훈련하지 않을 때는 다양한 역사서를 찾아보아서 꽤 자세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용사라...”
“오! 너도 관심있어?”
여자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 용사의 무위에 흥미가 있기에 조금 찾아보았다.”
“용사님 진짜 강하지!! 드래곤도 죽이고!! 마왕도 죽이고!! 겁나 쎄!!! 나도 용사님처럼 겁나 쎄져서 힘든 사람들을 도와줄거야!!”
여자아이는 한껏 흥분한 목소리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래, 잘 해봐라.”
“그래! 일단 같이 순찰부터 하자!”
“같이?”
“응, 같이!”
당연하다는 듯이 필립을 끌어들이는 듯한 그녀의 행동에 필립은 저항하려했지만...
“싫...”
“자! 일어나!”
그녀가 그의 손목을 잡고 강하게 잡아당기는 힘에 강제로 일어서게 됐다.
“잠...”
“가자!”
그녀가 필립의 손목을 잡아당기자 필립은 인형처럼 끌려갔다.
‘무슨 힘이...’
본인도 장기간의 훈련 덕에 나이에 비해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으나,
그녀의 힘은 분석한 것보다 배는 뛰어났다.
힘을 주어서 뿌리치려해도 번번이 실패하자 필립은 이내 체념하고 받아들였다.
‘...길잡이도 필요했으니 상관없나...’
사실 길잡이라기보다 납치당하는 것에 가까웠지만...
* * *
이른 아침의 시장
시장은 장사준비로 시끌벅적했다.
필립은 그곳에 도착하기까지 리안에게 끌려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의 이름이 리안이리는 것, 9살이라는 것, 자신의 또래중 제일 강하다는 것 등등
“그리고 말이야...!”
“...”
정작 필립은 그닥 관심을 두지 않아도 리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이야기했다.
“아, 저기 꼬치가게 진짜 맛있다. 그리고 저기는...”
정말 시끄러운 아이
그게 리안에게 내린 필립의 평가였다.
‘하지만 싫진 않다.’
원래는 이렇게 말 많은 사람을 그닥 선호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시찰에 지역지리를 잘 아는 길잡이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끌려 다녔다.
실제로 처음에는 저 조잘대는 입으로 다양한 정보들을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가 ‘싫지 않다’라는 결론을 내린 이유는 아니었다.
그가 이런 결론을 내린 이유는...
‘그 녀석과 닮았어.’
그 녀석, 전생의 자신의 유일한 친우였던 녀석.
1000명의 어린아이들을 모아 생체병기를 양성했던 프로젝트 X의 자신과 함께 유이한 생존자.
이름은 모른다. 아니, 모를 수밖에 없었다.
너무 어린나이에 프로젝트에 참여했기에 자신도 그녀석도 이름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름이 없었기에 대장이라 부르며 자신 따랐던 녀석이었다.
전생에 전우가 아닌 친우라고 부를 만한 유일한 존재
‘결국 폭발 속에 몸의 반쪽이 날라갔지만...’
필립은 잠시 감상에 젖은 듯이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때 네가 아니라 내가 임무에 나섰어야 하는 건데...“
상념에 젖은 필립에게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필립, 빨리 와!”
‘대장, 빨리 오세요!“
리안의 목소리에 그 녀석의 목소리가 겹쳐 들리며 필립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 그래 가지.”
성별도 외모도 모두 다른 그녀지만 그 녀석과 겹쳐 보이는 리안을 향해 필립은 걸어갔다.
터벅터벅
“아이, 참 빨리 오란 말이야.”
“...미안하다.”
‘얘랑 그 녀석을 겹쳐보다니...’
절망적인 전장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등대처럼 부대를 이끌었던 녀석과 그저 어린아이의 순수함으로 밝게 미소 짓는 사람을 동일선 상에 놓다니 말도 안된다며.
필립은 그녀를 따라 걸었다.
시간이 지나고 해가 중천에 떳을 무렵
리안은 용사는 당연히 사람을 도와야 된다며 사람들의 시장 일을 도왔고, 필립은 리안에게 끌려 다니며 그녀를 도왔다.
‘난 왜 얘를 돕는거지...’
얘가 그 녀석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얘의 일을 도와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려 할 때마다
“야, 필립 의자 똑바로 잡아.”
되려 꾸중을 하는 리안의 모습에 필립은 무어라 말하지 못하고 그녀를 도왔다.
“다됐다!”
“...”
리안은 다됐다는 말과 함께 그녀가 도움을 준 가게 주인은 보답으로 꼬치를 쥐어주었다.
“도와주어서 고맙다. 보답으로 여기 꼬치 하나씩 가져가렴.”
“고맙습니다!”
“...”
모르는 이에게 도움을 주었더니 무언가 호의를 베푸는 상황.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필립은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었다.
“필립, 뭐해. 이럴 때는 ‘고맙습니다.’하고 받는 거야.”
“고맙... 습니다?”
어색한 감사인사에 가게 주인은 웃으며 꼬치를 쥐어주었다.
“나도 고맙다.”
...
필립은 자신의 손에 주어진 꼬치를 보며 생각했다.
‘이상한 사람들.’
그에게는 불특정 다수를 도와주는 리안도 그것에 대해 보답해주는 가게 주인도 이상하게 보였다.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고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전생 전의 그 녀석과 전생 후의 자신의 부모님.
부모님은 전쟁터에서도 간간이 보였던 모(부)성애로 설명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녀석은 특이 케이스로 치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 시장에서 본 풍경, 호의에는 호의로 대하는 풍경 익숙하지 않았다.
아래 사람들이 윗사람에게 아부를 하듯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호의를 베푸는 척하다가 총을 갈기는 그런 거짓된 호의도 아닌 순수한 선의
특이 켸이스라고 취급할 수도 없게 그런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장.
‘잘 모르겠군...’
까딱하면 목숨이 날아가는 전쟁터에서 살아온 그는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필립, 빨리 와 빨리 안 오면 놓고 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다녔으면서 이제는 놓고 간다는 그녀의 모순된 말에 필립은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간다.”
‘그저 상황이 다를 뿐이다. 이 사람들도 전쟁터였으면 그 녀석처럼 이런 호의를 주지 못 했을 거다.’
라고 한 없이 비관적인 생각을 하면서.
...
“자, 사람들도 많이 도와줬겠다. 이제 놀러가자.”
“놀러?”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편해진 그녀를 마주보며 필립은 풀어진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응, 놀려!! 벌써 정오야! 전쟁놀이 하러가자!”
“전쟁놀이?”
필립은 전쟁이라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응, 전쟁놀이!”
“전쟁놀이가 뭐지?”
“에? 전쟁놀이 몰라?”
“모른다.”
리안은 왜 당연한 상식을 모르느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내 갸우뚱거리는 것을 멈추고 깨달았다는 듯이 손뼉을 짝 하고 치며 입을 열었다.
“웅... 아! 내가 전쟁놀이 때 본 적이 없으니까, 내가 필립을 본 적이 없었던 거구나...”
“...”
“흠... 그럼, 내가 데려다줄게. 재밌을 거야!”
막무가내로 무조건 재밌을 거라고 단정 짓는 행동.
어린아이이기에 넘어갈 수 있는 행동이었다.
리안은 다시 한 번 필립의 손목 잡고 끌었다.
다다다다다다-
‘또 끌려가는 건가...’
“가자!!”
* * *
한편 필립이 또 질질 끌려가고 있을 때
하일의 명령을 받고 필립을 찾으러 나선 미하일과 기사들은 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도련님!”
“도련님!”
모든 기사가 도련님을 부르며 필립을 찾을 때
“아아, 도련님은 어디 가신거야!!”
미하일만 투덜대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미하일경, 경도 좀 찾으십시오.”
“내가 찾게 생겼어! 도련님이 갑자기 없어져서 오늘 아침에 여동생한테 인사도 못하고 나왔단 말이야!”
그 말을 들은 기사는 이를 꽉 물며 생각했다.
‘저걸 상관이라고!!’
하지만 기사는 뭐라 할 수 없었다.
가문의 1기사단 다른 기사단보다 월등히 강한 힘 때문에 단원 모두가 단장급의 대우를 받는 확실한 상위에 있는 정예 기사단이기에...
‘아니, 씨... 강하면 뭐해 죄다 또라이인데.“
천재일수록 미친놈이 많다는 말이 있듯이 1기사단은 2~3명 빼고 전원이 정상이 아니었으니.
그중 미하일이 정상이 아니라는 말을 듣는 이유는 투 머치 토커, 여동생 바보, 그리고...
“미하일경, 그러면 빨리 도련님을 찾고 그 공로로 조기 퇴근해서 동생분을 보러 가면 되는 거 아닙니까?”
“...? 어? 그렇네!!!”
단세포였다.
“와!! 왜 내가 그 생각을 못했지! 야~! 빨리 찾고 조기 퇴근이다!!”
다른 기사들은 그의 반응에 마음속으로 ‘나이스’를 외쳤다.
‘나이스!’
“자, 그럼 찾아... 응? 바로 앞 저기에 있는데?”
?
기사들은 마음속으로 나이스를 외치던 것을 멈추고 머리속에 물음표를 띄웠다.
아니, 아무리 1기사단이라도 바로 찾을 리가 없는데.
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미하일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어떤 여자아이에게 질질 끌려가는 도련님의 모습이 보였다.
...
“야! 저거 내가 찾은거다! 아싸!! 조기퇴근에 내일 휴가까지 달라고 해야지♪”
그런 미하일을 보며 기사들은 생각했다.
다른 1기사단 단원들은 몰라도 저 녀석만은 운으로 자리를 꿰찬 게 틀림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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