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이 분탕을 잘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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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절편
작품등록일 :
2025.03.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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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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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2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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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카르텔 분쇄(5)

DUMMY

오늘 조회의 시작을 연 것은 한성판윤이었다.


다루는 주제가 내가 금난전권을 완전히 폐지하고서 한양에 미친 영향에 관해 논하는 것이다보니 한양 최고 책임자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전하께서 금난전권을 폐하신다는 교지를 내리셨을 때, 불민한 신은 난전이 많아지면 한성의 질서가 어지러워지고 백성들이 거짓말을 일삼는 상인들 때문에 곤란에 처할 것이라고 생각하였사옵니다.”


유교 문화권에서는 군주에게 아부하는 놈은 곧 간신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조선, 일본, 중국 모두 다 이 점에서는 가치관이 비슷한데.


저 세 나라 중에서 제일 유교 꼰대스러운 면이 강한 조선에서는 신하가 임금을 찬양하는 일은 거의 없다.


풍년이 크게 들었거나, 왕이 새롭게 즉위하거나, 세자가 태어났을 때 같은 누가 봐도 경사일 때를 제외하고는 임금 찬양을 거의 안 한다.


그러나 지금 한성판윤은 말을 시작하자마자 벌써 나를 찬양하고 있으니...


‘내가 세운 업적이 그만큼 크다는 거지.’


신하들도 한성판윤의 저런 아부를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기색은커녕, 훈훈한 시선으로 바라볼 정도니 말 다한 거고 말이다.


“그러나 금난전권이 시행되고 하루 만에 한양의 물가가 1할이 내려가고, 한 달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4할이나 내려갔사옵니다. 덕분에 백성들이 이전에는 명절에도 돼지고기를 비롯한 고기를 먹지 못하였는데, 이제는 평시에도 고기를 먹으면서 격양가를 부를 지경이라 하옵니다.”


선진국과 후진국 사람들을 보면 둘다 팔 2개, 다리 2개 달린 똑같은 사람이기는 하다.


그러나 후진국 사는 사람은 쌀에 고추를 소금에 절인 반찬을 겨우 먹는 게 전부면, 선진국 사는 이들은 쌀에 각종 반찬을 갖춰놓고 먹는다.


생활 수준의 차이가 먹는 걸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거다.


관점을 달리 본다면 한양 백성들의 식사가 달라질 만큼 생활 수준이 확 올라갔다는 걸 의미하는 거고 말이다.


조선은 유교의 나라이며, 유교는 ‘백성은 먹는 걸 하늘처럼 여긴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먹는 걸 중요시 여기는 학문이니...


내가 이뤄낸 업적은 전설 속 임금인 요순은 못 이겨도, 세종 다음으로 성리학적으로 완벽했다는 성종에는 비빌 수 있는 수준인 셈이다.


“물가는 천천히 내려가지만, 백성들은 이전과 동일하게 임금을 받아가고 농사를 지으니 금난전권을 이용해 득을 보는 악덕한 상인들만 손해를 보았고. 선량한 양민들은 금난전권으로 두터운 성은을 입었사옵니다.”


얼굴에 금칠해주는 것도 좋은데, 칭찬을 계속 받고만 있으면 거만한 임금 취급 당할 거다.


그러니 구체적인 통계 같은 거 말할 거 아니면 적당히 좀 잘라라.


애국가는 1절 까지만 불러야지, 2절, 3절, 4절 이런 식으로 부르면 분위기 못 읽는다고 욕먹기 십상이야.


“과인은 이전부터 몇몇 신하들이 금난전권을 폐지하라는 상소를 읽고, 그들이 실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옳았으니 거기에 조금 귀를 기울였을 뿐이오.”

“전하께서 신하의 말씀에 이리 귀를 기울이시고 정치를 펼치시니, 조선의 앞날이 밝사옵니다.”


평상시에는 나보고 성군이 되려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라면서 난리인 사람들이...


지금은 숨만 쉬고 있어도 끝없이 칭찬할 기세로 칭찬하니 솔직히 너무 어색하다.


“한양 백성들의 삶이 나아졌다니 참으로 다행이오. 또 과인이 듣기로는 지방의 여러 대읍(큰 고을), 소읍(조그마한 고을)에서도 오랜 기간 뿌리를 내리고 장사한 이들이 수령에게 청탁해 난전을 금할 권한을 행사하기도 한다고 하오.”

“원래는 안 되는 것이나, 몇몇 탐욕스럽고 무능한 이들이 그들과 결탁해 금난전권을 주기도 한다 들었사옵니다.”


조선시대 양반 사대부 관료들은 늘 재정 적자 상태다.


적자 상태를 극복하려면 지방관으로 나가있는 사람들에게 대동법으로 걷은 쌀로 특산물 사서 ‘수증(명절선물)’보내라고 요청해서 그걸로 메워야 하며.


때로는 친척들과 친구들 부탁(부정 청탁) 좀 들어주는 대가로 재물을 받는 일이 몹시 흔하다.


역사 기록을 보면 이순신 장군님을 제외한 모든 청백리가 지방에 있을 때는 자기랑 친한 이들에게 별도 세금을 더 걷어서 특산품을 명절 선물로 돌렸다고 하며.


이건 너무 당연한 부정부패 관행이라 역모죄로 죽을 정도가 아니면, 이거때문에 처벌받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정조, 영조 같은 명군으로 뽑히는 왕들도 자기 총애하는 신하가 경제적 빈곤때문에 고통받으면 ‘돈 걷기 좋은 지역’ 지방관으로 보내서 거기서 돈좀 뜯어서 집도 사고, 밭도 좀 사게 했었지...


이런 상황에 일부 부패한 지방관들만 지역 상인들과 결탁했다고?


‘차라리 높으신 정치인들이 국민을 사랑한다는 말을 믿고 말지.’


“금난전권을 폐지하는 것이 백성들과 나라에 큰 이익이 되니, 지역 수령들이 금난전권을 묵인하는 행동을 엄히 벌하도록 하겠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지역의 물가가 내려가면 백성들의 삶도 한결 편해질 것이오.”


쓸데없이 물가가 높으면 가난한 백성도 고통받고, 부자들도 고통받는 법이다.


가난한 백성은 쌀 한 가마니 값이 조금만 올라도 당장 밥을 몇 끼를 굶어야 하지만, 부자는 쌀값이 오르든 말든 배불리 먹겠지만서도.


고물가로 돈 많이 내는 건 부자들도 싫어한다.


따라서 여기 있는 대신들도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는 법이라는 거지.


“전하, 물가가 내려간 것은 좋으나. 문제가 하나 더 있사옵니다. 한양 시전 상인들에게 금난전권을 몰수한 덕에 한양 백성들의 삶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육의전을 비롯한 시전에서 이제 더 이상 조정에서 쓸 물건을 공급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추가로 비용이 더 들지 않겠습니까?”

“호조판서 대감, 그건 이제 육의전을 비롯한 시전 상인들 아니 난전에도 세를 걷어서 비용을 충당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난전에도 세를 거두실 생각이시옵니까?”

“저들도 조선 백성 아니오? 조선에서 한낱 백성들이 소작 짓는다고 군역도 면해주오?”


세금은 모두가 평등하게 내야하는 것이다.


소득, 재산의 규모, 각종 여건에 따라서 징수하는 금액은 당연히 달라져야 하지만...


남자라면 팔다리 멀쩡하다는 전제하에 군대가서 복무해야 하는 거고, 소득이 있으면 100원이라도 세금을 내야지.


‘가난한 이들에게는 연말정산이든 뭘 하든 해서 세금 환급을 더 해주더라도 말이야.’


그와 마찬가지로 난전에 세금을 걷지 않아봐라.


세금 안 내고, 돈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지금 당장 양심을 내다 팔 수 있는 상인들이 ‘난전’ 행세하겠지.


“여태까지는 시전에서 장사하는 이들에게만 자릿세를 걷고, 난전에서 장사하는 이들은 가난한 빈민이라 하여 세금을 걷지 않았소. 그러나 빈한한 이들에게 세금을 적게 걷는 것은 이치에 맞으나, 세금을 아예 걷지 않는 것은 옳지 못하오. 그러니 저들에게서도 세금을 적게나마 거둘 것이외다.”

“그리하면 조정에서 필요한 예산을 충당하는 데에는 큰 이상이 없을 것 같사옵니다.”

“이상이 없는 게 아니라 더 많아질 것이오.”


조정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 전체를 시전 상인들이 다 감당한다고 해도, 실질 징수율은 아마 5%~10% 미만일 거다.


낮기로 유명한 조선의 세율도 토지세만 해도 10%가 넘어가는데.


돈 많은 시전상인들에게 저 정도만 걷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지.


장부에 적힌 거의 30%는 징수하라고 할 거다.


그러면 뭐 장부를 조작해서 분식회계를 하고, 방법을 찾겠지만...


자릿세 걷고, 조정에서 걷는 물건 감당하게 하는 것보다는 많이 걷을 수 있을 거다.


최선은 아니어도 차선책이라도 써야지.


“신 한성판윤 오영세가 아뢰옵니다. 전하의 성은으로 한성의 물가가 내려가기는 하였사오나, 난전 상인들이 행패를 많이 부리옵니다. 시전 상인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사옵니다.”


시전 상인들은 사악하고 비겁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명색이 대기업이다.


그러다보니 최소한의 선이라는 게 있는데, 난전이란 국가에서 관리조차 안 하는 깡패나 마찬가지다.


양심적이고 착한 가격에 장사하는 사람이 더 많겠으나...


간혹 그렇지 않은 작자들이 나타난다.


심지어 문제가 생겨도 응 도망치면 그만이야 하면서 도망가버리는 경우도 수두룩하고 말이다.


“쌀 한 가마니를 팔아서 집에 가져갔더니 진흙과 모래만 담긴 가마니를 건네주거나, 청나라산 비단이라고 해서 샀더니 겉에만 비단이고 속에는 풀과 모래만 채워놓지를 않나. 건어물을 팔았는데 다 썩은 걸 건네주는 등... 이럴 바에는 차라리 시전 상인들이 낫다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사옵니다.”


신하들이 한성판윤의 말을 듣고 웅성거렸다.


“괜히 선대 대왕들께서 금난전권을 만드신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 세상에 어떻게 저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공자께서 상업을 말업이라고 칭하신 이유가 있는 거 같소.”


제대로 된 단속도, 법도 없으니 아주 먹을 것 가지고 장난치는 작자들이 부럽지가 않네.


너무 창의적이라서 저 녀석들을 잡아다가 군기시 같은데 집어 넣으면 10년 안에 증기기관, 아니 원자로도 만들어 낼 것 같다.


그러나 저들이 저런 배짱 장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들은 도망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서잖아.’


도망가면 그만이라는 못 된 생각을 아예 못하게 만들면 그만이지.


“이제부터 보부상이든, 난전이든, 장사를 하는 이는 누구든지 평시서나 한성부, 지방 관아에 장사를 한다고 등록해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엄히 벌할 것이오.”

“전하, 가난한 아낙네들이 간혹 나물을 팔기도 하옵고...”

“과인이 그걸 모르는 건 아니오. 왕십리 배추밭, 무밭을 어찌 모르겠소?”


왕십리 채소밭의 운영주체는 훈련도감 병사들이다.


병사들이 비번일 때 난전을 열고서 군복 입고 장사를 한다.


무관들은 그게 썩 불편하지만, 장사라도 안 하면 굶어죽을 판이라 못 본척하고 배추를 사주고 있고 말이다.


이런 식으로 가난한 백성들이 부업으로 장사하는 걸 막으면 삶에 치명타가 올 수도 있겠지.


‘그런데 무허가 장사를 허락해줘서 생기는 피해에 비하면...’


절차 하나 추가해서 조금 번거롭게 만드는 게 100번 낫다.


“일개 농민이 마을에서 열리는 5일 장에 돗자리를 깔고 나물을 판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권농(면장, 양반이 한다)을 비롯한 이들에게 신고를 하고 하라 하시오. 신고하는 데는 비용을 최소한만 받고, 그 규모가 몹시 영세하면 세금은 걷지 않는 방향으로 해야겠소이다.”

“그러면 신고하지 않고 장사를 하면 어찌 하시겠사옵니까?”

“장사하는 이가 파는 물건을 전부 몰수하고, 곤장을 치되. 곤장을 치는 건 죄의 경중에 따라 하시오.”


일개 농민이 몰라서 곤장을 맞는다고 하면 아마 곤장이 아니라 태라고 불리는 회초리로 몇 대 맞고 끝나고 야채 좀 많이 뜯기는 선에서 끝날 거다.


제도를 악용하려 하는 이는 곤장을 수십 대나 맞고 며칠동안 절름발이 신세가 되어 본보기가 되겠지.


“완벽한 법은 없소. 그러나 지금 필요한 법을 사소한 문제 때문에 만들지 않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는 것과 같소이다. 대신들은 즉각 제도를 어찌 시행해야할지 검토하도록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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