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현필
그림/삽화
창조
작품등록일 :
2015.11.06 19:03
최근연재일 :
2015.11.24 15:25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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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948
추천수 :
4,232
글자수 :
51,000

작성
15.11.08 20:23
조회
9,203
추천
244
글자
7쪽

리턴 엔지니어 3화

본작품은 픽션입니다 본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 등은 실존과는 일절 관계가 없습니다




DUMMY

‘재성 인더스트리’는 남동공단에 입주해 있는 직원 80명 정도의 소규모 업체다.

그중 공장직원이 대부분이고 사무실의 사무직은 사장을 포함해 모두 8명뿐인 회사.

2000년대의 전형적인 중소기업의 형태의 회사가 재성인더스트리다.

민재가 그런 소규모 업체를 선택한 것은 전생의 인연 때문이었다.


SJ 에너지 대리시절, 민재는 매몰형 가바나의 국내 독점 총판계약을 따냈다.

그때 국내의 배관설비 업체로 컨택했던 곳이 바로 재성 인더스트리였다.

박 사장과는 사업상의 관계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친밀하게 지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이상적인 윈윈(win-win)의 관계를 유지했다.

민재가 담당이었던 초반 3년, 민재와 재성은 승승장구를 계속했다.


그런데 매몰형 가바나의 담당자가 민재에서 후임대리로 바뀌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2008년 말부터 SJ에너지의 내부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SJ에너지에서 도시가스 사업부를 ‘SJ에너텍’이라는 명칭의 법인으로 독립을 시킨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민재의 손에서 떠난 그때부터 박 사장의 회사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SJ에너텍의 상부에서 자체 조립공장을 만들려는 속셈을 가지고 박 사장을 이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람 좋은 박 사장은 SJ에너텍의 구두 약속만 믿고 공장을 대규모 증설했다.

하지만 발주한다는 구두약속은 끝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박 사장은 결국 부도를 내고 업계에서 사라졌다.

그 후, 재성의 숙련직원들 대부분이 SJ에너텍 공장으로 입사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SJ에너텍은 별다른 투자도 없이 20년 넘게 쌓아온 재성의 기술력을 고스란히 흡수한 것이다.


민재는 그 소식을 나중에서야 들을 수 있었다.

기술도 있고 실력도 있었던 박 사장의 부도가 안타까웠지만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난 일이었다.

박 사장에게서 재기의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몇 번 왔었다.

하지만 민재로서는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없었고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당시 차장 진급을 앞둔 민재는 새롭게 맡은 사업에서 고전할 때였다.

재성의 일에 신경을 쓸 만큼 녹록한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박 사장과 재성인더스트리는 그렇게 분해되어 사라졌다.

회귀 전, 가슴에 멍울처럼 남아있던 인물이 박 사장이었다.


‘사장님,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재성의 공장 건물을 바라보던 민재가 몸을 돌렸다.


* * *


때로는 드라마처럼 다가오는 인연도 있다.

명진과의 만남이 그랬다.


인천을 다녀온 이후, 민재는 행보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박 사장에게 말한 것처럼, 도시가스 계통에서 일하는 선배들을 찾았다.

학교 후배라는 빌미로 술자리를 가졌고 도시가스의 향후 전망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토요일이었던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가스공사 부산지사에서 근무하는 2년 선배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가스공사는 모든 도시가스 업체들의 영원한 갑사(社)다.

각 지역의 도시가스(社)들의 가스공급권을 쥔 것이 가스공사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가스공사를 통하지 않고 도시가스사들이 가스를 공급받을 길이 없었다.

송도, 평택등 해상에 만들어진 LNG인수기지에 가스를 받아 서울 부산 등 각 도시로 공급해 주는 주체가 가스공사였다.

도시가스를 국내 각 지역까지 도달시키는 대형 간선 가스관로의 소유주가 가스공사였기 때문이다.


지역 도시가스사들은 자신들의 관할구역 내에 가스관로를 매설하고 그 관로를 통해 지역의 가구들과 업체들에게 가스를 공급한다.

가스공사의 관로를 통해 공급받은 가스를 관할 지역에 팔아 수익을 발생시키는 도시가스사.

그들이 가스공급권을 쥔 가스공사 앞에서 영원한 을의 처지로 바뀌는 이유다.

도시가스 설비업체들은 가스공사 산하의 가스안전공사의 손에 목줄이 잡혀있다.

가스안전공사에서 허가를 해주지 않으면 기기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가스공사에 근무하는 선배들에 대해서는 특별히 더 신경 써야 했다.


“잠깐 자리에 좀 들어갈게요.”

맑고 상쾌한 목소리가 잠을 깨웠다.

민재가 잠에서 깨어 주위를 살폈다.

부산행 새마을호 기차 안, 수원역에 정차 중이었다.

“저기... 제 자리가 안쪽이거든요.”

눈이 커다랗고 콧날이 오똑한 20대 여인이 민재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이 맑고 깊었다.

“아! 예... 죄송합니다.”

민재가 길게 뻗었던 다리를 오므렸다.

“고맙습니다.”

고개를 까닥하며 인사한 여인이 민재의 앞을 지나 창가 쪽에 앉았다.

긴 생머리에서 풍기는 상큼한 샴푸냄새가 민재의 콧속으로 파고들었다.

‘향기 좋네. 어떤 샴푸를 쓰는 걸까?’

쓸데없는 호기심이 생기고 있었다.

검은색 더플코트를 벗어 짐받이 위에 올린 여인이 책을 꺼내 들었다.

언뜻 보이는 제목은 ‘노르웨이의 숲’.

일어 원본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었다.


회귀 전, 비행기와 KTX를 타고 움직였던 민재였다.

그에 비해 지금 타고 있는 새마을호의 속도는 하품 나게 느렸다.

전날 마신 술로 인해 다시 잠들었다가 깼지만 겨우 구미역을 지나고 있었다.

서울역에서 승차한 이후 3시간 동안 내쳐 잤기에 더 이상 잠도 오지 않았다.

옆자리의 여인은 아직까지 책을 보고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괜찮죠?”

동대구역에 다다를 즈음 지루함을 견디다 못한 민재가 여인에게 말을 걸었다.

“네? 아! 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아세요?”

동그란 눈으로 민재를 바라봤다.

“잘 아는 건 아니고요. ‘핀볼’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읽은 적이 있거든요.”

“저도 읽은 작품들이네요. 하루키 작품은 뭔가 깊이가 있어서 좋아요.”

여인의 미소가 눈부셨다.

“어디까지 가세요?”

“부산이요. 그쪽은요?”

마침 여인의 최종 목적지도 부산이었다.

여인과의 대화는 즐거웠다.

시집간 언니를 만나러 간다는 여인은 재치가 넘쳤고 상식이 풍부했다.

대화가 통하는 여인이었다.

식당 칸으로 자리를 옮겨 커피도 한잔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덕분에 부산까지 지루하지 않은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럼 볼일 잘 보시고 올라가세요.”

여인이 고개를 숙여 보인 후 택시에 올랐다.


“전화번호라도 물어볼 걸 그랬나?”

멀어지는 택시를 바라보던 민재가 혼잣말을 했다.

조금 아쉬운 감정이 느껴지는 건 여인과의 대화 때문이었다.

여인이 가진 상식과 눈높이가 자신과 비슷했다.

과거 아내와의 대화에서는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동질감을 느꼈었다.

“후회해 봐야 이미 늦었지.”

쓴 웃음을 지으며 돌아선 민재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가스공사에 근무하는 선배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택시타고 남포동으로 와라. 전어구이에 소주 한잔 하자. 전어하면 가을 전어지, 부산 가을전어 죽이거든.’

너스레를 떠는 선배의 반가운 목소리가 민재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줬다.



“어?”

“어머!”

여인과 민재의 입에서 동시에 탄성이 튀어 나왔다.

남포동 전어구이 집에는 기차에서 만난 여인이 선배와 함께 있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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