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급 무공으로 유유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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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기
작품등록일 :
2025.02.02 23:10
최근연재일 :
2025.05.1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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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2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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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혈야귀(血夜鬼)

DUMMY


하종두의 오른 눈에서 청색의 불꽃이 이글거렸다.

혼돈에서 태어나 혼돈을 멸하려는 자.


“나는 태초의 혼돈을 지닌 자. 하종두다.”

"······?"


하종두가 한발 나섰다.

다시 한발.

그에 맞춰 검마는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진정한 최강의 검이 어떤 건지 내가 보여주지. 꼭두각시.”

“이, 이놈. 어떻게, 어떻게 네 놈 따위가······?”


하종두는 눈을 감았다.

검마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전혀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눈을 감고 있어도 오른쪽 눈을 통해 검마의 기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윽고 신멸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화르르륵!


신멸검에서 칠흑 같은 불길이 타올랐다.


“염천궁극(炎天窮極)!!”


하종두의 일갈.

그리고 날아가는 어둠의 불꽃.


“내가 그냥 당해줄 것 같으냐!”


검마도 하종두의 공격이 지금까지와는 결을 완전히 달리한다는 걸 알아챘다.

이번에야 말로 천하의 검마도 목숨을 걸어야 함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지금까지 아꼈던 자신만의 최고 절기.

검마가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게 해준 검법.

남아있는 모든 내력을 끌어모아 검에 모조리 담았다.


“아수라마검(阿修羅魔劍)!!”


검마도 일갈을 내질렀다.

그리고,

허공에서 부딪치는 두 개의 검.


쿠웅!


설랑대 일행은 이 둘의 싸움에서 발생할 충격파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일제히 자리를 피했다.

그런데.

상상을 초월한 공력이 부딪쳤음에도 충격음이 터져 나오지 않았다.

충격파는 오히려 안으로 완전히 갈무리된 듯 먼지 한 톨도 일지 않았다.


그 자리엔 우뚝 서 있는 두 사람.


“잘 가라. 마교 꼭두각시였지만, 훌륭하군.”

“고맙···.”


상반신이 비스듬히 잘리면서 넘어가는 자는 검마였다.


“이것이 나의 새로운 검이었네!”

“······.”


대답은 없었다.


“으윽!”


일행을 돌아보려고 고개를 돌리던 하종두는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야! 하종두!!”

“대주!!!”


넘어진 하종두를 향해 달려오는 일행들.

다급하게 달려오는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라는 표정이 자리 잡았다.

끔찍한 상상을 하면서.


한편, 뒤에서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던 화산파와 비호대의 눈에는 믿기 힘든 하종두의 무위에 정신을 놓고 있었다.

중원의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목전에서 목격한 것이다.


“하종두!”


맨 먼저 달려온 소백은 하종두의 상태를 확인했다.

나머지 일행들은 소백과 하종두를 둘러쌌다.


“음······.”


말없이 한참 동안 하종두를 살피던 소백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


꿀꺽!


누군가의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기혈이 뒤틀리고 진탕되어 내력이 한 푼도 안 남았고, 몸 상태가 걸레짝처럼 엉망인 거 빼고는 다 괜찮다.”

“······??”

“저, 형님. 그게 정상인 거··· 맞는 거죠? 그 정도면 죽기 일보 직전 아닌가요?”

“다른 데는 괜찮대도.”

“그러니까 다른데 어디요?”

“······.”


진평은 소백을 못 믿겠다는 듯 쳐다봤다.

생각이 없는 노걸만 고개를 끄덕일 뿐.

나머지 일행도 소백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사실을 말해보라고 압박하고 있었다.


“···크흠. 아무튼 괜찮대도 그러네. 일단 무림맹으로 돌아가자.”


염우행이 하종두를 안아 들었다.


서안에서의 모든 일을 마무리한 설랑대는 비호대의 호위를 받으며 무림맹으로 향했다.

남산파와 무산파, 상관세가의 처리는 무당파와 무림맹에서 처리한 상태다.


설랑대의 활약으로 정도 무림에 스며들어 첩자 역할을 하던 사파와 마교 잔당들을 모조리 축출했다.

점창대전에 이어 이번 서안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운 설랑대.

또다시 독고설랑이란 이름이 중원 전역으로 퍼졌다.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다는 소문도 함께.


***


천산. 마교의 본산.

수백의 마인이 한 사람 앞에 모조리 오체투지하고 있었다.

벌써 한 시진이 지났다.

누구 하나 말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바늘이 떨어지면 아마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릴 것처럼 고요한 적막이 계속되었다.


“삼묘백.”


오랜 적막을 깨는 목소리.

태사의에 나른하게 앉아 있던 악양자가 입을 열었다.

교주의 말소리가 대전에 웅웅거리며 울려 퍼졌지만, 오히려 더 심한 정적이 찾아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목소리에는 살기가 진득하게 베어 나왔다.


“커억! 쿨럭!”


호명을 받은 삼묘백은 갑자기 피를 토했다.

오체투지하고 있는 얼굴은 자신이 토한 피 웅덩이에 처박고 있었다.

피칠갑을 한 얼굴은 마치 흉신악살과 같았다.


“왜 도망쳤지?”

“···그, 그게 후일을 도모하려면.”

“네놈이 그리 유능하였더냐?”

“전, 전 단지···, 죽여주시옵소서.”

“감히! 본 좌에게 죽여달란 부탁을 하느냐!”


악양자의 일갈에 삼묘백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대전에 엎드려 있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딱!


악양자는 태사의에 앉은 채로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크아아아악! 크으윽!”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삼묘백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마치 빨래를 쥐어짜듯이 몸이 뒤틀리며.


후두둑! 투둑!


온몸의 모공에서 피가 새어 나오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팔과 다리는 반대로 돌아가고, 복부는 뜯어져서 내장이 흘러내렸다.


“권마.”

“예. 교주님.”


마라육존 간에는 비록 서열이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권마가 알게 모르게 그들을 대표하고 있었다.


“검마와 귀마가 죽었다고.”

“예.”

“누구지?”

“설랑대입니다.”

“설랑대···. 설랑대라? 왜 아직 놈들이 돌아다니고 있지?”

“······.”


권마는 몸을 흠칫 떨었다.

물론 자신이 받은 명령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악양자의 분노를 받잡기 어려웠다.


“마옥을 열어라.”

“교, 교주님. 그들은······.”

“네가 가서 그놈들을 풀어줘라.”

“···명을 이행하겠습니다.”


권마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


천산 중에서도 가장 깊숙하고 가장 어두운 곳.

그중에서 빛 한 줌도 들어오지 않는 감옥이 있었다.


마옥(魔獄).


마옥으로 향하는 권마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여기는 올 때마다 기분이 안 좋군.”


마옥에 가까워지자, 피비린내와 오물냄새, 음식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짐승들을 가둔 우리에서도 이런 냄새가 나지 않을 것이다.


마옥의 입구는 거대한 철문이 막고 있었다.

그 두께만 해도 삼 척은 넘어 보일 정도로 육중했다.


“문을 열어라.”


권마가 경비를 서고 있는 마인에게 명령했다.


쿠구구구궁!


이십 명이나 되는 마인이 달라붙어 철문을 밀자 육중한 굉음을 내면서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철문 안쪽으로 오 장 정도 들어가자, 또 다른 철문이 나왔다.

이후에도 두 개의 철문을 더 통과하고 나서야 감옥이 나왔다.


“윽!”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악취가 있으면 이러지 않을까 싶었다.

내공으로 코를 막았음에도 풍겨지는 냄새를 막을 수 없었다.


“흘흘흘. 웃긴 놈이군. 이 냄새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더냐.”

“크크크크! 네놈은 누구냐?”


빛 한 점 들지 않는 그곳.

지하 감옥.

그 속에서 느리고 낮은 목을 긁는 기분 나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곳의 어둠조차 그들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했다.


쿠오오오오!


감옥 안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끈적한 기운.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여 들끓게 만드는 불쾌하고 역겨웠다.

그들이 내뿜는 기운은 대기를 짓눌러 권마의 몸을 구속하려 하고 있었다.


“···난, 권마요.”


권마는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짜 대답했다.


“권마? 그래도 애송이가 제법이구나.”

“크크. 계집을 데려오기라도 했느냐?”


진중한 구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목소리.


“···교주님의 명이오. 중원으로 가시오.”

“교주? 악양자 말인가?”

“말! 조심하시오. 한 번만 더 그 더러운 입을 놀렸다간 내가 죽여주지.”

“흘흘흘. 너무 흥분하지 말거라.”


이 들은 흑백 혈야귀(血夜鬼)라 불리는 자들이었다.

한 명은 눈동자 전체가 시꺼먼 흑안, 다른 한 명은 반대로 백안이었다


권마가 이들을 꺼리는 건 단지 이들이 익힌 무공 때문이었다.

혈야귀가 익힌 무공은 혈야신공(血夜神功)이었다.

숫처녀의 피를 흡수하여 내공을 축적하는 무공으로 정사마 할 것 없이 금지하고 있는 무공이다.

만약 혈야신공을 익힌 걸 들키는 날에는 모든 무림인의 공격을 받을 것이다.


이를 마교에서 비밀리에 자행하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권마는 이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걸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거였다.

하지만 교주님의 명이 내려진 이상 어찌하랴. 따를 수밖에.


혈야귀는 무려 십여 년을 마옥에 갇혀 오로지 숫처녀의 피만 마셨다.

교주는 이들을 궁극의 암살자로 키웠으며, 한 가지 임무만 완수하면 자유를 준다고 약조했다.

사실 이들은 무림맹주를 암살할 목적으로 키우고 있었다.


“크크크. 지긋지긋한 이곳도 끝이군. 피 맛을 원 없이 볼 수 있겠어.”

“하나만 처리해 주시면 되오.”

“흘흘흘. 누굴 죽여주면 되느냐?”

“설랑대란 놈들이오. 지금은 무림맹에 있소.”


흑백 혈야귀는 권마를 향해 비릿한 표정을 지었다.


“흘흘흘. 그놈. 새파랗게 어린놈의 말투가 거슬리는군.”

“크크. 그래도 우릴 꺼내주러 온 놈인데 봐 주자고.”


권마는 흑백 혈야귀의 말에 일체의 대꾸도 하지 않고 간수에게 명령했다.


“열어라.”


철컹! 쿠구궁!


굳게 닫혀 있던 지하감옥이 십 년 만에 열렸다.


“크하하하하!”


단지 웃음소리였을 뿐인데 지하감옥의 공기가 진동하며 메아리쳤다.


“으아악!”


마옥을 나오자마자 간수의 목을 잡아 뽑은 백발의 혈야귀.


“바로 이 손맛이지. 크크크크.”


백 혈야귀는 손에 묻은 피를 혀로 햝았다.


“적당히 하시오. 교내에선 어떠한 살인도 용납하지 않소.”

“흘흘흘. 뭐라 했나? 애송이.”

“혈야귀. 선은 넘지 마라. 선배로서 대접을 받고 싶다면.”


화아아악!


권마가 기세를 풀어 버리자, 전신에서 뿜어지는 마기의 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장포 자락이 뿜어져 나오는 마기에 미친 듯이 펄럭거렸다.

동시에 검붉은 아지랑이가 권마의 몸을 휘감았다.


“어떻게 하겠나? 썩은 눈깔.”

“크크크. 애송이가 제법이다만, 그걸로 우릴 이길 수 있겠나.”


흑백 혈야귀의 몸에서도 피빛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파바바밧!


서로의 진기가 부딪치는 곳에선 불꽃이 튀었다.

권마가 한 걸음을 내딛으려 할 때였다.


“그만! 이게 무슨 짓이냐?”


공중에서 한 명의 노인이 내려왔다.


“좌호법.”


권마는 그 노인을 알아보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노인은 마교의 좌호법 멸왕 정백노였다.

정백노는 혈야귀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놈들이 정녕 미친 것이냐!! 중원에 나가기 싫으면 싫다고 하거라!”

“흥! 빌어먹을 노인네.”


혈야귀는 정백노의 시선을 피했다.


“교주님의 명령이다. 목숨 걸고 수행하라. 아니면 죽음뿐.”

“알았소. 대신 약속은 반드시 지키시오.”


흑백 혈야귀는 일체의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미안합니다. 좌호법님.”


권마가 먼저 고개를 숙이는 자는 교주를 제외하곤, 좌호법 정백노와 우호법 하우걸이 유일했다.


***


청룡대회 일주일 전

서서히 무림맹이 있는 수주로 모여드는 수많은 후기지수와 장로들.


“오라버니. 설랑대가 그렇게 대단하다면서요?”

“영아. 그 얘긴 또 어디서 들은 게냐?”

“이미 중원 바닥에 소문이 자자한 걸요. 오히려 모르는 게 이상하다고요.”

“궁금하면 내 직접 소개해 주랴?”

“누, 누가 궁금하다 했나요?”

“하하하. 녀석.”


제갈민은 그런 여동생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한동안 놀려댔다.

이들은 무림맹 군사 제갈민과 그의 막내동생 제갈영이었다.


만약 제갈영의 또라진 모습을 뭇 사내들이 봤다면 밤잠을 설칠 것이 분명했다.

제갈영은 선녀처럼 우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에, 속세의 번잡함에 물들지 않는 고결함이 돋보여 보였다.

마치 맑은 달빛, 푸른 대나무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괜히 중원삼대미녀라 부르는 게 아니었다.

중원삼대미녀는 제갈영 외에도 모용세가의 모용설화, 북해빙궁의 백설을 일컫는다.


“그런데 오라버니. 하종두 대주는 어떤 사람이에요?”

“왜 관심이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게 아니라니까요. 말 그대로 그냥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고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게 낫지 않겠냐.”

“오라버니!”

“그렇지 않아도 지금 여기로 오기로 했다.”

“···네?”


느닷없는 제갈민의 말에 잠시 할말을 잃은 제갈영.

볼에 홍조가 살짝 비쳤다가 사라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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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청룡대회 +1 25.04.27 279 5 12쪽
78 일 좀 같이하시죠. +1 25.04.26 268 7 13쪽
77 사칭범 +1 25.04.24 302 7 13쪽
» 혈야귀(血夜鬼) +1 25.04.23 298 6 12쪽
75 검을 드는 이유 +1 25.04.22 280 7 14쪽
74 은원(恩怨) +1 25.04.20 292 5 13쪽
73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1 25.04.19 285 7 13쪽
72 독(毒)의 정체 +1 25.04.17 300 5 13쪽
71 드러나는 음모 +1 25.04.16 304 6 12쪽
70 수상한 낌새 +1 25.04.15 314 9 13쪽
69 청홍회(靑紅會) +1 25.04.13 353 8 13쪽
68 맹주의 부탁 +1 25.04.12 339 10 12쪽
67 추궁과혈 +1 25.04.10 348 10 13쪽
66 영약 +1 25.04.09 348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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