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전생-당가는 못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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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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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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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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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04-우리 가문에 금쪽이가 있다

DUMMY


오히려 어처구니 없어하는 당조혁의 태도는 제갈자현에겐 그야말로 적반하장이었으나, 그래도 그는 본인 입으로 말한 것이 있기는 해서 조건을 달았다.


“급한 일이 없으면 시간을 내보도록 하마.”


이에 당조혁은 이렇게 대꾸했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제 엉덩이보다는 강호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잖아요.”

“그건.. 그렇지.”


제갈자현은 비꼬는 건가?하고 의심하며 수긍했지만 정말 비꼬는 게 아니었다.

당조혁이 말했다.


“정 위험하면 비장의 수를 써야죠.”

“.. 그게 뭐지?”


아무리 제갈자현이라지만 이 괴물같은 녀석이 준비했다는 비장의 수는 너무 궁금했다.

당조혁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철포삼이요.”

“···.”

“당연하지만 우리 아버지에겐 비밀이에요.”

“··· 하아~.”


제갈자현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아들이 없어서 자신은 정말 복 받은 것 같았다.


= = = = =


“아들아.”


당옥전이 나지막하게 아들을 불렀다.


“네, 아버지.”


당조혁은 그런 아버지의 부름에 대답했다.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사위는 이미 어둑해진지 오래였고, 일렁이는 촛불이 부자의 그림자를 흔들었다. 당조혁의 시선이 향한 방향에는 부친의 손끝이 있었는데, 그 손끝은 매끈하게 다듬어진 몽둥이를 명검처럼 쓰다듬고 있었다.

제갈자현이 결국 도움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부친은 입을 열었다.


“내가 널 부른 이유를 알겠느냐?”

“입을 함부로 놀렸다고요?”

“자~알 아는구나.”

“하지만 제 묵언수행을 멈추라고 한 건 아버지시잖아요.”


아들의 대꾸에 당옥전은 몽둥이를 쓰다듬는 걸 멈추고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아들을 쳐다보았다.


“지금 내 탓을 하는 거냐?”

“인간이란 진실을 들으면 발끈하는 존재인 걸까요?”


당옥전은 아들의 반문을 개무시하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여태 제대로 된 푸닥거리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구나.”

“아버지. 기억력이 안 좋은 건 노망의 징조라고 합니다.”


도발적이기 짝이 없는 말에도 당옥전의 담담한 표정은 일그러지지 않았다. 기름창고에 크게 불이 났는데 거기에 기름 한 바가지 붙는다고 변화가 있을 리가 있겠는가?


“허허. 넌 그걸 푸닥거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이 아비는 아니다.”


그런 부친의 반응에 당조혁은 곧바로 공략 방향을 수정했으나.


“그.. 푸닥거리라는 게 굳이 필요할까요?”


통하지 않았다.


“허허. 무슨 헛소리냐? 내 자주 자책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매를 아꼈다는 것이다. 내가 제대로 매를 들었다면 네가 이렇게까지 천둥벌거숭이처럼 입을 놀리는 녀석으로 자라지 않았을 것이다.”

“소자, 장담할 수 없는 가정을 마치 진실처럼 포장하는 건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오류라고 감히 지적하고 싶습니다.”

“하하하. 참 네 간덩이만큼은 나도 감탄할 수밖에 없구나.”


당옥전은 헛헛하게 웃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모습에 당조혁은 무언가를 결심했는지 각오한 표정으로 말했다.


“맞겠습니다.”

“오호?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겠다는 거냐?”

“소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먼저 맞는 매가 낫다고, 지금 맞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감은 정말 좋구나.”


당옥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탁자를 보고 턱짓을 했고 당조혁은 서서 탁자를 짚고 엉덩이를 내밀었다. 가히 말이 필요없는 부자지간이었다.

하지만 당옥전이 (아들이 감히 엉덩이에 철포삼을 쓰는 줄은 모르고) 매를 치켜들 때 어디선가 거대한 기운이 요동쳤다. 심상치 않은 기운의 움직임에 당옥전은 아들을 훈계하려다가 말고 몽둥이를 든 채 기가 요동치는 방향으로 서둘러 경공을 시전했다.

그 방향에는 귀빈들의 숙소가 있었고 당옥전이 도착했을 때엔 아미의 여승, 청성과 점창의 무인들이 숙소를 중심으로 호법을 서고 있었다.


“무슨 일이오?”

“용월사태께서 깨달음을 얻으시는 모양이오.”


상황을 파악하려는 당옥전의 물음에 청성의 운현도인이 대답했다.

그 대답에 당옥전은 감탄사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으니, 그는 당가의 고수를 동원해 주변을 경계하고 조용히 시켰다. 본인도 용월사태가 깨달음을 수습하는 동안 뜬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본디 용월사태는 의기상인의 경지에 접어든 절정의 고수였다. 그런 그녀가 또 한 번의 깨달음을 얻다니? 이는 사천무림, 나아가 정파무림의 큰 홍복이었다. 점점 수상한 시절이 다가오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더욱 말이다.

호법을 서는 시간은 길게 이어졌다. 밤이 깊어 깊은 새벽이 되고 나서야 요동치던 기운이 잦아들었다. 용월사태가 기운을 수습하고 눈을 뜬 것이다.


“빈니가 여러분께 폐를 끼쳤습니다.”


그런 말과 함께 합장으로 감사를 표하는 용월사태를 보는 이들은 헛바람을 집어삼킬 수밖에 없었다. 얼굴의 주름살도 많이 없어졌고 검은 머리칼이 귀밑까지 자라있었으니 최소 10년은 젊어보였던 것이다.

세월을 거스르는 경지.

이는 절정이었던 용월사태가 초절정에 들어섰다는 증거였다.


“대성을 감축드립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당옥전이 합장하며 축하를 하자 다른 이들도 연달아 용월사태를 향해 축하를 보탰다.

잠시 덕담이 오간 후엔 청성의 운현도인과 점창의 백청도인이 용월사태에게 말을 걸었으니, 에둘러하는 말의 핵심엔 용월사태가 얻은 깨달음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도대체 무슨 깨달음을 얻었기에 절정 중반이라고 평가받던 용월사태가 단숨에 초절정의 경지를 밟았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두 사람도 오랫동안 절정의 경지에서 머물고 있었으니까.

그들의 질문에 그녀는 당가의 대공자와 나누었던 대화를 곱씹다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대답했고, 모두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당가 대공자의 말은 논리만 그럴 듯한 궤변이 아니었던가?’


다들 그러한 표정을 짓자 용월사태는 이렇게 말했다.


“아해의 생각이 특이하기는 하지만 선을 넘지 않았고, 오히려 신선한 관점에서 화두를 궁구할 단서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게 무엇이냐는 누군가의 물음에 용월사태는 허탈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결국 일체유심조였습니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있다는 불법의 대표적인 가르침. 불법에 어느 정도 상식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이 말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뜻을 제대로 깨친 이는 드물었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있다면 물을 불로 보면 불이 되는 것인가? 그런 질문을 던지면 물을 불로 보면 미친놈에 불과할 뿐이라는 식의 대답만 돌아올 뿐이며, 일체유심조에 대한 자신의 이해가 피상적으로 그쳤다는 걸 증명할 뿐이었다.

일체유심조를 가장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사례는 물이 반만 찬 잔을 보고 ‘물이 반밖에 없네’라는 마음과 ‘물이 반이나 있네’라는 상반된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이것 역시 피상적으로 이해하면 어떤 일이든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교훈 정도로 알겠지만, 용월사태같은 수행자에겐 그 차이가 중요했다.

왜 하나의 대상을 두고 누구는 긍정적이고 누구는 부정적인 마음을 품는 것인가?

답은 명쾌했다. 결국 일체유심조,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허나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에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치가 있으니, 오직 행하여 깨닫는 것만이 답이었다. 결국 마음을 닦고 정심정명하게 수행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용월사태의 설명에 점창의 백청도인은 ‘원시천존’이라고 중얼거리더니 이렇게 한탄했다.


“본도는 언제 무위자연을 깨달을지..”


결국 용월사태가 한 말은 깨달음을 위해 온몸 뒤틀기도 마다하지 않은 수행자들이라면 다들 아는 이야기였다. 설마 용월사태 같은 고명한 승려가 일체유심조라는 말을 몰랐을까?

하지만 수행하다 보면 이미 알고 있거나 익숙한 것이 새롭게 다가오는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가 바로 깨달음을 얻는 때였으니, 먼저 깨달은 선배나 스승들이 깨달음을 말로 전수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이유였다.

그저, 그럴 수 있는 확률을 늘릴 수 있는 저마다의 요령이 있을 뿐인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어린아이와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의 중요성은 유불도를 막론하니, 이것이 사파보다 정파가 보유한 초절정고수가 더 많은 이유였다. 부귀영화를 다투기 바쁜 사파에 마음을 닦으라고 해봤자 씨알이 먹힐 리 만무한 것이다.


“당가주.”


용월사태가 몸을 돌리자 당옥전은 예를 표했다. 전에도 중요한 동맹이었지만, 이제는 초절정고수마저 된 용월사태였다.

10년은 젊어보이는 외모라 위화감이 들 정도의 그녀가 당가주에게 말했다.


“대공자의 언행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본니 때문에 너무 혼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의 시선이 당옥전이 들고 있는 몽둥이로 향했다. 몽둥이엔 애훈장(愛訓杖)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 알겠습니다.”


당옥전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슬쩍 용월사태의 시선에서 ‘사랑의 매’를 뒤로 숨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남의 자식 교육에 간섭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자신이 용월사태의 입장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깨달음을 준 아해가 언행이 가볍다고 혼나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그 혼나는 이유 때문에 내가 깨달음을 얻었다면 더욱 말이다.

당옥전은 아들의 계도보다는 초절정고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쪽을 선택했다. 솔직히 푸닥거리 한 번에 고쳐질 아들이라면 몰라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 도저히 안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결국 당옥전이 아들을 불러 엉덩이를 때려주려고 했던 일은 흐지부지 되었으니, 여기까지가 당조혁의 엉덩이가 무사했던 일의 전모였다.


= = = = =


04-우리 가문에 금쪽이가 있다


당가주의 생일 연회는 무사히(?) 끝났다. 당가 대공자의 혓바닥에 관한 이야기가 가문 밖으로 새어나갔지만, 다행히 용월사태의 일이 대공자에 대한 소문을 덮었다. 뭐, 그 깨달음에 당조혁의 말빨이 얽혀있기는 했지만, 깨달음이란 예기치 못하게 찾아오는 법이며 오로지 그 당사자의 수양과 운에 달린 일이라는 것이 세간의 상식이라, 세간에선 새로운 초절정고수의 등장에 이목을 집중시켰을 뿐 당가 대공자가 괴짜라는 소문은 관심에서 벗어났다.

솔직히 자식 교육 못 시키는 명문가에 대한 소문이 당가만 있는 것도 아니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으니, 그저 당가도 예외는 아니구나라며 혀차는 이들이 좀 있을 뿐이었다. 아들과 가문의 체면을 걱정하는 당옥전에겐 천만다행인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외부에 가문을 개방해서 그런지 당가는 당가주 생일연회의 어수선함을 미처 다 정리하지 못했다.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자기 생일날 다른 문파 사람들을 초청하자고 떼를 쓰다가 종아리에 빨간 선이 그이기도 했다.


“매일 보던 애들만 보다가 다른 문파의 아이들을 보니 친해진 모양이다.”


같이 식사하던 자리에서 율법당주 당이전이 입을 열었다. 그는 근래에 율법당주로서 자식의 생일날 친한 외부인을 초청해도 되냐는 문의를 유난히 많이 받고 있었다.

아무리 폐쇄적인 당가라지만 모두가 마냥 ‘음침방구석쟁이’는 아니었고, 아이라면 신선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란 ‘새’ 장난감이라는 말도 있잖은가? 아마 사람에게 비슷한 이치를 적용한다면, 그 얼굴이 그 얼굴인 당가 내부의 또래보다는 가문 밖의 또래들이 신선하고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앞에서 이미 비슷한 말을 했지만 아무리 폐쇄적인 당가라도 모두가 낯가림 심한 내향성 인간은 아니었고, 마당발을 넓히는 천성을 타고난 이도 분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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