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꽤나 거하게 저질렀군요."
"그러네요. 그런식으로
기사라는 직책을 이용하고
바로 공작위를 줘버리다니.
파격적인 등용이에요.
제국도 당황하고 정보를
찾아가겠어요."
라이슬롯은 공국으로 향하는
비행선에서 불만으로
가득찬 표정의 마리나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공주님. 다 잘된거 아닙니까.
비록 공국으로 백..아니.
이제는 공작이군요.
라그나 공작을 데리고와서
두 공주님의 부군으로 삼아
은혜를 갚는다는 계획도
솔직히 무리가..."
"뭐가 무리죠?"
"아니..."
라이슬롯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공국의 일이라면 몰라도
템 라그나의 일이되면
마리나 공주는 사람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템은 그녀에게
충격이었으리라.
"조금은 체통을 지키시길.
그 파티에서도 하마터면
성녀들과 싸울 기세로
대치하셔서 저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안다고요.
하지만 라이슬롯."
"네."
"아무것도 못하고 제대로
마음도 못전하고 끝나다니
그런게 어디에 있어요."
"...공주님. 한가지 공국의
잊혀진 전통이 있습니다."
"뭔데요."
"공국의 왕족은 예로부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약탈혼을 자행해서
다른 나라에 여러의미로.."
"좋은 전통이네요."
"...네?"
라이슬롯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이해를 한 마리나의
대답에 경악했다.
"아니죠?"
"돌아가서 계획을 세워야겠어요.
그런 좋은 전통을 되살려서
그분을.."
"아니. 외교문제로 번진다고요!"
"그걸 극복하는것도 사랑입니다."
"...오..신이시여..공국을 지켜주소서."
***
"...후우."
템은 한숨을 쉬며 하늘에
떠있는 부유성을 바라봤다.
"저건 내 마음도 몰라주고
둥둥 떠 있네."
[파괴하기에는 아직 내부의
조사가 다 끝나지 않아서.]
[내부의 보안이 외부에
있던 제가 접근하기에도
높은 수준이라서.
송구합니다요.]
"그래서 저게 내 공작령이다.
이 말이로군.
허허허...백작령이었던
부유섬에 부유성까지.
부자네..부자여."
[저희를 잊지 마세요!]
[맞습니다. 부유성은 몰라도
저와 고스트는..음.]
[선배님? 왜 제 이름을
꺼내고 생각에 잠긴듯한
말투가 되시는?]
자리에서 일어난 템은
렘노스의 격납고로 향했다.
"마음이 적적할때는
내가 좋아하는걸 보면서
마음을 달래는 거지."
번쩍이는 기갑들.
모두다 템의 손으로
닦여진 아이들이었다.
[진짜 변태적인 세척능력.
기계보다 더 하네요.]
[주인은 그냥 기갑 청소부로
일하는게 천직 아닐까요.]
"차라리 그러고 싶다.."
펜리르에 손을 뻗자 템에게
대답하듯이 펜리르는
무릎을 꿇었다.
"하아."
그대로 조종석에 올라탄
템은 멍하니 앞으로
펜리르를 전진 시켰다.
그렇게 얼마나 부유섬을
걸었을까.
"산책치고는 꽤나 거창하네."
"그레첼."
"템. 우리 왔어."
"왔구나."
템은 조종석에서 내려
라일라와 그레첼의
앞으로 걸어갔다.
"왜 이렇게 힘이 없는거냐."
"템 괜찮아?"
"뭐 기사의 책임이 막중해서
힘든거겠지.
하지만 걱정하지마라."
"맞아 템. 앞으로 우리가
템을 도와줄거니까."
"하하하..너무 감사합니다.
성은이 망극합니다요."
"으음.."
"흐음."
두사람의 불만이 섞인듯한
신음 소리에 템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왜..그러실까요?"
"왜 존댓말이냐 갑자기."
"맞아."
"아니. 내 윗전이 되셨으니."
"하아, 너는 정말.
우리가 너를 아랫사람으로
대할거라 생각한거냐."
"맞아. 템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거라면 살짝 실망이야."
"하지만..."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걸어가고 싶다."
"응. 맞아. 나도 그레첼과
같은 생각이야."
"난 별거 없는 인간인데
너무 큰 일에 휘말리고
만게 아닐까 싶어서."
"정말이지."
"템."
두사람은 템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세사람의 손이
겹쳐졌다.
"넌 나를 구해줬다."
"템은 나를 구해줬어."
""그러니까 고마워.
우리를 구해줘서.""
템은 자신을 향한 감사의
인사에 고개를 숙인다.
"왜 그러는거지?"
"템?"
"아니. 이런 경험은 처음인지라.
누군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는건.."
'전생에는 그녀석이 대신
받았다고 넘어가서.'
"그런가."
"그래서 템이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대단한게 없다고
생각한거구나."
"템은 대단하지."
"응. 템은 최고야."
"아니.."
"템은 멋지고!"
"템은 기갑 조종도 잘하고!"
"그..그만."
템은 자신을 포위한 상태로
칭찬 세례를 퍼붓는
두사람을 향해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알겠어. 낮추지 않을게.
하지만 정말로 괜찮겠어?"
"뭐가?"
"음?"
템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 같은걸로."
"너라서."
"템이라서."
""좋은거야.""
두사람의 선언에 템은
얼굴을 붉혔다.
"정말이지 나는 엄청난
성녀님들을 모시게 되었네."
"후훗. 가볼까 기사님?"
"가자."
[그런데 궁금한게 있는데요.]
앞으로 걸어가던 세사람에게
던져진 고스트의 질문.
[기사는 결국 뭐에요?]
"어..."
"그건."
"말 그대로. 성녀의 방패지."
"...뭐?"
"템?"
라일라와 그레첼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템을
노려본다.
템은 자신이 방금 한 말에
문제가 있었냐는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말다툼이 시작된 세사람을
내버려두고 한창 렘노스를
점검하고 있던 코무로에게
고스트가 다가갔다.
[선배님. 그래서 기사라는게
뭔 의미에요?]
[주인의 말에 의하면 그냥
성녀를 지키는 자라고
게임의 설명서에 적혀있었다.
라더군요.]
[흠? 그런데 왜 저 두사람은
저렇게 날뛰는거죠?]
[왕국의 전설속의 성녀들은
모두 자신이 선택한 기사와
맺어집니다.]
[어. 그걸 왜 주인이 모르죠?]
[글쎄요 저 사람은 스토리를
안보고 기갑에 미친 사람이니까.
그런 자세한 설정 안찾아보고
기갑 설정이나 본거겠죠.]
[우와...]
[바보는 냅두고 일이나 합시다.]
[넵.]
두 구체가 도착한 격납고.
그곳에는 과거 템이 쓰러뜨린
파라다이스 킹의 합체전의
기갑들이 정렬해 있었다.
그리고.
[이게.]
[네. 파라다이스 킹.
아니 기갑명 GOK의
하체를 담당하는 파츠.]
[참견쟁이 주인에게는 분명 GOK의
힘이 필요할겁니다.서두르죠.]
[넵! 선배님!]
***
내 이름은 마레다 쥬린.
공국의 탈영병.
낙원의 여왕.
여러 이름으로 불리우던
나는 지금.
"메이드 마리."
"네. 부르셨나요. 어르신."
"신생 공작가의 잡무를
전부 혼자서 처리하다니
고생이 많구만.
그 공작..아니 아들에게
내가 추가 인원을 부탁을."
"아..아니에요! 제가 직접
공작님에게 말한거니까요."
"아, 그렇구만. 그러면
힘내게나."
"네! 들어가세요!"
떠나는 그렌님을 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저런 인자한 사람에게서
그런 인간이 태어난건가."
"나 불렀냐."
"히이익!!"
내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녀석은 나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손이 놀고있다?
버튼 누를까?"
"아..일하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일해라.
공국이나 왕국한테 숨겨준
은혜를 갚아야지."
'썅!'
욕을 집어삼키고 나는
기갑에 올라탔다.
"이 망할놈의 부유섬은
덩쿨이나 쓸데없는 나무가
왜 이렇게 많은거야!!"
[그야 연구소의 에너지.
마나를 먹어치운 식물들이
성장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서 뛰어나서죠.]
"...헉. 듣고 계셧군요.
그보다 언제 기갑에
타고 계셨나요."
내 옆을 둥둥 떠다니는
구체를 향해서 나는
최대한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늘 부유섬 청소시간은
분명 15시 정각부터.
그런데.]
"넵."
[20초 지각이군요.]
"...어. 주인님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그렇군요.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라..]
"다..다음부터는 잘하겠습니다!"
[지켜보죠.]
붉은안광을 번쩍이며 구체는
기갑의 조종석을 빠져나갔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는
비행선의 내 방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니
잠이 몰려왔다.
"...이대로 계속 노예처럼
기갑으로 청소만 할 수는 없어.
나는 공국의 에이스였다고.
그런데 이런 대우라니!!"
차라리 전쟁이나 병사로써
쓰이는거면 모를까.
노예처럼 기갑으로 부유섬 청소와
부유성 청소만 계속하고 있다.
"창고에 이런걸 내버려두면
곤란하죠 주인님.
도둑이 들면 어쩌려고."
나는 청소하며 몰래 숨겨둔
정지장 폭탄을 꺼냈다.
물론 망할 구체녀석의
감시망을 뚫고서 마나를
충천시키는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펑!
내가 있는 작은 방 크기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여도
중요한건.
"해냈다....드디어 이 망할
목걸이에서 해방이다!
이기는건 나, 파라다이스 퀸.
낙원이여 내가 간다!"
반격의 시간이다.
여왕이 돌아왔노라.
***
[주인님.]
"왜."
[메이드 마리 웃고 있는데요.]
"윽. 기분 나쁘게도 웃네."
템은 훈련용으로 만든
가상현실 모듈 헬맷을
끼고 누워있는 마리.
옛 이름 마레다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나저나 또 탈출 시나리오야?
질리지도 않는다."
[조금 더 수정이 필요하겠군요.
저희가 준비한 훈련에 접속은
커녕 멋대로 가상공간을
조작하다니.]
[그냥, 자아가 너무 쎈거 아닐까요.]
템과 코무로는 고스트의 평가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발차기를
날리는 마리를 내려다본다.
"...그럴지도."
[네.]
***
"후욱..후욱."
"마이! 괜찮나?"
"네. 괜찮아요."
나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나와 로베르트의 앞에
펼쳐진 고대 문명이 남긴
유적을 바라봤다.
"여기가 분명해."
"마이, 정말 괜찮은건가?"
"뭐가요?"
"대륙의 모든 나라의
회색지대에 이렇게
들어오는건 너무.."
"여기가 아니면 안된다구요!"
"어?"
"그게..그게 있어야해요.
그건 여기에 잠들어있는게
분명하니까.
스토리에서 분명.."
툭.
내 발밑이 무너졌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끝없는 심연속으로
추락했다.
위에서 들려오는
로베르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안죽어...절대로.
두번째 인생은 반드시!"
행복하게 살아갈거다!
그 누구라도 나를 방해하지
못해 절대로!!!
손을 하늘로 뻗자 몸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빛이되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추락하는 속도가 줄어들고
그대로 나는 지면에 무사히
내려오는데 성공했다.
"마이! 괜찮나?"
"괜찮아요. 그것보다."
"응?"
"찾았어요."
거대한 신전.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관.
나와 로베르트는 관을
향해 걸어갔다.
"...최초의 성녀 잔."
"대륙의 평화를 되찾고
악의에 물든 기갑을 몰아낸
그 최초의 성녀를 말하는건가?"
"네. 여기에 잠든게 바로
그녀에요."
"...놀랍군. 어떻게 여기를."
눈을 반짝이며 주위를
둘러보던 로베르트를
뒤로하고 나는 관을
지나쳤다.
'성녀님의 관이 중요한게
아니거든 중요한건.
그 심볼, 상징이야.'
"이건. 고대 문자인가?"
'...영어네...어디보자.
밑에가 지워졌네.
첫번째 신 인류 이브.
그녀의 기갑 아담.
이곳에 [ ]와 잠들다.
그 다음은 지워졌어.
미사어구가 가득 담긴
문구겠지 뭐.'
"마이? 괜찮은건가?"
"아니요 찾았어요.
이게 제가 찾던겁니다."
"이 오래된 기갑이?"
나는 기갑을 향해서
마력을 집중했다.
"오랜 잠에 잠들어있던
최초의 성녀 잔의 기갑.
루시퍼여 일어나라.
이 시대의 성녀.
나, 마이 바넷사를
위해서 일어나라."
우웅.
루시퍼의 안광이 번뜩인다.
그리고 오랜 잠에서 깨어나
전설속의 기갑이 몸을 일으켰다.
"이걸로...증명될거야.
진짜 성녀가 누군지!"
***
[....]
[동결 해제.]
[상황 분석.]
[지상 스캔 개시.]
[현재 지상의 생명을 분석.
결과, 더러운 프로메테우스의
혈족이 확인됨.]
[생체 컴퓨터 KAL-90000.
오리지널의 적, 신 인류를.]
[제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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