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권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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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의별
작품등록일 :
2012.11.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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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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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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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쪽

신권혈창(62-4)

DUMMY

죄송스럽게도 너무 오랫동안 연중하여 앞장면이 생각안나실텐데..바로 앞전회의 이 정도만 확실히 기억하심 됩니다.


어? 사내인 내가 먼저 추행당하고 있어?

에잇. 요게 완전 미쳤구만. 그렇담 나도 주물럭이다..어떠냐?



( 62-4 )


( 아 자꾸.. )

골목길을 나오기 전부터 팔짱을 껴온 모용설의 스스럼없는 밀착에 동방백은 말문이 막혔다.

" 어때. 사저나 누가 당장 쳐다보는 건 아니잖아."

그야 그렇지. 그런데 다 큰 여인네들이 그렇게 밀착하면 우리 수컷들은 팔꿈치에 자연스레 그대들의 자산이 너무도 신경쓰이게 되어버리거든? 평소에는 옷위로의 눈길만 조금 오래 방치해도 잡아죽일듯이 째려보며 홱 몸을 돌리곤 하더니만 정말 당신들은 어쩔 땐 왜 이토록 무심할 수 있는 거야?

( 뭐 사저도 간혹 이렇게 날 곤혹스럽게 만들었다만.. )

무심한 척 해보려 해도 본능적 불편함에 기인한 작은 실갱이는 잦아들지를 않는다.

" 설마 지금에야 죄책감에 젖었나 봐? 그땐 잘만 발끈하며 아주 황홀경에 허우적대더만."

팔을 줄곧 굳건히 둔 채 웃음지으며 슬며시 저만치로 향하는 저 고개짓 속에 숨은 의미를 깨닫자 자신의 얼굴이 더 붉어진다.

" 그건 그대가 먼저 날 도발해서 조금 혼내줄 요량으로.."

" 시끄러. 혼 두번 냈다간 내 몸에서 확 떨어졌겠네? 이 색골."

나 절대 그렇게 세게 만진 거 아니거든? 야. 내 수준으로 살면서 색마로 비난받아야 한다면 그쪽이야말로 천상 요부 아니냐? 그나저나 목소리 좀 낮춰줬으면 해. 지나치는 치들이 우리가 뭔가 응큼한 짓을 했노라 다 눈치까잖아.. 이렇듯 여인이 열불을 안가리기 시작하면 난처함은 사내 몫이 된다.

그리고 하필 그 순간 결단코 저 멀리 있기를 바랜 이들 말고도 썩 반길 수 없는 목격자가 지척에 있었다.

== 무사하셨군요. 신수가 훤해보이는데요?==

누구? 자신에게만 은밀히 말을 건 대상을 찾아 모용설이 주변을 날카롭게 두리번거릴 때 동방백은 마침 분명히 아는 얼굴들을 발견하고 필사적으로 팔을 뺐다. 개방의 하급방도 둘이 저편에서 다가오고 있다.

" 아는 이가 있으니 잠시만 혼자 있어. 천천히 주변으로만 걷고 돌아오던가. 절대 멀리가진 마. 잠깐이면 될 테니."

흥. 고분고분 따를까 보냐. 그..그런데 절대 혼자 가진 말고 분명 기다려야겠지? 여어. 안녕들 하시오. 개방 친구들.. 요기는 하셨소?

그렇게 동방백의 주의를 자연스레 배제한 모용설은 이층 찻집으로 냉큼 올라섰다.

" 암살자와의 대면은 아니라서 다행이군요."

창가의 흑의죽립인의 맞은 편에 스스럼없이 앉으며 모용설이 던진 첫말은 누가 엿들더라도 가시가 느껴지는 수준이다.

" 제가 청한 거지만 꼭 그렇게 서둘러야 했나요? 모용 소저."

저건 행인이 많지 않을 때에도 되도록 최대한 경공을 자제하는 무림의 보편적 자각을 지적함이겠지. 불필요한 의례 따윈 집어치우시지. 이 계집 일전에 처음 봤을 때부터 조금 마음에 안 들었지.

" 그건 제 마음이죠. 그런데 북쪽에 계셔야 할 분이 여긴 무슨 일이신가요?"

이 계집..눈치가 지나치게 좋은 거야? 아니다. 아마도 당시에 내가 너무 뭔가에 홀린 듯 부주의했었겠구나. 지난 일이지만 무척 반성한다. 죽립인은 표정을 감추고자 고개를 좀 더 수그리며 답한다.

" 마침 주변에 다른 일이 있어 왔지요. 그런데 아는 얼굴들을 보게 된 지라.."

" 그렇군요. 그렇담 내려와서 정면에서 인사를 나눴어도 우리 둘 다 박대하지 않았을텐데 나만 따로 꾀어낸 연유가 과연 뭐에요?"

이..이봐요. 난 당신과 딱히 묵은 앙금 따윈 있지 않아. 하지만 그런 말투가 당신을 앞으로는 고깝게 보게 할 거 같거든. 그건 그렇고 내가 왜 갑자기 애만 따로 불렀을까.

우문취록은 짧은 순간 상대의 냉막한 태도로 야기된 혼란스런 감정을 추스려 보았다. 적어도 자신이 이쪽보다 몇년이라도 더 숨쉰 자로서 보여야 할 너그러움이란 게 있지.

( 본래 무림의 소문 운운하며 자연스레 정황을 떠보려고 했으나 안 통하겠네 )

상대가 감추지 않는 적의의 근원을 확신하자 우문취록도 알맹이부터 나아가기로 한다.

" 이리 될 줄 몰랐지만 솔직히 축하드려요. 백이 주변의 껄끄러운 상황들을 다 극복하기로 결정한 거겠지요?"

예상했건만 많은 게 축약된 의표에 모용설도 일순 말문이 막힌다. 나 거짓 자랑을 떠들기엔 그간 너무 게으름 피운 거 아닐까? 그녀석에겐 사저랑 시우가 버티고 있는데..

" 세간에선 이미 애 둘은 낳기 충분한 세월이노라 회자되고 있겠죠. 그런데 저 자가 너무 굼떠서 아직은 이 모양이에요."

" 음. 그 바보 같은 녀석이 그 정도일지 몰랐네요. 이렇게 과분한 분을 곁에 두고도 여태껏 갈팡질팡이라니 믿기지가 않네요."

" 고마워요. 우문언니. 나름 고마움으로 갚아야 할 게 있던 인연인데 대뜸 가시부터 세워 미안해요."

아..예.. 갑작스런 언니란 호칭에 쓴 웃음이 앞선다. 이미 승부가 기운 뒤의 여유라 이거니? 어찌되었든 초혼의 입장도 아닌 내가 이 이름난 세가의 영애에게 비빌 순 없노란 결론이 세우자 자연스레 서로를 대하는 마음이 약간은 편해진다.

" 그래서 초야에 묻혀 지낼 거에요?"

" 누가 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나요. 제가 세상에 바라는 것도 딱히 없고.."

혹 들어서기라도 하면...어쩌다보면 자연스레 그리 되는 게 여인들의 흔한 삶이지.. 잠시 대화가 잦아들자 우문취록은 화제를 바꾸었다.

" 신녀궁이 광동 십자맹의 숨은 주인인 건 아마 익히 알고 있을 거에요. 그들과 무쌍성이 거래를 트기로 정했나요?"

"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근자엔 많은 강호세력들이 태생적 적대감만으로 관계를 한정짓진 않잖아요. 결맹 이후 왕래의 명분이 트자 무쌍성의 재력을 부러워하며 본받을 점을 찾아내고자 승려와 도사들마저 사람을 보내 살피게 했다 하니 신녀궁도 그런 의미 아닐까요. 사실 그에 관해선 전혀 몰라요. 저 같은 외부인이 그런 사정을 꿰뚫고 있는 게 이상하겠지요. 아무래도 그 사람은 그런 바깥 일에 너무 무관심한 것이 큰 일을 해내긴 힘든 거 같아요."

" 후훗. 동의해요. 야심가가 되기 위해선 일단 양심이랄 게 많이 없어야니깐요."

" 아?! 그런 건 생각하기도 싫네요. 그딴 건 멀리 갖다 버려야죠."

" 호호. 잘판단해야 해요. 너무 늦으면 안되니깐."

사람은 착하다 평가 정도의 공유만으로도 대화는 밝게 일단락 되어버리는 듯 했다. 모용설이 불현듯 우문취록의 배경을 다시 떠올려내기 전까진 그랬다.

" 그런데 흑수궁은 어떠한 변화의 징조가 있나요?"

내가 이런 남쪽에 기웃대는 것 자체가 평범한 일이 아니다 이거구나? 질문에 숨은 뜻을 간파한 우문취록의 표정이 절로 구겨진다.

( 우리 쪽의 변화라.. )

신녀궁은 그래도 오랫동안 강호에 소수의 대행인들을 통해 계속 간단한 교류라도 이어온 반면 무림인들에게 있어서 자신이 속한 흑수궁의 강호 출도는 그저 가정 자체가 무섭다. 원명 황조의 교체 시절 흑수궁이 쌓은 살업들의 여파가 아직 잔존해서기도 하지만 흑수궁의 특별한 배경 때문에 그렇다.


-- 흑수궁은 강호에 속한 자유방파가 아니다 --


의심의 화신 주원장이 말년에 자신의 천수가 다 하기 전 구파일방들조차 예외없이 무림이란 무법천지의 틀을 밟아놔야겠단 생각 하에 무림왕이란 칭호로 흑수궁과 동방검성으로 대표되는 무림세력 간의 충돌을 꾀했음은 강호인들에겐 주지의 사실이다.

다행히 결행은 일부 무림 세력의 처단에 그쳤으나 이후 북방 정벌에 공들였던 영락제의 영향 아래에서 일정 부분 희석되었던 흑수궁의 위명은 은연중에 도로 높아졌다.

그리고 영락제의 손자인 현 황제 역시 강호인들의 분란을 잠자코 지켜보지 않을 성향이라 예측되기에 흑수궁은 여전히 황궁이 무림에 언제든 즉각 휘두를 수 있는 예리한 칼로 치부된다.

정면에선 흑수궁을 정파의 기둥으로 추앙하면서도 뒤에선 무림의 소란에 적대적인 황군 휘하의 군벌의 하나로 인식하는 게 강호 윗선들의 보편적 생각이리라.

개별적으로 관에 투신해 벌어먹는 그보다 몇 갑절 많은 강호인들의 존재는 깡그리 무시하면서도 흑수궁만 따로 그리 생각하는 것이 웃긴 점이다.

" 세상 소문의 태반은 과장이라고.. 칼밥 먹는 놈들 중에 좀 더 잘 싸운다 뿐이지 과로해서 나이 서른에 병들어 죽고 매장이 방심해서 똥으로 오염된 가시 함정 따위에 다쳐 죽고 ..정예 하나를 만들기 위해 훈련 중에 그 세 갑절이 낙오됨을 알면 그렇게 무서워할 필요 없는데..우리가 고작 뒤에선 말장사로 겨우 목숨 잇는 걸 세상이 몰라?"

아하. 말을 거래하는 세력이 자주 끼니 걱정을 해? 호호.

" 알아요. 하지만 제 세가는 여기보단 언니네 쪽 소문이 좀 더 무성히 듣고 자라는 동네에 자리하고 있죠."

" 그렇담 내가 여자로 태어난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할 거야. 안 그랬다면 일찍이 모용세가에 찾아가서 내 신부로 동생을 약탈해왔을테니.."

" 어머나. 그랬으면 우리의 아들들은 어쩌면 슬슬 수염도 날 시기였겠네요."

하하..그..그런데 그 가정까지는 굳이 꺼내지 말았어야 해. 평생 잊고 살고 싶은 우리의 숫자를 자각하게 되잖아..

아..? 그렇구나.

청초함 따위보단 농염이란 관념에 훨씬 가까운 건 자신도 마찬가지인 모용설도 슬며시 말문을 닫는데 동참한다. 굳이 전장에 안나서도 마흔도 안되어 펑펑 죽어나가기 바쁜 이딴 시대에 자신들은 이미 저 아래에 놓여 지금도 자라는 중인 것들과 뭔가 달라졌다. 그래서 이젠 다급하기까지 한 거구.

" 아무튼 잘 지낸다니 되었지. 나중에 아기 이름이나 서편으로 알려줘."

" 언니야말로 너무 멀리 갔어요. 하늘을 봐야 별을 따죠."

으음..의외네..혹시 방백이 그놈. 겉만 멀쩡한 거 아닐까. 우문취록이 이름을 아는 수컷중엔 그런 이가 아무도 없었다.

" 그렇담 당장이라도 해치워라. 남들보단 앞서야 위신이 서. 그리고 꼭 그 직후엔 물구나무를 서서 버티라구."

" 그거 수태에 효과가 있는 거긴 해요?"

" 나..쁜 건 없지 않나?"

자신을 대상으로 흉흉한 사연이 운운 중임을 일절 알리 없는 동방백은 개방 방도를 통해 들은 뜻 밖의 돈벌이 기회에 고민 중이다.

( 성주가 직접 연 비밀시합에 사부님만 따로 동참? )

사파답게 무투를 매개로 어딘선가는 종종 잘 공개되지 않은 지하도박이 벌어지는 건 익히 듣고 살았던 부분이다. 그런 건 군산에서의 정사 대회전에서조차 공개적으로 행해지던 남정네들의 본능이었다.

단지 성주가 주관하는 자리인데 직속당주인 자신은 정보에서 철저히 제외되고 정작 외인인 사부가 성주와 뭔가 작당해 따로 논다는 점이 뭔가 마음에 안들었다.

여섯가문의 중요인들의 참석자리인만큼 결국엔 개방에게 성립 자체를 끝까진 숨기진 못했을 터이나 아직까진 때와 장소의 정보조차 없이 근시일에 행해진 거란 점만 알려졌노라 한다. 그 정보는 결국 철위명이 자리했던 술자리의 기녀들 중 하나가 개방에 대가를 요구하고 판 거라고..

( 필시 장소와 시간에 관해서도 개략적으로나마 알 텐데 그래도 가장 민감한 부분까진 외부에 안 흘리셔서 다행이다만 )

사부님을 움직이게 하는 건 역시 여색 외엔 딱 하나 뿐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재물을 약속 받았을 터. 과거 그 어떤 시기보다 풍족한 돈을 지녔으나 남들보다 부자라고 으스댈 수준은 아니다 싶던 차에 큰 돈에 생각이 미치자 조금 약오른다.

( 그러다가 어디 다치시면 어쩌려고.. 철양문이란 한 배에 탔거늘.. )

아니 사부님 안위도 안위지만..솔직히 자신도 남들만큼은 물욕이 강하면 강했지, 없진 않다.

개방도들은 평소 신경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데 이렇게 유용한데가 있다 생각하니 평소 여기저기에서 마주치는 거지들을 애들을 통해서라도 적극 적선한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건 매번 개방의 거지들이 알아서 기웃대서였지 먼저 접선하는 일반적인 방도는 전혀 모른다.

" 이 아저씨에게 모든 걸 맡겨두면 된단다. 동생이 좋아하는 것들도 자주 사주마. 그리고 그곳 장주에겐 모든 걸 아주 잘 말해주겠다. 그래서 몇 살이라고?"

" 열 세살이에요. 보름 후 열 네살이고요."

근처에 있으란 말에 같은 길만 초조히 오고가던 차에 본의 아니게 변변치 않은 두께의 벽 너머로 남녀 간의 수작을 접하게 되자 사내는 본능적으로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 그래. 너도 슬슬 남녀간의 즐거움을 배워가기엔 괜찮은 나이로구나."

" 네? 그..그건..무슨 말씀이신지.."

" 뭐긴..이런 거지."

아앗?!

으음..나도 겨우 열다섯 나이에 저보다도 한살 어린 시우에게 같이 살자 말을 건넸다만 열 네살이 과연 동침을 시작하기에 충분한가.? 뭔가 남정네쪽에서 사기치는 냄음을 풍기지만 얼마전의 일로 하나 배운 게 있다.

괜히 남녀관계에 섣불리 나섰다가 욕만 바가지로 처먹는다는 걸. 일부러 손발 묶고 즐기는 부부도 있는 판에..흥!

" 저기..이러실 거란 이야기는 없었잖아요?"

" 멍청한 것. 그럼 남녀가 남들 모르게 따로 의논할 게 뭐가 있느냐? 지금이라도 다 없던 일로 할까? 이 이상 내 쪽에서 매달리는 건 나야말로 사양하련다. 네가 여길 그냥 나가면 과연 누가 손해인지 보자구."

와 마음에 썩 안 들지만 아주 괴악한 상황은 아마도 아니겠구나. 밑바닥에 놓여 살던 어린 시절 직간접적으로 접한 주변의 여인네들이 결국엔 호사를 위해 대가로 자신을 팔며 사는 걸 얼마나 숱하게 봤던가..

옛 기억을 떠올리니 저 정도론 강압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

( 스스로 살기 위해서 어느 정도 희생해야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

그 상황에서 만약 냉소에 좀 무게를 뒀더라면 필시 씁쓸한 웃음으로 그렇게 지나치고 말았을 순간이었다.

" 그럼 제게 꼭 보증의 증표로 당신의 그 팔찌를 넘겨주세요."

" 허허. 간당간당한 미모의 촌 것 주제에 의심이 태산 꼭대기에 처앉아 있구먼. 듣자 듣자 하니 너랑 내가 지금 무슨 혼약이라도 하려는 줄 알아? 미친 년이..나 그냥 간다."

뚜벅 뚜벅.

어어. 동방백은 깜빡 주저하던 사이에 대문을 스윽 나선 자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쳐지고 말았다. 어둠이 짙어진 이 시각에 어울릴 행인이라 보기엔 그 어쩡쩡한 태도가 눈에 걸렸음인가. 녹의사내의 눈이 위 아래를 빠르게 훑는다.

" 어이 형씨. 꼬락서니로 보아하니 쥐새끼 짓을 하던 중인가? 시간도 많으이?"

머리론 그 질책에 대꾸할 게 없으나 날카로운 음색이 너무 삐딱해서 괜히 기분이 거슬린다.

" 산책 중에 하도 큰 소리가 나서 관에 신고해야 할까 잠깐은 고민했더랬지. 그 뿐이네."

" 하하하."

관과 강호인의 일반적 거리감을 아는 처지에 웃기지도 않을 대답이었다. 지닌 병기는 없어 보인다만 한 눈에도 서생 따위랑 천리 거리에 놓인 건장함으로 관을 운운해?

" 거 시덥잖은 짓은 되도록 자중하고 사소. 오래 살고 싶으면 말이지."

엿듣던 자신을 태도만으로 스윽 알아챈 것만으로도 꽤 날카로운 무인의 감을 가진 듯 보인다. 복장을 봐선 무쌍성 소속이 아닌데 외지인에서 왔겠지.

" 흠. 그 충고 새겨듣겠네."

자칫 수 틀리면 칼을 뽑아들 표정과 더불어 풍겨오는 옅은 주향에 동방백은 쓴 웃음이 나왔다. 맘에 안 들어도 자신이 화낼 입장은 아니다 싶어 태도를 조심했는데 그것이 생각지 못한 불청객이 끼어들 여지를 준 것 같다.

" 무쌍성에 속한 당주님에게 일개 칼밥 인생이 그 무슨 말 버릇이냐?"

움찔. 이크. 높은 신분이었나? 하는 자각으로 뒤의 동방백을 슬쩍 돌아본 녹의 사내의 눈이 잠시 흔들렸으나 그뿐이었다.

" 흥. 이 동네에선 한 식구 아닌 놈들은 자신 몸에 달린 입도 맘껏 나불댈 수 없단 말이냐? 사실 나도 이 동네에 머문지 족히 몇 달이 되었다만 내가 모르는 이가 수두룩한 게 큰 잘못이던가."

" 흐흐. 그건 아니지. 나야말로 이곳엔 초행길이니깐."

외인의 처지에서 당주 직위를 운운하면서 날 두둔해? 낯선 갈의 사내의 기괴한 풍모에 동방백은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녹의 사내가 가던 방향을 막아서며 나타난 자의 이목구비와 음색이 되짚는 기억 속에 전혀 없었으니까.

그리고 얼핏 마흔 줄 이상으로 보이는 그 낯선 자의 등 뒤엔 허름한 장포를 온통 둘러쓴 기괴한 동행이 한 명 더 있었다.

" 허. 대놓고 시비를 거시겠다? 좋아. 계집질이 서투른 스스로에게 화가 나던 차에 네놈 피맛 좀 보자."

" 남색이라면 사양한다. 대신 네 그 짙은 갈증대로 네놈이 날 이기면 내가 데리고 다니는 노리개를 밤새 품게 해 주마."

노..노리개라니? 갑작스런 제안만큼 단박에 스스로 청자들에게 의문을 해소시켜준 갈의 사내였다. 훌러덩. 그의 손짓 한번에 침묵하던 곁의 동행은 어둑한 골목길에서도 확연히 빛나는 하얀 맨살을 모두에게 공개해야 했음이니..

이..이런?!

결코 일상적이라 할 수 없는 광경에 주변엔 일순 정적만이 흐른다.

흐윽.

치욕감에 고개를 저만치 돌린 터라 연령을 정확히 가늠할 수 없으나 그 짧은 순간 놓치지 않은 부분이 더 많았던 두 관객의 관람은 잠시 후 강제로 끝났다.

" 혹시 달고 있지 않나 걱정을 불식시켜주기엔 충분했으리라 보는데?"

새꺄. 무공의 무자도 몰라도 명색이 사내라면 소경도 일순이나마 번쩍 눈뜰 상황이었던 건 굳이 두말 해서 뭐해? 다 네가 벗기고 네가 가렸잖아. 우린 잘못 없다.

" 음..사정은 몰라도 한 가련한 여인이 참 개 같은 놈의 손아귀에 걸려 고생중이시렸다? 생각이 바뀌었어. 네놈의 더러운 몸통에서 사지 하나 정돈 잘라야겠다."

" 하하. 십단연검의 조영. 서른 전까진 청해성 인근에서 제법 이름값 좀 지녔었다 들었지. 마흔 줄에 이른 지금은 과연 어떠할까?"

날 알아? 갈의사내가 신분을 정확히 내다봤음인지 등 돌린 녹의사내가 일순 움찔했으나 딱 그 뿐이었다.

" 후후. 노닥이며 산 세월이 길다만 아직 개새끼의 멱을 딸 만큼은 될 것이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면으로 내달리는 빠르기가 앞서 일류 미만이라 매긴 역량의 예상치를 조금 웃돈다.

아무래도 얼마 전에 짧은 자웅을 겨룬 촉산검가의 황영단만큼엔 못미치는 듯 했으나 저 한번의 돌진만으로도 그후 펼쳐질 십단연검이란 초식 견식의 즐거움을 기대해볼만 할 터.

" 십격도 필요없다!"

칠격내에..컥!

돌진하던 것보다 더 빠르게 튕겨져 나오고 마는 조영의 몸에 동방백은 비호같이 치달았다.

상황을 정확히 판단내리기 앞서 조영의 몸 너머로 느껴지는 살의의 방향을 직감한 것.

꽝!

그 갑작스런 발차기로 앞뒤로 타격 당한 꼴의 조영이었으나 동방백의 그 망설임 없던 결정 덕분에 겨우 목숨을 보전했음을 알게 되는 건 나중의 일이다.

" 그런 수준의 내가 고수가 괜스레 약한 상대를 격동시켰나?"

이갑자를 훌쩍 웃도는 기파의 물결에 동방백이 깜짝 놀랬을 땐 조영의 십영검은 고작 사초에 머물러 있었고 대략 육초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위력에 달한 무인의 검은 수수깡처럼 박살나버리고 말았음이다.

수백 개로 조각난 자신의 검편에 겉이 엉망이 된 그를 그대로 관통해 자신을 향해 정확히 폭발한 그것은 고명한 경지의 내가장이었다.

애초부터 힘의 태반이 첫 대상을 관통하는 수법인데 조영은 안타깝게도 그 약간의 나머지 잔력도 견디지 못할 방호력의 소유자였던 모양이다.

물론 주취가 다소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나 거의 백양음의 마황장을 연상시킬만큼 강맹하면서도 음흉하게 위력을 꽁꽁 감춘 암격을 무림에서 실제 접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으니 결과가 역전되었을 거 같진 않다.

" 거 애매한 위치라 이거 실수 좀 했수다."

" 하. 지랄한다!"

으음. 그 찰나에 자신을 같이 노린 걸 확신했나? 뭐 그 정도에 허둥댔더라면 너무 실망스러웠겠지. 크크큭. 웃고는 있지만 갈의사내의 마음 깊숙한 곳에선 당혹감이 스물스물 피어나고 있었음이니.

( 이 암장을 저토록 쉽게 파해하다니..과연 낙일탑의 노괴를 상대로도 대등하게 싸웠노란 소문이 사실이겠구나 )

초연휘가 악불산이란 내력이 불확실한 외인을 단박에 본 성당주에 앉힌 것에 대한 세간의 수근거림은 현월방의 일이 알려진 뒤부턴 대부분 잠잠해졌으나, 모두에게 불식된 건 아니었다.

" 내게 뭔가 묵힌 원한을 가졌다면 지금 밝혀라. 뭉개주기 전에 궁금한 건 풀어야지."

조영의 몸을 반대편에서 타격하던 순간 자신의 삼분혼원기가 대번에 사성의 반동으로 솟는 것에 적지않게 놀랬다.

암격이란 사실은 빠르게 확신했지만 이삼 년 전의 자신이었다면 단 한 수에 내상을 피할 길 없을 위력이었던 것.

삼원경의 초입을 거쳐 혼원기로 정립한 후 처음부터 이렇게 강맹한 일격을 마주한 적이 있던가.

조영의 안위를 챙기려던 목적이 최우선이겠으나 진짜 소득은 따로 있었다. 초장부터 이 이상의 타격이 가능한 고수를 상대론 순차적 발동 기반인 자신의 역량의 문제점을 망각하고 살았는데 이번 일로 자신 무공의 취약성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리라.

" 후훗. 원한은 무슨.."

저 일관된 미소가 무척 기분 나빴던 동방백이 기수식을 정식으로 취하기 전에 먼저 고개를 숙이는 상대다.

" 난 그대처럼 남들보다 이르게 경지를 이룬 치들을 적극 흠숭하는 자요. 조만간 내 쪽에서 정식으로 예물과 함께 인사 드리러 가리다. 귀공 만큼 만나고 싶은 다른 호걸들로 가득한 이곳 무쌍성 아니오. 하하하."

한결 가까운 십 보 남짓 거리에서 접한 상대의 치렁치렁한 머리의 반은 노인처럼 희뜩하다. 중년을 넘어 노괴였던가.

" 귀공이 그들 중 선두가 되어준 건 영광이 아닐 수 없소."

어어. 실로 정중한 포권을 앞세우는 건 예상치 못했다.

" 처음부터 날 시험하고 싶었단 겐가?"

" 물론이오. 귀하와의 대면이나 마침 적당한 미끼와의 조우 그 모두 맹세코 단순한 천운이었을 뿐이외다. 그럼."

음. 저토록 품위 있게 도망치려 하는 놈도 흔치 않은데? 놈과 벌어지는 거리만큼 어째 적대감이 너무 쉽사리 풀리는 기분이다.

사람이 이토록 간사한 게 영웅호걸의 하나로 추켜세워지는 것은 강호인들의 자존 욕구들중 하나다. 그리고 자신은 그리 불린 적이 솔직히 거의 없다.

" 그딴 존중의 방식을 나 아닌 다른 이들이 반길 거라 믿는가?"

" 흐흐. 모르겠소. 하지만 그 말씀인 즉 기분이 나쁘진 않았노란 거겠지요?"

엇. 들켰네. 이래서 눈치빠른 애송이 놈은 싫다니깐.

" 그 계집은 내 집안 사람인데 그녀라면 사흘은 너끈히 귀공의 밤을 외롭진 않을 것이외다. 이런 대접이 흔하리까?"

무슨?! 두둥실 떠가는 사내가 흘린 무형의 잠력은 그가 잊고 간 물건을 동방백에게 강제로 떠넘겼다.

이크. 암습을 걱정해 부득불 장포여인을 본능적으로 밀쳤다가 그녀가 땅에 주저앉기 전에 겨우 손목을 낚아 챈 동방백은 난감했다.

장포가 워낙 헐렁한지라 그 찰나에 틈새 사이로 골짜기가 스쳐갔음이니..

" 괜찮으시오? 부..인.."

서른을 일찌감찌 넘겼으리란 추정에 자신도 모르게 어조부터 유해졌다.

( 가련한지고.. )

전투불가의 기력인 그녀에게 단도 같이 숨긴 무기가 없으리라 판단한 후에야 조금 안아든 것 뿐이거늘..그런 추임새를 목격해야 했던 이들에겐 괜한 오해만 더한 모양이다.

" 지금 뭐하고 있는 거죠?"

아 그게. 어떤 새끼가 갑자기 나타나더니..이름모를 이 소저..아니 부인을 나에게 버리고 갔는데 단지 그뿐.

" 혹시 우리가 여기 나타난 순간이 너무 나빴다고.."

아 그래. 그거야. 뜬금없이 튀어나온 우문 누이 당신도 그렇고 왜 그림이 이렇게 되냐고? 표정으로만 동의하려는데 그리 천천히 말하던 우문취록이 예고없이 배신을 한다.

" ..라는 헛소리만 안 하면 용서의 여지가 있을 거 같군."

빠득.

하하. 도끼눈의 모용설에 비하면 그래도 다른 한 쪽은 말이라도 건네주네.

" 음. 내가 하늘 아래 떳떳지 못한 게 있을 거 같소? 전부 설명 가능한데.."

우문취록를 향해 이를 드러내 보였으나 그녀들과 시선이 마주한 순간 움찔거림을 다 감추진 못하였나 보다.

" 다 필요 없고 어째서 그 계집이 홀딱 벗고 있는지만 설명해."

아?! 새끼가 기왕이면 좀 더 긴 장포를 입혔을 것이지..종아리 아래로 너무 시원했군. 내가 요즘 약간 정신없이 사는 거 같아. 그래. 다 이해했으니깐 그렇게 몹쓸 눈빛들 하지 말구 그럼 우리 함께 그녀의 신상 내력을 캐봅시다.


..지금은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아요..


뭔가 한참 육체와 정신 모두 피폐해 보이던 여인은 대답을 피했다.

" 곤궁하게 살아온 신분은 아닌거 같은데.. 그 망종이 어디선가 납치해 며칠간 맘대로 겁탈하고 다닌 거 아닐까?"

두 여인은 엄청난 미색까진 아니나 젊었을 적에 꽤 반반했으리라 싶은 그녀의 나이를 내심 서른 중반으로 판단했다.

" 설사 그런들..관에 무난히 설명하기 뭔가 곤란한데... "

" 그럼 오늘부턴 여기 이 새로운 망종 밑에 깔릴 처지인가."

그 무슨 끔찍한 가정인가요..속이 부글거려도 당장은 그럴리가 ..그럴리가 불만어린 표정만으로 참는다.

" 몸에서 좀 냄새가 나던데..누굴 시켜 좀 씻기지."

장원이 아닌 작은 객점의 한 층을 통째로 빌림을 택한 건 우문취록의 생각이었다.

" 목욕을 즐길 심정이 아닐 거 같."

" 야. 시끄러우니까 넌 참견하지 마. 아니 엿듣지도 마."

쳇. 흥. 한마디 꺼내든 순간 동방백을 망설임없이 내쫓아버린 우문취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 가끔 강호인으로서 무공 실력만큼 좋아진 후각이 조금 싫어질 때가 있어."

" 음. 그녀가 중독된 건가요?"

모용설의 말에 우문취록이 뭔가 말을 하려다가 시선을 내리깔았다.

" 저기..동생은 사내들이 우리 몸에 남기는 냄새를 전혀 몰라? 멀리 가지 않고도 방백이에게서도 평소 가끔 나는 수상한 체취란 게 있을텐데.."

그림자를 통해 동방백이 종마고와 함께 거리를 두고 있음을 확인 후 던진 말 뜻을 바로 깨달은 모용설도 시선을 피했다.

" 움..그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지만 절 붙들고 괴롭힌 건 전부 계집들이었던지라..아아..그 이상은 도저히.."

아..신무궁 계집들이 네가 가련해 최후의 선은 안 넘겼나 보구나. 그건 그렇고..

" 저거 필시 어젯밤에도 누군가와 찐하게 뒹굴었나 봐. 어쩌면 하나도 아니고 여럿?"

역시 그 냄새를 말함이었어. 윽.

" 그놈이 제 마누라에게 싫증이 나서 버리려던 참에 마지막으로 실컷 썼을지도. 난 짙은 내음이 너무 거슬리는 거야. 하루 전의 것이 아닐 수도 있고."

아악. 생각하기도 싫다. 세상에 나쁜 놈이 많다 생각했지만 보통 미친놈이 아닐 수 없구나..그건 그렇고 왜 제가 품고 자던 마누라를 하필 방백이에게.. 모용설의 표정이 구겨지자 우문취록이 고개를 저었다.

" 그게 아니면 전날까진 청루에 몸 담았다거나..어쩌면 그 나쁜 놈 혼자만의 흔적이 아닐 수도. 듣자 하니 어떤 놈들은 혼자보단 굳이 여러 새끼들이랑 작당해.."

세상에나. 상상하기도 싫은 말들만 골라하네.

" 진짜 어떻게 그런 정황을 아무렇지 않게 떠올리죠? 혹시 남들 몰래 바지 아래 나랑 다른 거 감춰둔 거 아닌가요?"

" 그야 내가 이 방면에선 너보다 좀 더 냉정하니깐. 사실 난 그간 운이 좋았다 할 수 있지. 전란이 잦은 곳에서 붙들려 수가 없는 처지에선 얼마든지 백 명도 넘는 놈들에게 시달리다가 모래 위 망령이 될 수 있는 거야."

그딴 건 굳이 강호의 여인이 아니더라도 모든 여인들에게 벌어질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불행이리라.

" 그런 고향이라면 영영 돌아가지 마요."

" 흥. 북방의 여인들은 나약하지 않아. 한번 죽으면 죽고 마는 거지. 그리고 여기 어슬렁대봤자 남이 실실대며 매년 애 싸지르는 꼴밖에 더 보겠니."

아?! 피식. 그래. 연적으로서의 마음이 벌써 사그러들긴 바래는 건 욕심이겠지. 우문취록이 저렇게 우회적으로나마 이죽대는 정도는 어쩔 수 없다.

" 그렇지만 지인의 경우라면 살면서 한 번은 살짝 엿듣고 싶기도 하고."

" 거..참 악취미네요."

" 오늘 밤 내가 없는 방에서 결행하는 거 어때?"

그 무슨?! 마치 차마를 함부로 들추려 든 사내를 보는 듯한 모용설의 반응에 우문취록은 피식 웃었다. 이것들 진짜 안 한 거 같은데?

" 저 자식. 말은 안 해도 어쨌든 거의 헐벗은 여인네를 접하고 지금 속은 온통 심란할 수 있어. 사내란 자고로 그런 것들이거든. 우리가 없었으면 여기 위로의 대화를 핑계 삼아 숨어들었을지도 모르는걸. 타인의 안된 사정 따위 사실 당장의 내 감정과 뭔 상관일까."

" ............ "

" 혹시 너의 동행인 저 천산 출신의 모자란 애가 매번 그걸 방해했더니?"

그런 염려는 없는데..아 어떡하지? 예고 없는 충동질에 고민 하던 차에 동방백이 문을 두드렸다.

" 들여보내 주시오. 알릴 말이 있소."

" 뭔데요?"

정작 당사자 앞에서 도로 냉기로 돌아서는 모용설의 눈빛에 우문취록은 내심 고개를 절로 절로 내저었다.

" 저기 이곳 주인에게 밥값을 내지 못해 붙들려 있던 두 소녀가 있던데..그 애들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있소."

알고본 즉, 조영이란 작자는 동방백이 이번에 얻은 장원과 이웃한 장주에게 고용된 신분이었다. 곰곰히 생각해본 즉 어쩌면 자신과는 스치듯 눈인사를 한 적이 있을지도 몰랐다. 큰 집이 거저 생긴 게 좋아 정신이 산만했던 며칠 아닌가.

( 분명 나와 통성명을 한 이는 없었어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자매들 중 언니되는 이에게 자신을 잘 알고 있다 멋대로 들먹이며 고용을 미끼로 농락하려고 수작을 피운 격.

" 그대로 맞아 죽어도 싼 인간을 내 돈 들여 돌본 게 조금 원통하오."

" 돈 많아졌으면 이제 좀 주변에 베풀고 사시죠? 그런데 당신이 말한 그 애들에겐 대체 어떻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 거에요?"

" 난들. 영문을 모르겠는데 내 장원에서 일할 여인들의 머릿수가 좀 많아서 자신들은 그들의 잔업을 위해 고용될 예정이었다 하더군."

" 후후. 당신이 언젠 뭔가에 빠삭한 게 단 하나라도 있었던가?"

음..당신 사저에게 물으면 아마도 알 수 있을 텐데..일단 난 아무것도 몰라.. 장원에 기웃대던 스무 명의 젊은 여인들을 죄다 내쫓은 일을 이런 식으로 추궁 당하게 될 줄 몰랐던 모용설은 괜스레 가시를 세운다.

" 하는 일이라곤 맨날 어디서 여인만 주워 왔더랬지."

씨. 곤궁에 처한 이를 도운 게 그리도 죄야? 정작 주워도 죄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애들 뿐이었는데.

" 아무튼 많이 서글퍼 하기에 고작 둘 정도면 그들 바램대로 내 장원에서 일하게 할까 하는데.."

" 그래서 몇 살들인데요?"

" 큰 애가 열 세살이라던데.. 아, 거 참! 내가 그토록 막 되먹은 놈인 건가? 잠자코 있자니 뭔가 기분 더러운데?"

아휴. 미안해요. 하긴 매도 너무 몰아 맞으면 많이 억울하겠지.. 그렇게 굴절을 겪고 동방백의 장원에 고용된 두 자매의 첫 임무는 목욕물을 준비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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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 신권혈창(70-4) 24.01.26 110 6 19쪽
486 신권혈창(70-3) +4 24.01.03 153 7 22쪽
485 신권혈창(70-2) +1 23.08.31 241 7 21쪽
484 제 70장- 십이천녀(十二天女) +2 23.08.03 279 6 32쪽
483 신권혈창(69-7) +2 23.06.02 259 6 24쪽
482 신권혈창(69-6) 23.05.12 218 7 28쪽
481 신권혈창(69-5) 23.04.20 235 7 26쪽
480 신권혈창(69-4) 23.03.22 277 7 21쪽
479 신권혈창(69-3) +2 23.03.08 271 8 24쪽
478 신권혈창(69-2) 23.02.27 239 9 18쪽
477 69 장 - 사검(邪劍).. 그리고..(1) 23.02.21 277 8 18쪽
476 신권혈창(68-9) 23.02.14 271 8 22쪽
475 신권혈창(68-8) 23.02.07 266 10 15쪽
474 신권혈창(68-7) 23.02.01 257 9 19쪽
473 신권혈창(68-6) +4 23.01.24 282 10 16쪽
472 신권혈창(68-5) 23.01.16 304 10 36쪽
471 신권혈창(68-4) 23.01.06 314 9 17쪽
470 신권혈창(68-3) +2 23.01.02 295 9 22쪽
469 신권혈창(68-2) 22.12.28 302 7 19쪽
468 68장- 매화산장 +2 22.12.24 313 9 16쪽
467 신권혈창(67-12) 22.12.21 304 9 22쪽
466 신권혈창(67-11) 22.12.19 272 9 18쪽
465 신권혈창(67-10) 22.12.16 296 9 18쪽
464 신권혈창(67-9) 22.12.13 300 8 24쪽
463 신권혈창(67-8) +2 22.12.09 314 10 24쪽
462 신권혈창(67-7) 22.12.06 299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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