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수의사 D.V.M 차시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hannah23
작품등록일 :
2025.03.07 22:20
최근연재일 :
2025.05.05 20:01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5,490
추천수 :
239
글자수 :
160,384

작성
25.03.13 20:58
조회
113
추천
5
글자
8쪽

20화. 핸드볼 공만한 혹이 달린 개

DUMMY

"파출소요?"


낯설은 '파출소'란 단어에

불김함 느낀 유찬이 물었다.


"네, 요 길 건너 산책로랑 이어진

공원 아시죠?

애들 산책 많이 나오는 그 공원이요.

거기 공중 화장실에

누가 개 한 마리를 묶어놨다고

신고가 들어왔답니다."


"유기견은 구청에 연락을 해야죠.“


입원실에서 유찬을 따라 나온 우도아가 말했다.


"그게 파출소에서

구청에 연락을 하긴 했는데

개 상태가 그냥 경찰관 분들이 보셔도

너무 심각해서

여기로 먼저 온다고 합니다.

상태 듣고는 보호센터에서도 덜컥 받겠다

말을 못하니까, 일단 우리병원으로

순찰차 타고 지금 이동 중이랍니다"


"상태가 어떤데요?

의식이 없다고 하나요?"


"그런 건 아니라는데,

아주 큰 혹이 달렸다고,

많이 아픈지 숨도 몰아쉬고

그런다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우도아와 유찬이 여기까지 들었을 때

응급실 앞에 순찰자 한 대가 들어왔다.

조금 뒤,

낡은 츄리닝 상의로

흰색 개 한마리를 감싸 안은

경찰관 한 명과 낡은 종이봉투를 손에 든

다른 경찰관이 로비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전화로 말씀드린 데로

몇 시간 전 저희 파출소로

신고 들어온 개입니다."


"아, 네.

일단 진료실로 가시지요.“


경찰관이 개를 안은 채

우도아과장의 뒤를 따라

진료실로 향하고

그 뒤를 유찬과

수의 테크니션 강호가 따라 갔다.


"여기에 내려놓을까요?"


"네.“


경찰관이 조심스레 진료대 위에

개를 내려놓고

덮고 있던 담요를 빼냈다.


"어휴~

마머리 튜머( mammary tumor;유선 종양)가

이렇게까지...“


유찬이 보고도 믿을 수 없다는

듯 탄식하며 말했다.


담요가 벗겨지자

페키니즈 종으로 보이는

하얀 털 개의 배 부위에

핸드볼 공 만한 커다란 혹이

눈에 들어왔다.

자기 머리만큼 크고 무거운 혹 때문에

개는 앉지도 서있지도 못하고

혹을 바닥에 대고 앞 발 하나는 공중에 뜬 채

꼬리가 완전 말린 상태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우도아가 라텍스 장갑을 끼고

자세히 촉진하자 제일 큰 혹과

그 보다 작은 크기의 종양 3개가

더 확인되었다.


“10개(유선) 중 4개가 Tumor(종양)네요.

두개는 이미 2차 감염이 너무 심해요.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 되었고

혹 때문에 폐 부전으로 지금 숨이

멈춰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네요”


가슴에 흐르는 누런 고름을 알코올로 닦아내며

우도아가 말했다.

잠시 진료실 안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개한테 이렇게 큰 혹이 난 건

저희가 모두 처음 봐서요,

저도 집에 반려견이 있는데 ...

죽더라도 병원에서 조금이라도

편안히 갔으면 해서... “


지켜보던 경찰관이 무겁게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일단 여기로 왔습니다.

그리고 발견 당시 이 봉투와

봉투 안에 쪽지가 같이 있었습니다.“


경찰관이 종이봉투를 열고

사료로 보이는 알갱이를 담아 묶은

검정 비닐과

달력 뒷면을 백지로 사용한

종이 한 장을 꺼내었다.


종이에는 언뜻 보아도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 쓴 한글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제가 몸이 마니 아픈니다.

강아지 살려주세요 .

재송함니다.

이름은 재롱이입니다"


진료실안 누구도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커다란 혹 달린 개, 재롱이와

재롱이를 공원 화장실에 묶어놔야만 했던

주인의 이별 서글픈 공기가 되어

진료실을 가득 채웠다.


잠시 후 경찰관이 침묵을 깼다.


"저희가 cctv로 유기한 사람이 누군지

찾고 있습니다.

서둘러 찾을 테니 그 때까지

이 개를 좀 덜 고통스럽게,,,.

여기서 해 주실 수 있을까 해서 왔습니다.

비용은 제가 개인적으로 드리겠습니다.“


따뜻한 경찰관에게 유찬이 말했다.


“네, 저희가 잘 데리고 있겠습니다.

유기한 사람 찾으시면 저한테

직접 연락 부탁드립니다.“


유찬이 자신의 명함을

경찰관에게 건네었다.

경찰관들이 돌아가고

재롱이는 ICU(Intensive Care Unit;중환자실)

입원장으로 옮겨졌다.


우도아가 직접 진통제와 수액을 달아주고

로비로 나오자

유찬이 종이에 뭔가 쓰고 있었다.


"어? 김선생님이 입원 동의서 쓰세요?"


우도아가 의외란 표정으로 물었다.


“보호자 찾아도

우리병원에 입원할 형편은

안될 거 같아요.

저 상태면 다른 병원 가다가

죽을 수도 있잖아요.

그 경찰관님 자기 개도 있다는데

부담 드리고 싶지 않아서요.“


“음~ 그렇긴 한 대,

차과장님 괜찮으시겠어요?“


“당연히 안 괜찮으시겠죠.

그래서 차과장님한테 전후 사정

말씀 안 드리고,

제가 병원비 낼려구요.“


“더 잘 아시겠지만

저 상태면 수술 못해요.

그냥 통증관리하고 잘 보내주는 건데

외과에서 받아요?

내과인 제가 받는 게

맞는 거 같은데...“


“우과장님은 이번 달에만

두 번이나 치료비 내 주셨잖아요.

원무과에서 들었어요.“


“뭐 또 그런 걸 유찬쌤한테

얘길 하셨을까?

괜찮아요.

근데 이게 소문나면

모두 곤란해지는 거

아시져?“


“네, 그럼요.

소문났다간 아픈 애들은

죄다 우리병원 앞에 버리고 가겠죠.

그냥 이번만 제가 돌봐주고 싶어서요.

차과장님께 얘기 안하실 거죠?

다른 입들은 제가

미리 막아 놓겠습니다.“


“오케이, 자세히 보니

얼굴이 잘생기셨네요?”


난데없이 우도아가 자신의 얼굴을

유찬에게 들이밀자

유찬은 놀라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아이, 과장님.

장난치지 마세요.”


“나 장난 안 치는 거 병원사람들 다 아는데?”


우도아의 말투가 장단 고조가 없이

매우 진지하게 들려 유찬은 더욱

당황스러웠다.


“아이, 왜 그러세요.

재롱이 통증관리 잘 부탁드립니다.“


난처한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은 유찬이

허리를 굽혀 우도아에게 인사를 한 후

재빨리 재롱이가 있는 입원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유찬은 커다란 혹을 단 채

마지막 숨을 쉬고 있는

재롱이의 보호자로

누리동물병원에 등록되었다.


“어, 유찬쌤

퇴근하신 거 아니였어요?

어제 당직서고

퇴근하신 줄 알았는데”


이른 아침,

누리동물병원 데스크 직원 은미가

병원 입구로 들어오는 유찬에게 물었다.


“아, 네 오늘 오프(off)긴 한데

어제 밤 들어온 페키니즈 때문에요.

집에 갔다 다시 오긴 뭐하고 해서

사우나 다녀오는 길이에요.”


“아유, 피곤하시겠어요.

근데, 사우나 때문인지

오늘 완전 뽀샤시 하신데요!”


“평소엔 지저분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그런 말 아니란 거 아시면서.

어, 차과장님 오시네요.”


유찬과 은미가 병원 정문으로 들어오는

시우에게 인사를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과장님.”


“과장님, 나오셨어요.”


“네, 좋은 아침입니다.”


언제나처럼 시우가

짧게 인사를 한 후

진료실로 곧장 들어갔다.


시우의 모습이 사라지자

은미가 이상하다는 듯

유찬에게 물었다.


“유찬쌤 오늘 쉬는 날인 거

차과장님 모르세요?”


“아마, 아실 걸요.

과장님 책상 스케줄 표에

늘 표시해 두시는 걸요.”


“근데, 유찬쌤 보고 암말도

안 하시네요?”


“좀 늦게 퇴근하나 생각하시나부죠”


당직 근무 후

다시 누리동물병원으로 출근한 유찬에게

시우가 쉬는 날 왜 나왔냐는 말조차

하지 않자 유찬은 약간 섭섭함을 느꼈다.


‘아는 척 좀 하시지,

내가 아직도 맘에 안 드시나?’


유찬은 섭섭한 마음으로

재롱이가 있는 입원실로 향했다.


“재롱아, 아휴, 널 어쩌면 좋니...”


진물이 흐르는 혹을 달고

옅은 호흡을 겨우 붙들고 있는

재롱이 앞에서 유찬이

찹찹한 마음으로 중얼거렸다.


그 때, 유찬의 핸드폰이 울렸다.


“김유찬 선생님?”


“네, 김유찬입니다.”


“어제 뵈었던 청석 파출소

이종욱 순경입니다.”


“아, 네, 경찰관님.”


“CCTV 조사 결과

개를 유기한 사람을 찾았습니다.

70대 노인이시더라구요.

제가 이따 점심 때 모시고 가서

자세한 얘기는 드리겠습니다.”


“아, 네, 기다리겠습니다.”


재롱이 주인을 찾았다는 전화에

안심이 된 유찬은 휴게실

당직의용 침대에 잠시 누웠다.


“지금이 8시 50분이니까

11시까지는 좀 쉬자.”


전날 밤을 새고 사우나까지 해서인지

유찬은 노곤히 잠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비싼 수의사 D.V.M 차시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39화. 세젤예에서 우젤예로. +1 25.05.05 24 2 18쪽
38 제38화. 일단 살리고 25.05.04 22 2 7쪽
37 37화. 치치의 선택 +1 25.04.29 28 3 10쪽
36 36화. 홍어 삼합 아니고 삼합병(triaditis) 25.03.25 84 10 13쪽
35 35화. 제일 싼 수의사 +2 25.03.23 82 7 12쪽
34 34화. 오웬 리-천재들의 대화 25.03.23 84 7 9쪽
33 33화. 개를 대하는 여러가지 모습 +2 25.03.22 88 9 10쪽
32 32.여배우의 사랑법 25.03.20 87 7 13쪽
31 31화. 여배우의 거짓말 25.03.19 81 7 13쪽
30 30화 여배우의 고양이 나야(Naya) 25.03.19 91 6 14쪽
29 29화. 재벌4세 고양이의 이상한 낙상 25.03.18 85 7 7쪽
28 28화. 처음이자 마지막 안락사 25.03.17 89 8 11쪽
27 27화. 펫 빌딩 +1 25.03.16 93 6 10쪽
26 26화. 생각한 거 보다 훨씬 개차반이네! +1 25.03.16 98 5 9쪽
25 25화. 자기개를 죽여요? +1 25.03.15 112 5 7쪽
24 24화. 마지막 산책 그리고 삼베수의 +4 25.03.14 115 8 12쪽
23 23화.재롱이의 날씬한 배 25.03.14 100 7 6쪽
22 22화. 그냥 둬도 죽을 아이를 뭐하러 그러나? 25.03.14 99 7 8쪽
21 21화. 열흘 동안 잠만 자다 죽을 거에요 25.03.14 105 7 13쪽
» 20화. 핸드볼 공만한 혹이 달린 개 25.03.13 114 5 8쪽
19 19화.김진심 선생 25.03.12 119 6 11쪽
18 18화. 개는 2,4 VS 사람은 2, 3 25.03.12 119 6 10쪽
17 17화.교수님 얼굴 보니 해주기 싫어? 25.03.12 129 5 10쪽
16 16화.꼴에, 청진기는... 심음 구별이나 하냐?’ 25.03.10 141 5 15쪽
15 15화 직계읍 한울동물병원 25.03.10 146 4 6쪽
14 14화. 차경수 아들 차시우 25.03.10 156 4 11쪽
13 13.한마디로 비싸서 소견서 못사요 25.03.09 152 6 8쪽
12 12화. 좆 같아요 25.03.08 155 6 6쪽
11 11화.비범함의 평범화로 쓴 소견서 25.03.08 151 5 6쪽
10 10화. 얘 죽은지 한참된 거 같은데? 25.03.08 160 6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