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기록 골렘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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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pa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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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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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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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28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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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이 만난 천사 1화

DUMMY

이야기는 커다란 나무에 기대어 있는 녹슨 골렘으로부터 시작한다.



***



이 세상에는 저 높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조차도 그 시작과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만큼, 넓고 매우 넓은 숲이 있다.


울창한 숲이라고 부르기에는, 세상에는 울창한 숲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울창하다고 불리는 숲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압도적으로 크다. 울창한 것을 뛰어넘어 광활하다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하자.


이곳에는 광활한 숲이 있다.


이 광활한 숲에는 다른 나무와 비교도 할 수 없이 압도적으로 크고 굵은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 나무의 둘레는 30m는 넘을 것이다.


이러한 둘레라면, 그 나무안에 요정이 자그마한 오두막을 짓고 살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크다.


나무 중의 왕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이 나무를 꼽으리라.


그 나무 아래에는 누가 봐도 세월이 오래 지났다고 알 수 있을 정도로, 여기저기 낡아버린 골렘 한 마리가 나무에 기대있다.


아니, 마치 나무가 이 골렘을 살포시 안아주고 있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골렘에게 거센 비바람을 피할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처럼.


그곳에 있는 골렘은 가동부가 여기저기 녹슬고 낡아버린 모습이다.


분명히 이 골렘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골렘은 죽어있지 않다. 골렘은 살아있다.


더 이상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지만, 골렘의 정신은 살아있다.


그 골렘이 바로 ‘나’니깐.



***



눈 부신 햇살이 나의 단잠을 깨운다.


그 뜨거운 햇살에 무척이나 긴 꿈에서 깬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기대했던 새파란 하늘은 보이지 않는다.


새하얀 햇살만을 바라볼 수 있을 뿐이었다. 촘촘한 나뭇잎들 사이로 내려오는 새하얀 햇살은 무척이나 뜨겁고 눈부셨다.


무척이나 긴 잠에서 깨어나 오랜만에 눈을 뜬 나는 팔을 들어본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다리를 들어본다. 다리도 들리지 않는다.


허리를 돌려보지만, 역시 돌아가지 않는다.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고개뿐이었다. 고개를 여기저기 움직이며 주위를 살펴본다.


하지만, 잠들기 전과 큰 차이가 있는지를 알 수 없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알 수 없다.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나무는 내가 잠들기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그 자리에 계속 있을 것이니깐.


지금 당장 기억나는 것은, 나는 수백 년 전에 처음으로 이 숲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긴 잠에 빠졌고, 종종 다시 일어나서 광활한 숲이 제공해 주는 자연과 벗 삼아 놀다가 또다시 잠드는 것을 반복했다.


그 세월만 무려 수백 년은 되었으리라.


‘뭔가 중간에 다른 사건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히 이 나무에도 어떠한 사연이 있었는데···’


나무에도, 이곳에 앉아 있게 된 것에도 분명히 이유는 있었을 것이다. 이곳에서 이렇게 시간을 보낸 것에도 분명히 이유가 있었겠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잊은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잊어버릴 수 없는 몸이니깐.


다만, 수없이 많고 많은 기억이 쌓이고 쌓인 결과, 이제는 어떠한 것을 기억해 내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경우들이 종종 생겨나고 있다.


이것도 그러한 경험 중 하나겠지. 천천히 다시 생각해 보자. 나에게 급한 것은 없으니깐 말이다.


이곳에 온 이유는 뭐였지?


그 시작을 생각해 보자.


한참을 생각한 끝에, 나는 나의 시작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



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말하는 ‘세상’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신’이라 부르는, 그 절대적인 존재가 존재하기 전에 있던 존재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내가 신이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내가 세상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나는 그저 세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게 만들어진 존재니깐.


아아-. 그랬었지.


‘기록하자.’


지금, 이 순간도, 앞으로도, 내가 보고 듣는 그 모든 것을 기록하자. 그것이야말로 나의 의무, 나의 존재의 의미 그 자체니깐 말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록하기 위해, 끝없이 펼쳐진 이 광활한 숲속에서 말 없이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보자,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숲을 가로지르는 작은 개천이 외치는 졸졸거리는 물소리.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개구리의 점프 소리.


나뭇잎이 움직이는 것을 신호 삼아, 사생결단을 내는 두 사마귀의 싸움 소리.


장수풍뎅이가 쪼르륵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는 소리.


다람쥐 두 마리가 나무와 나무를 뛰어 오가며, 사랑을 나누는 소리.


지저귀는 작은 새들의 이야기.


그 누구도 보이지 않는 이 광활한 숲속에서도 이야기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되리라.


우연히 잠에서 일어나버리게 된 나는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이 광활한 숲의 깊은 곳에서, 한동안 이 자연을 즐기다가 다시 스르륵 잠들게 되겠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해줄 존재를 끊임없이 기다리면서, 깊은 잠에서 깨고 다시 일어나고, 다시 잠을 자는 것을 하염없이 반복하게 되리라.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이렇게 반복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차피 나에게는 문제는 없으니까, 골렘에게 있어서 시간은 중요한 것이 아니니깐.



***



부스럭-


‘응?’


저 멀리, 무언가가 땅에 떨어진 나뭇잎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잘못 들었나?’


그 소리는 내가 지난 수백 년간 들어왔던 작은 동물들이 내는 소리와는 상당히 다른 소리였다.


들어본 적이 없는 생소한 소리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익숙한 소리다.


그 소리는 곰처럼 이족 보행이 가능한 동물이 낼 수 있는 그 특유의 발소리지만, 이곳에는 곰은 없다.


수백 년도 이전에, 내가 이 숲속에 들어오기 전에 있었던, 도심에서는 어렵지 않게 듣곤 했다.


하지만, 이 울창한 숲속에는 간혹 길을 헤매고 들어온 늑대 정도나 있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큰 동물이라고는 고라니와 멧돼지가 물 마시러 올 때 보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그들은 이족보행을 하지 않는다. 이족보행이 가능한 동물들은 이 주변에 서식하지 않는다.


최소한, 지난 수백 년간은 그랬었다.


하지만-.


빼곡한 나무들을 헤치고 나타난 그 소리의 주인은 작고 작은 여린 소녀였다.


불쌍하게도 길을 잃어버리고는 걷고 또 걷다 보니 이곳까지 도달한 것일까?


아니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 끝을 알 수 없는 울창한 숲속까지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숨을 다해야 정상이다.


이 숲의 가장자리에는 분명하게도 커다란 동물들이 살고 있으니깐, 그들의 먹잇감이 되리라고 추측하는 것은 지극히 합당한 추측이라 생각한다.


운 좋게도, 정말 운이 좋게도, 그들을 피해서 숲 안쪽에 도착한다고 할 수 있다고 해도 목숨을 노리는 위험은 끝나지 않는다.


독사가, 독충이 있다. 노련한 사냥꾼들마저, 이 모든 위협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 설령 정말 운이 좋게도, 목숨을 노리는 치명적인 것들로부터 무사했다고 하더라도, 그다음에는 순수하게 물리적인 문제가 있다. 한 달은 꼬박 걷고 또 걸어야 여기까지 올 수 있으리라.


걷고 자고 또 걸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물과 식량의 문제는 그 누구에게도, 그 무언가에도 동등하게 찾아오게 된다. 물론 이 울창한 숲은 자급자족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해 주지만, 그것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냐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어디서 물을 구하는지, 무엇을 먹을 수 있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그대로, 때로는 불을 이용해서 가열해서 섭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것은 매우 매우 경험 많은 사냥꾼들이나 가능한 것.


이 작고 여린 소녀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윽고 나는 저 소녀의 나지막이 내뱉은 한마디에, 내가 지금까지 해온 추측은 무의미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빛이여 있으라.”


마법이다. 수백 년은 훨씬 더 전에, 누군가와 여행을 다닐 때는 자주 들을 수 있었던 그 마법이다.


그리고, 사람의 목소리다.


‘가장 최근에 들었던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의 것이었더라···?’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나 왠지 모를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



소녀가 시전한 마법은 새하얀 빛을 사방으로 내뿜으며, 어두운 숲을 밝혀주었다.


그제야 나는 소녀의 모습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었다.


10살이나 되었을까? 상당히 앳된 얼굴이다. 누구나 어린아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으리라.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귀엽고 이쁜 모습이다.


긴 은빛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내려오고 있다. 아니, 자세히 보니 은빛이라기에는 파란색 느낌이 강해 보인다.


아마, 시전한 마법의 새하얀 빛이 저 파란 느낌의 머리카락을 은빛에 가깝게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새파란 하늘이나 짙은 바다의 색깔은 아니다. 은빛에 한없이 가까운 파란색이라고 해야 할까.


소녀는 새하얀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옷 여기저기에 이미 굳어버린 검붉은 핏자국들이 그제야 보인다.


상처가 생긴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넘어진 수준은 아니다. 설령 어딘가의 절벽에서 뒹굴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상처가 나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


그 흔적은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병사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그 피의 양, 그 색이었다. 마치 창에 찔린 것처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통스러웠으리라.


저 가냘픈 몸에 저런 상처를 입히다니, 내가 잠들어 있었던 그 사이에 이 세상은 도대체 어떤 세상이 되었던 것일까?


알 수 없다. 이미 이곳에만 수백 년은 있었으니깐.


“와아-. 엄청난 크기의 나무군요!”


소녀는 커다란 나무를 보며, 그 압도적인 크기가 주는 위엄에 놀라버렸다.


소녀는 커다란 나무를 쳐다보기 위해, 고개를 끝까지 젖혀서 하늘을 바라본다.


그렇게 고개를 젖혀 한참이나 나무를 바라본 뒤 다시 천천히 고개를 내리며, 나무의 곳곳을 살펴본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



“흠···? 이런 깊은 숲속에 왜 골렘이 있는 거죠···?”


소녀가 나를 보자마자 보인 반응은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울창한 숲의 한가운데, 생각하지 못한 사람의 흔적이 있다면 당연하게도 신경 쓰일 테니까.


그런데 지금 이곳은 울창한 숲의 수준이 아닌 광활한 숲속의 이야기니깐 더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세월의 흔적은··· 못해도 백 년 또는 그 이상은 되었겠군요.”


아마도 이 소녀는 나의 여기저기에 나 있는 잡초 따위의 풀을 보며 추측하지 않았을까. 소녀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허리를 숙인다.


그와 동시에, 나는 그 아이의 등에 자그마한 새하얀 날개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새하얀 깃털로 뒤덮인 날개는, 좌우로 대칭이여야 될 텐데. 그 아이는 한쪽 날개만이 멀쩡했고, 다른 쪽의 날개는, 그 모습은 마치 날카로운 무언가로 베여버린 모습이었다.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무언가, 마치 날카로운 창과 같은 것이 그 아이의 날개를 베어버리고, 몸을 꿰뚫었으리라는 것을.


얼마나 아팠을까?


아니, 그 전에 사람은 날개가 없다. 그렇기에 사람의 소원은 언제나 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눈앞에 있는 이 소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답은 어렵지 않았다.


천사다.


이 아이가 공격당한 이유는 모르지만 천사가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비록 어린 어린아이의 모습이지만, 날다가 이 숲에 떨어졌던, 아니면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이 숲으로 도망쳐 왔던, 마법도 쓸 줄 아는 이 작은 천사라면 분명히 어렵지 않게 광활한 이 숲에서 살아남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이 추측은 단 한 가지의 문제가 있었다.


‘세상에 천사가 존재하는가? 그리고 천사가 내 앞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나?’


모른다. 알 수 없다.


나는, 우주와 같은 시간을 살아왔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천사를 만나본 적이 없다.


천사는 언제나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해지는, 상상 속의 존재였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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