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현필
그림/삽화
창조
작품등록일 :
2015.11.06 19:03
최근연재일 :
2015.11.24 15:25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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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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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2
글자수 :
51,000

작성
15.11.13 21:17
조회
8,946
추천
278
글자
7쪽

리턴 엔지니어 8화

본작품은 픽션입니다 본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 등은 실존과는 일절 관계가 없습니다




DUMMY

검사업체가 재성에 파견 나와서 검사를 해주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

돈을 받고 검사를 대행해 주는 것이다.


배관용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검사 방법이 RT다.

용접 부위에 방사선을 투과시켜 내부를 촬영하고 그 필름을 판독해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검사 기법을 RT라고 한다.

병원에서 흔히 쓰이는 X-ray 검사와 흡사하다.

다만 병원에서는 약한 방사선인 x선으로 촬영을 하는 반면, 비파괴 검사에서는 강한 γ선을 쓰는 것이 다를 뿐이다.


한국 공업 검사에서는 RT촬영을 하고 그 필름을 판독해 1장당 7000원을 재성에 청구한다.

비파괴필름 1장의 원가가 100원에 못 미치던 시기였다.

7000원이라는 금액의 대부분이 검사업체의 판독비용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보통 재성에서 하루 촬영하는 평균 필름수가 300~450장 내외.

재성이 한국공업에 결제해 주는 검사비용이 한 달에 5000~7000만원이었다.

정차장의 월급은 200만원 내외, 사무실 유지 및 필름원가 500만원 『정도를 제하면 한국공업검사에서 매달 4000~6000만원정도의 순수익을 올리는 곳이 재성인더스트리였다.

한국공업에서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업체가 바로 재성인 것이다.

그런 재성의 직원이 공식적으로 필름을 요청하고 있으니 안보여 줄 수가 없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보기나 하슈.”

정차장이 판독기에 전원을 넣고 필름을 걸었다.

그는 민재를 아직 어린나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대학 졸업생인 네까짓 게 어디서 필름을 보았겠느냐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정차장님, 리페어 1번 페이퍼에 Porosity(기공)이라고 적었죠. 이건 기공이 아니고 필름 스크래치인데요.”

“어?”

정차장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재성인더스트리의 도시가스 배관용접 판독기준이 2급이죠?”

“그, 그런데요.”

당황한 정차장이 말을 더듬었다.

“2번 페이퍼의 I.P(용입부족)는 아무리 봐도 2급을 통과하고도 남을 것 같은데.”

고개를 갸웃하며 정차장을 바라봤지만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요. 3번과 4번 페이퍼.”

민제의 어조가 강해졌다.

“히끅.”

정차장이 딸꾹질까지 해대며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게 크랙이라고요. 방사선 소스를 비스듬하게 쏴서 그늘진 거잖아요”

민재가 코웃음 치며 정차장을 노려봤다.


당시 경력이 오래되고 능숙한 검사업체의 직원들 중에 그런 인물들이 꽤 있었다.

방사선 소스를 가지고 장난질을 해 크랙인 것처럼 필름에 음영이 생기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으로 용접사를 골탕 먹이고 뒷돈도 받아 챙기던 시절이었다.


“뭔 헛소리야? 크랙이 맞아.”

궁지에 몰린 정차장이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좋아요. 그렇게 자신 있다면 배관을 반으로 쪼개서 UT와 MT를 해봐도 되죠?”

“맘대로 해보쇼.”

정차장이 끝까지 뻗대고 있었다.

“그 검사는 제일 기술검사에서 하게 될 겁니다. 제 선배가 제일기술 검사의 오너거든요.”

민재가 마지막 비수를 꼽았다.

제일검사는 한국공업과는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위상이 높은 검사업체였다.

“그, 그게….”

정차장이 고개를 푹 수그렸다.


필름판독 실력도 자신보다 뛰어나고 제일검사라는 뒷배까지 가진 상대였다. 더 이상 뻗대 봐야 이로울 게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장난을 좀 쳤습니다.”

정차장의 항복 선언이었다.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에게 보고 할 테니 오늘 중으로 한국공업의 책임임원 한 분을 들어오라고 하세요.”

민재가 고개를 숙인 정차장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이 민재씨, 정말 죄송합니다.”

민재의 책상 앞으로 다가온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자가 고개를 깊이 숙여 왔다.

방금 전 사장실에서 나온 한국공업검사의 박 상무였다.

“아닙니다, 상무님. 파견 직원이 장난한 거 아닙니까?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민재가 한 번 더 한국공업을 꼬집었다.

“사장님께서 반드시 이 민재씨에게 사과를 하라고 하셔서요.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환갑이 다된 양반이 20대 중반의 민재에게 계속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더 이상 버텨봐야 민재 자신만 나쁜 놈이 되는 상황이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받을 사과는 아닌 것 같지만 상무님께서 이렇게 까지 고개를 숙이시니… 일단 한국공업의 공식적인 사과로 알고 받아들이죠.”

“정말 고맙습니다.”

박 상무가 악수를 청해 왔다.

“고맙기는요. 그런데 정차장은 교체해 주시는 거죠?”

박 상무와 악수를 나누던 민재가 마지막 한방을 날렸다.

“다, 당연한 일이죠.”

더듬거리며 답을 하는 박상무의 얼굴빛이 좋지 못했다.

뒤끝 작렬하는 민재였다.


결국 이번 일로 재성은 여러 가지를 얻었다.

먼저 RT필름 판독 비용을 7000원에서 5500원으로 대폭 낮출 수 있었다.

그리고 재성인더스트리에 필름을 판독할 줄 아는 직원이 있다는 소문이 검사업체로 퍼져 나갔다.

앞으로 어떤 업체가 오건 필름을 가지고 장난칠 생각은 못할 것이 확실했다.

처음에 보고를 들은 박 사장은 노발대발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필름 단가를 낮출 수 있을 거라는 민재의 말에는 쾌재를 불렀다.

한국공업검사에 결제해 주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깔끔하게 일처리를 끝낸 박 사장의 얼굴은 요즘 계속 싱글벙글 이었다.

며칠 전 가스설비 쪽 사장들의 모임에서 민재의 이야기가 오갔던 모양이었다.

사장들은 다이아몬드가 제 발로 굴러 들어온 격이라며 박 사장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한국공업검사의 사건이 마무리된 일주일 후.

민재의 대리 승진 공고가 있었다.

3월 정기 인사 기간이 되기도 전에 대리로 승진한 것이다.


* * *


“이 대리님, 전화 좀 받아 보세요. 외국인인데 이 대리님을 찾는 것 같아요.”

외국어를 전혀 모르는 영주가 난처한 표정으로 민재를 찾았다.

“전화 넘기세요.”

민재가 웃으며 말했다.

전화를 걸어올 외국인이라면 현재로서는 바흐만 밖에 없었다.

『할로. 민재?』

“바흐만?”

민재의 예상대로였다.

수화기를 타고 건너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회귀 한 이후 처음으로 듣는 바흐만의 바리톤 목소리였다.

“바흐만이구나. 무슨 일이야”

민재의 유창한 독일어에 사무실 직원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왜긴 왜야? 너 말이야, 왜 그러는 거야?』

흥분한 바흐만이 빠른 말투로 쏘아댔다.

“바흐만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

『진정은 뭔 놈의 진정이야! 매몰형 레귤레이터 S-16에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서? 그렇게 말해놓고 왜 답을 안주는 건데? 엉!』

바흐만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졌다.

원래 성격이 급한 바흐만이었다. 민재의 답을 기다리다가 그 인내심에 한계가 온 모양이었다.

“걱정 마. 조만간에 독일을 방문할 생각이었거든.”

『진짜?』

“그래.”

민재가 싱긋 웃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함박눈이 내리던 1월 말의 오후, 재성인더스트리 사무실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오늘 수능 치르신 수험생 여러분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


토요일과 일요일은 연재를 쉽니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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