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이 분탕을 잘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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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절편
작품등록일 :
2025.03.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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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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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1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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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법과 수군(2)

DUMMY

북학의를 쓴 박제가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벌레를 싫어한다, 그러나 양잠하는 이들은 누에를 좋아한다. 이는 벌레는 사람에게 이득이 되지 않지만, 누에는 큰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면 하기 싫은 일도 마땅히 하는 존재다.


그래서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일, 힘든 일을 하는 이들이 막대한 보수를 받는 거고 말이다.


‘수군에게도 적당한 이익을 던져주고 대동미 수송하라 하면 좋아서 하겠지?’


“백성들이 왜 군역을 꺼리는지 아시오? 힘들뿐더러, 한번 차출되면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없게 되기 때문이외다.”


조선 초기에는 군역이라는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그러나 성종 대부터 뭔가 삐걱대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대립군이라고 해서 돈과 쌀을 받고 군대에 대신 가주는 제도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군대에 가기 싫어하니까 결국에는 방군수포라고 해서 지방관들이 면포 얼마 받고 군대 빼주는 걸 반쯤 제도화해서 굴리다가...


군역 다들 안 하려 하는데 아예 면포 받고 퉁치는 걸로 하자는 제도가 군포 제도고 말이다.


“한편, 군역보다 몇 배나 더 힘든 벌목이나 얼음 캐는 일은 다들 자발적으로 하오. 그 이유는 벌목과 얼음 캐는 일은 힘들어도 돈이 되기 때문이오.”

“하오나 전하, 어찌 나랏일을 돈으로만 판단한단 말입니까. 수군이 바다를 지키고, 조군이 조운선을 몰아 세곡을 나르는 일은 충심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옵니다.”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것은 그 어떤 대가를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해야하는 일이오.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킬 도리기 때문이오. 충군과 애국도 그와 동일하오. 그러나 부모가 자식을 먹여 살리는 것도 당연한 것 아니오이까?”


조선은 임진왜란이 벌어졌을 때 망할 위기에 놓였었다.


그러나 임금께 충성을 바치는 것은 곧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상이 모두의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혀있었고.


의병장을 비롯한 의병들이 부모님을 구하려는 심정으로 거병해서 나라를 위해 싸웠다.


유교에서 충성과 효도를 비슷한 선상에 올려 놓은게 이런 면에서 도움이 된 거다.


‘지금 내가 주장하는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경들이야 가진 전답이 많아 녹봉을 줄여도 큰 문제가 없지만, 조군과 조졸, 수군은 적절한 대가를 주지 않으면 식솔은커녕 자기 자신도 보전하기 힘든 가난한 이들이오. 저들에게 먹고 살길을 챙겨주는 것이 뭐가 나쁘오?”

“전하의 말씀이 옳사옵니다.”

“그리고 이는 나라를 지키기 위한 일이기도 하오.”


나라를 지키기 위한 일이라는 말에 신하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다들 지금은 북벌보다는 민생에 치중하자는 쪽으로 추구하는 방향을 바꾸기는 했지만...


사악한 청나라 놈들을 몰아내고 천하의 질서를 바로 세우고 싶다는 욕구가 속에 그득할 거다.


오죽하면 영조, 정조 시기 신하들이 주로 자랑질 하는 게 사신으로 파견되서 청나라 가서 조선말로 청나라 황제 아슬아슬한 선에서 욕하고 돌아오기였을까.


“임진년 이래 조선의 수군은 판옥선을 몰아 먼 바다에서 항해를 해본 적이 없소. 기껏해야 배를 몰아 수영 근처 바다를 몇 번 돌고 오거나,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것이 전부라 들었소이다. 이런 수군이 어찌 왜적과 맞서 싸울 수 있겠소이까?”


이 시대, 아니 두 세기 정도 더 뒤까지 포함해서 전 세계 모든 나라는 군대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휘었다.


특히 화약을 소모하는 화승총을 운용하는 병사들이나 포병들은 화약 대신에 모래를 쓰거나 시뮬레이션만 하는 모의 훈련만 했을 뿐.


제대로 된 훈련을 하는 나라는 화약을 밭에서 캐는 영국 말고는 없다.


따라서 조선도 다른 서양 열강 국가들이랑 이런 면은 똑같은 거다.


‘군대가 돈 잡아 먹는 하마라서 그런 거니 어쩔 수 없지.’


그러니 대동법으로 걷은 쌀도 걷고, 실전에 도움이 되는 항해 경험을 쌓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


효종의 갖옷을 간직하고 윤휴 다음으로 북벌을 좋아하는 송시열이 내 말을 긍정하고 나섰다.


“전하의 말씀이 옳사옵니다. 수군이 대동미를 나르면서 항해 경험을 쌓는다면 얼마나 좋겠사옵니까. 배를 몬 경험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해전을 치를 때 유리해질 것이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염려되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 염려되오?”

“현종대왕 시절부터 종종 대동미를 나르는 일을 맡은 조군이 조운선이 침몰했다 거짓말을 하고서, 쌀을 횡령하는 일이 제법 빈번하게 있었사옵니다. 이번에는 수군 병사들이 그런 만행을 저지를까 염려됩니다.”


국가가 공무원들에게 넉넉하지는 못하더라도 생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수준으로 급여를 주고, 연금을 주려고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단순히 공무원들이 정치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움직여줘서 그런 건 아니고.


월급 제대로 챙겨줘야 부정부패를 덜 저질러서, 월급으로 떼우는 게 더 싸서다.


한국, 아니 비행기 타고 4시간 정도 가면 있는 필리핀 같은데는 경찰 월급이 엄청나게 낮다.


그래서 경찰들이 돈 벌려고 만만해 보이는 관광객, 현지인들에게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붙여서 벌금을 착복한다고 한다.


경찰서에 가면 800페소 내야하는 걸, 자기한테 뇌물 100페소 주면 넘어가 준다고 하는데.


이거 한 번 당해보면 한국 공무원들 급여와 연금을 왜 챙겨주는 지 바로 알게 된다니까.


“대동미를 수송하는 수영에는 수송하는 대동미의 5푼(5%)를 줄 것이오. 즉 백미 100섬을 수송하면 5섬은 수영의 소유요. 그리고 조운에 직접 참여한 수병과 군관에게는 2푼을 줄 것이외다.”


대동미를 거두는 것도 일이지만 수송하는 것도 정말 큰 문제다.


조선의 운송료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는데, 조선과 교통 사정이 비슷한 중세 유럽에서는 시골에서 돼지 한 마리에 100페니면...


도시로 올라오면 돼지 한 마리에 170페니가 될 정도로 운송료가 비쌌다고 들었다.


그러니 아무리 조선의 병사를 부려서 시키는 일이라도 저정도는 줘야 할 맛이 날 거 아냐.


“그리고 앞으로는 수영과 대동미를 보낸 고을에서 각기 장부를 기록하게 하고, 각 수영에서 보내온 쌀이 고을 장부에 적힌 것보다 부족하면 그 이유를 소명하게 할 것이오. 배가 침몰해서 사라지든, 선창에 물이 새서 쌀이 썩어서 납부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든. 이유를 막론하고 수송에 실패한 이들에게는 보수를 지급하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이유가 적절하지 못하다면, 해당 수사를 엄히 벌하겠소.”


무슨 문제가 터졌을 때 그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법은 높으신 분을 족치는 거다.


국방부 장관이 봤는데 어디 사단의 병사들을 대강 보니까 체력이 개판이었다?


사단장한테 전화해서 너희 사단 체력이 개판이더라, 진급하기 싫은 게 틀림없다는 이야기 한 마디만 해봐라.


다음 날부터 사단 전체에는 체력 단련에 힘쓰지 않으면 사단장이 친히 왕림하셔서 조진다는 공문이 내려갈 거다.


이걸로 그 문제가 해결 된다.


‘그 문제 말고 다른 문제가 발생할 확률도 크지만 확실하지.’


따라서 수송에 실패했을 때 수영의 최고 책임자인 수군절도사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하면, 대동미 운송에 투입된 이들은 목숨을 바쳐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안 하면 수군절도사 본인이 자기들을 갈굴 테니까.


수군절도사면 한국군으로 따지면 사단장급인데, 사단장에게 직접 갈굼당하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말 안해도 조선군 병사들이 더 잘알 거다.


이걸로 기강이 어느정도 잡히겠지.


“더 나아가서 안면도, 옹진반도와 같이 위험한 곳을 돌아갈 수 있는 항로를 아는 자가 있다면 신분에 관계 없이 등용해 벼슬을 내리겠다. 그리하여 아까운 수병들의 목숨과 대동미가 바다에 가라앉는 일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지금 일본 놈들은 조선의 조운선이나 판옥선보다 훨씬 더 작은 배로 태평양 원양항해를 하고 있다.


교토, 오사카, 아니면 도호쿠 쪽에서 만들어 진 술을 에도로 나르기 위해 해류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왜놈들도 하는 데 우리가 못하겠어?


정 안 되면 서양인 몇 명 고용해서 부려 먹으면 되지.


‘조선을 위해 필요한 일이야.’


“이렇게 해서 대동미가 가라앉을 일이 없게 한다면, 백성들의 부담도 그만큼 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사옵니다, 전하.”

“그리고 대동미를 수송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수영에는 대동미 수송 권한을 박탈하고, 그 권한을 다른 수영에 넘기도록 하겠다.”


한양의 치안이 지금 잘 유지되는 것도 여러 군영이 서로 경쟁하고 있어서, 선 넘는 착취하다가 걸리면 자기들 돈줄이 끊기기 때문이다.


명예도 당연히 땅바닥까지 떨어지고 말이다.


대동미 수송하는 수군도 서로 견제하게 만들어서 일에 최선을 다하게 해야지...


한 쪽에 뭐든 몰아주면 안된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하고, 독점적 이권은 절대로 썩어 빠지니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숙종의 어명이 떨어지고 조선 팔도에 있는 수영에 조졸과 조군이 배속되었다.


한국으로 치면 조운선을 조종하는 부사관에서 하급 장교 역할을 하는 조군까지도 칠반천역으로 대접하는 세상에서 저들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당연히 좋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고...


조군이었던 만수도 전라우수영에서 자신을 배척할 거라 생각했지만.


누구도 그를 멀리하거나 차별하지 않았다.


“여기 강화도 지나가려면 노를 좀 더 세게 저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물살에 휩쓸려서 죽습니다, 군관 나리. 좀 더 왼쪽으로 배를 모십시오.”

“알겠다! 격군에게 명을 내려서 배를 왼쪽으로 몰라고 해라!”


그 이유는 각 수군 병영에 만수를 비롯한 조군과 조졸이 기여하는 바가 컸기 때문이다.


수군이라고 해봐야 배타고 멀리 나가지도 않지만, 조군과 조졸은 멀게는 하삼도를 다 돌아서 한양까지 배를 몰고 가는 이들.


저들 말을 안 들으면 바다 위에서 송장이 될 수도 있다.


신분 질서와 편견을 극복하지는 못 했어도, 수군 병사들은 죽기 싫어서라도 저들을 존중했다.


‘혹여나 앙심이라도 품어서 다 같이 죽자고 이상한 데로 안내하면 다 죽지.’


“이대로 가면 곧 경창(서울에 있는 창고)입니다.”“고맙다, 네 덕분에 쌀 1,000섬을 무사히 나를 수 있겠구나.”


쌀 1,000섬을 무사히 나르고 나면 어명에 따라 20섬은 수군들의 차지다.


각자의 몫대로 나누면 명당 쌀 반 섬씩도 안 돌아가지만...


그것만 해도 고생한 것 대비, 절대로 적지 않은 수입이다.


그러니 밑에서 노를 젓는 병사들도 힘을 내서 일에 임했따.


“아닙니다, 나리.”

“그리고 네가 보관하자는 대로 해서 쌀이 물에 젖지도 않았구나.”

“쌀이 젖어서 못 쓰게 되면, 그만큼 저희가 가져가는 몫도 줄지 않습니까.”

“네 공이 크다.”


예전에 조운선이나 다른 배를 몰 때는 쌀을 일부러 젖게 만들어서 횡령하는 등의 짓거리가 많았다.


그러나 이렇게 딱딱 가져갈 수 있는 한도를 정하니 1,000섬을 수송해서 930섬은 확실히 서울에 있는 창고에 넣을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곧 세금 증가 효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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