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온몸에서 나는 썩은 내가 도저히 사라지질 않았다. 어젯밤, 소나기가 내려 뒷골목 곳곳에 숨어있던 오물들이 빗물에 쓸려가 한곳에 모여 거대한 오물 덩어리가 되었다. 그것은 끝내주는 악취를 내뿜어 뒷골목 전체를 잠식했고 급기야 용병 사무소에 오물을 치워달라는 의뢰가 올 정도가 되었다. 그 의뢰는 나한테 닿았고 찬물 더운물 가릴 상황이 아닌 나는 의뢰를 수락했다.
아무리 뒷골목 사람들이라도 이런 의뢰는 하고 싶지 않았는지 모인 용병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는 병들과 함께 코를 막고 삽으로 오물을 퍼냈다. 일은 점심쯤 시작해서 해가 다 져서야 끝났다. 오물과 오래 같이 있었던 탓에 온몸에서 냄새가 너무 나서 나 자신이 오물이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얼른 숙소로 돌아가서 씻고 싶었지만, 의뢰 보고가 먼저이니 일단 용병 사무소로 향했다.
“어휴, 이게 무슨 냄새야?”
사무소장 라헬이 인상을 크게 찡그렸다. 다행히도 사무실엔 라헬만 있었다.
“무조건 의뢰 정산을 먼저 하라고 한 건 라헬이에요.”
“누가 뭐랬니?”
라헬은 과거 제법 이름을 날리던 용병이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조그마한 용병 사무실을 차리고 의뢰를 중개하는 중년 여인이다.
내가 의뢰 완수 증서를 건네자, 라헬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것으로 보이는 돈주머니를 건넸다.
“에클레스. 의뢰가 하나······들어왔는데 말이지.”
라헬이 애매한 말투로 서두를 꺼냈다.
“뭐죠?”
“길드에서 넘어온 의뢰야. 청소나 배달 같은 거 말고 진짜 용병답게 수색, 퇴치에 관련된 의뢰지. 원래라면 이런 뒷골목 용병 사무소에 넘어올 리가 없는 의뢰고.”
나는 기대를 억눌렀다. 이변이 발생했다는 건 이유가 있다는 거니까.
“이유가 있나 보군요?”
“철저히 기밀로 진행되길 바랐다더라. 그래서 최대한 신용이 있는 용병들만 비밀리에 모았어. 그런데 신용할 만한 용병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니?”
용병은 돈만 된다면 도적이 되기도 하고 살인청부업자가 되기도 하는 잠재적 범죄자들이다. 개중에 그렇지 않은 정말 정말 안전한 용병은 몇 되지 않는다. 그런 자들만 모으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평판 좋다는 사람만 고르고 골라서 모아놨는데 갑자기 이탈자가 발생해 버렸대. 출발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그래서 급하게 빈자리를 메꿔야 하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나 봐. 그래서 여기까지 넘어온 거지.”
“아무리 그래도 뒷골목 사무소에서 신용을 찾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
슬럼이라고도 부르는 이 뒷골목에는 범죄자거나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삶이 지친 예비 범죄자들이 많다.
“그 정도로 인재가 없고 급하다는 거겠지. 그리고 길드 직원 말로는 뒷골목은 못 믿겠지만 나는 믿을 수 있겠다더라.”
다른 사무소로는 안 갔어. 나한테만 온 거지. 라고 라헬은 덧붙였다.
“그래서 말인데. 너, 해볼 생각 있어?”
라헬의 사무소는 뒷골목의 용병 사무소에서 가장 깔끔하기로 유명하다. 살인 청부 같은 불법적인 일을 중개하지 않으며, 뒷돈을 받거나 친분으로 차별하여 중개하지 않고, 수수료를 과하게 떼먹지도 않는다. 문제는 불법적인 일이 아닌데 의뢰를 맡기려는 사람들은 신용할 수 있는 길드로 가지 이런 뒷골목 사무소로 오지 않는다. 라헬의 용병 사무소에서 받는 일은 청소나 자잘한 심부름 같은 대부분 길드의 용병들이 꺼려서 사람이 잘 구해지지 않는 잡일들뿐이었다.
“모처럼 기회라면 저보다 더 오래 일했던 사람한테 가는 것이 맞지 않나요?”
“이 사무소에 오는 놈 중에 성실한 것들은 다 늙어서 잔심부름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늙다리들뿐이야. 좀 싸울 줄 아는 놈들은 믿지 못할 양아치들이고. 여태 내가 본 놈 중에 제대로 싸울 줄 알면서 믿을만한 건 너밖에 없어.”
라헬이 너무 올려 쳐 주니까 부끄러워졌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뒷골목 따위에서 평판이 좋다는 게 대단한 거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서 어떻게 할래? 할 거야? 알고 있겠지만 거긴 양지라서 너에 대한 눈빛이 좋지 않을 거야.”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하겠습니다.”
“와, 진짜네.”
“대체 얼마나 쓰레기길래.”
오랜만에 도시 밖으로 나와 모임 장소에 도착하니 욕부터 날아왔다. 모여있는 12명 중 절반 이상이 내게 혐오의 시선을 보내왔다.
약 5년 간은 스승님과 함께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숲속에서 살았고, 이후 반년간은 범죄자 소굴인 뒷골목에 살다 보니 세간의 시선을 느끼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래, 맞아. 이게 원래 나를 향한 시선이었지.
이젠 향수가 느껴질 정도였다.
“중개인. 이게 맞아? 진짜로 낙인 박힌 놈이랑 같이 일해?”
내 뺨에는 나의 죄를 나타내는 낙인이 박혀있다. 내가 얼굴 가죽을 통째로 뜯어버리지 않는 이상 누구라도 내가 더러운 죄인인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얼굴 가죽을 뜯어내는 것도 죄가 된다. 어떤 식으로든 이 낙인을 감추는 것은 불법이니까.
“납득이 안 되는데. 여기 사람들은 신용도 따져서 모은 거 아니었어? 이럴 거면 그냥 아무나 데려오는 게 낫지.”
모두가 한마디씩 하자 의뢰 안내를 맡고 있는 중개인이 손수건으로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도저히 부족한 인원을 보충할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변명하자면 저 죄인을 소개해 준 분은 정말 믿을 수 있는 분이었습니다.”
낙인이 박힌 죄인은 일반적인 죄인과 다르다. 고작 사람 물건 좀 훔쳤거나 이유가 있어 사람을 죽인 자 정도는 낙인까지 박지 않는다. 범죄집단의 수장, 반란, 왕족 모독, 존속살해, 아동 성폭력, 쾌락 살인 등의 심각한 범죄자들에게만 낙인이 새겨진다.
용병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를 돌려보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포기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제기랄, 마음에 안 드네. 야 쓰레기! 이거 네가 들어!”
용병들이 내게 자신의 짐을 집어던졌다.
“···알겠습니다.”
나는 날아온 짐을 집어 들었다. 양팔에 두 개씩. 매는 짐을 등에 하나 배에 하나. 다행히도 일부는 내가 짐을 만지는 것조차 불쾌한지 내게 온 짐은 5명 분량뿐이었다. 이 이상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아서 걱정이었는데 다행이었다.
낙인이 새겨진 죄인은 국민으로서 혜택을 상당수 잃고 많은 불이익이 생긴다. 경비병에게 지켜지지 않으며, 불합리한 폭력에 저항할 수 없고, 명예도 가질 수 없다.
“전방에 고블린 3마리 발견.”
앞서나가던 척후가 보고했다.
“하 씨, 또 뭔 고블린이야? 귀찮게.”
개개인의 육체 능력은 평범한 사람보다도 작고 약한 초록 피부의 소형 몬스터 고블린. 성격은 흉포하고 대체로 낡은 단검이나 돌창 따위를 지니고 있으며, 무리 지어 다니기 때문에 비무장한 일반 시민에게는 위협적이지만 전투에 익숙하고 충분한 무장을 갖춘 용병들에겐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는 저급 몬스터이다.
하지만 약하다는 것이 방심해도 된다는 의미가 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낡은 단검 따위라도 맨살은 베인다. 목에 찔리면 죽는다. 무기의 질이 나빠서 상처가 기이하게 나빠질 위험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소수지만 다수가 무리 지어 다니기도 하고 매복, 기습하기도 해서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될 존재다.
이러하니 용병들에게 고블린이란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지만 귀찮은 존재다. 그래서 용병들은 고블린을 만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야. 쓰레기. 네가 갔다 와라.”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은 자연스럽게 내게 넘겨졌다. 예상하던 일이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짐을 내려놓으려 했다.
“스톱. 뭐하냐? 내 짐을 흙바닥에 내려놓으려고? 미쳤냐? 들고 가.”
저자의 말에서 짙은 악의가 느껴졌다. 지금 배와 등, 양어깨까지 차지하고 있는 짐을 든 채로 싸우라는 건가?
“알고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피가 묻으면 뒤진다.”
“이야, 너 진짜 나쁘다.”
옆의 용병이 비웃었다. 물론 말로만 나쁘다고 할 뿐이지 제지하지 않았다. 사실상 동의한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걸리적거리는 배낭의 위치를 조절해 조금이나마 팔을 움직일 수 있게 하고 창을 들어 올렸다. 피가 묻지 않게 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원거리 공격. 그리고 내가 가진 유일한 원거리 공격 수단은 투창뿐이다. 오러를 쓰면 여러 가지 가능하지만 이건 감추는 것이 좋다. 오러를 쓸 수 있다는 건 명예이고 죄인은 명예를 가지면 안 되니까.
투창은 어릴 때 동물을 사냥해서 끼니를 해결하던 시절부터 사용해 왔기에 창을 휘두르는 것보다도 익숙한 공격 수단이다. 걸리적거리는 짐이 많아서 자세가 잘 나오지 않지만 이렇게 막히는 것 하나 없이 탁 트인 초원에서 느릿느릿 다가오는 고블린 따위는 발로 던져도 맞출 자신이 있다.
나는 창을 던졌다. 창은 섬광이 되어 고블린 두 마리를 아직 굽기 전의 꼬치구이로 만들었다.
혼자 남은 고블린은 당황하여 굳었다. 나는 고블린이 달아나거나 다른 제스처를 취하기 전에 달려서 접근했다. 고블린의 손을 발로 차서 들고 있는 단검을 떨어뜨리게 만든 후 한 손으로 고블린의 입을 막고 다른 손으로 목을 쥐었다. 나는 고블린의 손을 발로 차서 들고 있는 무기를 떨어뜨리게 했다. 그런 뒤 한 손으로 고블린의 입을 막고 다른 손으로 고블린의 목을 쥐었다. 우드득, 고블린의 목뼈가 부서지는 감촉이 느껴졌다. 고블린의 입을 막고 있는 손이 축축해졌다. 고블린의 몸이 추욱 늘어지는 것을 보고 그것을 내려놓았다.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구만.”
“재미없군.”
내게 일을 시켰던 용병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원하던 그림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이후 용병들은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야, 물이나 떠와라.”
“버섯이 다 떨어졌네. 야, 쓰레기. 버섯 좀 캐와라. 가는 김에 과일도 좀 챙겨오고.”
“저기 코볼트 온다. 창은 두고 가. 저런 거 잡는 데 무기까지 쓰냐?”
“시간 잰다. 15분. 그동안 버티는 거다. 알았지? 그 뭐냐······에이씨 뭔 이유를 붙이냐 귀찮게. 15분 버텨보라고. 그동안 맨몸으로 잘 피하고.”
용병들은 가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그다지 어려운 것을 시키지는 않았다. 과로로 인해 일정에 지장이 가게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저들이 원하는 것은 내게 명령을 내리는 것 그 자체일 테니까. 내 자존심을 철저히 짓밟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일 테니까.
밤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갑갑하다. 이 의뢰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 그냥 뒷골목에서 소일거리나 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뒷골목의 생활 수준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곳 사람들은 나 못지않게 하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니까. 괴롭힘이 적기도 하고 법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다 보니 어느 정도 대항할 수도 있었으니까. 역시 사람은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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