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전생-당가는 못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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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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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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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03-당가주의 생일

DUMMY


사천무림의 주요 명문대파들 외에도 사천의 중소문파들도 그때쯤 방문할 예정이라 당가가 있는 당가촌과 그 인근은 손님맞이로 분주했다. 특히 숙식이 가능한 객잔에겐 대목이었다. 독과 암기를 주로 사용하는 탓에 당가는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금지가 많았고 그만큼 폐쇄적인 풍조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손님들을 밖에 묵도록 방침을 정했다.

그래서 숙소를 인근 객잔에 외주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리 밖에 묵게 한다고 해도 당가의 격이 있으니 쓴소리 나오지 않도록 적절한 비용을 지불해 객잔을 정비하고 감독하는 일로 당가 외총관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렇게 당가의 손님맞이가 바쁠 때 당가주 당옥전은 초청하지 않은 불청객을 맞이했다.


“허허. 굳이 전갈을 하지 않았는데 제갈세가에서 이리 축하를 해주러 오시다니..”


뼈있는 한 마디에도 제갈세가에서 온 손님인 제갈자현은 공손히 웃으며 포권을 했다.


“당대협께서 강호의 안위를 위해 큰 결심을 하셨는데 어찌 한손 보태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당가주의 생일이 이번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생일만큼은 전과 다르게 개방적이었고 초대한 귀빈도 많았다. 얼마나 개방적이냐고 할 수 있냐면 저번 생일 연회는 당가 안에서만 조용히 치러졌을 정도? 당연히 초대장도 일절 없었다. 혹시나 해서 방문한 손님을 받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축하하러 방문해 주어서 고맙다는 대접도 그다지 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이렇게 크게 생일 연회를 연 것은 수상한 기류가 흐르는 무림의 분위기 때문이었으니, 무림의 책사 가문으로 유명한 제갈세가에서 이번 당가의 생일 연회가 개방적인 이유를 짐작하지 못할 리 없었다.

당옥전이 대꾸했다.


“그냥 가까이 있는 정파끼리 오랜만에 친목을 도모해보고자 한 것뿐인데 누군지 모르지만 입이 참 가벼운 양반인 모양이구려.”


말에 있는 뼈는 여전했다. 당가는 사천에 있는 문파에만 ‘개방적인 생일 연회’를 여니 참석을 부탁했는데, 제갈세가는 섬서에 있었다. 게다가 초대장을 발송한 거리를 생각하면 누가 일부러 제갈세가에 말해주지 않은 이상 제갈세가가 이렇게 제때에 축하객을 보낼 순 없었다.

제갈자현이 웃으며 대꾸했다.


“너무 타박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분도 가주님의 생일에 축하객이 한 명이라도 더 많았으면 해서 한 말이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당가주는 순간 ‘축하객이 많아서 좋으면 저잣거리의 개방도를 잔뜩 불러들였겠지’라는 말이 입안에 맴도는 걸 (다행히도) 인지하고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아들놈에게 너무 물들었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뿔이 나있는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본 당옥전은 한숨을 내쉬며 제갈자현에게 이렇게 말했다.


“후우~. 아무튼 이렇게 축하해주러 왔다니 고맙소. 숙소를 알려줄 테니 편하게 지내도록 하시오.”

“감사합니다, 당대협.”


제갈자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시비의 안내를 받으며 당가주의 면전에서 빠져나왔다. 당가주의 대접과 반응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는 건 각오하고 왔지만 막상 피부로 느껴지는 홀대에 기분이 안 좋았다.

하지만 시비 걸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얼굴에 지은 미소를 유지하며 시비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잘생긴 소년 둘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당진혁이에요.”

“안녕하세요. 당조혁이에요.”


형제가 나란히 인사를 하자 제갈자현은 두 아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당가의 두 직계가 아닌가?


“반갑다. 제갈세가의 자현이라고 한단다.”

“아! 기관진식의 가문 맞죠?”


당진혁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물었지만 제갈자현은 웃으며 대꾸했다.


“그렇다고 말해주기 어렵구나. 괜한 선입견을 심을 수도 있어서 말이다.”

“그럼 기관진식에 뛰어나지 않다는 말인가요?”

“그것만이 우리 제갈세가가 가진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란다.”

“흐응.”


당진혁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옆에 있는 형을 올려다보았다. 잘 이해가 안 되어서 부연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인 것이다.

당조혁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독과 암기의 가문으로 유명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잖아. 보법도 일절이고 의술도 대단하지. 저 분이 하는 말뜻은 그러한 의미가 아닐까?”

“아하!”


고개를 끄덕인 당진혁이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제갈자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제갈세가는 기관진식 말고 또 뭐가 대단해요?”


그 말에 제갈자현은 웃으며 말을 아꼈다. 뭐라고 말해줘야 잘난 척 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면서 제갈세가의 뛰어남을 이 어린 아해에게 알려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 때문이었다.

하지만 먼저 입을 연 건 형쪽이었다.


“여기서 그런 거 물으면 실례지. 딱 봐도 아버지께 인사 드리고 행장 풀러 가시는 길이잖아.”

“아..”


그럼 이야기를 더 못 듣고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당진혁이 실망하자 당조혁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같이 가면서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하자.”

“아하! 그래도 돼요?”

“그, 그러자꾸나.”


이 상황, 이 분위기에서 안 된다고 말할 정도로 제갈자현은 무정한 인간이 아니었으니, 시비를 앞세운 세 사람은 문답을 주고 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제갈세가는 기관진식에 뛰어나지만 그럴 수 있는 바탕엔 팔괘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다. 팔괘를 통해 세상과 사물을 해석하기 때문에 기관진식에 해박해지는 건 제갈세가의 입장에선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팔괘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궁구하는 제갈세가의 기본적인 사상구조는 자연히 그 무공에도 녹아들어 있는데, 제갈세가의 비전검법인 조화팔괘검(調和八卦劍)은 진식과의 연동이 가능해서 준비된 진식만 있다면 둘이서 넷을, 셋이서는 여덟을, 넷이서는 열여섯을 감당할 수 있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설명을 들으며 당진혁은 제갈세가의 무공은 대단하구나라고 감탄했고 제갈자현은 흐뭇한 기분을 감추기 위해 코밑에 난 수염을 쓰다듬어야 했다.

그렇게 제갈자현의 숙소에 다와 가는데 당진혁이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좀 이상해.”

“무엇이 말이냐?”

“음.. 자현 아저씨를 대하는 무인 아저씨들의 태도가 좀.. 차가워요.”

“.. 하하. 기분탓일 것이다.”


제갈자현은 애써 웃으며 어린 아해의 의혹은 무마하려고 했지만 그 자리엔 당진혁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왜?”


당조혁이 운을 띄우자 당진혁의 고개가 그리로 향했고, 당조혁은 말을 이었다.


“우리에게 태상가주 할아버지가 없는 건 알지?”

“응.”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기 때문인데, 거기에 얽힌 게 제갈세가였거든.”


이야기는 이미 귀천한 전대가주의 야망으로부터 시작했다.

당가는 독을 다루지만 그중에 무공연마에 사용하는 독은 정해져 있었다. 왜냐면 본질적으로 생기를 다룬다고 할 수 있는 귀원공을 생각하면 섭취하는 독은 생기의 응축인 생물독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가의 인원이 몇인가? 그들의 내공수련에 필요한 각종 동식물의 독을 구하는 일에는 엄청난 돈이 들었고, 전대 당가주는 이 비용을 줄이고자 대규모 독초밭을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당연히 당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독초의 농사법은 연구가 끝난 상태였고, 독초밭을 조성할 부지도 확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밭에 ‘독초’를 키울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아무나 함부로 출입해선 안 되는데 밭의 규모가 대규모라는 점이 핵심이었다. 비록 그 밭이 평지가 아니라 완만한 산기슭이며 일반적인 농작물을 키우기에 적당한 곳도 아니라지만, 독초란 용법에 따라 약초가 될 수도 있는 법, 아니 약초로 쓰지 않는다고 해도 돈에 눈이 먼 작자들이 뭣도 모르고 독초를 서리하러 올 가능성이 너무 높았다.

누가 칼 들고 독초 서리하라고 하진 않았지만, 만약 그 독초 때문에 사고라도 나면 자기네 밭도 관리 못한다고 체면 상할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 명문세가의 고충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전대 당가주가 떠올린 방법이 바로 진법이었다. 진법이라면 밭을 둘러싸 아무나 드나들지 못하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진법에 뛰어나기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제갈세가에 몸소 방문하여 협조를 요청했으니, 이 안건에 대해 제갈세가주와 긴밀한 대화를 나눈 후 밭 주변에 진법을 설치했다.

여기까지 모든 것이 괜찮았다. 진법에 예상하지 못한 조화가 일어나 밭의 특정 부분에 독기가 몰리기 시작하기 전엔 말이다.

자연의 조화란 무척이나 신기하여 제갈세가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자 제갈세가에선 조사단을 파견했다. 전대 당가주도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조사에 참여했고 입이 귀끝까지 걸리게 되었다. 독기가 어느 독초 한 뿌리에 집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기 가득한 독초? 그건 당가의 무인에겐 영약과도 같았으니, 당가주는 당가의 무인을 위한 영약을 재배할 수 있는 수단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제갈세가는 이 진법의 조화를 연구하여 진법의 새로운 방향과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젖어 진법 연구에 매달렸다. 어쩌면 영초를 인공적으로 재배할 가능성이 열릴 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진법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아니 부서졌다. 그리고 그 진법의 수혜자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었던, 독기가 가득해 영약의 반열에 오른 독초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제갈세가는 누군가 독초를 뽑았는데, 마침 독초가 진법의 핵이 되어 있어서 진법이 와해되었다고 설명했고, ‘그 누군가’에게 초점이 맞추어졌다.

처음에는 당가의 무인으로 의심되었다. 독기가 가득한 독초를 탐낼만한 이가 그 외에 또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약초와 독물을 찾아다니는 당가 무인들의 추적술은 보통이 아니었기에, 독초의 흔적이 당가 안쪽이 아니라 당가를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급히 추적조가 꾸려졌다. 범인의 색출보다 도둑맞은 독초가 우선이라는 점에 당가와 제갈세가가 합의한 것이다.

그렇게 추적을 하다보니 범인은 놀랍게도 마교의 인물이었다. 마교 독마전의 호법장로가 바로 영약 독초를 훔친 범인이었던 것이다.

그가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았다. 독기 가득한 독초를 먹은 채 그 자리에서 전대 당가주와 동귀어진했기 때문에 신문(訊問)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당가처럼 독을 다루는 마교 독마전의 장로가 제갈세가와 당가의 합작을 염탐하러 왔다가 영초가 된 독초를 발견하고 훔쳐냈다고 짐작할 뿐.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남았다. 어떻게 그에 관한 정보가 유출되었는지, 어떻게 제갈세가의 진법에 조용히 침투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왜 굳이 이런 일에 호법장로가 몸소 움직였는지 등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의문은 당옥전이 가주의 자리에 오른 후에 혼란스러워진 가문을 정비하고 나서야 풀 수 있었으니, 당옥전이 제갈세가에 이에 관해 따지고 나서야 사실 제갈세가에 마교의 끄나풀이 심어져 있었다는 제갈가주의 고백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부친을 잃은 아버지가 제갈세가를 보는 마음이 어떻겠니?”

“우리가 할아버지가 없는 게 그 일 때문이야?”


당진혁은 당조혁의 말에 그렇구나하고 무던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옆에서 당조혁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제갈자현은 놀라서 얼이 빠지고 수염이 덜덜 떨렸다.


“그,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제갈가주가 사건의 전모를 당옥전에게 솔직히 알리면서 조건을 걸었으니, 그 조건에 따라 두 가문은 전대 당가주가 사망한 사건의 구체적인 전모에 관해 조용히 입을 다물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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