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리그(2)

마크웬은 3년 전 갑자기 나타나 첫 리그전에 우승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히어로 리그 참석할 때마다 월등한 격투 실력으로 우승을 수차례 걸머쥐었다.
그 뿐 아니라 작년에 히어로 레전드 대회까지 우승하며 레전드 히어로 대열에 올라섰다.
따라서 모든 이들은 이번 경기에도 그가 우승할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거구의 민머리 사나이가 격투장 안으로 들어서며 목을 풀었다.
우두두둑~!
그는 팔다리 할 것 없이 온몸에 자글자글한 근육과 커다란 덩치로 강렬한 포스를 뿜어내며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왔다.
난 그의 위압적인 모습에 긴장이 되었다.
쉐에엑~!
곧 상대는 나의 얼굴을 향해 순식간에 다리를 뻗어 올렸다.
빠른 속도에 강한 힘까지 실려 있어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난 몸을 뺄 틈도 없이 얼굴을 젖혀 가까스로 그의 공격을 피해냈다.
“애송이, 제법인데? 하지만 이번에는 조심해야 할 거다!”
그는 걸걸한 목소리로 말하며 다가오더니 오른팔을 빠르게 뻗었다.
휘익~!
팍~!
녀석의 오른 주먹이 내 복부로 날아들었다.
잔뜩 긴장하며 있던 나는 급히 두 팔로 녀석의 주먹을 막았다.
하지만 상대 왼 주먹이 그대로 날아와 내 얼굴을 가격했다.
“으악!”
난 커다란 충격에 나가떨어졌다.
정신을 겨우 차리고 일어서자 마크웬이 어느새 다가왔는지 오른쪽 무릎으로 나의 복부를 찍어 올렸다.
“커헉!”
난 숨이 탁 막히며 고통스러워 몸을 움츠렸다.
주춤하는 사이 녀석은 나의 뒷목을 양손으로 잡아채며 꽉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목을 위로 끌어올리며 힘껏 흔들어 재꼈다.
“으아악!”
난 고통에 신음을 흘린 채 이리저리 흔들려 정신이 없었다.
목을 잡은 손을 풀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쿵~!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애쓴 노력이 무의미하게 상대는 나를 바닥에 내던졌다.
바닥을 짚고는 겨우 일어섰지만 균형을 잡지 못해 비틀거렸다.
그때 마크웬이 다가오더니 팔꿈치로 내 얼굴을 향해 휘둘러왔다.
팔꿈치에 맞으면 얼굴 뼈가 함몰될 정도로 굉장히 위협적으로 보였다.
난 아직 충격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녀석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그저 양 팔을 급히 들어 올려 얼굴을 보호했다.
쉐에엑~!
빠악~!
“으악!”
팔 뼈가 부러진 건 아닌지 커다란 통증에 난 몸을 움츠렸다.
“아깝군! 한 방에 보낼 수 있었는데. 쩝!”
그는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쩌다 실력도 없는 놈이 결승전까지 올라왔는지 모르겠군. 더 이상 험한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여기서 기권하는 게 나을 거다!”
“아니, 널 꼭 쓰러뜨리고 말겠어!”
난 어금니를 꽉 물며 고통을 참은 채 달려가 상대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녀석은 커다란 손으로 내 주먹을 쳐냈다.
그러자 난 재빨리 상대 몸통을 향해 꺾어차기를 했다.
텁석!
마크웬은 왼손으로 내 발을 잡은 동시에 오른손으로 턱을 강하게 쳤다.
퍼억!
쿵~!
순간 앞이 하얗게 보이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곧 정신이 들었지만 너무나 아픈 통증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
그때 격투장 아래 관람석에 눈물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뮬란 님이 눈에 들어왔다.
‘뮬란 님을 도와주기로 약속했는데. 죽을 만큼 힘들지만 그녀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라도 일어나야 해!’
난 바닥을 짚으며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마크웬이 왼팔로 나의 뒷목을 든 채 목을 오른쪽 다리로 감으며 몸을 돌아 눕자 나의 몸이 따라 돌며 무릎이 꿇어지며 엎드려졌다.
곧바로 마크웬은 왼 다리로 나의 뒷목을 마저 감으며 오른쪽 다리에 교차해 걸었다.
그리고는 그는 양 다리로 내 목을 조르더니 손으로 내 머리를 당겨 경동맥을 압박했다.
“커헉!”
숨이 막혀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빨리 벗어나지 못하면 질식해 죽을 것 같았다.
오른손으로 무릎 위를 짚으며, 왼손으로 상대 허벅지를 잡은 채 상체를 세워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다리로 목을 강하게 조르며 압박하자 좀처럼 상체를 펴기 어려웠다.
이 방법이 통하지 않자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 했다.
그때 갑자기 어렸을 때 크리스 형에게 주짓수를 잠시 배웠던 기억이 났다.
‘상대에게 제압 당했을 때 형이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줬었는데.’
예전에 크리스 형과 대결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리의 무릎을 편 상태로 양쪽으로 벌려 엎드렸다.
그리고는 상대 뒷목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마크웬의 키가 상대적으로 커서 손이 목까지 닿지 않았다.
다시 양다리의 무릎을 편 상태로 엎드리며 상대 엉덩이와 내 배 사이에 공간을 만들었다.
순간 몸을 틀어 오른쪽 다리를 상대의 오른쪽 엉덩이 밑으로 가로질러 넣어 빠져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마크웬이 내 머리를 자신의 가슴까지 강하게 끌어당기자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오히려 목이 조이며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생각했던 방법이 통하지 않자 서둘러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이게 마지막 방법인데. 제발!’
내심 이번에는 성공하기를 바라며 상대의 팔을 잡은 채 그대로 꿇어앉았다.
있는 힘껏 체중을 실으며 상대방 앞으로 넘어지듯 몸을 굽히는 동시에 왼손으로 녀석의 벨트 가운데를 잡아챘다.
모든 힘을 짜내어 왼발을 뻗어 바닥을 디디며 왼쪽 무릎을 일으켰다.
그리고 또 다시 힘겹게 오른발을 뻗어 디디며 오른쪽 무릎도 일으켰다.
곧바로 엎드린 자세 그대로 허벅지에 이어 배로 웨이브 하듯 상체를 힘껏 튕겨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내 목을 감았던 상대 다리가 들리며 느슨해졌다.
‘이때야!’
재빨리 상대 다리를 손으로 잡아 비틀어 제치며 그 자리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휴우~!”
그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
“용케도 벗어났군! 이 기술에 걸려서 빠져나온 사람은 네가 처음이다. 큭큭큭!”
마크웬이 일어서더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곧장 다가와 오른 팔을 뻗으며 주먹을 날렸다.
휙~!
재빨리 몸을 숙여 상대의 주먹을 피했다.
하지만 곧 상대의 왼쪽 팔꿈치가 대각선으로 순식간에 찍어 올라왔다.
쉐에엑~!
순간 깜짝 놀라며 목을 뒤로 젖혔지만 상대 공격을 완전히 피해내지 못했다.
화끈한 느낌과 함께 따뜻한 액체가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얼굴의 관자놀이부터 눈썹까지 길게 찢어지며 피가 흘러나왔다.
흘러내린 피는 시야를 방해했다.
다시금 상대가 오른 팔을 뻗으며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상대 주먹을 가까스로 피해냈다.
슈욱~!
하지만 곧바로 복부를 향해 강력한 다리가 뻗어졌다.
몸을 살짝 틀며 상대 공격이 들어오는 순간 재빨리 왼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상대의 정강이 아랫부분이 내 정강이 윗부분에 강하게 부딪혔다.
빠각!
“으악!”
그는 뼈가 부서졌는지 바닥에 주저앉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마크웬은 경기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듯이 어금니를 꽉 물고는 겨우 일어섰다.
고통이 심한지 인상을 찌푸렸다.
“죽여 버리겠다!”
그는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
마크웬은 나를 향해 절뚝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혼신을 다해 나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뻗기 시작했다.
상대의 강렬한 눈빛을 통해 그가 마지막 공격을 할 것을 알아차렸다.
나 역시 그에 맞춰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자세를 낮추며 뒷발에서 앞발로 체중을 이동 시켜 몸을 회전했다.
어깨에 힘을 뺀 채 몸이 완전히 돌아간 순간 얼굴 앞에 올린 주먹을 끊어 치듯 뻗었다.
그렇게 서로의 얼굴을 향해 주먹이 동시에 뻗어졌다.
뻐억!
쿵~!
순간 정신을 잃고 그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잠시 뒤 정신을 차리며 눈을 뜨자 마크웬이 앞쪽에 쓰러져 있었다.
나는 힘겹게 바닥을 짚으며 일어섰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관중석에서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심판은 내 손을 잡아 올리며 히어로 리그 우승자임을 알렸다.
***
어두운 방.
“격투는 인상 깊게 봤습니다. 첫 번째 거래 조건은 다행히 완료했군요. 하나의 조건을 완수했으니 한 가지는 말해드리죠. 최근 입수한 정보로는 그 분은 살아있습니다.”
“아! 정말 다행이에요. 그럼 저희 엄마는 어디에 계시죠?”
그의 말에 안도하며 엄마의 행방을 물었다.
“아직 거래 조건이 남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는 소파에 등을 기댄 채 다리를 꼬았다.
“아니 도대체 뭐가 그렇게 조건이 까다롭나요?”
난 ‘한’ 님이 격투장에서 죽을 만큼 고생한 걸 생각하면 거래 조건이 너무 과한 것 같아 불만을 토해냈다.
“뮬란 님! 이걸 몰라서 물으시는 것은 아니겠죠? 기체 제작에 있어 세계 최고의 명장인 ‘마이 마르셀’ 님에 대한 정보는 그 무엇으로도 가치를 산정할 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그녀는 세계 모든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지요. 그녀가 제작한 기체 하나만 해도 천문학적인 액수로 거래가 되고 있는데. 혹시 거취 정보가 세상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
“그렇기에 그 어떤 누구에게도 정보를 팔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뮬란 님이 그 분의 딸이신 걸 감안해 그 정도의 조건으로 해드리는 겁니다. 큭큭큭!”
그는 능글맞게 말하며 웃어 보였다.
“하아, 알겠어요. 두 번째 거래 조건이나 말해줘요!”
난 그에 말에 더 이상 따지지도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부터 400마일 떨어진 곳에 해적들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아스트리아의 북해적 놈들이 이곳을 시도 때도 없이 공격해오고 있죠. 즉, 두 번째 조건은 선봉 부대 ‘카말’이라는 대장 녀석을 없애 주면 됩니다. 실력이 대단해서 우리 자유연합은 곤란할 지경입니다. 현상금까지 걸었지만 아직 아무도 그를 쓰러뜨리지 못하고 있죠. 참고 사항으로 그는 황금 기체를 운용하고 있죠. 그를 처리하면 원하시는 정보를 드리죠!”
그는 양 손을 깍지 끼며 진지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그가 말한 거래 조건은 전보다 더 위험해 보였다.
“휴우! 알겠어요.”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차라리 내가 직접 나가 싸울 수만 있다면 마음이 편할 텐데.’
이번에도 그에게 부탁해야 할 것 같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뮬란 님, 걱정 마요! 이번에도 제가 갈게요!”
“한 님, 정말 미안해요!”
도와주겠다는 그의 말에 갑자기 눈물이 나 목이 메였다.
“조건을 완수하면 요청한 정보를 꼭 넘겨주셔야 합니다.”
한 님은 중년인을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약속은 꼭 지킵니다. 흐흐흐. 그럼 한 님은 우리 요원과 함께 부대로 가시면 됩니다. 참 그리고 전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기체를 배에 실어야 합니다. 기체가 없으시다면 우리 쪽에서 무료로 제공해드릴 의향도 있습니다만.”
“그건 됐습니다. 제 기체를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전쟁 출전 관련해서 사전에 조치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뮬란 님은 동료들에게 돌아가 계시면 되겠습니다. 나중에 뮬란 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
“잠깐만요! 저도 전쟁터에 가고 싶어요! 싸우지는 못하더라도 지켜 볼 수 있을 거 아니에요?”
나 때문에 생긴 일인데 한 님을 그 위험한 곳에 보내 놓고 나만 안전한 곳에 있을 수 없었다.
“원한다면 그렇게 하세요. 3일 후에 부대가 출발할 예정이니 그때 맞춰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또 뵙죠! 큭큭큭!”
그는 음침하게 웃으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두 분을 모셔다 드리게!”
그의 지시에 검은 정장의 요원은 우리를 밖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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