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템은 자신의 위에 떠있는 부유성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걸 왜 가지고 온거지."
[고스트가 주인을 부유성의
주인으로 각인을 박아버려서
다른곳에 내버려두는게
불가능합니다.]
"...반납은?"
[각인은 오리지널의 피가
확인된 사람만이 가능한데
그런 사람이 지금 주인밖에
없으니까요.]
"아니 내버려두고 오는게
불가능한건 아니지 않아?
그냥 챙겨가세요 하고
길바닥에 버려두면.."
[버려두면 자동으로 주인이
있는곳으로 따라옵니다.]
"끝까지?"
[네. 끝까지요.]
[와! 얀데레네요.]
"너 때문이잖아!!!"
둥둥 떠다니는 고스트를
붙잡고 템은 전력으로
하늘을 향해 던졌다.
[와아! 롤러코스터!]
"하아.."
물론 얼마안가 아무렇지 않게
복귀한 고스트의 모습에
괜히 기운만 빼버렸다고
생각이 들뿐이었지만.
[그나저나 괜찮은겁니까.]
"뭐가."
[이번 사건에서 주인의 행적을
최대한 지우는거요.]
"뭐 어느정도 남겠지만.
중요한건 그거야."
템은 학교 게시판에 붙여진
두사람의 포스터를 가르켰다.
'전쟁을 막은 두 소녀.
성녀 그레첼과 라일라.'
템은 그것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주인공인 라일라가 드디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나 같은 엑스트라는
이제 본 이야기에서 퇴장될거라
이 말씀이야."
[...너무 본인의 희망사항이
전부 이뤄진다는 가정인데요.]
[하하하. 왜요 선배님.
주인이 원하는대로 이뤄지는게
주인의 최대의 행복 아닌가요.
그러면 우리는 응원해야죠.]
[고스트 당신은 유희를 위해서
만들어진 곳에 오래 있어서
어딘가 나사가 빠진게 분명합니다.
계산을 통해서 합리적인 결론을
주인에게 전달하는게 우리의..]
"아! 이게 맞다니까.
이번에는 진짜로 통할거라고.
잘 생각해봐라 나같은 졸부보다
성녀라는 타이틀을 가진
두사람이 반짝여야 왕국의
위신이 사는거 아니겠냐고.
자연스럽게 나를 견제하려고
세력을 줄일것이 분명해.
나는 그걸 받아들이고
조용히 살아가는거지."
[그런거치고는 최근에
그레첼과 라일라를 못봐서
비 맞은 강아지 같이 울적한
모습이 자주 관찰됩니다만?]
코무로의 지적에 템은 어딘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발걸음을 멈췄다.
"야이.."
휙휙!
하늘에 떠 있는 코무로를
잡으려 이리저리 손짓을
하는 템이었지만.
[제가 고스트와 같이 쉬운
탱탱볼로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저는 주인의 행동패턴을
예측해서 날이 지날수록
업그레이드를...]
"야이! 왜 이런쪽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는건데!"
[주인의 행동이 비합리적이라
이런식으로 발전하는게
옳다고 판단한겁니다만?]
"네네! 아주 잘나셨어요!"
***
"...뭐하는거냐 저녀석은."
멀리서 템을 지켜보던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내 사무실에 있는
두사람.
그레첼과 라일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이번에 벌어진
공국의 침공에 대한
왕국과 공국의 협상에
너희 둘도 참석해달라는
이야기인거다.
물론 거절해도 상관은 없다.
뭐라하는 녀석은 내가.."
"전 괜찮습니다."
"저도요."
덤덤하게 내 이야기를
받아들인 두사람에게
나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어른들이 끝내야할
이야기인데 너희를 끌어들였다."
"아니요. 저희가 성녀의 힘을
사용한건 사실이니까요."
"증명해야겠죠.
정말로 우리가 성녀라는걸."
"그것도 있지만 폐하가
원하는건 그날의 진짜 진실이다."
"진짜 진실.."
그레첼과 라일라는 진실이라는
말에 시선을 돌린다.
"템 라그나.
저녀석이 너희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몰라도 이번 사건에
너희 둘이 모든걸 해결한건
아닐거라는게 내 생각이다만."
"..."
"저희는.."
또 입을 다물었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두사람을
내보내고 자리에 앉았다.
"하아."
두 국가의 전쟁으로 벌어질뻔한
공국 불법침공은 알도 재상과
그를 따르는 세력이 일으킨
사건으로 결론이 나고 있었다.
물론 전쟁에 같이 참전한
마리나 공주나 라이슬롯 단장은
자신들에게도 죄가 있다면서
왕국의 처벌을 기다리는중.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을
해결한것이 바로.
"왕국의 오스카 왕자와
칼 케슬러.
거기에 성녀로 추정되었지만
이번에 성녀의 힘을 다루는걸
수많은 사람이 목격한 라일라.
그리고 똑같이 성녀의 힘을
사용한 그레첼."
이 네사람이 이번 사건을
해결, 전쟁을 막았다.
그것이 당사자들이 내놓은
이야기의 결말.
하지만.
"어떻게 그레첼을 공국의
전함에서 구출했으며
또 몬스터를 쓰러뜨린
기갑은 어디서 튀어나왔고.
어떻게 알도의 추악한 진실이
공주와 라이슬롯에게 알려질수
있었던 것인가."
나는 이미 그 답을 얼추
내려놓은 상태였다.
"템 라그나.
또 너냐."
하지만 템은 자신의 모든
공적을 지우고 이번 사건에
자신의 모든 행적을 지웠다.
하지만.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혼란스러운 전장에서
본 기갑과 전함.
그건 분명 템 라그나가
가지고 있는 기갑과 전함.
녀석이 지금까지 보여준
전력이라면 이번 침공을
해결하는건 문제도 아니다.
부유성까지도 어쩌면
공국을 움직이게 던진
미끼였고 그렇군 공국의
마레다 쥬린도 처음부터...."
궁금한것.
의문점은 왜?
자신의 이런 영웅적인
행적을 지운것인가.
"폐하와 젤렛치 공작의
말 대로인가.
템 라그나 너는 도대체.."
왕국, 아니 대륙의 판도를
뒤흔들 판을 준비한거냐?
***
"꽤나 건강해보이네."
"어라. 선배님."
템은 한창 점심을 먹고있는
자신의 옆으로 와 앉은
그레타 아젠바르트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격식 차리기는."
"그래도 선배님인데요.
어라 평소에 따라다니시던
사람들은 어디가고 혼자신지?"
"이제 내가 괜찮다고 말해서
각자 해야 할 일을 할 시간이니까.
꽤나 민폐를 끼치고 말았네."
"뭐 그만큼 선배가 소중한거겠죠
그 선배님들한테."
"후훗.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걸 알려줘서 고마워."
"천만에 말씀을. 그런데요."
"응? 왜 그래?"
템은 자신의 옆으로 가까이
다가온 그레타의 얼굴을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까운뎁쇼."
"어머나 의외로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구나?"
"아니. 보통의 남자는 선배같은
미녀가 옆에 있으면 긴장하는게
당연하거든요?"
"어머나. 다른 남자들은 나를
어렵게 생각하는데.
파혼당한 여자라는 타이틀이
생겨서 더더욱."
"아니 그런거 흠도 되지
않는다고요."
템의 말에 그레타는 더 가까이
그의 옆으로 바짝 달라붙었다.
"그래? 그러면 템."
"네..네네..저기 선배님.
왜 무릎에 손을 얹으신건지
아니 얼굴이 가까운.."
귀에서 들려오는 그레타의
숨소리에 템은 미친듯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주인의 심장박동수 급상승.
역시 주인도 남자였군요.
남자를 좋아한다는 저의
가설을 삭제합니다.]
[선배가 너무 나간거라니까요!
선배는 사람의 마음을 좀 더
공부할 필요가 있어요!]
'도와주지 못할 망정 품평회나
처 열고 있네 저것들이!!!'
"저기말이야 템. 여길 봐줄래?"
템이 고개를 돌려 그레타와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게
될 것 이리라.
"어머나...어머나?"
"...템?"
"이 목소리는..그레첼 라일..라?
템은 구원자의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곳에는 차갑게 식은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두 소녀.
라일라과 그레첼이 있었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그러면 안되는데 템.
안돼..그러면 안돼.
그러면 안된다고."
"어..라일라양?
무..무서운데요.
그 표정은 처음 보는.."
라일라가 템을 잡아당긴 후
그를 올려다보는 시선에
담긴 프레셔는 템이 숨을
쉬는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듯 보였다.
"후훗...그레타 선배."
"어머나. 그레첼양.
성녀가 되었다고 들었어.
이번에 공국과 전쟁이
벌어질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고.
거기다가 옛 약혼자인
오스카 왕자님과 함께.
축하해."
"...뭘 축하한다는걸까요?"
"말 그대로인데?"
"어머나. 그러는 선배야말로
얼마전에 보여준 모습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신이네요."
"어떤 의미일까나? 그거는?"
"말 그대로요."
"훗."
"후훗."
자신을 잡아당기는 라일라의
프레셔와 두사람이 풍기는
차가운 냉기.
템은 침을 삼켰다.
죽을것이다.
이 자리에 있다가는 죽는다!
"나..나는 잠시 볼일이 있어서!"
"템!!!"
"어디가는거야!"
"나중에 아젠바르트가에
놀러와줘 템~"
"선배!!"
"도둑 고양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리고 압박감에서 도주하는데
성공한 템은 주위를 살폈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템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았다.
[수라장이네요.]
"그러네."
[주인.]
"왜."
[그래서 정실은 누구에요?]
"뭐라는거냐 넌?"
[넹?]
"저 세사람은 나 같은 녀석이랑
어울릴리가 없잖아.
그냥 같이 놀아주는거고
고마워서 친절하게 대하는거야."
[주인.]
코무로는 붉은 안광을 반짝이며
템의 코 앞에 둥둥 떠 있었다.
"...왜 임마."
[...진심으로 저 셋이 주인에게
보내는게 친절에 대한 감사라
생각하는 거에요?]
"응."
[주인 솔직하게 말하..]
[어허! 코무로 선배!]
까앙!
무언가를 말하려던 코무로를
날려버린 고스트는 그대로
코무로가 있던 위치에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군요~ 주인의 친절에
저들이 감사를 표하는데
왠지 무서워서 도망친거군요.]
"그래."
[전생에도 이런적이 있었나요?]
"많았지?"
[그때는 어떻게 이런 자리를
도망쳤어요?]
"음. 여사친이 자기를 도와준
답례를 할거라고 자리를
피하게 만들어줬어.
자기가 대신 답례해줄테니까
이녀석한테 신경쓰지말라고."
[와아.]
"왜?"
[주인 그런 일이 몇번이나?]
"음. 유치원때부터 죽을때까지
여사친이랑 떨어진적이
없으니까 평생이었네."
[골키퍼가 좀 세네.]
"응? 뭔 소리냐?"
[여사친한테 특별한 감정은요?]
"야. 걔랑은 목욕탕에 같이
들어가서 반신욕을 해도 문제없는
찐친이었어."
[....]
[....]
할 말을 잃었다는 듯이
코무로와 고스트는 그저
허공에 둥둥 떠 있을뿐이었다.
"하아. 친절에 너무 고마움을
표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그냥 당연한걸 했을뿐인데."
[유치원때부터 철벽 블로킹..]
[그런데 역효과로 주인이
여자에 대한 감정이 죽어버린..]
[일단은 여자와 접촉하면 반응이
있는걸 보면 희망은...]
"야, 너희들 아까부터 뭘
모여서 비밀스럽게 대화를.."
"템 라그나."
"...당신은?"
템은 자신의 이름을 부른
주인공을 확인하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리나 공주님?
왜 여기에 계신거죠?"
"당신을 데리러 왔답니다."
"네?"
***
"도착했나."
"네."
문이 열리면서 공국의
대표인 마리나 공주와
라이슬롯 단장이 들어온다.
"그간 건강하셨는지요.
리처드 폐하.
그림 젤렛치 공작님."
"네. 마리나 공주님도
이전보다 근심이 줄어드신
모양입니다."
"근심인가요.
후훗. 네. 저를 짓누르던
악의가 사라진 덕분이죠."
"그 덕에 이렇게 공국과
왕국이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가지게 되었으니
다행입니다."
리처드 전하와 마리나 공주의
인사가 끝나고 각자의
자리에 앉는다.
'이번 공국의 침공으로 발생한
사망자나 사상자는 없었다.
알도 재상이 일을 벌이려
할때마다 공주와 라이슬롯이
브레이크를 걸어준 덕분이지.'
그렇기에 마리나 공주와
라이슬롯에 대해서 폐하는
처벌이 아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전쟁이 아닌 대화를 선택한
그리고 사죄를 선택한
그들의 용기를 봤기에.
"그렇기에 이번 일에 대해서
저희 왕국은 알도에 대한
처벌을 확실하게 해준다면
더 이상 할 이야기는 없다.
라는것이 결론입니다."
"전하의 자비에 감사를."
"감사합니다."
두사람이 고개를 숙여서
감사를 표하자 리처드 전하는
미소로 화답했다.
"대화..좋네요. 라이슬롯 단장."
"네. 그의 말이."
'그?'
"그러면 자리에서 일어나시죠.
공국의 손님들을 위해서
파티를 준비했습니다."
"그전에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제가 왕국이
할수있는 일이라면."
마리나 공주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템 라그나를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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