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를 죽여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1899년생
그림/삽화
1899년생
작품등록일 :
2025.04.01 22:20
최근연재일 :
2025.05.20 18:2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97
추천수 :
29
글자수 :
185,352

작성
25.04.15 22:00
조회
13
추천
0
글자
11쪽

9화. 탈출

DUMMY

“...”


잠시 이어진 침묵을 깨고, 남자는 시치미를 뗐다.


“생사람 잡지 마시오.”


매튜는 그의 행색을 살폈다. 편한 셔츠에 바지, 오래된 재킷까지. 마치 도시 노동자와 같은 행색이었다.


“당신, 잠깐 이리 와 봐.”


수상한 기색을 느낀 매튜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곧바로 단검을 꺼내 휘둘렀다.


“윽!”


매튜는 뺨을 옅게 베였다. 남자는 도망쳤다.


“이런 씨!”


뒤를 보이며 달아나는 남자를 향해, 허크는 계단 난간을 뛰어넘어 달려들었다.


-쿠당탕!-


남자는 매튜를 베었던 칼로 허크를 향해 칼을 내질렀지만, 허크의 힘이 더 강했다. 허크는 한 손으로 칼을 멈추고, 남자의 손을 꺾어서 칼을 떨어뜨렸다.


“아악!”


허크는 그대로 남자에게 올라타 그를 제압했다. 그러나 남자는 혼자가 아니었다.


“으아아!”


숨어있던 남자가 튀어나와, 허크를 향해 각목을 휘둘렀다. 허크의 머리에 각목이 닿기 직전, 짐이 달려들었다.


-뻐억!-


“커헉...!”


짐은 남자의 옆구리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평소 맨손으로 못도 박는 짐의 주먹에 맞자, 남자는 제대로 신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망할...”


범인들이 제압되자, 매튜는 사람들에게 경찰을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일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앤은? 방에 없어?”


매튜가 톰에게 물었다. 톰은 고개를 저었다.


“씨발... 어디 있는 거야?”


*


앤은 오랜만에 목욕을 마치고 홀가분하게 밖으로 나왔다. 마치 새 몸으로 태어난 기분이었다.


“하... 역시 사람은 씻고 살아야 해.”


그녀는 가벼운 마음으로 걷고 또 걸었다. 어느 순간 그녀는 뒤로 돌았다. 이상한 낌새가 있었지만, 딱히 이상한 것은 없었다.


“...”


사람의, 특히 여자의 촉은 과학적이진 않았지만, 매우 날카롭고 예리한 감각이었다. 앤은 촉이 좋았다. 그녀는 극도로 불안감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앤은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발걸음을 꺾었다.


-터벅 터벅... 지이익-


앤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리에 멈췄다. 지금껏 몇 번이고 겪어본 상황이었다. 그녀는 뒤로 돌며 그들에게 말했다.


“저기요.”


뒤로 돌자, 앤의 눈에 세 명의 남자가, 모자를 눌러쓴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 앤이 물었다.


“아까부터 왜 따라오세요?”


그리고 한 마디를 보탰다.


“발정난 개새끼처럼.”


골목길 끝 쓰레기장을 등지고, 앤은 세 명의 남자들과 대치했다. 앤은 남자들의 행색을 보자마자 그냥 양아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말 안 해요? 좋은 목적으로 온 건 아닌가 봐요?”


능청을 떠는 그녀의 말이 듣기 싫었는지, 남자들은 말없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앤은 손에 힘을 주면서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쓰레기장으로 튀었다.


-팍팍팍팍!-


흙밭 위에서 사람이 달리는 소리가 여러 개 울리며 섞였다. 남자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개활지에서 싸우다가는 금세 잡힐 것이다. 쓰레기장으로 다다르자, 앤은 눈앞의 버려진 나무 상자를 밟고 도약해 허공에서 몸을 한 바퀴 돌렸다.


-후욱!-


-빠각!-


앤은 공중에서 돌려차기로 선두에서 달려오는 남자의 머리를 가격했다. 약 70킬로그램짜리 가죽 부츠 킥이었다.


남자는 비명도 못 지르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당신들 뭐야. 그 사기꾼 패거리가 보냈나?”


그들은 대답 대신, 말없이 품에서 칼을 꺼냈다. 앤은 눈을 크게 떴다.


“...씨발?!”


둘은 덤벼들었다. 칼을 마주한 순간부터 앤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왜 원수진 것도 없는 사람들이 자신을 죽이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기꾼 놈들이 보낸 놈들이라 해도, 죽이려 까지 든다는 것은 너무 이상했다.


-쉬익!-


앤은 찔러오는 칼을 뒷걸음질 치며 피했다. 진심으로 죽이려 드는 공격이었다.


“미친!”


-핏!-


앤은 허리춤 벨트에 고정된 칼집에서 사냥용 나이프를 꺼냈다. 그녀가 칼을 꺼내고 자세를 잡자, 놈들은 잠시 멈칫했다.


“너희 뭐야. 누가 보냈냐고!”


앤이 칼끝을 들이밀자, 남자들은 조금 멈칫거렸다. 그러나 곧 그들은 시선을 교환한 다음, 앤에게 바로 달려들었다.


-쉭! 쉬익!-


그들이 칼을 다루는 솜씨는 형편없었다. 그들은 그냥 마구잡이로 칼을 휘둘러댔다. 앤은 조금씩 뒤로 물러나 피하다, 틈을 노려 한 남자의 넓적다리에 칼을 박아넣었다.


-쩍!-


“아아악!”


다리 한복판에 칼이 꽂히자, 남자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동료가 쓰러지는 모습에 다른 놈은 주춤했다. 앤은 바닥에 굴러다니던 벽돌을 주워, 주춤한 놈의 면상에 힘껏 처박았다.


-뚜각!-


벽돌에는 금이 갔고, 놈은 피를 허공에 뿌리면서 뒤로 고꾸라졌다.


각목 하나를 주워들고, 앤은 다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은 놈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툭!-


놈의 가슴팍을 툭 건드리면서, 그녀는 물었다.


“한 번만 더 물을게. 누가 보냈니?”


“...”


남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순간 앤은 기척을 느끼고 쓰레기장의 입구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 남자가 총구를 이쪽으로 겨누고 있었다.


-타앙! 타앙! 타앙!-


앤은 잽싸게 물러나 피할 수 있었지만, 심문하던 남자는 움직이지 못하고 총알에 머리가 뚫리고 말았다.


“씨발!”


총을 쏜 남자가, 쓰러져있던 남자를 공격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친구가 아니었다. 다른 소속일 놈들이 공격해 왔다는 사실에, 앤은 더 혼란스러웠다.


-탕! 탕! 탕!-


남자는 계속 방아쇠를 당겼다. 총이 있으니 앤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는 먼저 공격해온 놈들이 떨어뜨린 칼을 주워들고, 총잡이를 향해 힘껏 던졌다.


“윽!”


맞지는 않았지만, 그는 칼을 피하느라 자세를 흩트렸다. 앤은 곧바로 안주머니에서 리볼버를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총구를 떠난 총알은, 그대로 총잡이의 이마 한가운데에 구멍을 뚫었다.


“후욱... 후!”


앤은 놀란 심장을 부여잡고 진정시키면서, 죽은 남자의 넓적다리에 박혀있던 자신의 칼을 뽑아 들고 주변을 살폈다. 곧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그녀는 골목으로 나가지 않고, 쓰레기장의 철창을 넘었다.


옷매무새를 살폈지만, 특별히 흔적이 남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세를 낮추고 풀숲 사이를 뛰어 바깥으로 향했다.


*


-딸랑!-


앤은 곧장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낌새를 살핀 다음, 언제든 총을 뽑을 수 있는 태세로 안으로 들어갔다.


-텁-


누군가 어깨에 손을 얹자, 앤은 곧바로 손을 쳐내며 뒤로 돌았다. 허크였다.


“놀랐잖아!”


“쉿!”


허크는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리 와.”


그는 앤의 팔을 붙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눈에 띄지 않는 골목으로 향했다.


“왜 이래!?”


앤이 묻자, 허크는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여관에서 어떤 이상한 놈들이 네 방을 뒤지고 나오다 우리랑 싸움이 붙었어. 너, 오는 길에 뭔 일 없었어?”


말을 듣자 앤은 심장이 철렁했다. 그녀는 대답했다.


“셋... 아니 셋하고 마지막에 한 놈이 공격해 왔어. 여관에도 쳐들어 왔었어?”


허크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그녀를 다시 붙들었다.


“일단 여기서 뜨자.”


그는 앤에게 긴 겉옷 하나를 건넸다. 앤은 수긍했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그러면서도 주변을 유심히 살피면서, 앤은 허크를 쫓아 걸었다.


“애들은 어디에 있어?”


“다 잘 있으니 조용히 해.”


허크는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마을 교외에 있는 학교로 앤을 이끌었다.


학교 안에는 매튜와 톰, 짐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앤은 그들을 보자 긴장이 풀린 표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 죽고 살아있었네.”


“누가 할 소리.”


덕담을 서로 주고받은 다음, 앤은 한숨 돌리면서, 학교의 어린아이 하나가 쓰던 책상에 앉았다. 그녀는 자신이 방금까지 겪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세 놈이 칼 들고 덤볐고, 그다음엔 총 든 놈이 와서 싸웠어.”


앤은 이상한 점을 짚었다.


“총 든 놈이 칼잡이 하나를 죽였거든. 아무래도 같은 편은 아닌 것 같은데...”


즉, 쫓는 건 한 무리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럼 뭔데? 하나가 아니야?”


매튜는 잡았던 침입자를 경찰에게 그냥 넘긴 것을 후회했다. 그 전에 심문을 했어야 했다.


“넌 총은 왜 갖고 나갔냐?”


톰은 앤이 목욕하러 갔다면서 총을 챙겨간 것이 어이가 없었다. 앤 본인도 딱히 신경 쓴 것은 아니었지만, 습관적으로 챙긴 총이 그녀를 구했다.


“그런 거 따질 때냐. 이제 어떻게 하지?”


바깥에는 웬 킬러들이 자신들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추측건대 놈들의 소속은 서로 달랐다. 몇 놈은 쓰러뜨렸지만, 아마 더 공격해 올 것이다. 즉, 이 도시 자체가 위험했다.


“일단 저 새끼들이 뭔지를 알아야 뭘 하든 말든 하지. 경찰한테 가면 알 수도 있고 보호도 해 줄 테니까...”


확실히 그편이 나았다.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움직일 순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내가 일단 한 놈 죽였다니까.”


“아...”


게다가 습격한 놈들이 경찰을 염두에 두지도 않고 나섰을 리 없었다.


앤은 이 도시를 떠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가능한 한 빨리. 그녀는 항구나 역으로 향한 다음, 어디로든 몸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여길 뜨자. 너무 위험해.”


“떠나자.”


마침내 앤이 입을 열었다. 우선 이곳을 떠나야 했다.


“어디로 갈 생각이야?”


경찰서까지 침입해 증거가 될 놈들을 없애버렸다면 분명 힘이 있는 놈들일 것이었고, 그렇다면 항구나 역도 안전하지 않았다. 게다가 어디에 놈들의 감시책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벨린.”


이벨린은 여기서 멀었지만, 그곳에 있는 피에르가 분명 그들을 도와줄 것이다. 적어도 앤은 그렇게 확신했다.


“항구는 못 가. 움직이는 게 훤히 보이잖아.”


“하지만 역도 마찬가지잖아.”


앤은 자신이 오전에 보던 지역 신문을 꺼냈다. 니폴라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시골 마을이 하나 있는데, 이 마을에 오래된 역이 하나 있었다. 산길을 통해야 하기는 하지만, 충분히 갈 수 있었다.


“니폴라에서 이 역을 지난 다음, 계속 북쪽으로 이동하는 열차야.”


그러나 그 노선이 이벨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앤은 덧붙였다.


“하지만 여기, 옥타비움에서 운하를 타면 이벨린까지 갈 수 있어. ”


탤리 반도와 아이락 땅 사이에 지나는 강을 따라 난 수로를 타면 이벨린까지 움직일 수 있었다. 이벨린에 있는 피에르는 힘 좀 있는 친구이니, 분명 이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먼 길을?”


톰은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제국의 지역과 지역을 돌아다니는 배는 큰 항구에만 있었고, 그런 큰 항구를 이용하는 것은 위험이 컸다.


“다른 의견 있는 사람?”


앤이 묻자 모두들 침묵했다. 마음 같아서는 배를 타고 싶었지만, 앤의 결정이 항상 더 나았다는 것을 그들은 알았다. 침묵이 잠시 이어지자 앤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말했다.


“그럼 일어나.”


작가의말

9화입니다. 댓글은 항상 환영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녀를 죽여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및 초반부 수정 안내 25.04.26 5 0 -
34 34화. 테러 NEW 10시간 전 1 0 13쪽
33 33화. 어디서 개수작질이야 25.05.19 1 0 15쪽
32 32화. 강가의 시체 25.05.16 2 0 13쪽
31 31화. 변태새끼의 성벽 25.05.15 2 0 12쪽
30 30화. 오락거리 25.05.14 4 0 11쪽
29 29화. 총 맞은 매튜 25.05.13 3 0 13쪽
28 28화. 주먹 싸움이 총 싸움으로 25.05.12 3 0 14쪽
27 27화. 느금 25.05.09 4 0 11쪽
26 26화. 선넘는 소리 25.05.08 4 0 12쪽
25 25화. 애들은 가라 25.05.07 4 0 13쪽
24 24화. 과한 생각은 금물 25.05.06 5 0 11쪽
23 23화. 하나만 하라고 25.05.05 4 0 11쪽
22 22화. 빈민가 25.05.02 5 0 12쪽
21 21화. 찌그러져 있어 25.05.01 5 0 13쪽
20 20화. 대피소 25.04.30 5 0 11쪽
19 19화. 뭐라도 해야지 25.04.29 5 0 13쪽
18 18화. 짬밥은 싫어요 25.04.28 7 0 12쪽
17 17화. 수도 로체스터 25.04.25 8 1 12쪽
16 16화. 정신 안 차려? 25.04.24 9 1 11쪽
15 15화. 이벨린의 갱들 25.04.23 10 1 12쪽
14 14화. 주마등 25.04.22 11 1 11쪽
13 13화. 만신창이가 되어 25.04.21 10 1 13쪽
12 12화. 배를 타고 25.04.18 11 0 12쪽
11 11화. 기차여행 25.04.17 13 0 12쪽
10 10화. 탈출(2) 25.04.16 11 1 11쪽
» 9화. 탈출 25.04.15 14 0 11쪽
8 8화. 현상금 25.04.14 14 1 12쪽
7 7화.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5.04.11 15 0 11쪽
6 6화. 폭풍전야 25.04.10 15 1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