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통천하(武林通天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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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비급
그림/삽화
녹색비급
작품등록일 :
2025.03.12 09:49
최근연재일 :
2025.04.23 12:0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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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6,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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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31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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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천방지축 여인 (9)

DUMMY


세류원의 넓이는 십만 평에 달한다,

열 곳에 화려한 정자가 있고 두 곳에 인공연못이 있다.

소강당이 세 곳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 토론하는 대강당 한 곳이 있다.

그 외에도 반점 세 곳과 천하의 유명한 차를 골고루 마실 수 있는 찻집 두 곳도 있다.

대강당은 항상 만석을 이룬다.

태평노야는 매일 단상 한 곳에 앉아 중원 현자들의 논의 과정을 두 시진 정도 듣는다.

어떤 날은 제법 이름이 알려진 명사가 단상에 나와 반 시진 정도 천하의 일을 논하기도 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태평노야는 일일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으므로 세류원을 찾는 천하 명사들의 숫자는 날마다 늘어갔다.

헌원세가의 소가주 헌원패도 일주일에 두 번 세류원을 찾았다.

천하에는 신분을 드러내선 안 될 사대세가가 존재한다.


헌원세가.

종리세가.

북해 빙궁.

도화궁.


헌원패는 자신의 명호를 사용하지 않고 무명소(無名簫=이름 없는 피리라는 뜻으로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의미)라는 겸손한 별호를 사용했다.

헌원패가 세류원을 찾는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이유는 천하 사정을 듣고 파악하기 위해서다.

둘째 이유는 헌원세가에서 유용하게 부릴 수 있는 뛰어난 인재를 찾을 목적에서였다.

셋째 이유는 한 여인 때문이었다.

여인은 헌원패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세류다향(洗流茶香).

세류원 내부에 있는 찻집이다.

지금은 중원 명사들의 토론이 끝난 한적한 시간이다.

헌원패는 세류원에 있는 두 곳 찻집 중에 세류다향을 즐겨 찾는다.

이 시각이면 그가 눈여겨 보아왔던 여인 금월향(琴月香)이 회수가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창가에 앉아 있다.

오늘도 금월향은 용정차를 즐기고 있었다.

채, 이십 여세가 안 되어 보이는 금월향의 미모는 가히 경국지색.

세류다향을 찾는 많은 여인들 중에서 가히 발군의 미모다.

오늘, 그녀는 청색 피풍의(皮風衣) 안에 마악 피어 오른 매화꽃처럼 새하얀 경장을 입었다.

붉은색이 강조된 가죽신을 신었고 허리에는 은으로 만든 검집에 들어 있는 조그만 검이 매달려 있었다.

코는 오뚝하여 음영이 분명하게 강조되었고 입술은 갓 익어가는 딸기 빛이었다.

눈망울의 어린 사슴의 그것처럼 동그랗고 흑백이 분명했다.

헌원패가 나타나자 금월향은 조그맣게 눈웃음을 지었다.

눈웃음은 그녀만의 독특한 인사였다.

헌원패는 금월향 맞은편에 앉았다.

여인 특유의 체취가 용정차 향과 함께 훅. 밀려왔다.

헌원패가 시원시원한 음성으로 말했다.

“앞자리에 앉아 명사들 토론에 심취해 있는 금(琴) 소저의 모습은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웠소.”

금월향은 조금 더 큰 눈웃음을 지었다.

“어머. 저를 보고 계셨어요?”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오더이다. 금 소저의 아름다운 미모가.”

그녀는 눈웃음이 아니라 온 몸으로 웃었다.

“놀리시는 거죠?”

“진심은 곡해하지 마시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헌원패의 진심이었다.

지금의 헌원패는 금월향이 어떠한 부탁을 하더라도 다 들어줄 기세다.

“차는 제가 사겠어요. 저녁 요리는 무명(無名) 공자께서 사세요.“

헌원패는 이번에도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그 말을 기대했었소.”


*


회수(淮水)에서 저자로 가는 길은 수많은 유람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워낙 회수의 경치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수십 리를 이어진 단애들, 일류 장인이 깎아 놓은 듯 오묘하게 자리한 크고 작은 기암괴석들.

삼탄(三灘)이라 불리는, 세 번 꺾어져 흘러내리는 삼단폭포.

이 모든 광경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 호화반점(豪華飯店)이 자리하고 있다.

호화반점은 이름과 다르게 이층으로 지어진 아담한 반점이다.

익어가는 서산 저녁 해를 바라보며 헌원패와 금월향은 창가에 마주앉아 호화반점이 자랑하는 사천요리를 즐겼다.

신기한 일은, 금월향은 눈은 언제나 생글거린다는 점이다.

“무명 공자님의 본명이 궁금해요.”

헌원패는 허허롭게 웃었다.

“세류원은 천하의 명사와 현자들이 모여드는 곳이오. 나 같은 촌사람은 감히 함자를 내밀 위치가 아니오.”

“공자께서는 겸손하시군요.”

“아참. 술을 하시오?”

“조금....”

“핫핫하. 조금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항아리 하나 정도는 거뜬하게 비우곤 하지요.”

“또 저를 놀리시네요.”

두 사람은 호화반점의 특주를 마셨다.

금월향의 집은 회수에 있다고 했다.

그녀의 부친은 관원(官員)이고, 오년 전에 부임했다고 했다.

오 년 전이면 세류원이 갓 지어진 무렵이다.

그녀는 격식 있는 명사와 이름 있는 현자들의 토론을 듣기 위해 자주 찾는다고 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과 표정을 마주보며 꽤 많은 술을 마셨다.


두 사람이 호화반점을 들어설 때부터 지켜보는 두 여인이 있었다.

두 여인은 반대편 창가 아래에서 술과 음식을 먹었다.

상당히 세련된 몸매를 지닌 두 여인이다. 오랜 무공 수련을 거친 듯, 절제된 동작을 지닌 여인들이었다.

일견에는 간편한 청색 경장차림이어서 유람하는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두 여인은 날카롭게 번득이는 두 눈으로 헌원패를 쏘아보다가 재빨리 눈빛을 감추곤 했다.

헌원패는 고수다.

입으로는 술을 마시고 금월향과 담소를 나눴지만 두 여인에게 관찰당하고 있음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헌원패는 어디론가 전음을 보냈다.


-회수 호화반점 청색 경장 차림의 두 여인을 미행하여 정체를 알아내라.-

-명을 받습니다.-


헌원패의 전음입밀 수법이 워낙 교묘하여 금월향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금월향은 여전히 생글거리며 요리와 술을 마셨다.

어느 순간, 헌원패를 관찰하던 경장 차림의 두 여인이 일어섰다.

그 여인들은 헌원패 등 쪽인 반대편에 있었지만 헌원패는 그녀들이 음식을 먹는 것도, 술을 마시는 것도, 일어나는 것도, 나가는 것도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다.

잠시 후, 금월향도 일어섰다.

“이젠 가 봐야겠어요.”

헌원패도 일어섰다.

“당연하오. 부모님께서 걱정하실 것이오.”

“호호. 다 큰 딸을 누가 걱정하겠어요?”

“워낙 출중한 미모를 지녔으니 분명 걱정하실 것이오.”

“자꾸 놀릴 거예요?”

“난 사실만을 말했소.”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삼탄 폭포 소리가 천둥소리만큼 크게 들렸다.

큰 도로에 나오자 관(官)에서 사용하는 마차가 대기 중이었다.

사십 여세의 마부(馬夫)가 금월향을 향해 허리를 꺾었다.

“안찰사(按察使)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찰사란 황궁에서 파견한 지방 군현 최고위직 직책이다.

금월향은 또 큼직한 눈으로 헌원패를 향해 생글거린 뒤 마차에 탔다.

마차가 헌원패 앞에서 멀어져 갔다.

훤원패는 누가 옆에 있기라도 한 듯 중얼거렸다.

“두 번째 명을 내린다. 안찰사의 신분 조회와 금월향의 과거 이력까지 샅샅이 조사하라.”

헌원패의 고막으로 즉시 회답이 도착했다.

“명을 받듭니다.”


*


어제의 태양도 그곳에서 떠서 반대편으로 졌다.

오늘의 태양도 그곳에서 떴다.

그리고 깊은 심산유곡의 어둠을 모조리 걷어갔다.

어둠이 물러나자 수북한 갈대 잎으로 가려진 동굴 입구가 나타났다.


동굴 안이다,

수북하게 깔린 갈대 위에 두 남자가 길게 늘어져 있다.

한 남자는 혼절했기에 늘어져 있었다.

한 남자는 새벽 무렵에 술에 취해서 늘어졌다.

“내가 못 살아.”

목소리의 주인은 주화화였다.

주화화는 작은 사발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사발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매일 죽을 쑤었다.

그녀가 아는 의학상식에 기초하여 몇 가지 약초를 넣고 종일 푹 삶은 약초 물을 우려내어 쑨 죽이다.

주화화는 아침 저녁으로 죽은 듯 늘어져 있는 사나이 입에 죽을 넣어주었다.

이곳은 깊은 산중이다.

약을 구한다거나 의원을 데려 것은 언강생심이다.

주화화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침에 사나이의 가슴을 열고 짓이긴 약초를 상처에 고약처럼 붙여 주는 일이다.

그리고 사나이 입에 죽을 떠 넣어 주는 일.

혼절한 사나이였지만 생존본능은 저절로 발동하는 모양이다.

오늘은 제법 많은 양의 죽을 받아들였다.

인사불성인 인간이 또 하나 있다.

코는 왜 이렇게 크게 고는지 동굴이 무너질 것 같다.

악몽을 꾸는 걸까?

가끔 두 팔을 들어 허우적거리는 건...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일까?

남자라면 벌써 일어나 통 크게 노루라도 한 마리 잡아와 뒷다리 살을 착착 발라 모닥불에 구어 여자를 먹여 살려야지...

아니 소소하게 산토끼든 꿩이든 다 좋다.

경신술은 어디에 써 먹으려고 아끼는지 지금까지 저 인간은 쥐새끼 한 마리 잡아 온 적이 없다.

주화화는 주로 목욕을 하다가 산토끼든 꿩이든 물 마시러 온 놈들은 잡아 지금까지 저 남자를 먹여왔다.

오늘도 주화화가 어떤 산짐승이든 두 마리를 때려 잡아야할 팔자인가보다.

‘그래도 술심부름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해. 탈탈 털고 용서해 주자.’


*


황실(皇室) 내부에 존재하는 밀실(密室)이다.

이 밀실은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

동창(東敞)의 최고 책임자 서염호(徐廉昊)의 별실(別室)이기 때문이다.


동창은 황제 직속 비밀호위군(秘密護衛軍)이다.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황실 고관들도 동창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동창은 황제가 직접 관장하며, 황제가 반드시 알아야할 최고 기밀을 다룬다.

동창 최고 책임자 서염호의 권세는 막강하다.

서염호의 눈 밖에 난 자는, 정일품 벼슬을 지녔어도 하룻밤 사이에 시신으로 변해 강가에 버려진다.


밀실 밖에는 한 관원(官員)이 시립해있다.

밀실 내부에서 가느다란 음성이 흘러나왔다.

“너는 머리를 걸 수 있는가?”

가느다란 음성의 주인은 서염호다.

서염호는 환관(宦官)이다.

생식기를 제거했으니 음성이 가늘 수밖에 없다.

관원은 보이지도 않는 밀실 내부를 향해 연신 허리를 숙였다.

“틀림없는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서염호의 음성에는 어딘지 사악한 기운이 스며있다.

“근거는?”

관원은 두 다리를 덜덜 떨었다.

“부마도위 가슴에 생긴 검흔(劍痕)은 도화궁의 검초가 아닌 십팔반무예를 사용한 검흔이었습니다.”

관원은 황실 소속 검시관(檢屍官)이다.

황궁 내부 사람이 죽으면 검시관이 검시를 한다.

황실 내부는 유난히 독살(毒殺)이 많다.

자신과 반대편 위치에 서 있는 자들이 툭하면 죽어나간다.

먼저 죽이지 않으면 내가 먼저 당하는 곳이 황실 내부다.

권력욕(權力欲)!

모함과 암투, 독살의 절정을 이루는 곳이 바로 황실이다.

며칠 전, 부마도위 계음산은 금릉의 고급 요리점인 운해반점에서 주화화에게 행패를 부리다 살해당했다.

황제 사위 부마도위 살해 사건은 보통 사건이 아니다.

당시 고관(高官)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보이지도 않는 도화궁의 소행으로 치부하고 사태를 마무리해 버렸다.

서염호는 고급 관리들의 생리를 잘 아는 자다.

‘그놈들은 사건이 확대되어 시끄러워지는 일을 사전에 막아버리는 특성이 있지.’

서염호는 검시관에게 부마도위의 검흔과 상세(傷勢)를 머리를 걸고 철저하게 조사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죽음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자는 검시관이다.

밀실 내부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잠시였지만 검시관에게는 죽음과 같은 시간이었다.

이윽고,

밀실 내부에서 서염호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삼대주(第三隊主)를 대령시키고 너는 물러가라.”

검시관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명을 받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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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천방지축 여인 (17) 25.04.08 166 5 11쪽
31 천방지축 여인(16) 25.04.07 159 5 12쪽
30 천방지축 여인 (15) 25.04.06 153 4 12쪽
29 천방지축 여인 (14) 25.04.05 16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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