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통천하(武林通天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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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비급
그림/삽화
녹색비급
작품등록일 :
2025.03.12 09:49
최근연재일 :
2025.04.2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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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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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1)

DUMMY


세류원(洗流苑).

세류원은 회수 하류 한 곳에 태평노야(泰平老爺)가 지은 대정원(大庭園)의 이름이다.

태평노야(泰平老爺).

젊은 시절엔 황사(皇師=황제의 스승)를 지낸, 세수(歲數) 일백 세를 넘긴 노인이다.

지은 책만 일천 권에 달했고, 편집한 고서(古書)는 일만 권에 달한다.

황제조차도 태평노야를 살아 있는 경전(經典)으로 칭송할 정도였으니, 그의 박학다식함은 천하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태평노야가 평생 모은 거금을 쏟아 부어 세류원을 지었다.

태평노야는 천하 현자(賢者)들의 이야기 듣는 것도 좋아했으므로 황궁 다음으로 큰 세류원을 지어 그들의 세상사 평하는 것을 즐겨 들었다.

태평노야는 일백 세 무렵 혀에 폐단(弊端=암(癌)이 돋아 혀를 제거하여 말을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상대 말은 들을 수 있다.

세류원은 남녀노소 누구든 출입할 수 있다.

거부는 물론, 학식 높은 대가의 아녀자들도 출입했고, 천하에 이름을 두루 얻은 명사들이 대부분 자리를 점하게 되었다.


세류다향(洗流茶香).

새류원 내부에 있는 찻집이다.

헌원패가 아름다운 여인 금월향(琴月香)과 차를 즐기고 담소를 즐기던 곳이다.

매일 세류원에서 명사들의 강의를 듣고 세류다향에서 헌원패와 용정차를 즐기던 금월향이었다.

그녀의 모습은 일주일 째 보이지 않았다.

헌원패는 보통 닷새 간격으로 세류원과 세류다향을 찾는다.

헌원패는 금월향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자, 매일 세류다향을 찾게 되었다.

헌원패는 회수(淮水)가 바라보이는 창가에 앉아 혼자 차를 마셨다.

그는 탁자에 앉아 차를 마시는 것처럼 보였지만 누군가와 전음을 주고받는 중이었다.

전음이 이어졌다.


-일주일 전, 금월향 모친(母親)이 안찰사(按察使) 관저(官邸)에 나타났습니다. 하여, 금월향은 일주일 째 외부출입을 하지 않고 모친과 지내고 있습니다.-


헌원패는 고개를 끄덕였다.

금월향의 부친은 안찰사다. 모친은 본가(本家)인 금릉에서 지낸다고 했다.

“모친이 돌아왔으면 당분간 외부 출입을 하지 않겠군.”

헌원패의 눈동자 속에는 금월향의 아름다운 모습이 새겨졌다.

흑백이 분명한, 생글거리는 그녀의 두 눈동자, 박속같이 한얀 미소. 소곤거리듯 정감 서린 음성.

헌원패는 과감하게 고개를 저어 그녀의 영상을 지워버렸다.

‘상상을 사랑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헌원패는 세류다향을 나섰다.

“당분간 무공 연성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헌원패는 장부(丈夫)였다.

현명한 자는 손에 쥘 수 없는 것은 빠르게 포기한다.

반면, 미련한 자는 쥘 수 없는 허상에 집착한다.

그가 오십여 걸음을 옮겼을 때였다.

헌원패를 향해 관복을 차려입은 관인 두 명이 다가왔다.

관인은 익숙한 눈길로 헌원패를 훑으며 말했다.

“무명공자(無名公子)로 판단되오만.”

헌원패는 고개를 끄덕였다.

관인은 한 통의 서찰을 헌원패에게 내밀었다.

“아가씨께서 보내셨소.”

“아가씨라니?”관인은 다 알고 있다는 듯 얼굴을 허물며 웃었다.

“공자께서 마음에 두고 있는 그 아가씨를 말하는 것입니다.”

헌원패가 서찰을 받자 두 관인은 오랜 훈련을 받은 관인답게 뒤로 돌아 갓! 자세로 빙글 돌며 돌아섰다.

헌원패가 서찰을 펼쳤다.

그의 짐작대로 금월향이 보낸 서찰이었다.


*


자금성 내부에 위치한 태자궁(太子宮)!

주장봉은 일주일 째 두문불출이었다.

전 재산을 쏟아 부어 이룩한 천하제일루는 잿더미로 변해 사라졌다.

매월 마차 두 대 분량의 비밀 금괴 소득도 안개처럼 아스라하게 사라져 버렸다.

“빈 함자(函子=상자)를 찬 꼴이 되었구나.”

그는 으드득 소리를 내며 이를 갈았다.

그는 탁자에 앉아 금릉 명주를 자작(自酌)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는 그였다.

문득, 떠오르는 얼굴 하나!

그것은 종리검의 얼굴이었다.

“반드시 찾아내어 죽이겠다.”

생각에 골몰하던 주장봉이 밖을 향해 외쳤다.

“누구 없는가?”태자궁 밖에서 관졸들의 음성이 들려왔다.

“하명하십시오.”

주장봉이 다시 외쳤다.

“용한 환쟁이(=그림 그리는 사람을 낮춰 부르는 말) 하나를 불러와라.”

밖에서 즉시 대답 소리가 들렸다.

“명을 받듭니다.”

주장봉은 종리검의 명호를 모른다.

알고 있는 것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을 종리검의 얼굴뿐이다.

주장봉은 화백(畫伯)에게 종리검의 초상화를 그리게 할 요량이었다.

천하제일루와 매월 챙긴 마차 두 대 분량 금괴에 대한 말은 누구에게도 할 수 없다.

비밀스러운 수입과 조직을 갖추고 있다면 자칫, 역도(逆徒)로 몰려 머리가 달아날 수 있다.

헤서, 혼자만 끙끙거리며 앓고 있었는데 한 가지 방법을 떠올린 것이다.

“나에겐 귀신도 알지 못하는 비밀 조직이 있다.”

주장봉은 비밀 사조직(私組織)을 이용, 종리검의 초상화를 나누어 주고 암기시킨 후, 귀신도 모르게 처단할 생각을 품은 것이다.


*

산이다.

울창한 숲에선 거목(巨木)이 자라고 있고 지면엔 이름 모를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산들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휘날리는 향긋한 화향(花香)이 콧속을 자극했다,

태운산!

귀주(貴主)로 향하는 귀주산에 이르렀을 때 그가 ‘당분간 작별’을 고했다.

“난 광동(廣東)이 고향이지만 오 년 전부터 귀주에서 자랐어.”

주화화의 입은 종리검보다 항상 빠르다.

“그 말을 하는 것은 헤어질 때가 되었다는 걸 의미하는 거야?”

태운산은 끄덕이는 것인지 젓는 것인지 모를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당분간 작별해야 돼.”

이렇게 시작된 태운산의 내력은 이러했다.


-광동에 사셨던 부친은 오 년 전에 돌아가셨고, 귀주에는 백부(伯父)가 살고 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으므로 나는 백부 집에서 기거하며 가전절기(家傳絶技)를 익혔다. 백부는 귀주신검(貴主神劍)으로 불릴 정도로 검예에 뛰어난 분이시다.-


-백부는 불행하게도 손(孫)을 얻지 못하여 나를 친아들처럼 여기셨다. 백부는 불도(佛道)를 따르는 분으로, 불심(佛心)이 대단하신 분이다. 백부는 해마다 안광사(安光寺)라는 사찰에 거액의 지전(紙錢)을 시주해 오셨는데, 연로하신 백부 대신 내가 안광사에 시주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날, 나는 산정(山頂)에서 금괴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 일로 인해 천하제일루의 총관이자 도화궁의 대주(隊主) 도혼(刀魂)과 시비가 붙어 결국 그녀의 암기에 맞게 되었다.-


이후의 일은 종리검과 주화화도 아는 일이다.

종리검은 혼수상태에 빠진 태운산을 구해주었고, 주화화는 황실의료술로 소생시켰다.

태운산은 귀주에 사는 백부의 거처를 자세하게 알려주면서 반드시 방문해 달라고 했다.

주화화의 천방지축 끼는 여전했다.

“당분간이겠지만 이렇게 멀뚱하니 태 오빠와 헤어질 순 없는 일 아니겠어?”

종리검과 태운산은 주화화가 무엇을 생각하는 지 훤히 꿸 정도가 되었다.

태운산이 밑밥을 물기로 했다.

“내가 사지. 주변에 귀락반점(鬼樂飯店)이 있는데...”

태운산이 이 부분까지 말했을 때 주화화의 입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알아. 나는 다 알아. 귀주가 산지(産地)인 모태주(=마오타이) 맛을 보여주겠다는 오빠 생각을!”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하산길이다.

태운산은 산을 벗어난 곳에 귀락반점이 위치해 있다고 했다.

길 왼쪽엔 계곡이 흘렀다.

계곡은 크고 작은 폭포 수십 개를 만들었다.

콰콰콰콰.

폭포에서 튄 작은 물방울 알갱이들이 안개를 만들어 주변을 운무에 갇히게 했다.

문득, 종리검과 태운산, 주화화는 가슴을 갑갑하게 조여 오는 극심한 살기를 느꼈다.

태운산의 짤막한 전음이 조그맣게 전해졌다.

-여섯!-

그 순간.

피이이잇.

미세한 파공성이 여섯 차례 일어났다.

피처럼 붉은 적삼(赤衫)을 걸친 복면인들이 등에 검을 매고 조용하게 하강했다.

살기는 일시에 더 짙어졌다,

이들은 평소 적삼을 입고 중원을 활보하지 않을 것이다.

목적이 있어, 숲 어디에선가 환복(換服) 했으리라.

스스슷.

적삼인들은 재빨리 사방위(四方位)와 건곤(乾坤)의 위치를 점하며 검진(劍陣) 형태를 구축했다.

채애앵. 챙!

적삼인들은 정교한 동작으로 절재 된 동작으로 일시에 검을 뽑았다.

우우웅.

그들의 진력이 검에 전해지자 여섯 검은 시뻘건 혈검(血劍)으로 변하며 새빨간 검기를 불꽃처럼 휘날렸다.

치이이잇.

복면으로 가린 적삼인들 각각의 두 눈에서 두 줄기 붉은 번갯불이 쏘아져 나왔다.

살의(殺意)를 분명하게 새긴 것이다.

파라라락.

종리검과 태운산, 주화화의 장삼 자락은 적삼인들이 펼친 검진이 발동하면서 일어난 회오리에 삭풍을 맞은 나뭇잎처럼 떨었다.

종리검은 이들이 누구인지 짐작이 갔다.

‘주장봉. 그 소인배는 열흘을 참지 못하는구나.’

태운산과 주화화는 나타난 자들이 누구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태운산의 음성이 터졌다.

“너희들은 누구냐?”

적삼 복면인들은 대답이 없었다.

적삼 복면인들은 세 사람 주변을 빠르게 돌아가며 사위와 건곤의 위치를 교환했다.

패애앵.

적삼인들의 신형이 여섯에서 열둘로, 열둘에서 스물네 명으로 환신(幻身)되었다.

이번에는 종리검의 음성이 터졌다.

“육합파천검진(六合破天劍陣)은 완벽하나, 사문(死門)을 완벽하게 형성하지 못했군.”

종리검은 그 말을 남기고 검을 뽑으며 정면 적삼인을 향해 쏘아져갔다.

번쩍!

종리검의 검에서 눈처럼 새하얀 검기 두 줄기가 쏟아져 나갔다.

치리리릿.

“으아악!”

두 마디 구슬픈 단말마가 터지며 두 적삼인의 몸이 분리되어 혈무(血霧)를 뿌렸다.

태운산의 검도 발검되었다.

차아앙.

눈부신 검화가 피어났다.

태운산은 곧장 좌측 두 적삼인을 행해 몸을 날렸다.

서걱! 서걱!

두 번. 예리한 절단음이 일어났다.

주 적삼인 또한 쥐고 있던 검을 날리며 비명을 터트렸다.

“으아아악!”

적삼인들이 펼친 검세가 봄바람처럼 잦아들었다.

휘류륭.

주화화가 남은 두 적삼인을 향해 눈부신 검기를 집중시켰다.

“별 것도 아닌 자들이 허세를 떤 거잖아?”

치리릿.

적삼인들은 복면 안에서 불신의 빛을 새겼다.

“황실 십팔반무예를 시전?”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주화화 검에 의해 이슬로 산화해야 했다.

번쩍!

“으아악!”

쿵! 쿵!

두 적삼인이 주화화 바로 앞에서 엎어졌다.

그때,

적삼인의 소매 안에서 한 장의 초상화가 떨어지며 팔랑거렸다.

초상화 속의 얼굴은 종리검이었다.

주화화가 초상화를 주워들었다.

“종리 오빠가 언제부터 유명인사가 된 거야?”

“별일이네. 순전히 내 미모 때문인가?”종리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츠으으으읏!

허공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파공성과 함께 수십 줄기 혈광(血光)이 날아들었다,

길이 세 치 정도의 새빨간 혈침(血針)들이었다.

날아오는 속도는 대단히 위맹했다.

불과 세 치 길이였지만 거대한 바위도 깨트릴 수 있는 속도로 날아왔다.

그때,

태운산의 소매가 한 번 펄럭였다.

휘리릭.

태운산의 소매에서 폭풍만큼 강력한 섭물흡인공(攝物吸引功)이 펼쳐졌다.

날아오던 암기들이 허공에서 맥없이 한 차례 춤추더니 후두둑거리는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태운산은 거대한 거목을 향해 소리쳤다.

“유령섭백팔마존(幽靈攝魄八魔尊)의 솜씨가 심히 후퇴했으니 나이 탓인가 하오.”

유령섭백팔마존!

종리검과 주화화는 들어보지 못한 별호였다.

태운산이 팔마존이라 했으니 분명 여덟 노인일 것이다.

그때, 거대한 숲이 진동하며 광소성이 터졌다.

“우핫핫핫하하하! 태가(泰家) 어린놈이 제법 안목이 넓구나.”

우릉. 우릉. 우르르릉.

광소성의 강도가 얼마나 지대한지 주변 기암괴석들이 통째로 떨었고 쏟아지던 폭포가 역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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