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을 쓰러트린 용사는 전직을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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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작품등록일 :
2025.03.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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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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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3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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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잃어버린 왕자 15

DUMMY

아버지의 변화를 목도한 그날 이후 왕자의 삶은 이전과 달라졌다.


의도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아버지와 거리를 두게 되었고, 이전처럼 성 안에서 웃고 떠드는 일도 줄었다.


아직 어린 아들에게만은 좋은 아버지로서 보이고 싶었던 왕이었다.

그러나 이미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여진 이상, 더는 숨기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자신을 대하는 왕자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사실은 왕도 역시 알고 있었다.


그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 속에서 괴로워했다.

스스로를 이상 속의 모습으로 붙들어 놓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마저 잃었버렸기 때문이다.


더는 왕자가 보는 앞에서 이상 속의 자신을 연기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실체 없는 이상보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직접 와닿는 현실, 죽음이라는 현실 앞에 무릎 꿇었다.


왕의 행동은 더욱 대담해졌고, 거리낌이 없어졌다.

공식 석상에서 내비쳤던, 모두에게 현명하고 자애로운 왕이라 불렸던 시절의 그는 이젠 존재하지 않았다.


왕자의 두 번째 충격.

그의 두 번째 사건에 대한 기억은 그런 시기의 어느날에 있었던 일이었다.


왕자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그의 처소를 찾았다.

왕이 직접 그를 부른 것이었고, 왕자 역시 아버지에게 할 말이 많았기에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버지."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나 시간이 지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십 년은 족히 지났을 것이라고 마법사는 판단했다.

어린아이였던 그때와는 생김새도, 말투도 분위기마저도 전부 달랐다.


"그래, 내가 무슨 이유로 너를 부른 것인지 정도는 알겠지?"


왕자는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던 듯하다.

그의 눈빛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흔들리고 있었다.


무언가 좋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했다.


"저번의 이야기의 건이라면 제 대답은 똑같습니다. 거절하겠습니다."


"도대체 왜지? 무엇이 문제인 거냐?"


"아버지, 제발 정신 좀 차려주십시오. 제 동생···, 공주가 지금 몇 살인지는 아십니까?"


"그야 당연하지. 그것이 어쨌다는 말이냐?"


"그게 어쨌냐니···"


왕자는 할 말을 잃고 아버지를 애절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는 과거의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사건이 잘 이해되지 않는 마법사는 조금 더 왕자의 생각을 깊이 살펴보기로 했다.


'공주는 아직 혼기가 다 차지 않았다. 그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어째서 갑자기 혼담 이야기를 꺼낸단 말인가?'


공주는 왕자보다 나이가 어렸다.

어린아이 시절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해도 왕자는 아직 성인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공주는 더 말 할 것도 없다.


왕자는 며칠 전 아버지인 왕이 왕으로서 자신에게 공주의 결혼 상대를 찾아올 것을 명했던 때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한참이나 어린 공주에게 결혼을 권유하는 아버지의 의도가 왕자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공주는 아직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저보다도 나이가 어립니다. 아직 결혼 적령기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걸 정하는 것은 나다."


왕도 그런 사실쯤은 알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였다.


아무 근거도 없다.

그저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왕자는 그런 현실에 진절머리가 났다.


"제 동생은 이 이야기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그걸 걔가 어째서 알아야 하는 거지?"


"본인의 결혼이지 않습니까!"


"그런 게 뭐 어쨌다는 말이냐? 다 필요 없다. 너희들은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고!"


왕자로서는 왕이 어째서 공주를 이토록 급하게 결혼시키려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혼담 상대를 자신에게 데려오라고 시킨 것을 보면 상대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랬기 때문에, 이 뒤에 무언가 정치적인 이유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왕자는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만이라면 괜찮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아버지의 신임을 잃고, 사랑을 잃고 외면당하고 배척당했지만 그래도 상관 없었다.


하지만 여동생은.

자신의 여동생만큼은 그렇게 만들기 싫었다.

자신과 같은 대접을 받게 만들기 싫었다.


그래서 왕자는 거세게 저항했다.


"도대체가 아버지란 사람이 어찌 그럴 수 있느냐는 말입니다. 아버지, 제가 알던 아버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공주의 혼담 얘기를 없었던 일로 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앞으로 당신을 아버지라 부르지 않겠습니다."


왕자는 자신의 가족들마저 져버리려 하는 아버지에게 너무나 큰 실망을 했다.


예전의 그의 모습을 모르는 왕궁 내의 신임 병사들이나 시종들은 그런 왕의 모습을 보며 미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눈을 돌리며 외면하려고 했다.

저런 왕을 모시게 된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할 뿐이었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왕자는 예전의 왕의 모습을 알고 있었기에, 그들보다 더욱 슬퍼했다.

모진 말을 내뱉으면서도 괴로워하고 고민하는 내색을 내비쳤던 왕의 얼굴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왕은 점점 예전의 모습을 이전보다 더 많이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면 아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왕자는 믿고 있었다.

그 믿음을 스스로 져버리고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네가 정녕······, 너마저 나를 배신하겠다는 거냐?!"


왕자는 왕에게 계속해서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제발 돌아와 달라고, 속으로 울며 애원했다.


하지만 왕은 이미 완전히 미쳐있었다.

왕자의 그런 메시지를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말이다.


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는 마법사는 왕이 미쳤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도출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왕자는 자신의 믿음을 져버리고 싶지 않았기에 애써 그런 사실로부터 외면하고, 자신을 속였다.


"배신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 말은 그저, 공주의 의견을 조금 더 존중해 주셨으면 한다는···"


"됐다! 너의 대답은 이미 충분히 들었어. 거절하겠다면, 너에게 더는 가치가 없다. 썩 꺼져라."


왕은 왕자의 마지막 애원마저 듣지 못했다.


그날 이후, 둘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갈라지게 되었다.


왕자는 공주를 강제로 결혼 시키려고 하는 왕을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막으려 했다.

종국에는 왕에게 칼을 겨누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왕자는 반역죄로 붙잡히게 되었다.


"너가 정말로 나의 왕위를 노리고 있었을 줄이야······, 역시 그때 말만 할 게 아니라 정말 죽여뒀어야 했나 보군."


"아버지······!"


왕에게 반기를 든 죄로 왕자는 포박 당한 채 그의 앞에 무릎 꿇려 있었다.

순진한 것인지 아니면 덩달아 미쳐버린 것인지, 왕자는 그 순간까지도 아버지를 믿고 있었다.


"그때라면, 제가 아버지의 병세를 알아차린 그날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이렇게까지 변해버리신 겁니까. 그깟 병이 모든 것을 내버릴 정도로 두려우셨던 겁니까?"


왕자의 기억 속 첫 번째 사건.

뒤늦게 알아차린 사실이었지만, 왕자는 그때 방 안에 있었던 수상한 자가 의사였다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는 의사로부터 병에 걸려 오래 살지는 못할 거라는 말을 듣고, 그날 이후로 역변했다.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나라와, 국민들의 신임과 가족들마저 매정하게 내다 버릴 정도로 변했다.


마법사는 어렴풋이 왕자의 기억을 통해 눈치채고 있었다.

왕은 병 따위가 두려웠던 게 아니다.

병은 그저 그에게 두려움을 알려주는 역할밖에 하지 않았다.


왕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의 권력과 지금의 막강한 지위가 언제 찬탈당할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왕은 이제껏 지금의 호사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여겼지만,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처음으로 그게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병이 나아 다시 자리로 복귀한다고 해도, 예전과 같을 수 있을까.

이미 자신의 몸은 노쇠해지고 있다.

반면에 자신의 어린 자식들은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나의 왕위를 빼앗는 것은 아닐까?

과연 나는 언제까지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있을까?


병으로 처음 죽음이라는 것을 인식한 순간, 왕의 머릿속에는 그런 질문들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 자리는 언제든 빼앗길 수 있다.

자신은 언제든 몰락할 수 있다.


그런 생각들이 왕을 미치게 만들었던 거다.

그래서 그는 믿고 있던 국민들도, 가족들마저도 외면하게 되었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적이라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자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추억에 사로잡혀 이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왕이 어째서 이렇게 변한 것인지, 그 사실에 주목하지 않고 자꾸만 현실을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곡해해서 바라보았다.


"그깟 병이라고? 너가, 그걸 이용해서 나의 지위를 무력으로 앗아가려 했던 너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내가 누구 때문에 이 지경이 되었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저는 당신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한 게 아닙니다!"


"변명은 하지 마라! 반역의 죄는 무겁게 물을 것이야!"


왕자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기에 왕을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거다.


이것이 왕자의 기억 속 두 번째 사건의 전말이었다.


마법사는 서둘러 마지막 기억, 마지막 세 번째 사건의 기억으로 빠르게 넘어갔다.

이젠 정말 시간이 촉박했다.


이번 기억 속의 왕자는 성인의 모습이었다.


마법사는 시기 상 이것이 기억 속 마지막 사건일 거라 확신할 수 있었다.

기억 속 왕자의 모습이 왕자가 사라지기 전 자신들이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와 닮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왕과의 사건들이 그의 기억을 이루는 주요한 사건들인지는 마법사도 몰랐다.

어쩌면 그에게 있어서는 아버지, 가족과의 관계가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던 것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무엇이 되었든 이 기억을 엿보면 확실해질 것 같았다.


왕자의 마지막 사건의 기억, 그것은 현실을 외면한 왕자에게 내려진 비극적인 최후의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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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용사, 다시 전직하다 (1부 - 完 ) 25.04.09 4 0 12쪽
22 잃어버린 왕자 21 25.04.08 6 0 14쪽
21 잃어버린 왕자 20 25.04.07 6 0 10쪽
20 잃어버린 왕자 19 25.04.04 7 0 12쪽
19 잃어버린 왕자 18 25.04.02 8 0 10쪽
18 잃어버린 왕자 17 25.04.01 8 0 11쪽
17 잃어버린 왕자 16 25.03.31 8 0 11쪽
» 잃어버린 왕자 15 25.03.30 9 0 11쪽
15 잃어버린 왕자 14 25.03.28 10 0 10쪽
14 잃어버린 왕자 13 25.03.25 12 0 10쪽
13 잃어버린 왕자 12 25.03.23 11 0 11쪽
12 잃어버린 왕자 11 25.03.22 13 0 10쪽
11 잃어버린 왕자 10 25.03.21 10 0 11쪽
10 잃어버린 왕자 9 25.03.20 11 0 11쪽
9 잃어버린 왕자 8 25.03.18 12 0 9쪽
8 잃어버린 왕자 7 +2 25.03.17 18 0 11쪽
7 잃어버린 왕자 6 25.03.16 15 0 14쪽
6 잃어버린 왕자 5 25.03.15 17 0 11쪽
5 잃어버린 왕자 4 25.03.14 16 0 12쪽
4 잃어버린 왕자 3 25.03.13 17 0 10쪽
3 잃어버린 왕자 2 +2 25.03.12 26 0 10쪽
2 1부 - 잃어버린 왕자 1 +2 25.03.09 45 1 13쪽
1 용사, 전직하다 25.03.03 84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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