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인재가 필요하다!!
"우웨엑--... 카아악 퉤!!!"
"...역시 그냥 끓여서 만들면 안 되는구나."
초콜릿으로 창업하길 다짐했으나 생각해 보니 난 요리에 그닥 소질이 없었다.
장인의 손길도 1렙이라 그런지 별 도움이 안되는 거 같았다.
일단 열매를 넣고 무작정 끓여서 굳히고 설탕까지 좀 쳐봤지만 도저히 먹을게 못 되었다.
"하... 역시 1인기업은 안 되는 건가."
혼자 개발하고 혼자 유통하고 혼자 판매할 생각이었지만 개발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개발정도는 어머니께 도움을 부탁드릴까 하였지만 내가 구상 중인 사업내용까지 알려드리긴 좀 그래서 보류했다.
"어머니는 세상 착하시니까."
지난번 대공이 보내준 금화도 이미 절반 이상 기부하신 게 어머니다.
내 계획을 아시면 초콜릿도 나눠 주려고 하시겠지. 어머니껜 죄송하지만 그럴 생각은 개미 눈곱만큼도 없었다.
"우선 헤드헌팅이다."
창업에 필요한 인재를 찾기 위해 상점가로 향했다.
#
플로라는 오늘도 부모님의 제빵소 일을 돕는 중이다.
또래친구들과 어울리며 아카데미에 다니고 싶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지금은 제빵소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그분은 어떻게 지내실까? 잘 지내셔야 할 텐데.'
그런 플로라에게 최근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며칠 전 광장에서 산책을 하던 중 어이없게도 인질극의 포로가 되어 버렸다.
너무 무서워서 울음조차 안 나오던 상황이었으나 곧 어떤 남자의 기지로 풀러날 수 있었다.
'그때 이름을 물어 봤어야 하는데, 풀려났다고 생각하니 안심해서 기절해 버렸어.. 구해주셨는데 감사 인사도 못하고'
플로라가 깨어나 보니 방 침대에 누워 있었고 부모님이 펑펑 울면서 플로라에게 다친 곳은 없는지 물어보셨다.
이튿날 조사관이 찾아왔기에 조사관에게 은인에 대해 물어 봤지만 조사관은 대답해주지 않았다.
'우연히라도 꼭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플로라는 간절히 바랐다.
"딸랑"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네 나가요~!"
"여기가 이 동네에서 제일 잘되는 빵집인가요?"
"헤헤 감사하게도 그렇게 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어떤 빵을 찾으시나요? 저희 가게에서 제일 맛있는 빵은 이-..."
"...? 계속 설명해주세요."
플로라와 손님이 서로를 바라봤다.
플로라의 바람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플로라는 몸을 기울여 손님에게 다가 갔다.
"화악-"
"....????"
"고마워요... 정말 만나고 싶었어요!"
"....네?"
영문을 알 수 없는 델릭이었다.
#
'헤드헌팅을 하자!!'
그렇게 막연한 생각으로 거리에 나섯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나 아싸잔아...'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어머니 세리웰은 기부를 좋아하긴 했지만 본인의 신분이 신분인지라 사교모임이나 동네 계 같은 건 하지 않고 그저 마을 외곽 집에서 꽃꽃이나 그림 그리기만 하는 사람이었다.
델릭 그러니까 나 역시 어머니가 그런 형편이기에 어릴 적 동네 친구나 소꿉친구 같은 건 없고, 아카데미 입학도 하지 못해 또래친구가 전무했다.
'하... 전생에 직업리뷰 같은 거 봐도 헤드헌터는 인맥이 생명이라고 했는데 어쩌냐 이래서 창업하지 말라는 건가.'
계획이 예상대로 되는 것이 없었지만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우선 빵집에 찾아가 샘플조사 겸 스카우트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래 일단 발로 뛰어다니자!"
목표는 빵집을 찾기로 정했다.
이 세계에도 빵이 있긴 있었다. 종류가 매우 적었지만
그렇게 길거리 설문조사가 시작되었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하나만 여쭤볼-"
"안 사요."
"...."
이 정도엔 상처받지 않는다.
"선생님! 죄-"
"안 삽니다."
"...선생님? 저 그게 아니라.."
"아씨! 안 산다고!"
"...."
상처받지 않는다...
"하하 선생님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한 가지 여쭤볼게 있는데 괜찮을까요?"
"오! 당연히 괜찮죠 그쪽 인상도 참 좋으시네요!"
'이번엔 좋은 사람이다!'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선생님 그러면-"
"그쪽과의 인연은 뚜바뚜바님의 뜻인 거 같네요!"
"..네?"
"하하핫! 세상은 아름다워~! 뚜바♪ 뚜바♫ 하하하하!!"
"....."
"자 같이 춤을 춥--"
"퍽-!"
'시발 미친놈이다.'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도망쳤다.
"헉--헉--, 이 동네 대체 왜 이래? 저번엔 광장에서 인질극을 벌이지 않나! 사람들은 야박하고 대낮에 미친놈이 돌아다니고! 에휴 말세다. 말세야."
사람을 기절시키고 도망친 건 정당방위였다.솔직히 무서웠다고
"하... 여긴 어디야?"
미친놈을 피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느라 평소 다니던 중심가나 집에서 가까운 동쪽구역을 벗어나 마을의 서쪽구역까지 와 버렸다.
길도 잘 모른 채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지만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 거 같다.
'흐읍!! 이 냄새는... 빵 굽는 냄새다!'
냄새를 따라가니 가까운 곳에 빵집이 있었다.
"낡았네... 하지만 맛있는 냄새가 나"
가게의 외관 때문에 반신반의 했으나 냄새를 믿고 가게에 들어가기로 했다.
"딸랑"
"네~! 나가요!"
"여기가 이 동네에서 제일 잘되는 빵집인가요?"
가게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우선 립서비스부터 하는 게 비즈니스의 기본이었다.
'좋아! 우선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정보를 얻자!'
그렇게 다짐했는데
"화악-"
"....????"
"고마워요... 정말 만나고 싶었어요!"
"....네?"
사고가 멈췄다. 비상!비상!비상!!!!!
또래 여자와의 접촉은 생각보다 위험했다.
'아... 안 돼!!'
나는 전생에 혈기 왕성한 20대였다. 그리고 지금은 사춘기가 시작되는 10대였다.
그것이 의미하는바는 간단했다. 내 몸이 내 말을 안 듣기 전에 빨리해결해야 했다.
"하.하.핫!! 네! 저도 만나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이거 좀 놓고 이야기할까요?"
"앗!! 죄송해요.. 헤헤 너무 반가워서 그만 실례를---"
"딸랑"
가게문이 열렸다.
"플로라~ 아빠 배달 다녀왔다! 가게는 잘 지켰..."
플로라라는 사람의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플로라와 껴안은 채...
'툭-!'
누군가의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본능적으로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아니 이건 그게 아니고 어떻게 된 거냐면 저희가 사실 초면인데-..."
"초면이라뇨? 그게 무슨 소리예요!!"
"....?"
초면이 아니라고? 내가? 너같이 예쁜 여자애랑?
당최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 플로라 아빠의 고성이 들려왔다.
"네 이놈!!!!!!"
일단 어떻게든 오해를 풀어야 했다.
"자... 잠시만요! 지금 서로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진정하시고 대화를 하시죠!"
"닥쳐라!! 내 딸이 초면이라고?? 내 딸을 가지고 논 건가!!!"
"아니 그러니까 대화를--..."
"듣기 싫다!!!!"
"퍽-!!"
'아..!'
플로라 아빠의 주먹에선 버터향이 났다.
#
"아빠!!! 빨리 더 사과해!"
플로라는 볼을 부풀리며 아빠에게 짜증을 냈다.
"이거 정말 미안 합니다... 제 딸을 구해주신 분인 줄 모르고 그런 실례를! 크흑 정말 죄송합니다!"
"하하 아니예요!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걸요. 괜찮습니다!"
플로라 아빠는 나를 한 대 때린 것으로 부족해 두들겨 패려 했으나 플로라가 나를 막아선 뒤 오해를 풀어 지금은 플로라 아빠가 내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그때 인질이 이 여자애였구나 되게 예쁜데 왜 기억을 못 했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때 그 아저씨가 대머리라 그것만 기억에 남은 듯했다.
생각에 빠져 있던 중 플로라의 시선이 느껴졌다.
"저... 다시 소개할게요. 저는 플로라라고 해요!"
"아! 반가워요 플로라. 저는 델릭이라고 해요!"
"델릭..델릭.. 음! 좋은 이름이네요!"
플로라는 내 이름을 되새기며 웃어줬다. 귀여운 표정이었다.
"크흐흠! 난 주라크라고 하네. 그건 그렇고 델릭.. 일단 편하게 부르겠네 괜찮은가?"
"네 괜찮습니다. 주라크씨"
"고맙네, 그래서 여긴 어떻게 찾아왔는가?"
드디어 본래 목적에 관한 이야기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플로라를 찾아온 건 아닙니다. 맛있는 빵집을 찾던 중 이 가게를 알게 되었고 가게 앞 빵냄새에 이끌려 들어온 거였습니다."
"하하! 우리가게가 이 동네 빵집중에 제일이긴 하지!"
내 립서비스 의도대로 주라크 아저씨는 기분이 좋으신 듯했다.
다만 왠지 모르겠지만 플로라의 입이 튀어나온 것처럼 보였다. 기분 탓인가?
"그래! 내 자네에게 미안한 것도 있고 우리 딸을 구해줬으니 얼마든지 빵을 대접하겠네! 먹어 보고 싶은 빵이 있나?"
"음.. 아까 플로라가 추천해준 빵도 먹어보고 싶지만, 아까부터 주방에서 나는 냄새를 참을 수 없네요. 지금 주방에서 구워 낸 빵으로 하겠습니다."
"흐음.. 지금 구운 건 플로라가 새로 실험중인 음식이야 평범한 빵하곤 조금 다른 음식일세. 아마 완성작이 아닐 텐데 괜찮겠는가?"
"네! 꼭 먹어보고 싶습니다."
지금 주방에서 나오는 냄새는 정말 맛있게 느껴졌다.
플로라가 주방에서 본인이 만든 음식을 들고 나왔는데 그 모양이 어디서 많이 본 듯했다.
'이거... 카스테라잔아? 카스테라를 혼자 만들어 낸거야?'
"드셔보세요!"
나는 카스테라를 한 조각 베어내어 조심스레 맛을 봤다.
'...!!!'
"어떠세요? 괜찮나요?"
"맛 없더라도 너무 뭐라 하지 말게나 아직 실험단계이니."
두 모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조각들까지 먹기 시작했다
"우걱.. 이거 냠냠.. "
"헤헤 다 드시고 천천히 말해주세요!"
'끄덕-'
플로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카스테라를 천천히 음미하기 시작했다.
전생에서도 먹어보기 힘든 수준급 카스테라였다.
'이 정도 카스테라를 혼자 만들어냈다고?'
순간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크흠, 잠시 실례했습니다."
"괜찮네"
"괜찮아요!! 그래서 어떠셨어요? 맛있었나요? 다음에 또 드시고 싶으신가요?"
플로라는 반응을 기대하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우선.. 이 빵 이름은 정하셨나요?"
"네...? 아니 아직이요. 그건 왜?"
"그럼 저는 이 빵을 '카스테라'라고 부르겠습니다."
"카..스 테라... 음... 특별한 뜻이 있나요?"
'좋았어-!'
속으로 외쳤다.
"네!! 카스테라는 '신이 내린 맛'이라는 뜻입니다!! 정말 훌륭했어요!"
"네?? 정말인가요?? 그런 단어가 있다는 건 처음 들어요!"
"정말입니다... 사실 저는 귀족입니다. 요리에 관심 있는 귀족이죠. 제가 봤던 알기론 먼 외국에선 최고의 음식을 그리 부른다 하던군요!"
"귀족...? 저... 정말인가요? 흑... 제 음식을 그렇게까지 평가해주시다니... 흑... 감동이예요.. 정말 감사해요!"
플로라는 진심으로 감동받은 듯했다.
뭐 누군가 이 장면을 본다면 내게 양심에 찔리지도 않냐고 지적할 수 있겠지만 선의의 거짓말이었다. 이해해 달라고!
그리고 나도 일단 대공의 아들이니까. 뒷 마릉ㄴ근본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었다.
'사생아긴 하지만'
어쨌든 이제 본론을 꺼낼 차례였다.
"주라크씨 카스테라까지 대접받은 처지에서 염치없지만 부탁해도 괜찮겠습니까?"
"아..! 네 괜찮습니다 델릭님!"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아...! 괜찮아 델릭! 아까도 말했지만 제가.. 아니 내가 잘못한 것도 있고 내 딸도 구해줬으니까!"
귀족이란 걸 밝히니 세상 어색해진 모습이었다.
조금 웃기지만 저러니 나도 불편한 거 같았다.
"음..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그래 뭐든지 말만--"
"따님을 빌려주십시오."
"쿵-!"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다.
"....."
"......"
'아.. 너무 줄여서 말했나?'
아싸로 지낸 시간이 길었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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