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급 무공으로 유유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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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기
작품등록일 :
2025.02.02 23:10
최근연재일 :
2025.05.1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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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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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맹주의 부탁

DUMMY


“··· 감사합니다. 궁주님.”

“감사는 무슨. 우리 사이에”


다시 마주한 소분생.

허허 웃는 모습에서는 어떠한 내공도 기세도 느껴지지 않았다.

위협도, 온기도, 기척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주위 공기가 미묘하게 달랐다.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직감이 경고했다.


만약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아무런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키는 오 척 반. 말투나 차림새 때문에, 특이하게 생긴 사람이구나 하고 넘어갈 정도였다.


“소식은 계속 듣고 있었다. 큰 일을 했더구나.”


설랑대원 모두의 눈을 맞추고 있었기에 누구 한 명을 지목하고 한 얘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대주인 하종두가 대표로 대답했다.


“저희의 힘만으로 불가능했을 겁니다. 모두가 도와줘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만하면 적당히 생색내고, 공을 모든 사람과 나누는 대인배 같은 대답이었다.

스스로 만족하고 있을 때.


소분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냐? 모두의 힘이라니?”

“···예?”


이번에는 하종두뿐만 아니라 일행들 모두 소분생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시치미 떼는 것이냐? 말하지 않았느냐. 욕심이 과하면 탈 난다고.”

“······?”

“허어. 이것 참. 이번에 부옥산에서 오는 길이 아니더냐. 그전에는 단혼산에도 들렀었고.”

“그, 그걸 어찌······?!”


하종두의 고개가 소백에게 향했다.

나머지 일행의 시선도 하종두 고개를 따라 움직였다.


“···자, 잠깐. 충분히 오해할 만한 소지가 많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절대 아니다.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소백은 반사적으로 손을 휘저으며 열변을 토했다.

일행들은 그런 소백의 모습에 금방 수긍했다.


“하긴 소백 형님은 뺀질거리고 사차원같은 행동을 가끔 하지만, 고자질할 정도는 아니지.”


오해는 풀었지만, 반대로 기분이 나빠지는 기현상을 느끼는 소백이었다.


“저···, 궁주님. 그건 어떻게 알고 계시는지요?”

“별거 아니다. 조가령 소저가 알려주더구나.”

“가, 가령이가, ···왜요?”


뜻밖에 밝혀진 범인의 정체에 일행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데서 사고가 터진 셈이다.


“맹주가 비무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알고 있겠지?”

“예. 이미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래, 비무대회랑 별개로 맹주가 너희를 만나보고 싶다는 서신을 조 소저 편으로 보내왔다. 거기에 적혀있더구나. 조금 뺏어 먹어도 된다고. 하하하.”

“······?”

“정말 큰 일을 했더구나. 무영신투의 보물창고를 차지하다니. 대단해. 정말 대단해.”


뒤통수도 이런 뒤통수가 없었다.

하종두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귀주에서 가까이 있는 여궤산 보물창고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추궁과혈 한번 해 주고 보물창고를 뺏어갔다.

수지가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 장사가 아닌가.


***


일 개월 후.


호북 수주현.


“우와. 여기가 무림맹이 있는 수주구나.”

“우리 촌놈 행세 좀 안 하면 안 될까요?”


염우행이 일행들을 쳐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자 어김없이 날아드는 하종두의 한마디.


“길치인 주제에 잘난 척은.”

“어이. 대주. 선은 넘지 말지.”

“일단 진정하고. 맹으로 가자고, 맹주님이 호출인데 늦게 가는 건 실례지.”


소백이 하종두와 염우행을 뜯어말렸다.

잠시 후. 무림맹 성채가 눈앞에 나타났다.

무언가에 압도되는 느낌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를 실감한 일행.


“엄청나군.”


무림맹의 거대한 성채.

배산임수(背山臨水).

산과 강이 어우러지는 곳에 무림맹이 자리했다.

거대한 청동문 문에 새겨진 무림맹(武林盟)이란 글자 하나하나에 위엄이 배어 있었고,

정문 좌우에 용과 호랑이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이는 하늘을 나는 자와 땅을 지배하는 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검은 현무암으로 지어진 성벽마저도 어마어마한 위용을 자랑하는 게 아닌가.


“여러분. 어서 오시지요. 제갈민입니다.”


무림맹 군사 제갈민이 정문까지 나와 설랑대를 맞이했다.

나이는 이립도 안 된 이십팔 세의 젊은 청년.

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뛰어나 운룡지략(雲龍智略)이라 불린 사내였다.

사마공리가 마교 첩자임이 밝혀져 하옥되면서, 그 후임으로 무림맹 군사직을 맡은 자였다.


“제갈 군사님을 뵙습니다.”


설랑대 일행 모두 정중하게 포권하며 마주 인사했다.

나이는 비록 어리다고 하지만 무려 무림맹의 군사다.

정도 무림인으로부터 존중받아 마땅하고 또한 존중해줘야 한다.


“명성이 자자한 설랑대를 이제야 뵙는군요. 맹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감사합니다. 군사님.”


제갈민이 안내한 곳은 청룡당(靑龍堂).

맹주의 집무실이었다.


“하하하. 어서 오시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맹주님. 설랑대 대주 하종두라 합니다.”


하종두를 시작으로 일행 모두는 자기소개를 마쳤다.


“정말 반갑군. 독고설랑(獨孤雪浪).”

“예? 독고설랑···요?”

“모르고 있었나? 강호에서는 그대들을 독고설랑이라 부르고 있다네.”

“아, ···예.”

“중원 무림을 위해 애써준 건 항상 감사하고 있네.”


무려 삼제(三帝)의 감사였다.


“그런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누군가에게 칭찬받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겸손하지 않아도 되네. 그대들이 한 공적은 결단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감사합니다. 맹주님.”


맹주는 생각보다 훨씬 털털한 성격인 거 같았다.


“자네들은 청룡대회에 참가 안 하는가?”

“설후 누님과 노걸 형님, 당예만 참가하려 합니다. 나머지는 나가기가 좀 그러네요.”

“그렇군. 자네들은 확실히 후기지수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군.”

“···아무래도 그렇지요.”


소백이나 진평, 하종두, 염우행은 후기지수들과 엄청난 격차가 나기에 청룡대회에 참가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종두의 대답에 고개를 잠시 끄덕여 준 남궁무백은 뭔가 할 말이 있다는 표정을 했다.


“하 대주.”

“네. 말씀하십시오”

“초면에 민망하지만, 내 부탁 하나만 함세.”

“부탁이라뇨? 당치 않습니다. 말씀하시지요.”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얼마 전 끝난 점창대전 때는 맹주로서 한 일이라곤 하나도 없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


하종두도 조가령이 준 정보에 의해 무림맹의 곤란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

선발대로 출발하려 했던 무당파, 화산파, 종남파가 돌연 취소했다는 사실을.


“저희도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구만. 그래서 말인데, 자네들이 전가장을 조사해 줬으면 하네.”

“···저희가요?”

“전 사마 군사가 심은 첩자를 색출하고는 있지만, 아직 완전히 찾은 건 아니라 맹의 인력을 뺄 여력이 없다네.”

“그래서 저희에게······.”

“맹주가 무능한 탓이지.”

“···그런데 저희에게 그 일을 처리할 능력이 있을지······.”

“허허허. 잠깐 기다려 보게. 군사.”


남궁무백은 옆에 있는 제갈민을 향해 눈짓을 줬다.

그러자 제갈민은 고개를 살짝 숙인 뒤 맹주 집무실을 나갔다.

잠시 후.


“모셔왔습니다. 들어오시죠. 조 소저.”

“······?”


일행들이 영문을 몰라 하는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갈민의 뒤에 모습을 드러내는 소녀.


“짠! 오라버니들.”

“···어! 가령아.”

“조가령!”


조가령과 헤어진 지 무려 오 개월 만이었다.

마치 막내 여동생을 맞이하는 것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보기 좋군.”


맹주의 짧은 감상평에 하종두가 대답했다.


“헤어진 지 오 개월 만이거든요.”

“자, 그럼 조 소저가 합류하면···, 가능하겠는가?”


하종두는 일행을 돌아봤다.

일행들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조가령이 한발 앞섰다.


“맹주님. 당연합니다. 저희만 믿으세요.”

“가, 가령아. 너무 멋대로 대답하는 건 아······.”

“노걸 아저씬. 여전하네.”


조가령은 노걸의 말을 중간에 가차 없이 끊었다.

이미 제갈 군사에게 상황을 전해 들은 상태였다.

더군다나 얼마 전 개방 서문추에게 전가장 실체를 알려준 바 있었다.


“당연히 우리가 해야죠. 안 그래요. 대주 오라버니.”

“어? 그, 그렇지.”

“됐어요. 맹주님. 결정됐네요. 저희가 하겠습니다.”

“···그래. 고맙구나.”


지금까진 웬만한 의사결정은 대주인 하종두가 했었다.

하지만 조가령이 돌아오자마자 주도권이 넘어갔다.

일행들도 설랑대 실세가 누군지 금방 알아챘다.


*


우여곡절 끝에 맹주와 점심을 같이 한 후, 무림맹을 나섰다.

조가령은 당예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 인사나 하죠. 이미 알겠지만, 조가령이라 해요.”

“반가워요. 당예에요.”

“뭐, 우리 동갑인 걸 아는 사이에 말 편하게 하자.”

“그래 가령아. 호호호.”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죽이 척척 맞는 두 여자였다.


조가령과 당예 옆으로 다가오는 설후.

그러고 보니 이제 설랑대에 여자가 세 명이었다.

어느새 남자 다섯에 여자 셋. 전부 여덟 명이 되었다.


“가령아. 이젠 수련은 다 끝났어?”

“예. 설후 언니. 이제부턴 혼자 수련해도 돼요.”


조가령은 씩 웃어주며 부채를 쫙 펼쳐 보였다.

부채의 양 가장자리에는 판관필 모양의 적시가 얌전히 꽂혀 있었다.

그때 설후의 눈이 조가령의 이마에 향했다.


“그런데 가령아. 이마에 있는 문신은 뭐니?”

“아, 이거요. 시랑(豺狼)이에요. 적시를 수련하니까 문신이 새겨지던데요.”

“그러냐? 멋있는데···. 언제 한번 솜씨 좀 보여줘.”

“예. 언니.”

“그런데 가령아. 저기···, 설랑은 같이 오지 않았니?”

“혼자 가볼 데가 있다고 하면서 중간에 헤어졌어요.”

“···혼자?”

“예. 구오산에 간다고 하던데요. 거기 포효라는 요물을 잡아 본다나 어쩐다나 하면서.”


하종두는 일행들과 나란히 걸어가며 조가령의 얘기를 듣다가 깜짝 놀랐다.


“뭐, 거길 혼자 갔다고?”

“응 오라버니. 혼자 충분하다던데. 그리고 덩치가 좀 커졌어.”

“커졌다고?”

“오라버니가 혼돈기를 제대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설랑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던데.”

“그, 그러냐?”


하종두도 그럴 수 있겠다 싶어, 그냥 넘어가려는데 뭔가 이질적인 말을 들은 게 떠올랐다.


“가령아. 근데 넌 어떻게 설랑의 말을 알아들은 거냐?”

“아 그거요?, 이 문신이 생기면서부터 그냥 대화가 되던데요.”

“······?”


일행은 조가령의 이마에 새겨진 문신이 대단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 틈에 노걸은 조가령 이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 건들지 마요. 아.저.씨.”


조가령이 노걸의 손을 탁 치며 인상을 썼다.


*


다음 날.

서안에 도착한 설랑대.

진평과 염우행, 설후, 당예는 일단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따로 움직였다.


“근데 가령아. 전가장 일은 만만찮을 거 같은데 우리가 할 수 있겠냐?”

“대주 오라버니 말씀대로 전가장에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엮여 있어요.”

“이미 조사를 했구나.”

“조사를 했다기보다는 예전부터 적호궁에서 주시하고 있었어요.”

“무당파, 화산파, 종남파라 하면 구대문파 중에서도 상당히 강한 문파잖아. 그런데 어쩌다가 전가장에게 약점이 잡혔냐?”

“얘기하자면 길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맨날 조가령에게 놀림당하는데도 노걸이 호기심이 동하여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 요약하면?”


노걸을 한 번 쏘아본 조가령은 말을 계속 이었다.


“아주 간단히 요악하면 장로들과 제자들 때문이에요.”

“내부 사정이 있나 보군. 이거 쉽지 않겠구만.”

“맞아요. 소백 오라버니. 그래서 문파에서도 쉬쉬하고는 있는데 이미 곪을 대로 곪았어요.”

“그렇게 되면 여파가 만만찮을 건데. 그 전에 우리가 해결하는 게 그나마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긴 한데 말이야.”

“우리 일단 객잔부터 구하죠. 자세한 건 일행들이 전부 모이면 말씀드릴게요.”

“그러자구나.”


어찌 보면 정파 무림의 병폐를 밝혀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잘못 처신하게 되면 오히려 몰매를 맞을 수도 있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임무였다.

젊은 놈들이 치기 어린 영웅 놀이를 한다는 비야냥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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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납치범의 정체 +1 25.05.10 207 5 13쪽
87 척살대 +1 25.05.08 231 5 14쪽
86 급전(急傳) +1 25.05.07 220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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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신물(神物) 지남거 +1 25.05.03 242 6 13쪽
82 다시 중원으로 +1 25.05.01 268 7 14쪽
81 비무 +1 25.04.30 262 7 13쪽
80 군사의 부탁 +1 25.04.29 268 9 13쪽
79 청룡대회 +1 25.04.27 279 5 12쪽
78 일 좀 같이하시죠. +1 25.04.26 268 7 13쪽
77 사칭범 +1 25.04.24 302 7 13쪽
76 혈야귀(血夜鬼) +1 25.04.23 297 6 12쪽
75 검을 드는 이유 +1 25.04.22 280 7 14쪽
74 은원(恩怨) +1 25.04.20 292 5 13쪽
73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1 25.04.19 285 7 13쪽
72 독(毒)의 정체 +1 25.04.17 300 5 13쪽
71 드러나는 음모 +1 25.04.16 304 6 12쪽
70 수상한 낌새 +1 25.04.15 314 9 13쪽
69 청홍회(靑紅會) +1 25.04.13 353 8 13쪽
» 맹주의 부탁 +1 25.04.12 339 10 12쪽
67 추궁과혈 +1 25.04.10 348 10 13쪽
66 영약 +1 25.04.09 348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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