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별빛 찾는 용사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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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꽃
작품등록일 :
2025.02.1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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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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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DUMMY

성국 대표가 각국 대표들을 급히 불러모아 신탁을 언급할 때, 시간은 이미 늦은 오후를 지나고 있었다. 각국 대표들은 실제로 신탁이 내려온다면 아마 해가 질 무렵이나 아예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온 뒤가 될 거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신탁이라··· 오랫만에 접하는 이야기군.”


주르 칸국의 대표로 참석한 나이든 켄타우로스, 카론이 허연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하자 근처에 앉아있던 이들이 말을 걸었다.


“카론 님께서는 신탁을 직접 받아보신 적이 있습니까?”


“정말로 하늘에서 광휘가 내리쬐거나 천둥만큼 큰 음성이 들려옵니까?”


마지막으로 신탁이 내려왔던 것도 벌써 대륙 전체를 통틀어 수십년 전의 일이었다. 신탁이 내려지는 장면을 기억하려면 보통 노인이나 되어야 가능했다. 거기다 그 정도 나이대의 노인이라고 모두 신탁을 받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던 것도 아니었다.


신탁을 내리는 자체로 막대한 인과를 소모하는 행위였기 때문에 신들도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신탁을 직접 접하는 이의 숫자도 인과 소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보통은 신탁의 당사자나 해당 지역의 사제, 또는 국왕처럼 신탁을 꼭 들을 필요가 있는 최소한의 인원에게 신탁이 내려졌다.


“허허,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신탁을 받았겠나?”


카론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에는 살짝 실망하는 기색이 어렸지만, 이어지는 말에 곧 표정이 바뀌었다.


“다만 우리의 칸께서 용기의 신 레오나드 님의 신탁을 받을 때, 운 좋게도 근처에 자리했던 덕에 신탁의 증인이 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지.”


“실례지만 혹시 그 경험을 저희에게도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공의 경험은 신탁을 맞이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 지 전전긍긍하는 이 자리의 대표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이야기가 될 게 틀림없습니다. 여기 모인 대표들이 전부 신탁을 들을 수 있을지, 아니면 이중에서도 일부만이 뽑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주변에서 경험을 들려달라고 계속 부탁하자, 카론은 말로는 별 거 아니라면서도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겪었던 바를 들려주었다.


“그건 내가 젊다 못해 어린, 망아지 취급받아도 할 말 없는 애송이였을 때의 일이었지.”


말 취급하면 극도로 모욕받았다고 여기는 켄타우로스 본인이 망아지 운운하는 모습에, 근엄한 자세로 경청하던 대표들은 시작부터 다들 표정관리하기 바빴다.


“크흐흠, 그럼 대체 몇 년 정도 전의 일인 겁니까? 한 50년?”


“아마 60년은 확실히 넘겼을 걸세. 70년까지는 아니고. 그럼 다시 이야기를 진행해도 되겠나?”


시간대에 관한 질문에 답한 카론은 말을 이어나갔다.


“그 때 내가 신탁의 증인이 될 수 있었던 건, 아직 1왕자셨던 현재 칸의 벗으로 뽑혔기 때문이었네. 글공부와 신체단련부터, 의술이나 점술 같은 여러 기술을 배울 때 곁에서 함께하면서 우정을 쌓아나갔지.”


현재의 지도자인 바르카 칸의 아버지, 아호르 칸이 주르 칸국을 다스리던 시절이었다. 당시 바르카와 카론은 칸의 자리를 물려받을 후계자와 그 측근다운 자격을 갖추기 위해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모범적인 젊은이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제가 발생했다네. 아마 여기 있는 대표들 중에서도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있을 테지.”


“대초원의 재앙, 모래 속의 공허···!”


듣던 이들 중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모래 속의 공허’란 말을 듣고 움찔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명은 거창하네만, 사실 따지고 보면 많이 큰 벌레였지.”


카론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했지만, 아무도 늙은 켄타우로스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것이 노인을 비웃거나 무시해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이명까지 붙은 재앙적인 몬스터를 ‘많이 큰 벌레’ 정도로 깎아내리는 걸 차마 맞장구치지 못하는 쪽에 가까웠다.


“본래 사막에서 주로 서식하던 자이언트 웜 계열의 몬스터가 왜 대초원에 나타났는지는 아무도 모르네. 커다란 벌레 따위가 어떻게 주변을 점차 사막화시키는 힘을 갖추었는지도 알 수 없고.”


어쩌면 그래서 음유시인들의 입에 자꾸 오르내리는 몬스터가 되었는지도 몰랐다. 그 미스테리한 배경을 자기들 입맛대로 채워넣을 수 있으니까. 사악한 대마법사의 광기어린 실험부터, 대초원이 사막이던 아득한 고대 유적의 봉인이 풀린 결과에 이르기까지. 음유시인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덧붙인 설정은 이 몬스터를 한층 더 무시무시하게 꾸며냈다.


“초원에 의지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사막화는 존망이 걸린 문제였네. 결국 아호르 칸께서 직접 병력을 이끌고 토벌에 나설 정도였지.”


“그와 관련해서 신탁이 내려온 겁니까? 몬스터를 어떻게 토벌해야 할지라던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다네. 그런 신탁이었다면 직접 토벌을 나선 아호르 칸께서 받으셨겠지. 아직 어린 나이셨던 바르카 칸이 아니라.”


카론이 설명한 신탁을 받을 당시의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 * *

“아버지께서 토벌을 떠나신지도 벌써 6개월 째인가?”


게르 한 켠에서 차를 끓이며 바르카가 말했다. 정주민들에게는 종종 그냥 유목민들이 사는 불편한 천막 취급당하는 게르였지만, 이 게르를 본다면 그들도 감히 ‘그냥 불편한 천막’ 취급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칸의 게르처럼 타국의 궁궐에 비할 만큼 크고 화려하게 겉을 꾸미진 않았다. 하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귀한 장식을 아낌없이 쓰는 등, 후계자가 사는 장소임을 드러내기 충분했다.


“토벌이 생각보다 길어지는군요.”


“그러니까 말이야. 어차피 자이언트 웜 종류니까, 넉넉잡아 1달 정도면 충분히 토벌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는데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어.”


“생각보다도 놈이 훨씬 교활한 것 같습니다.”


주변 환경을 사막화 시키는 웜 몬스터··· 초원의 유목민들 입장에서는 무시무시한 천재지변 그 자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아호르 칸이 직접 토벌에 나서는 것도 당연했다.


“일각에서는 일단 토벌을 중지하고, 복귀해서 교대 및 재정비할 시간을 가진 뒤에 다시 토벌을 나가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더라. 카론 너는 어떻게 생각해?”


“토벌이 성과 없이 지지부진하니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카론은 지금까지 걸린 시간만큼 더 기다려서 총 1년 가까이를 몬스터 토벌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해도, 반드시 자이언트 웜의 명줄을 끊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벌써 상당한 넓이의 땅이 사막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나마 이미 사막화된 곳 밖으로 웜이 돌아다니며 날뛰려는 걸 토벌군이 견제하며 억제중인 게 현 상황입니다. 교대 및 재정비?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자들은 그 사이 사막이 얼마나 더 넓어질지 생각은 해 봤답니까?”


“네 말도 맞아. 하지만 토벌군이 계속 지금처럼 대치 상태를 유지할 수도 없잖아? 병사들도 점점 지쳐 갈 테고, 보급 역량이 점점 약화되는 것도 고려해야 하니까.”


아마 다른 게르에서도 다들 비슷한 이야기 중일 거라며 바르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였다. 급보를 알리는 전령이 도착한 것은.


“보고드립니다! 칸께서 자이언트 웜의 토벌에 성공하셨지만, 그 와중에 실종되셨습니다!”


지구였다면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속담이 떠오를 법한 타이밍이었다.


“뭐, 뭣? 아버지께서 실종? 그 많은 병사들은 다 뭘 했길래?”


깜짝 놀란 바르카는 전령에게 전후사정을 계속 캐물었다. 그 결과 드러난 사정은 다음과 같았다.


주르 칸국에서 처한 딜레마는 아호르 칸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재정비를 위해 철수하면 사막이 얼마나 더 넓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철수하지 않고 버텨도 토벌군은 야금야금 약해질 뿐이다.


“결국 저 벌레에게 시간을 주면 우리가 불리해질 뿐이다. 정예 50여 명을 추려라! 본대는 현재 포진을 유지하며 웜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걸 막고, 내가 이끄는 별동대가 사막으로 진입해 벌레를 사냥한다!”


“하, 하지만 그 인원으로 사막화된 지역에 진입해서 자이언트 웜을 토벌할 수 있겠습니까? 벌레를 바로 찾을 수 있다면 모르지만, 며칠만 헤매도 오히려 칸이 위험해질 겁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아호르 칸은 걱정하는 부하들을 안심시켰다.


“내 하릴없이 저 벌레와 대치하며 시간만 끌고 있었겠느냐? 사란 왕국에서 고용한 용병 마법사들이 곧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사막의 오아시스 왕국 사란··· 거기서 마법사들을 고용하셨단 말입니까?”


“이런 웜 계열 몬스터를 상대한 경험은 아무래도 그쪽이 더 풍부할테니. 전투에서 우리와 얼마나 합을 맞출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만, 최소한 색적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


그렇게 해서 아호르 칸은 별동대를 이끌고 웜을 토벌하기 위해 사막화된 지역으로 들어갔다.


전령은 토벌까지 전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대단한 싸움이었습니다. 해가 뜰 무렵부터 싸우기 시작해서 거의 해가 질 무렵이 다 되어서야 그 망할 벌레를 쓰러뜨릴 수 있었습니다.”


마법사의 말로는 운도 따라줬다는 게 전령의 설명이었다.

해가 지면 웜이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려 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걸 막기도 어렵고, 막아도 어둠 속에서 싸워야 하니 훨씬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었다고.


“웜을 쓰러뜨렸으면 다 끝난 게 아닌가?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왜 실종되신 거지?”


바르카가 물었다.


“마지막으로 벌레가 쓰러지면서, 그 몸뚱이의 크기 탓에 모래가 굉장히 흩날렸습니다. 때마침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모래폭풍이 일어났는데, 그게 지나가고 난 뒤에 보니 온데간데 없이 자취를 감추셨습니다!”


전령을 돌려보낸 뒤, 바르카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말했다.


“큰일났다, 카론.”


바르카가 비록 후계자이긴 하지만, 칸’만’ 사라진 군대가 과연 얌전히 새로운 칸의 등극을 인정하고 명령을 받아들일까? 혹은 반대로, 군사력이 극히 약화된 상태인 이쪽에서 딴 생각을 품은 이가 나올 가능성은?


“더군다나 칸의 실종을 누가 책임질지도 문제야. 아마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들 테고, 그러다 보면 만만한 건···”


“사란 왕국에서 데려왔다는 용병 마법사겠죠.”


“군부의 돌대가리들이야 ‘용병’인데 좀 뒤집어씌우면 어떠냐고 생각하겠지. 딱히 국경을 맞댄 사이도 아니고. 하지만···”


칸이 자기 스스로 인솔하는 특공대에 어중이떠중이 마법사를 대동할리가 없었다. 못해도 그쪽에서 이름난 용병이고, 어쩌면 사란 왕실과도 연줄이 있는 인물일지 모른다. 그런 인물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운다? 외교마찰은 기본에, 주르 칸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며 용병들이 고용을 거부할지도 몰랐다.


신탁이 내려온 것은 궁지에 몰린 상황을 해결하느라 끙끙대던 그 순간의 일이었다.


“전하, 저길 보십시오!”


게르 한 켠에 걸린 태피스트리가 빛나며, 그 위에 황금빛 글자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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