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디온 연대기:단검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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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띠난궁디
작품등록일 :
2025.03.04 22:30
최근연재일 :
2025.05.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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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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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수도로 가는 길

DUMMY

“정말 고생들 하셨소.”

“아닙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같이 노력했는걸요.”


스티브와 트리온은 타난의 촌장에게 멧돼지 퇴치의뢰서에 완료 사인을 받고 발걸음을 돌려 리버사이드 시티로 향했다. 물론 양도받은 멧돼지 가죽과 송곳니, 그리고 밤새 말려둔 멧돼지 육포도 빠짐없이 챙겼다.


“아저씨.”

“응?”

“캐피탈 시티는 역마차를 타고 가는 거죠? 차비가 얼마나 들까 모르겠네요.”

“그렇지, 보통은 걸어서 갈 텐데, 난 그 정도로 한가하지가 않단 말이지. 기왕 이렇게 된 거 역마차를 호위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네.”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트리온은 점심 전에 도착하면 전에 미란다가 알려줬던 식당에 가서 양고기스튜를 푸짐하게 먹을 예정이었다. 사실 스티브를 따라서 육포를 만드느라 마을의 축제에서는 풍족하게 먹지를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 시간쯤 걸어서 리버사이드 시티에 도착한 둘은 먼저 모험가 조합으로 가서 의뢰 완료를 보고했다.


“미란다 누나, 살아서 돌아왔어요.”

“어머, 빠른발! 사냥은 어땠어? 재미있었어?”


트리온이 조합 안에서 그나마 안면이 있는 미란다에게 가서 무용담을 늘어놓자, 스티브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빠른발? 그건 또 뭐야?”

“어머, 스티브 씨! 안녕하세요. 의뢰는 훌륭하게 처리하셨네요. 별거 아니었나 봐요?”


금으로 된 메달을 갖고 있는 스티브라서 그런지 리버사이드 조합에서도 스티브는 유명 인사인 모양이었다.


“아저씨, 빠른발은 저기 입구에 있는 제임스 씨가 제 걸음이 빠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어주신 별명이에요.”

“흥, 도망치는 건 잘하겠군. 빨리 완료 처리하고 캐피탈 가는 역마차나 알아보러 가자.”


그러자 트리온과 스티브가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본 미란다가 놀라며 물었다.


“두 분, 원래 아는 사이셨어요?”

“네, 스티브 아저씨는 제 후견인이세요.”

“스티브 씨가 네 후견인이라고? 진작 말을 하지 그랬어. 스티브 씨가 보증을 해주셨으면 등록비는 필요 없었을 텐데.”


미란다의 말에 트리온이 머리를 긁적거리자. 스티브가 대답했다.


“내가? 왜? 난 이 친구가 모험가 되는 걸 결사반대하는 사람인데?”

“어머, 스티브 씨, 빠른발이 덩치도 크고 성실해서 든든하지 않아요?”


스티브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의뢰 보상금을 챙겨서 돌아섰다. 트리온도 보상금을 챙기고 웃으며 미란다에게 인사하고 조합을 나왔다. 스티브는 여기서 살았던 트리온보다 길을 더 잘 아는 듯 막힘없이 길을 찾아가서 역마차 사무실을 겸하고 있는 주점으로 들어갔다.


“오늘 역마차 몇 시죠?”

“두 시간쯤 있다가 출발 할거요.”

“혹시 호위대 구하지 않나요?”

“안 그래도 두 사람이 필요하던 참인데.”

“잘됐군요. 우리 둘이서 호위대로 탑승하죠.”


스티브가 모험가의 메달을 꺼내어 보내주자, 트리온도 자신의 메달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그러자 주점 주인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역마차 탑승권을 건네주었다.


“두 시간 있다가 출발이니 늦으면 안 돼요.”

“밥만 먹고 올 거니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둘은 다시 주점을 나왔다.


“슬슬 출출한 것 같은데 점심 먹으러 갈까? 뭐 먹을래?”

“전 조합 근처에 양고기스튜 먹으러 가고 싶어요.”

“아, 빨간 지붕이 있는 그 오래된 집 말이지? 그래 거기 가자.”


스티브는 정말 모르는 게 없는 듯했다. 트리온은 여기서 2년이나 살았는데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집인데 스티브는 그동안 얼마나 자주 왔나 싶어서 새삼스럽게 신기했다.


둘은 식사를 마치고 다시 주점으로 돌아왔다. 역마차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트리온은 성당에 가서 로레인을 만나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행여나 자신 때문에 출발이 지연될까 봐 그냥 주점 앞에 놓인 긴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적적하게 시간이 흐르고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두 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차가 도착했다. 마차가 도착하자 탑승할 승객들도 모이기 시작했는데 트리온은 역마차를 타본 것도 캐피탈 시티에서 리버사이드 시티로 올 때 한 번뿐이었고, 호위로 따라가는 건 애초에 처음 들어본 터라 어찌할지 몰라서 짐짓 태연한 척 스티브 옆에 서 있었다.


“어머, 모험가님! 안녕하세요.”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려보니 예복을 입은 로레인이 마차 앞에서 트리온을 발견하고 아는 척을 했다. 트리온은 내심 기뻐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사제님, 마차 타시게요?”

“네, 견습 성직자 교육이 있어서 급하게 캐피탈 시티로 가게 됐어요. 그런데 모험가님은 여기서 뭐 하세요? 혹시 같이 타시는 거예요?”

“아, 전 오늘 호위로 같이 가게 됐어요. 사실 호위 같은 거 해본 적 없지만 뭐 그렇게 됐어요.”

“모험가님이 호위로 같이 가신다니 너무 든든한데요? 캐피탈 시티까지 잘 부탁드릴게요.”


한참 분위기 좋게 로레인과 대화 중이었는데 그걸 본 스티브가 또 끼어들었다.


“트리온, 이분은 누구시냐? 여자 친구니?”

“아저씨! 이분은 성당의 사제님이세요. 리버사이드에 올 때 동행했거든요. 그리고 제 상처도 치료해 주셨어요.”

“아이고, 사제님, 어쩌다 이런 녀석이랑 엮이셨어요? 이 녀석은 전혀 미덥지가 않지만, 저도 호위로 같이 가니까 절 믿으시면 됩니다. 물론 빛의 신보다 저를 더 믿으면 곤란하지만요.”


스티브가 익살을 떨자, 로레인은 웃으며 대답했다.


“늠름한 모험가님 안녕하세요. 전 사우스네이로 시티에서 온 견습 성직자 로레인입니다. 여기 모험가님이 일전에 저를 한번 구해주신 적이 있답니다.”

“이 녀석이요? 그럴 리가요. 보나 마나 산토끼나 개구리 같은 걸 보고 놀라신 거죠?”

“아니에요. 엄청 큰 뱀이었어요.”


스티브는 못 믿겠다는 눈초리로 트리온을 흘겨보았다. 그러자 트리온은 웃으며 로레인에게 스티브를 소개했다.


“사제님, 이분은 스티브 씨인데, 엄청 훌륭한 모험가시고요. 그리고 저희 아버지 친구시고, 또 제 후견인이세요.”

“아, 그러셨군요. 스티브 님, 어쩐지 그냥 봐도 엄청 훌륭해 보이세요.”


로레인이 칭찬을 하자 스티브는 싫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로레인의 손을 잡고 로레인이 마차에 오르는 것을 도와주었다.

승객들이 마차에 다 오르자, 마부가 와서 알림 사항을 말해주었다.


“오늘은 캐피탈 시티까지 못 가고 중간에 우드 타운에서 쉬어갑니다. 이 점 참고하시고 호위분들은 마차 뒤쪽에 탑승해 주세요.”


스티브는 마부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마차의 뒤쪽에 있는 자리에 올라탔다. 트리온도 스티브가 올라타는 것을 보고 따라서 올라탔다. 모든 사람의 탑승이 끝나자, 마부가 채찍질을 하고 그것을 신호로 두 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차는 캐피탈 시티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리버사이드 시티는 수도인 캐피탈 시티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였기 때문에 그럭저럭 도로 사정이 좋은 편이었다. 그래도 거리가 꽤 멀어서 해가 지기 전에는 도착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중간 기착지인 우드 타운에서 1박을 하고 출발하는 여정이었다.


“마차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엉덩이가 제법 아프네요.”

“고작 이걸 가지고 엉덩이가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는 거야? 걸어갔으면 며칠 걸릴 거리인데 이 정도만 돼도 감사한 일이지, 모험가는 길에서 자고, 발이 부르틀 때까지 걷는 게 일상이야. 너도 어서 빨리 꿈이나 깨시지.”


스티브가 핀잔을 주자 트리온은 뾰로통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바람을 맞으며 마차는 기분 좋게 달렸다.


우드 타운까지의 길은 웨일과는 달리 언덕이 없는 평탄한 평원 지형이라서 꽤 평탄한 길이었다. 장애물이 별로 없는 길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나타날 고블린이나 짐승들의 습격도 크게 걱정할 정도로 많지 않았다.


“뭘 그렇게 중얼거리는 거야?”

“아, 사실은 치유를 위한 기도문을 외우고 있었어요.”

“넌 성직자도 아닌데 그걸 뭐 하러 외워? 그래도 성당에서 지낼 때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나 봐?”

“그런 건 아니지만, 리버사이드의 신부님께서 외우라고 주셨어요.”

“그 신부님은 아직도 너를 믿고 계시는가 보다. 하긴 나도 네가 이런 거 다 집어치우고 성직자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한가롭게 달리는 마차 위에서 트리온은 로레인이 건네준 기도문이 적힌 쪽지를 꺼내서 외우고 있었다. 성당에서 오래 생활했지만, 본인 스스로가 신실한 신앙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멧돼지를 잡을 때 순간이지만 초인적인 힘을 낸 것이 스스로의 힘이라고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을 달려 해가 저물어갈 때가 되니 멀리 울창한 숲이 보였다. 그 숲 입구에는 목책으로 단단히 방비 된 마을이 있었는데 바로 우드 타운이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굉장히 오래되어 보이는 울창한 대삼림이었는데 남쪽에서 캐피탈 시티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미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이었으므로 마차는 무리하게 운행하지 않고 우드 타운에 들어가 하룻밤을 머물 예정이었다.


“내일 아침 열 시에 출발합니다.”


마부가 승객들에게 이야기하는 동안 트리온과 스티브는 짐을 챙겨서 내렸다. 각자 손님들이 흩어져서 식사를 해결할 사람은 주점으로, 아니면 숙소를 알아보러 여관을 찾기 시작했다.


“사제님은 이제 어떡하실 거예요?”


트리온이 묻자, 로레인은 건너편에 보이는 성당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는 성당에서 하루 묵으면 되거든요. 두 분 모험가님도 편히 쉬시고 내일 뵈어요.”

“네, 그럼 편히 쉬세요.”


서로 인사를 하고 로레인은 성당으로, 트리온과 스티브는 숙소를 찾아서 여관으로 향했다. 전날 만들어 둔 멧돼지 육포로 식사를 해결하기로 한 둘은 여관에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워서 육포를 뜯으며 휴식을 취했다.


다음 날이 되자 다시 승객을 태운 역마차는 캐피탈 시티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직선거리로는 대삼림을 가로질러 가는 것이 가까웠지만 워낙 넓고 울창한 대삼림이라서 각종 짐승이나 괴물이 많아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서 보통의 여행자들이나 역마차들은 숲을 우회하는 경로로 다니곤 했다. 옛날에 고대의 엘프가 문명을 이루고 살았다든가 하는 소문은 많았지만, 지금은 그냥 옛날이야기로 치부될 뿐이었다. 게다가 워낙 숲이 험해서 엔간한 모험가조차 잘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 게 정말 있는지 아는 사람도 없었다. 다만 평소에는 마을 사람들이 사냥하러 다니거나, 약초가 필요할 때 여러 사람이 조를 짜서 숲에 들어가곤 했지만, 그마저도 깊게 들어가지는 못하고 숲의 입구 언저리에서 돌아다닐 뿐이었다.


달리는 마차 위에서 트리온은 오늘도 중얼거리며 기도문을 외우고 있었다. 신앙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스티브는 그런 트리온을 어리석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훼방을 놓거나 하지는 않고 숙련된 모험가답게 사방을 살피며 혹시나 있을지 모를 공격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마부! 잠깐 세워보시오!”

“무슨 일이라도 있소?”


스티브가 크게 외치자, 그 외침을 들은 마부가 마차를 세우고 갸웃거렸다. 스티브는 마차에서 내려서 트리온을 데리고 마차 앞으로 갔다.


“저 앞에 뭔가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은데 좀 보고 와야겠소. 트리온 따라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마부는 승객들에게 마차의 문을 단단히 잠그게 하고 마차 위에 올라 언제라도 출발할 준비를 했다. 한편, 스티브는 활을 손에 쥐고 마차의 앞쪽에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검은 형체에 다가갔다. 돌발상황에 긴장한 트리온도 검을 뽑아 들고 뒤를 따랐다.


“이건 곰인데?”


스티브가 확인해 보니 길을 막고 있는 검은 형체는 곰이었다. 누군가에게 사냥을 당한 듯 몸에 여러 발의 화살이 꽂혀 있었다. 화살을 살펴보던 스티브는 당황한 표정으로 마차로 돌아가서 마부에게 말했다.


“마부, 저 곰을 피해서 지나갈 수 있겠소?”

“뭐 좀 덜컹거리겠지만 상관은 없을 것 같은데 왜 그러슈?”

“인근에 고블린이 있는 것 같소. 저 곰에 박혀있는 화살은 고블린의 것이 확실한 것 같단 말이지.”


스티브가 말을 마치고 손을 들어 트리온을 부르자 트리온은 검을 집에 꽂고 황급히 달려왔다.


“올라타서 꽉 잡아. 마차가 덜컹거릴 거니까.”


마부도 승객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법 큰 곰의 사체가 길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에 마차는 길을 벗어나서 움직여야 했다. 마차가 길을 벗어나며 크게 흔들리는 그때 갑자기 숲속에서 괴성 소리가 들리며 고블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부! 달려요. 달려!”


스티브가 황급히 소리치자, 마부도 질세라 채찍질하며 말을 몰았다. 마차가 서서히 속도를 내자 뒤따라오던 고블린들은 화살을 쏴댔다. 운 좋게도 화살은 마차에 몇 발이 박혔지만,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트리온 쪽으로 화살이 날아왔지만, 트리온은 엉겁결에 자신의 배낭을 들어서 막았다. 배낭은 낡긴 했지만, 질긴 가죽 재질인 데다가 안에는 타난에서 얻은 멧돼지의 가죽이 들어있어서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차가 풀밭에서 벗어나 다시 길 위로 올라오려는데 이번에는 마차의 전방에서도 고블린 몇 명이 나타났다. 그 순간 스티브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활을 겨누어 쏘았다. 달리는 마차 위라서 불편할 법도 한데 스티브는 아랑곳하지 않고 맨 앞에 있는 고블린을 맞춰서 넘어뜨렸다. 트리온이 배낭을 들고 마차의 뒷부분을 경계하는 동안 스티브는 쉴 틈 없이 활을 당겨서 쏘는 족족 고블린을 쓰러뜨렸다.


“더 빨리!”

“조심 하쇼!”


마부의 미칠듯한 채찍질에 말들은 최대한 속도를 내서 가까스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제 날아오는 화살도 더 이상 닿지 않았고 고블린이 멀어져서 안 보이게 되고 나서야 트리온은 가까스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부! 이제 천천히 가도 될 것 같소.”

“그럼, 조금 쉬었다 갑시다. 말이 못 버텨요.”


한참을 달려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자, 마부는 마차를 잠시 세우고 휴식을 취했다. 마차 안에 타고 있던 승객들도 잠시 마차 밖으로 나와서 휴식을 취했다. 승객들은 별안간 벌어진 전투에 깜짝 놀란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로레인은 이런 일을 처음 겪어본 터라 얼굴빛이 새하얘져서 덜덜 떨고 있었다.


“사제님, 이제는 괜찮아요. 괴물들은 이제 없어요.”

“감사해요. 모험가님.”


마차를 둘러보며 피해 상황을 확인하다가 떨고 있는 로레인을 발견한 트리온이 다가가서 위로의 말을 건네며 손을 잡아주자, 그제야 로레인은 안색이 돌아오며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모험가님은 안 무서우셨어요?”

“저요? 무서울 정신이 없었어요. 뭐 엊그제 타난 타운에서 사냥한 멧돼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죠. 세상에 멧돼지가 글쎄, 코끼리만 했다니까요?”

“정말요? 그렇게 큰 멧돼지가 있어요?”


트리온이 실없는 잡담을 하며 로레인의 긴장을 풀어주는 사이, 스티브는 점검을 마치고 돌아왔다. 다행히도 마차는 화살 몇 발이 꽂힌 걸 제외하면 피해는 전무했다. 휴식을 마치자, 마차는 다시 캐피탈 시티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려서 대삼림을 우회하자 대삼림의 북쪽에 위치하는 하이언 타운이라 명명된 작은 마을이 보였다. 역시 목책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은 우드 타운과 마찬가지로 웨일 타운 정도의 작은 규모였지만 캐피탈 시티와 리버사이드 시티를 왕래하는 사람들의 기착지로 작동하는 마을이었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 갑니다. 두 시간 정도 쉬었다 갈 예정이니 식사하실 분들은 하시고 오세요.”


하이언 타운에 도착한 마차가 멈춰서자, 사람들은 모두 내렸다. 트리온도 내려서 보니 로레인은 마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안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사제님, 왜 안 내리세요? 배 안 고프세요?”

“아, 전···지금은 밥 생각이 없네요.”


그때 스티브가 다가와서 트리온에게 속삭였다.


“여긴 성당이 없어서 그럴 거야. 같이 식사하러 가자고 말해봐.”


그제야 눈치를 챈 트리온이 주위를 둘러보자, 스티브의 말대로, 성당으로 보일법한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트리온도 돈을 아끼기 위해서 점심은 대충 육포랑 건빵으로 때울 생각이었는데 로레인을 보니 생각이 달라져서 밥을 사 먹기로 했다.


“사제님, 저희는 지금부터 식사하러 갈 건데 같이 가실래요? 제가 살게요. 저 의뢰 보상금으로 받은 돈이 있거든요.”

“아니에요. 모험가님 식사하시고 오세요.”

“사제님, 그러지 마시고 같이 가요.”


그 와중에 스티브가 끼어들었다.


“예쁜 사제님, 내가 맛있는 스튜가 나오는 집을 알고 있으니 같이 갑시다. 우리 신출내기 모험가 부끄럽게 하지 마시고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얻어먹기 죄송해서···”


그러자 트리온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전에 같이 리버사이드로 갈 때에는 사제님이 제 몫까지 점심을 준비해 주셨잖아요. 지금은 제가 대접할게요.”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로레인이 얼굴을 붉히며 마차에서 내리자, 스티브의 인솔하에 일행은 작은 음식점에서 닭고기 스튜를 맛있게 먹었다. 특히 로레인은 주로 성당에서 검소한 식사를 했기 때문에 볼품없는 시골 마을의 닭고기 스튜이긴 했지만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음식값은 이곳이 시골이긴 했지만 의외로 비싼 편이어서 스티브가 투덜거리면서 계산했다. 그걸 본 로레인이 미안해하는 것은 덤이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같이 마차를 타고 온 승객들이 모이고 있었다. 그것은 이제 곧 출발을 뜻하는 것이었다. 트리온에게는 3년 만에 돌아가는 고향 같은 곳, 캐피탈 시티로의 입성이 이제 코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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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만나야 할 사람 25.05.16 2 0 23쪽
43 진압 계획 25.05.15 3 0 22쪽
42 비상 사태 25.05.13 7 0 23쪽
41 성난 민심 25.05.12 8 0 22쪽
40 라이오넬 벨가르드 25.05.09 12 0 21쪽
39 성당에서 만난 사람 25.05.08 11 0 23쪽
38 이상한 분위기 25.05.06 20 0 23쪽
37 브론즈힐 시티 25.05.05 16 1 23쪽
36 다시 북쪽으로 25.05.02 17 1 23쪽
35 구사일생 25.05.01 20 2 20쪽
34 생존 25.04.29 19 2 21쪽
33 얼어붙은 강 25.04.28 20 1 23쪽
32 사소한 배신감 25.04.25 19 1 26쪽
31 시작된 겨울 25.04.24 29 1 22쪽
30 무성한 추측 25.04.22 25 1 22쪽
29 미궁의 수호자 25.04.21 24 1 23쪽
28 미궁 안의 난투 25.04.18 25 1 23쪽
27 모험가의 본질 25.04.17 22 1 22쪽
26 괴물, 전투 25.04.15 20 1 20쪽
25 없어진 아이들 25.04.14 24 1 21쪽
24 색다른 경험 25.04.11 21 1 22쪽
23 마운틴 시티에서 생긴 일 25.04.10 27 1 21쪽
22 가족 25.04.08 27 2 20쪽
21 할아버지의 정체 25.04.07 29 2 21쪽
20 블링크 25.04.04 21 2 21쪽
19 로레인이 읽은 책 25.04.03 29 2 22쪽
18 헤어짐 25.04.01 34 2 23쪽
17 스티브의 임무 25.03.31 33 2 22쪽
16 치유의 기도 25.03.28 33 2 22쪽
15 설상가상 25.03.26 33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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