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를 죽여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1899년생
그림/삽화
1899년생
작품등록일 :
2025.04.01 22:20
최근연재일 :
2025.05.20 18:2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98
추천수 :
29
글자수 :
185,352

작성
25.04.17 15:13
조회
13
추천
0
글자
12쪽

11화. 기차여행

DUMMY

열차 선로는 일방적인 통로 특성상 큰 기업이나 지역 소속 열차들이 주로 이용했지만, 때때로 허가를 받은 작은 열차들도 길을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땡땡땡땡-


니폴라 근처 광산 마을에서 석탄을 실어나르던 이 형제들도 같은 경우였다.


“아니 하루 묵고 가자니까?!”


동생 쪽은 상당히 짜증을 냈다. 형이 대꾸했다.


“귀먹었냐? 니폴라에서 갱들끼리 전쟁이 났다잖아. 혹시 아냐? 자다가 총 맞을지.”


니폴라에서 벌어진 일련의 소란 때문에, 결국 둘은 눈도 못 붙이고 밤새 가던 길을 재촉해야 했다.


“잠은 번갈아 가면서 자면 돼. 너도 이제 밤새우는 거 익숙해져야지.”


“참나, 거상 납셨어.”


둘은 티격태격하며 열차를 몰았다.


“화장실 좀 들렀다 가자.”


장사꾼 형이 열차를 몰면서 말했다. 동생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화장실이 어딨어?”


“좀 더 가면 폐역이 나오는데, 얼마 전에 닫힌 거라 시설은 멀쩡할 거야.”


열차는 조금씩 속도를 줄였다. 아무도 없는 밤의 숲길 속 선로를 따라가면서, 분위기는 점점 으스스해졌다.


“와, 진짜 한치가 안 보이네.”


“밤길이 그런 거지.”


열차를 몰던 그들은 곧, 이상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치 콩을 볶는 듯한 소리였다. 소리는 앞쪽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땅! 따땅!-


“이게 무슨 소리야?”


익숙하지 않은 소리였다. 마치 폭죽이나 곡식더미가 터지는 듯한 소리에 둘은 당황스러워했다. 하지만 속도를 낮추기 시작한 열차는, 소리의 진원지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마침내 폐역사에는 형제의 열차가 비추는 빛이 환하게 빛을 밝혔다.


-탕! 타앙! 탕탕탕!-


폭죽 소리로 착각했던 소리의 정체는 총성이었다. 불을 뿜고 튀어나온 총알이 어지럽게 역사와 철로 주변으로 날아다니며 소름 끼치는 소리를 만들어내자, 형제는 기겁했다.


“뭐야 이게!?”


-팅! 까앙!-


열차도 몇 발의 총알을 맞고 철이 울리는 소리를 냈다. 형제는 우선 몸을 숙였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앤은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눈앞에 여기서 탈출할 수 있는 동앗줄, 아니 기차가 떡하니 역사로 다가오고 있었다.


“야, 저거 타자.”


“뭔 줄 알고?!”


당연히 안에 누가 있을지 모르니 신중한 질문이 나올 법했지만, 지금은 대안이 없었다.


“여기서 뒤질래? 말할 시간에 뛰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뛰었다. 와중에 총알이 바로 머리 위로 스치기도 했지만, 그들은 살아서 열차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앤 일행은 열차의 가운데 짐칸에 뛰어들었다. 낯선 사람들이 열차 안에 올라타자, 장사꾼 중 동생 쪽이 크게 놀란 표정으로 다가가 소리쳤다.


“당신들 뭐야! 지금 이게 무슨 짓...”


앤은 그의 얼굴에 지폐 다발을 처박고 다급하게 소리 질렀다.


“이거 줄 테니까 당장 출발해!!”


남자는 겁에 질린 얼굴로 당황하여 그녀가 처박았던 지폐 다발을 받아들었다. 10댈런짜리 지폐가 여러 장 묶인 다발이었다.


“...”


그는 눈깔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곧장 선두 칸으로 뛰어갔다. 앤이 구태여 말하지 않았어도, 이미 형 쪽은 속력을 올리고 있었다.


“형, 빨리!”


“하고 있어!”


역에서 멈추려던 기차는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충분한 가속도가 붙지 않은 열차는, 계속해서 총알에 맞고 있었다.


“저 인간들 내보내! 왜 아직 있어?” “쫓기는 쪽 같아! 일단 여길 나가고 신고하든지 하자.”


동생 쪽 혼자 내보낼 능력도 없는 데다, 아무리 봐도 저쪽이 피해자였다. 그는 사람이 죽어 나가도록 방관할 만큼 냉정하지는 못했다.


-탕! 피융! 치캉!-


총알은 계속해서 기차 이곳저곳에 맞아 스파크를 일으켰다. 형제는 거의 바닥에 엎드린 채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타앙! 타앙!-


앤 일행은 적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계속 응사했다. 그들은 바닥에 웅크려 기차 안으로 들어오는 통로를 지켰다.


열차 안으로 적 하나가 들어오자, 앤은 있는 대로 짜증을 내면서 소리를 질렀다.


“씨발 좀 꺼져!”


-타앙!-


앤은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총에 맞은 갱은 그대로 열차에서 튕겨 나갔다.


“놓치지 마!”


갱들은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달려들었지만, 상대는 베테랑 총잡이들이었다. 곧 열차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자, 불리한 건 갱들 쪽이 되었다.


-치이익!-


열차는 한 번 우렁찬 헛기침을 한 번 한 다음, 점점 속도를 붙이고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갱들은 속도가 붙기 전에는 조심스럽게 다가왔지만, 이제는 온 힘을 다해 달렸다. 그런데도 열차는 점점 거리를 벌렸다.


갱들이 따라올 수 없는 속도에 도달하자, 앤 일행은 총을 내려놓았다. 앤은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소리쳤다.


“잘 있어라 등신들아!!”


*


-땡땡땡땡!-


열차는 선로를 통해 힘차게 달렸다. 비록 총에 맞아 곳곳에 흔적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쇠로 만든 열차답게 벌집이 되진 않았다.


“아으...”


짐은 손에 총을 맞았다. 정통으로 맞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쥐고 있던 총의 손잡이 부분이 환부를 넓혔다.


허크는 상처에 술을 부어준 다음 솜을 쥐여주고 붕대로 감쌌다.


“어떻게 살았다?”


매튜가 해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앤은 대꾸할 힘도 없어 보였다. 기진맥진한 둘에게, 열차 주인 형제가 다가와 허리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당신들 뭡니까? 도대체 뭘 했길래 총 든 사람들이 이렇게 죽이려고 들어요.”


바로 전에 그 싸움을 봤음에도, 형 쪽은 당당하게 물었다. 동생 쪽은 형의 등 뒤에서 지폐를 세고 있었다.


“200댈런이네.”


액수를 확인하고 좋아하는 동생을 뒤로하고, 그는 앤의 대답을 고압적인 얼굴로 기다렸다.


“돈 줬는데, 뒷사정까지 알아야겠어?”


앤은 소총을 집어들고 어깨에 기대놓으며 물었다. 형 쪽도 총이 신경 쓰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한테는 자신들을 해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죠. 우린 오래 살고 싶거든.”


그는 한 마디를 또 덧붙였다.


“말 안 하면 열차 분리해 버립니다?”


매튜는 어이가 없었는지,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앤은 결국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었다. 물론 몇 가지는 빼놓고.


“니폴라가 그렇게 된 게, 우리 때문이거든.”


이야기를 들은 형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니폴라가 그 난리가 난 것과 자신들이 밤을 새웠던 게 이 사람들 때문이라는 게 소름이 끼쳤다.


“뭔 짓을 했길래...”


“난들 아나.”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정리하자면, 퇴역 군인이고, 여자는 가족이고, 전쟁터에서 오는 길이고, 게다가 습격까지 당한 몸이라는 소리.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200댈런. 노동자 한 명이 한 달간 아주 성실히 일했을 때 벌 수 있는 돈이었다. 그걸 한순간에 벌 수 있다면, 그리고 혹시나 조금 더 기대할 수 있다면, 이 손님들은 진상이 아니라 귀빈이었다.


형제들이 기분 좋게 열차를 몰러 앞칸으로 향하자, 앤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역시 돈이 좋아.”


“우린 안 그렇냐? 애초에 이 지랄 하는 게 돈 벌려다 일이 커진 건데.”


매튜는 담뱃불을 붙이면서 한탄하듯이 말했다. 앤은 잠시 한숨을 쉬면서 있더니 머리를 벅벅 긁었다.


“도대체 뭐지? 왜 내가 본 적도 없는 불량배들한테 찍힌 거지?”


총을 집어든 이후로 원한이야 숱하게 쌓아왔지만, 그건 바다 건너 땅 건너 미들랜드에서의 얘기였고 그나마 명분도 앤에게 있었다. 평생 연도 없던 탤리 지역의 갱들이 왜 자신을 쫓는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톰은 머리를 헝클인 앤에게 물었다.


“돈 좀 만지는 놈이 사주한 거 아니야?”


“아니 그러니까! 그 돈 좀 만지는 놈이 뭐...!”


앤은 신경질을 내다 말고 순간 무언가가 뇌리에 스쳐 지나자 그대로 굳었다.


포터와 함께 왔었던 금융쟁이 놈. 최근 원한 쌓은 놈들 중, 돈 좀 만지는 놈은 그놈밖에 없었다. 게다가 죽여버렸으니 그 주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씨발...?”


앤은 포터를 죽이기 얼마 전, 그 금융쟁이 놈을 납치해 포터를 꾀어내는 데 쓴 다음 폭탄으로 죽여버렸다. 덕분에 시체도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그 금융쟁이가 지역에서 한 짓도 있지만, 포터를 돈과 권력으로 도운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매튜의 가족을 인질로 잡으려던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그런 식으로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안 나지만, 만약 그놈 주변에 거물급 자본가가 있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왜, 똥 마렵냐?”


“...”


앤이 심각한 얼굴을 보이자, 톰은 비꼬듯이 물었다. 앤은 한 번 그를 째려보긴 했지만, 굳이 이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열차는 쉬지 않고 달렸다. 곧 아무것도 없는 숲길은 끝을 보였고, 멀리서부터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앤은 형제에게 물었다.


“얼마나 더 가야 해?”


“오후에는 도착할 겁니다.”


대답을 듣고 앤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이제 겨우 새벽이었다. 말인즉슨 반나절은 더 가야 한다는 얘기였다. 하늘은 오히려 좀 전보다 더 새까맣게 변한 것 같았다.


“한숨 주무세요. 아직 옥타비움은 한참 남았어요.”


동생 쪽이 하품하면서 자리에 주저앉아 벽에 머리를 기댔다. 긴장이 풀린 앤 역시 졸음이 몰려오긴 매한가지였다.


그녀는 자리로 돌아가 배낭에 몸을 기대고, 잠시 눈을 붙였다.


-----------------------------------------------------------------------------


아이락은 제국에서 손에 꼽는 비옥한 땅이었다. 수도권과 크로이스의 중간에 있고 역사가 깊어, 예전부터 인구가 많았던 이 땅은 그 때문에 내전의 주전장이 되어버렸지만, 지금은 다시금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이벨린의 한 저택 안에서, 셔츠 위에 조끼를 멋지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고급스러운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받아들면서 자세히 검토했다.


“이게 사실인가?”


그는 굳은 목소리로, 비서로 보이는 단정한 남자에게 물었다. 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보탰다.


“예, 보고 그대로입니다. 한쪽은 현지 마피아고, 아크리마에서 출발한 쪽은 이미 아이락 땅에 도착했을 겁니다.”


“...”


남자는 골치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싸매고 인상을 찌푸렸다. 비서는 그에게 물었다.


“말씀만 하시면 아크리마 쪽 놈들을 처리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비록 조직에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는 남자가 지시한다면 마땅히 손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얼굴만 알리는 꼴이야. 게다가 지금...”


그는 한숨을 한 번 쉬더니 다른 서류뭉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쪽도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니까.”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옷을 멋지게 차려입고 얼굴도 곱상했지만, 일어선 그는 비서보다 월등히 큰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비서를 내려다보며 지시했다.


“아이락과 탤리 사이의 주요 통행지마다 심부름꾼을 보내. 그녀를 만나면 그쪽 저택에 잠시 모시라고 지시해 둬.”


“물론입니다.”


비서는 명령을 받아들고 밖으로 나갔다. 남자는 테이블 위의 사진을 꺼내 바라보았다. 붉은색 머리의 여인과 함께 찍은 그의 사진이었다.


그는 사진에서 고개를 돌려 창밖의 시가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이쪽을 기웃거리는 몇몇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때가 너무 안 좋아...”


작가의말

11화입니다. 댓글은 무엇이든 항상 감사히 읽겠습니다. 재미있게 감상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녀를 죽여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및 초반부 수정 안내 25.04.26 5 0 -
34 34화. 테러 NEW 10시간 전 1 0 13쪽
33 33화. 어디서 개수작질이야 25.05.19 1 0 15쪽
32 32화. 강가의 시체 25.05.16 2 0 13쪽
31 31화. 변태새끼의 성벽 25.05.15 2 0 12쪽
30 30화. 오락거리 25.05.14 4 0 11쪽
29 29화. 총 맞은 매튜 25.05.13 3 0 13쪽
28 28화. 주먹 싸움이 총 싸움으로 25.05.12 3 0 14쪽
27 27화. 느금 25.05.09 4 0 11쪽
26 26화. 선넘는 소리 25.05.08 4 0 12쪽
25 25화. 애들은 가라 25.05.07 4 0 13쪽
24 24화. 과한 생각은 금물 25.05.06 5 0 11쪽
23 23화. 하나만 하라고 25.05.05 4 0 11쪽
22 22화. 빈민가 25.05.02 5 0 12쪽
21 21화. 찌그러져 있어 25.05.01 5 0 13쪽
20 20화. 대피소 25.04.30 5 0 11쪽
19 19화. 뭐라도 해야지 25.04.29 5 0 13쪽
18 18화. 짬밥은 싫어요 25.04.28 7 0 12쪽
17 17화. 수도 로체스터 25.04.25 8 1 12쪽
16 16화. 정신 안 차려? 25.04.24 9 1 11쪽
15 15화. 이벨린의 갱들 25.04.23 10 1 12쪽
14 14화. 주마등 25.04.22 11 1 11쪽
13 13화. 만신창이가 되어 25.04.21 10 1 13쪽
12 12화. 배를 타고 25.04.18 11 0 12쪽
» 11화. 기차여행 25.04.17 14 0 12쪽
10 10화. 탈출(2) 25.04.16 11 1 11쪽
9 9화. 탈출 25.04.15 14 0 11쪽
8 8화. 현상금 25.04.14 14 1 12쪽
7 7화.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5.04.11 15 0 11쪽
6 6화. 폭풍전야 25.04.10 15 1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