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이지만 영웅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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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런트001
작품등록일 :
2025.01.1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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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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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2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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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용병팀 제일 마지막에 합류했던 창잡이 죄인이었다. 놈은 빠르게 마족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저놈은 언제라도 순간이동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놈이다. 죄인은 아직 그걸 모를 터였다.


“야, 죄인! 저 마족은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 조심해라!”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족이 사라졌다가 죄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그런데 죄인은 마치 등에 눈이라도 달린 건지 바로 뒤돌아서서 마족이 검을 휘두르는 시늉조차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가로막혔다.


“아니?”


마족이 당황하여 눈을 크게 떴다.


“오, 신기한 능력이네요.”


죄인은 태평하게 말하더니 창을 움직여 마족의 검을 쳐냈다. 그러고는 공격하려다가 멈추고는 물러났다. 마족의 검이 백색의 오러로 물들어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저 죄인 쓸 줄 아는 게 육신의 오러뿐인가?


오러는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력하다.


오러를 쓰지 못하는 인간은 육신의 오러를 쓰는 인간을 이기지 못한다. 육신의 오러는 근력과 체력, 그리고 강도를 강화해 준다. 아무리 세계 최강의 근력을 가진 자라도 육신의 오러를 쓰는 노인을 이기지 못할 정도로 강해진다.


그리고 육신의 오러만을 사용할 줄 아는 자는 채색의 오러까지 익힌 자를 이기지 못한다. 색채의 오러로 강화된 물질은 아주 단단해지고 날카로워진다. 검술을 전혀 모르는 자라도 목검으로 강철 검을 자를 수 있게 되고 나무 문에 바르면 대포도 막을 수 있게 된다. 숙련된 검사가 휘두르는 채색의 오러를 바른 검은 희소한 금속인 오리할콘으로 만든 무기가 아닌 이상 막을 수 없다. 그러므로 오러를 쓰지 못하거나 육신의 오러만 쓸 줄 아는 자는 색채의 오러까지 쓸 수 있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실력이 좀 되나 싶었더니 결국 그래봤자 죄인인가? 저놈 모가지가 날아갈 때쯤을 노려서 기습을 해봐야겠다. 이 몸 상태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마족도 죄인이 주춤거리는 것을 보고 눈치챘는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검을 휘둘렀다. 죄인은 그것을 쳐냈다.


쳐냈다? 어떻게?


다시 당황한 마족이 반걸음 물러나더니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번의 합이 이어졌다. 챙! 챙! 챙! 공방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아니, 오히려 죄인이 공격적으로 마족을 밀어붙였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나는 죄인과 마족의 공방을 유심히 살폈다.


“어이가 없네.”


저 죄인은 괴물인가? 죄인의 창은 절대 마족의 검날에 닿지 않고 오직 옆면만을 쳐내고 있었다. 공격하다 마족이 방어하려 하면 창을 급격히 꺾어 쳐내는 곡예를 보여주었다.


오러를 기술로 이겨낸다니 저런 것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이 정도면 저 죄인과 마족의 실력 차이가 갓난아기와 성인 남자 수준으로 차이가 난다고 봐야 했다.


죄인의 창날이 마족의 검을 쳐내고 창대가 마족의 옆구리를 후려갈겼다.


“컥!”


마족이 바닥을 굴러 벽에 맞닿았다. 죄인은 그것을 쫓아가 창으로 내리꽂아 마무리하려 했다.


“키엑!”


어디선가 나타난 고블린이 죄인을 가로막았다. 내가 모조리 불태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남아있는 놈이 있었나.


죄인이 다급히 고블린 머리통을 쑤신 후 옆으로 던져버렸다. 그 사이 마족은 계단 밑으로 몸을 던졌다.


“야, 저 자식 도망간다!”


죄인의 판단은 빨랐다. 저놈이 자신의 창을 들어 올리다니 집어던졌다. 군더더기 없는 투창이었다.


하지만 창은 마족을 관통하지 못했다. 저놈은 옷 위로 채색의 오러가 떠올랐다.


광물이 아닌 것에 채색의 오러를 씌우는 것은 난도가 무척 높은데 저 마족은 그걸 해냈다. 검술도, 오러 활용도 허접하더니 숙련도는 또 높은 건가? 기이한 놈이다.


투창을 막아내긴 했지만, 충격에 밀려난 마족은 1층까지 추락했다.


나는 계단 발코니에 다가갔다. 마족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긴 했지만 움직일 수는 있는 상태였다. 마족은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더니 겨우 상체를 들어 올렸다. 그는 바닥에 원을 그려 자신만의 문을 만들어 내더니 그 안으로 사라졌다.


아니 저 미친 오러.


순간이동의 이동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알 수 없으니, 추격은 무리겠지. 게다가 1층의 꼴을 보니까 무언가 일이 있던 모양이다.


하······쓸모없는 죄인 놈 같으니. 저놈 실력을 보니 방심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잡았을 것 같은데.


하지만 이렇게 따졌다가 난 목숨 구해준 것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이 될 테고 화가 난 노예가 내 목을 쑤시면 막을 방법이 없다. 지금은 참자.


“고맙군. 내 목숨을 구해줬어.”


불타는 검을 들고 있는 여성이 검의 불을 손가락으로 닦아내고는 절뚝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이름이 티오페라고 했던가? 용병답지 않은 단정한 외모와 비싸 보이는 갑옷, 그리고 다른 용병과 어울리지 않으려 하는 점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다. 이 저택에 와서도 혼자 행동하는 것 같더니 여기서 마족에게 발이 묶였었나 보다.


“아닙니다. 어차피 마족을 쓰러뜨려야만 했습니다.”


티오페가 상황을 잘 모르고 있었던 낌새를 보이길래 나는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흐음, 아래에서 여덟, 이쪽에서도 셋이 죽었으니까 전멸인가?”


티오페도 탐색 도중 죽은 3명을 봤다고 말했다.


“그건 그렇고······흐음.”


티오페는 전멸한 것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넘기고는 나를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나를 평가하고 있는 것 같았다.


“흐음, 흐음, 좋아. 너, 이번 의뢰 끝나면 다음 스케줄 있어?”


스케줄?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거지?


“없습니다만.”


“오, 그래? 그러면 일 하나 하지 않을래?”


“일······말입니까?”






티오페와 대화를 끝낸 후 우리는 저택을 나왔다. 마족을 죽이지는 못한 탓에 혹시 문에 오러가 아직 남아있으면 곤란했겠지만, 다행히도 오러는 지워져 있었다. 채색의 오러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유지하기 힘든 오러인 것을 생각하면 이미 멀리 이탈해 버린 게 아닐까, 싶다.


우리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중개인에게 저택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다. 물론 내가 아니라 티오페가. 상황을 이해한 중개인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세상에 가이아시여······확인했습니다. 몬스터를 부리는 마족이 있었다니. 길드 상부에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보수는 길드나 사무소에서 받으시면 되겠습니다.”


마족의 개입이 있었다는 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닐 것이다. 나라에서 조사원이 올 수 있을지도. 내가 신경 쓸 것은 아니지만.






도시로 돌아온 나는 라헬의 사무소로 가서 보수를 받았다.


“자, 여기. 열심히 했나 봐? 추가 보수도 나왔던데.”


라헬이 건넨 주머니는 묵직했다. 내 목숨값 생각보다 작지 않구나.


“위험하긴 했지요.”


“역시 몬스터 잡는 건 쉽지 않지?”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주변 용병 놈들 상대하는 게 훨씬 힘들었지만. 구태여 그렇게 말하진 않았다.


“그렇긴 하죠.”


“이걸로 뭐할 거야?”


“그러게요. 막상 돈이 생겨봤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결국 돈을 잘 쓰려면 시내로 가야 하는데,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내가 찾아간 곳은 술집이었다. 술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좋은 일이 생기거나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술집을 찾는다고 한다. 나도 그 기분을 내보기로 했다.


싸구려 맥주가 가득 담긴 술잔을 쳐다보았다. 향부터가 구리다. 그래도 참고 천천히 술잔을 기울였다.


“크으.”


맛없다. 역시 술맛은 모르겠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계속 마시고 싶은 기분이 들기는 했다.


나는 가벼운 취기와 함께 그동안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용병들에게 욕먹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건 상당히 고달팠다. 괜히 왔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위기이자 기회는 금방 찾아왔고 나를 괴롭히던 용병들은 모조리 도륙당했다.


나는 죄인이기 때문에 명예를 얻지 않기 위해 실력을 억제했다.


나는 나 자신을 낮게 생각한다.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죽었는데 같잖게 살아있는 죄인 놈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죽고 누군가가 살 수 있다면 내가 죽는 것이 옳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실력을 억제한 탓에 용병들이 죽었다. 내가 법을 어기고 실력을 냈다면 둘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좀만 희생했다면 그들은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옳았는가? 어렵다. 사실 명예를 얻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들이 죽기를 바랐던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하······.”


남은 술을 모조리 목구멍에 들이부었다.


“생각보다 마실만하네. 한 잔 더 할까?”


한 잔을 추가로 주문했다.


아무튼 나는 살아남았고 큰 보수를 받았다. 게다가 티오페의 의뢰도 있었다.


티오페는 예상대로 용병이 아니었다. 이 도시의 돈 많은 귀족 중 하나인 피그발리온이란 자의 부하였다. 그녀가 용병인 척 의뢰에 참여한 이유는 피그발리온이 찾고 있는 것이 있는데 오이디푸스가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정보를 얻어 그것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내게 맡기고 싶은 의뢰가 있으니 이틀 뒤 피그발리온의 저택으로 오라고 했다.


나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대로 뒷골목 잡무가 아닌 의뢰를 계속 받게 된다면 뒷골목에서 벗어날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의뢰를 해결하다 보면 나 개인은 죄인치고는 쓸만하다는 이미지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가능성을 상상해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혼자 새벽이 될 때까지 술을 마셨고 취기에 비틀거리며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에클레스. 맞나?”


내 앞에 한 여성이 나타났다. 깔끔한 금발에 단정한 옷차림. 비싸 보이는 검. 적어도 뒷골목에 있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예. 어쩐 일이십니까?”


“티오페에게 의뢰를 받았다고 들었다.”


티오페와 같은 피그발리온의 부하 중 한 명인 걸까?


“맞습니다.”


“의뢰를 거부해라.”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예?”


“애초에 죄인 따위가 귀족의 의뢰를 받는 게 옳다고 생각하나?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그만둬라.”


술이 확 깼다. 심장을 후벼파는 말이었다.


동시에 생각했다. 이 여자는 대체 왜 갑자기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티오페의 경쟁 상대인가? 그녀가 피그발리온에게 사람을 소개해서 점수를 따는 것을 방해하는 걸까? 아니지. 나 따위한테 그럴만한 가치가 있지는 않을 텐데?


아니면 피그발리온의 부하가 아니라 피그발리온의 경쟁 상대?


······모르겠다.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저는 이미 의뢰를 수락한다고 하였습니다. 인제 와서 말을 바꾼다면 저의 신용도에 문제가 생깁니다.”


내 말에 여성이 웃었다.


“이미 죄인이라는거 자체만으로도 신용도가 밑바닥인데 여기서 더 떨어질 신용도라는 게 있나?”


나는 분노가 얼굴로 표출되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이미 티오페님이 피그발리온님께 말씀을 전달하셨을 텐데 제가 말을 바꾸면 그분께 피해가 가지 않겠습니까? 화가 난 티오페님이 제 목을 날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여성은 잠시 생각하더니 몸을 돌리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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