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이지만 영웅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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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런트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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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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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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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우리는 동관의 끝에 있는 계단을 이용해 1층으로 내려왔다. 이쪽을 탐색하던 용병들은 탐색이 이미 끝났는지 보이지 않았다.


“다종족 몬스터 무리. 짐작 가는 게 있나?”


란세우스가 아드모스에게 물었다.


“하나 있다. 마족.”


마족. 몬스터와 함께


“제기랄. 마족이 껴있다면 문제가 큰데.”


로비에 가까워지자, 냄새가 났다. 피 냄새였다.


“이 냄새······설마.”


우리는 다급하게 로비로 뛰어갔다. 가까워질수록 피 냄새가 짙어졌다. 우리는 곧 목격할 수 있었다.


물어뜯긴 시체. 짓이겨진 시체. 출혈로 사망한 시체 등 총 6구. 스딘발루드가 있던 용병단이 모조리 고깃덩어리가 되어있었다.


“소형 몬스터 아니다. 트롤 이상. 대형종.”


시체의 상처가 작지 않았다. 사람이나 그보다 작은 존재의 무기나 이빨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거대한 무게로 짓눌리거나 큰 힘에 뜯겨나간 것 같은 형태였다. 고블린 같은 작은 개체가 낼 수 있는 상처가 아니었다. 우리가 상대했던 다수의 소, 중형 개체들보다 훨씬 거대하고 강한 개체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젠장, 의뢰는 실패다. 우리도 같은 꼴이 되기 전에 탈출하자.”


란세우스가 몸을 돌려 현관문으로 향했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대규모 몬스터 무리만 해도 심상치 않은데 강한 대형 몬스터도 있을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만약 여기에 마족까지 껴있다면 의뢰의 규모는 상정한 것보다 너무 커진다.


더군다나 절반 가까운 용병이 죽었다. 한번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의뢰 내용의 최소한은 저택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히는 것.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때, 란세우스의 등 뒤에 있던 거인의 형태를 띠고 있는 석상이 움직였다. 그것이 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어딜 봐도 란세우스를 공격하려는 모습이었다.


“란세우스, 피해!”


내가 다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석상의 주먹이 란세우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크악!”


로비에 석상이라 생각했던 것들의 정체는 석상이 아니었다. 석상의 형태를 한 몬스터, 가고일이었다. 나는 창을 휘둘러서 가고일의 팔을 잘라냈다. 그 후 잘라낸 것을 밀쳐내서 란세우스를 구해보려 했다.


“크······아······.”


키가 절반 정도 작아진 란세우스는 알 수 없는 목소리를 내더니 절명하고 말았다.


“너무 많······.”


그 사이 아드모스가 가고일에게 둘러싸였다. 아드모스는 몸에 오러를 둘러 저항하려 했지만 가고일은 아드모스의 팔다리를 잡아 뜯어 버렸다.


“크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아드모스의 머리 위에 돌주먹이 떨어졌다.


콰직! 많은 것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이렇게 된 이상 혼자라도 탈출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저택의 문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보랏빛의 오러가 내 손을 가로막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문 전체에 오러가 발려있었다. 색채의 오러를 발라 문이 움직이지 않게 한 것이었다.


“큰일 났네·········.”


가고일들이 피와 살덩이가 묻은 손톱을 들어 올렸다. 나갈 수 없다면 싸울 수밖에 없겠지.


오러를······오러······


‘오러는 명예야. 그리고 죄인은 명예를 가져선 안 돼. 그게 법이니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러를 사용하지 마.’


갑자기 떠오른 스승님의 목소리가 나를 옭아맸다. 아직 살아있는 용병이 있을 수도 있고 이곳에 생존자가 남아있을 수도 있다.


오러를 쓰지 않는다고 이것들을 못 이기나? 그건 아니다.


육신의 오러를 전신에 퍼뜨렸다. 몸이 가벼워지고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손에 쥔 창을 돌리며 자세를 취했다.


그래. 어차피 이걸로도 충분하다. 가고일은 돌로 이루어진 몬스터다. 돌을 베고 뚫는데 오러씩이나 필요하진 않다.


가고일은 느리다. 내 속도가 가고일을 속도를 아늑히 웃돈다는 것을 확신한다.


오크 형태의 가고일이 내 앞까지 다가왔다. 가고일의 생태는 잘 모른다. 배웠던 것 같긴 한데 기억이 안 난다. 목을 벤다고 죽는 타입의 몬스터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창을 빠르게 휘둘러서 사지를 베고 목을 잘랐다. 버팀목이 될 다리를 잃고 쓰러진 가고일의 몸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하지만 움직임이 멈추지는 않았다. 가물가물했던 기억이 맞는 모양이었다.


가고일은 어떻게 해서 죽을까? 심장에 해당하는 핵을 가지고 있었던가? 심장이 있을 만한 위치를 찔러보았지만, 그저 돌을 뚫는 느낌만 날 뿐이었다. 여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반대? 그렇다며 반대? 아니다. 배?


“오.”


배꼽 쪽을 뚫어봤더니 움직임이 멎었다. 여기가 핵이었구나.


그렇지만 맹신하진 말자. 가고일은 생김새가 제각각이다. 핵의 위치도 개체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을 터.


가고일 셋이 내게 달려들었다. 각각 고블린, 인간 여자, 사자의 형태를 띠고 있다. 막기는 어렵다. 가고일은 느릴지언정 무겁고 그렇기에 힘이 강하다. 옆으로 몸을 날려 피했다. 그런 뒤 인간 형태의 가고일 팔을 잘라냈다.


하나씩 하나씩 깎아내자. 불리한 건 나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적은 여섯. 그것도 어지간한 용병쯤은 순식간에 도륙 내는 강한 적이다. 반면 나는 혼자다.


수에서 밀린다. 그렇다면 실력은? 모른다. 나는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모른다. 악질 용병들에게 떠밀려 피가 묻지 않으며 고블린 세 마리를 잡은 것이 내 첫 실전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어느 정도까지 이길 수 있고 어떤 것이 불가능한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신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하!”


여태 방관중이던 나머지 가고일들이 모조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우거, 코볼트, 호랑이 새, 완전히 제각각이다. 형태가 다르다고 스펙도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새는 보기와 달리 날지 못하는지 작은 발로 아장아장 걸어오는 것이 우스웠다.


일단 피한다. 뒤로, 옆으로, 다시 뒤로, 온몸을 비틀며 가고일의 공격을 피했다. 뛰어오른 뒤 염소 인간 형태의 가고일을 세로로 베었다. 얕았다. 완전히 절단할 생각이었는데 어깨에서 가슴 정도까지 잘라낸 게 전부였다.


추가 공격으로 호랑이 형태 가고일의 등을, 핵의 위치로 추정되는 곳을 찔렀다. 가고일 힘을 잃고 바닥에 엎어졌다. 가고일이 가진 핵의 위치는 같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확신도 얻었다. 생각보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거였다.


피하고, 팔을 잘라내고, 머리를 잘라낸 뒤, 배를 꿰뚫는다. 다시 피하고, 팔을 자르고, 다리를 쳐낸 뒤, 배를 가른다.


“마지막!”


마지막 가고일의 핵을 뚫은 후, 숨을 돌렸다.


사실 숨을 돌릴 정도도 아니었다. 셋 이후부턴 반복 작업일 뿐이었다.


“이제 어쩐다······.”


이후의 행동 방침을 정해야 했다. 나는 현관문을 다시 바라보았다. 오러로 강화된 문을 돌파하는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 오러의 주인이 다시 해제해 주거나, 오러 이상의 힘으로 부수거나, 오러의 주인이 죽거나.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오러의 주인을 찾아볼 수밖에.


“하아······답답하네.”






저기 외진 곳에 있는 주인 없는 저택을 어느 마족이 점거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런 외진 곳에 처박혀 있는 귀족의 저택을 굳이 마족이 점거하고 있을 가능성?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마침 이곳을 탐색하는 용병팀까지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용병팀에 껴서 임무를 수행하는 척 구석에 처박혀서 시간을 죽이면서 쉬다가 복귀하면 딱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정보를 물었고 이 용병팀에 끼어들었다. 저택에 도착한 뒤에 적당히 구석에 처박혀서 시간을 죽이다가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고 보고한 뒤 돌아가면 끝.


그런데 이런 젠장. 진짜 마족이 있네?


내 눈앞에 있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자는 피부가 보라색이었고 귀가 있어야 할 곳이 뽈록 튀어나와 있었다. 게다가 방금 열심히 때려죽인 몬스터 무리는 분명 저놈의 명령을 따랐다. 몬스터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마족은 상당히 희소한 개체다.


“디감마.”


사용하는 오러도 생소했다. 디감마라는 오러는 처음 들어보았다. 눈을 깜빡이기 전만 해도 내 눈앞에 있던 마족이 사라지더니 내 등 뒤에서 나타났다.


“큭!”


조금만 반응이 늦었어도 이 기습 한 번에 저승으로 갈 뻔했다. 저 오러는 설마 순간이동을 하는 오러인 건가? 때론 단검도 사라졌다. 말도 안 되는 궤도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아무리 집중하더라도 저놈이 어떻게 이동하는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그러므로 감에 의지하여 기습 공격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놈의 전투 센스는 그다지 훌륭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저 오러의 보기만 해도 활용 방법이 무궁무진해 보였는데 저 마족의 공격은 너무 뻔했다. 저놈이 할 줄 아는 거라곤 등 뒤에서 기습, 다각도에서 단검 투척이 전부였다. 게다가 오러를 사용하는 주기가 긴 것을 보아 연속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위협적이긴 했다. 저놈이 사라질 때마다 일단 등 뒤를 막고 보긴 했는데 저놈이 언제 생각이 바뀌어서 다른 각도로 공격할지 모르는 일이고 그것을 막지 못한다면 그걸로 끝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저놈의 모가지를 따야 했다.


“에타!”


나의 오러는 8번째 오러인 열기의 오러 에타. 주위의 온도를 극도로 올려 극한 환경으로 만들어 적의 체력을 깎아 먹을 수 있으며 불로 잔챙이를 한 번에 쓸어버리고 공간을 장악하는 것이 이점이다.


저놈이 컨트롤하는 고블린이나 코볼트같은 허접한 몬스터는 불로 지져버리고 주위를 불태워 이동반경을 제한했다.


저택이 홀라당 태워버리면 좀 곤란하니 자제하고 싶었지만, 마족을 봐버린 이상 저놈을 잡는 게 우선이다.


고열의 오러에 색채의 오러를 더해 검에 화염을 발라 휘둘렀다. 챙! 하고 맑은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족이 검을 들어 올려 내 공격을 막았다.


“어이 마족, 여기서 뭘 하고 있었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기대도 하지 않았다만은.


“손가락 몇 개 자르면 대답해 줄 텐가?”


검과 검이 몇 번 부딪쳤다.


합을 몇 번 겨루고 나니까 더욱 확신이 생겼다. 이 마족은 오러가 특이하고 뛰어날 뿐이지 전투 실력은 영 꽝이다. 전투원이 아니라 오러를 연구하는 학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이 마족 잡아다가 팔면 비싸게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얍!”


팔에 힘을 주고 휘두르자, 검이 허공을 갈랐다. 순간이동이다. 감각이 말했다. 이번엔 왼쪽이라고.


나는 몸을 왼쪽으로 꺾었다. 마족이 나타났고 막아내었다. 본능적으로 뒤가 아니라 왼쪽을 막았는데, 감이 맞아서 다행이었다. 다만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크윽!”


등을 확 파고드는 느낌. 이 느낌 기억하고 있었다. 옛날에 미숙하던 시절 몇 번 등에 구멍이 났을 때와 같았다. 내 등에 구멍이 났다. 마족을 보니 오른팔이 사라졌다가 다시 생겨났다. 다시 생겨난 팔에 들려 있는 단검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들려 있었다. 저 오러는 자기 몸의 일부만 이동시키는 것도 가능했었구나.


빌어먹을. 저 오러 너무 치사하다.


“거지 같은 능력이네.”


내가 욕지거리하며 거리를 벌리려 하자 마족이 내게 달려들었다.


아무리 상처가 있어도 이 정도쯤은······이라고 하고 싶지만, 너무 아프다. 팔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젠장!”


마음은 급해졌다. 뒤로 계속해서 밀려나다가 결국 등이 벽에 닿았다. 마족의 검이 내 목을 향했다.


“윽!”


갑자기 마족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놈의 어깨에는 저놈이 던져대던 단검이 꽂혀있었다. 마족이 단검이 날아온 방형을 보더니 공격을 막아냈다.


“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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