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이지만 영웅이 될 거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에런트001
작품등록일 :
2025.01.17 18:41
최근연재일 :
2025.02.04 19:0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67
추천수 :
0
글자수 :
38,587

작성
25.01.18 19:05
조회
8
추천
0
글자
13쪽

2화

DUMMY


삼 일이 지났다.


“거의 다 온 것 같습니다. 아, 저기 보이는군요.”


중개인이 한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거대한 저택이 보였다. 거대하고 육중해 보이는 대문. 그 사이로 보이는 개인이 소유하기에는 지나치게 넓은 정원. 그 너머에 보이는 작은 성 못지않은 거대한 저택. 온전하던 시기엔 얼마나 사람이 북적이고 웅장했을지 궁금할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았다. 대문의 경첩은 녹슬어서 조금만 건드려도 소음이 심하게 났고 정원의 꽃은 모조리 시들어 있었다. 원래 흰색이었을 저택의 벽은 회색이 되었고 덩굴이 제집이라도 되는 것처럼 칭칭 둘러싸고 있었다.


“이 유령 나오기 딱 좋아 보이는 곳에서 우리가 뭘 하면 되는 거냐?”


“이제 설명하겠습니다.”


여태 설명을 안 해주길래 나 없을 때 이미 설명이 끝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혹시 이오푸스디를 기억하십니까?”


용병 중 하나가 기억을 되살리며 말했다.


“어······들어봤는데? 맞아. 제 어미랑 결혼하고 집안 풍비박산 난 사람.”


“맞습니다. 여기가 그 이오푸스디의 저택입니다.”


“뭐? 진짜? 헐.”


비극의 대영웅 이오푸스디. 기억에 있는 이름이었다. 어릴 때 연극으로 본 적도 있었다.


라오스라는 귀족이 있었다.


그는 마족의 습격을 받았을 때 아직 갓난아기인 자신의 아이를 챙기지 못하고 피신한다.


습격한 마족 중 하나가 라오스의 아이를 발견하게 되고 그의 변덕으로 길러지게 된다.


성인이 된 이오푸스디는 자신의 친부모를 찾아 세상에 나온다.


이오푸스디는 몬스터와 싸우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재앙급 몬스터인 스핑크스를 단독으로 퇴치하여 영웅으로 칭송받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이오푸스디는 술에 취해 숲을 돌아다니다가 그곳을 지나던 노인과 마주친다. 술에 취해있던 이오푸스디는 길을 비키라며 호통치는 노인과 그 호위를 모조리 죽여버린다.


그리고 얼마 후 한 과부와 만나 사랑에 빠지며 아이도 셋이나 낳게 된다.


수년 뒤, 주인을 잃은 부모의 집을 찾아내고 마는데 그곳에서 자신이 죽인 노인이 자신의 아버지 라오스이고, 자신이 결혼한 과부가 어머니인 이카테스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카테스는 충격을 받아 자살하고 말았으며, 이오푸스디는 술에 빠져 살다가 병사한다.


우연과 우연히 만난 터무니 없는 비극이었다.


“이오푸스디의 사후 라오스의 저택 안에 있던 모든 사용인과 친족은 대부분 실종되었습니다. 실종되지 않은 친족은 저택에 살지 않는 사람뿐이었죠. 저희의 목표는 저택을 탐색하여 실종된 원인을 찾아내고 가능하다면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규모가 큰 의뢰였다. 용병들이 긴장한 것이 느껴졌다.


우리는 비명을 지르는 대문을 열고 똥 밭이나 다름없는 정원을 지나 몬스터의 주둔지 들어가는 심정으로 저택에 입장했다.






저택의 로비는 알 수 없는 석제 조각상으로 가득했다. 사람, 곰, 오크, 고블린, 코볼트, 호랑이 등. 어둡고 낡은 저택 안에 이런 기괴한 것들이 가득하니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분위기 끝내주네.”


“이 석상들은 뭐야? 이오푸스디인지 라오스인지 하는 사람의 취미인가?”


로비에 이런 것들이 잔뜩 있으면 통행에 방해만 될 것 같은데 말이지.


“이제 어쩔까? 다들 의견 있어?”


아까부터 말이 많던 대머리 남자가 말을 꺼냈다. 이름이 스딘발루드라고 했던가?


“저택이 꽤 넓잖아. 우리는 머릿수가 있고. 다 같이 몰려다닐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은데.”


용병들은 그의 의견에 대체로 수긍했다.


“그럼 적당히 찢어지자고. 우린 우리끼리 다니도록 하겠어. 시간까지 정할 필요는 없겠지? 눈치껏 할 만큼 했다 싶으면 이 자리로 돌아오라고.”


스딘발루드는 원래도 같이 움직이던 용병단으로 보이는 5명과 뭉쳤다. 나머지 용병들도 원래 같이 일하던 무리, 혹은 여기까지 오는 도중 말문이 트인 용병들끼리 뭉쳤다. 혼자가 된 사람은 나 말고 한 명 있었지만, 그녀는 뭉칠 생각이 없는지 단독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기대도 안 했다. 나도 욕먹으면서 다닐 바엔 혼자가 편하다. 괜히 다른 사람한테 끌려다니고 욕먹는 것보단 낫다.


저택은 로비를 중심으로 동관과 서관으로 나뉘어 있으며 3층까지 있었다. 용병 중 큰 무리 둘이 각각 1층의 동관과 서관으로 가는 것을 보았기에 나는 비교적 적은 사람이 온 2층의 동관으로 가보기로 했다.






2층의 복도는 고요했다. 1층의 용병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릴 만도 한데 잘 들리지 않았다. 방음이 잘 되는 구조인가보다.


복도를 살폈다. 벽 곳곳에 긁힌 자국, 부딪친 자국 같은 것이 보였다.


아무 방이나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림 도구와 캔버스, 여러 점의 그림으로 가득한 방이었다. 잘 정돈된 방은 아니었다. 서랍이나 상자 따위를 뒤졌다. 대부분은 그림 도구였다. 사람 이름으로 보이는 것이 새겨진 펜이 있었는데 글씨체가 너무 어려워서 읽지 못했다.


의문이 생겼다. 붓은 모르겠지만 물감은 상당한 고가의 물건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완성된 그림 몇 점의 수준도 상당히 높았다. 그림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냥 내버려 둘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이오푸스디의 사후, 친척들이나 저택의 사용인들이 이 저택을 떠났다면 아무리 귀족이라도 이렇게 손수 그린 그림조차 놔두고 갈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저택이 외부의 습격을 받은 거라면 당연히 이것들은 좋은 약탈품이다.


몇 개의 방을 더 살펴보고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중개인은 저택에서 가치 있는 물건을 가져다주면 추가보수를 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가져다줄 바엔 주머니에 몰래 챙겨가지 않을까?


······나도 몇 개만 챙길까? 나만 안 챙기면 억울하잖아.






수색을 계속했다. 몇 개의 방을 더 뒤졌다. 다른 방들도 상황이 비슷했다. 정돈된 상태는 아니지만 약탈품은 없었다. 도중에 급하게 닦았지만 깔끔하게 지우지 못한 핏자국 같아 보이는 것도 발견했다. 연해서 확신이 서진 않았다.


다음 방부터는 문이 열려있었다. 이 이후는 다른 사람이 수색을 끝낸 건가?


쿵!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미약하게 사람 아닌 것의 숨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방으로 몸을 던졌다.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개의 형상을 한 소형 몬스터 코볼트. 그놈의 숨통을 끊고 있는 용병 2인조. 나는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인 건 용병 중 하나가 란세우스였다. 이 사람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최소한 나와 대화를 해주는 용병이었기에 나는 용기를 내서 물어볼 수 있었다.


“몬스터가 있었습니까?”


“너로군. 보이는 대로다. 여기에 몬스터가 있었고 처치했다. 다른 놈들을 더 봤냐는 물음이라면 아니다. 나도 이놈이 처음이다.”


몬스터의 습격으로 이렇게 된 것이 확실하다면, 사치품들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사치품은 가치가 없는 물건이니까.


하지만 의문점이 사라지지 않는다. 코볼트는 그렇게 강한 몬스터가 아니다. 이 정도 규모의 저택이라면 병사도 상당히 갖추고 있었을 터. 고작 코볼트 무리에게 패배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피를 지운 흔적도 이상하다. 코볼트 따위에게 습격 흔적을 지우려 할 지능이 있지도 않고 그럴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코볼트와 함께한 존재가 있나?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다른 몬스터와 함께하지 않는다. 고블린은 고블린끼리, 코볼트는 코볼트끼리만 움직인다.


“다른 발견한 것이 있습니까?”


“아직 없······잠깐.”


에클레스가 코볼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코볼트의 목엔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왜 몬스터가 목걸이를 걸고 있는 거지?


“이건······키프로스로 만든 목걸이?”


코볼트의 목걸이는 갈색빛을 띠는 투명한 광물을 정육면체로 가공한 형태였다.


키프로스. 스승님께 들어본 적 있는 명칭이었다. 오러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다던가? 다만 어떻게 다루는지는 배우지 못했다.


“오러가 담겨있긴 한 것 같은데. 아드모스, 어떤 용도인지 알겠나?”


란세우스가 옆에 있는 대머리 용병에게 건넸다. 그는 목걸이를 받자마자 말했다.


“자체적으로는 기능이 없다. 평범한 베타 오러다. 이런 오러는 보통 탐지기로 활용된다. 이 목걸이를 만진 자가 있다면 오러의 주인이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뭐?”


즉, 이 목걸이를 만든 사람이 우리를 감지했다는 의미였다. 아드모스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소리가 들린다. 위층. 발소리 같다. 많다. 사람의 발소리······는 아닌 것 같다. 어떤 건 사람치고 무겁고 어떤 건 사람보다 가볍다. 이동한다. 달리고 있다. 앞으로. 계단이 있는 방향이다.”


에클레스가 다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와 아드모스도 그를 따라갔다. 복도를 달려 중앙에 가까워지자 이제 나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소리가 커졌다. 온갖 괴성이 섞인 몬스터 무리의 울음소리였다. 우리는 천천히 발걸음을 늦추고 무기를 꺼내 들었다.


“소리가 이상한데.”


“키에에에엑!”


“그르르르르!”


“우워어어어어!”


마치 여러 몬스터가 뒤섞인 것 같았다. 무리가 계단을 완전히 내려왔다. 고블린, 코볼트, 오크에 임프까지, 파도가 우리에게 들이닥쳤다.


“빌어먹을! 너무 많잖아!”


몬스터 파티라는 기현상에 의문을 가질 여유 따윈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수가 다수를 상대하기 적합한 좁은 복도라는 점이었지만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창, 란세우스가 검과 방패를, 아드모스는 뒤에서 활을 들어 올렸다.


“알파, 베타.”


란세우스가 두 손가락으로 자신의 검을 쓰다듬자, 그의 검이 하얗게 빛났다. 색채의 오러 베타. 무기를 날카롭게 만들어 주는 2번째 오러다. 역시 이곳에 모인 용병 중 어중이떠중이는 없는 모양이었다.


난 색채의 오러까지는 사용하지 않았다. 오러를 쓸 수 있다는 것은 강함의 증명이고 명예다. 죄인은 명예를 가져서는 안 된다. 내가 사용해도 되는 것은 1번째 오러인 알파, 육신의 오러뿐이다. 이 정도는 용병이면 누구나 쓸 수 있기도 하고 심지어 몬스터도 쓸 정도로 기본적인 오러이다. 무엇보다. 육체 내부에 사용하는 오러이기에,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알파.”


아드모스가 쓰는 오러도 알파뿐이었다. 쓸 줄 알지만, 화살은 몸을 벗어나 버리는 탓에 색채의 오러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몬스터의 파도가 완전히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모두가 무기를 휘둘렀다. 이렇게나 많고 격한 무리를 상대하려면 잠시도 멈춰서는 안 된다. 한 번의 공격에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적을 제압해야 한다.


솟구친 피가 내 뺨을 적셨다. 공격이 막히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공격이 막히는 순간 다른 몬스터의 공격이 들어올 테고 그 공격을 회피하려 하면 빈틈이 생기고 내 옆 사람이 위험해진다.


찌르기로 오크의 머리를 뚫는다. 올려 쳐서 코볼트 둘의 몸을 절단한다. 창대로 스켈레톤의 머리통을 날린다. 내려쳐서 드라고니안을 가른다. 발차기로 고블린을 밀쳐낸다.


옆에서 색채의 오러를 다루는 란세우스의 검이 한 번에 두셋씩 썰어댔다. 아드모스의 화살은 우리 둘의 빈틈을 메꿨다. 이 둘은 베테랑 용병답게 몬스터 무리를 막아냈다.






수십 분이 순식간에 흘렀다. 몬스터의 파도는 멈추지 않았다. 슬쩍 고개를 들어 올려 봤지만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는 끝이 없군. 방법을 바꿔야겠어. 잠시만 버텨봐.”


란세우스가 검을 집어넣으며 물러나더니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다시 상자를 열자, 갈색빛의 광물이 나왔다, 키프로스였다. 란세우스가 그것을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에타!”


키프로스가 떨어진 지점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아 오르더니 몬스터 무리를 가로막는 벽이 되었다.


“퇴각한다. 로비로 가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죄인이지만 영웅이 될 거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7화 25.02.04 3 0 11쪽
6 6화 25.01.23 7 0 13쪽
5 5화 25.01.22 7 0 13쪽
4 4화 25.01.21 9 0 12쪽
3 3화 25.01.19 10 0 12쪽
» 2화 25.01.18 9 0 13쪽
1 1화 25.01.17 23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