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하면 군생활 끝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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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보늬
작품등록일 :
2025.04.0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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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12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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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너머와의 조우

DUMMY

신의주역


21세기보다도 더 나은 상태의 이 역에서 물자가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압록강을 넘어가는 것보단 우선 전 국토를 실효 지배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다들 너머를 쳐다만 보고 있지만, 만주 유전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만간 넘어가게 될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모두가 빈 페트병에 압록강 물 한 번씩 담아가는 이벤트도 아직은 활발하다. (다만 마시고 배탈 난 사람이 생겨 마시지는 않고 있다)


이제부터는 열차를 이용한 진격도 불가하다. 온전히 차량과 두 발이 전부.


원래 걷는 것을 싫어하던 정훈이 대대장에게 장비 수송을 요청하자고 건의하기엔 충분한 이유였다.


“그래, 이제 병력도 충분히 수송되었으니 장비 수송을 요청하자고?”


“예 그렇습니다. 지형도 잘 모르는데 차량 정도는 있어야 작전이 수월하지 않겠습니까?

상부에서는 면사무소 소재지는 전부 들러서 태극기 꽂고 오기를 바라던데 그걸 도보로 수행하다간 반년도 더 걸릴 겁니다.”


아무리 도로가 제대로 닦여있지 않다 해도 휴전선 이북 모든 땅을 도보로 걸어서 확인하라는 것은 비이성적이다.


상부 역시 이 문제를 알고 있기에 차례대로 차량을 수송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 충분한 수량이 옮겨지기엔 다른 옮겨야 할 물품들이 많다.


결국 내려진 결론은 우선 압록강을 따라 도보로 이동하며 한중간 국경을 급한대로 확보하고, 철로에 여유가 생기는 대로 차량을 수송해 내륙지역을 확보하는 쪽으로 내려졌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정훈의 부대는 도보로 이동하며 국경지대를 확보하는 임무를 받게 되었다.


불편한 임시 숙영지에서 불편한 휴식을 취하고 그마저도 오래 쉬지 못한 채 먼 길을 떠나야 하는 정훈. 그래도 군장을 대신 옮겨줄 트럭은 있으니 관절 걱정은 덜어도 되겠다.


“본부중대! 출발!”


딱 하루 쉬고 일출과 함께 출발하는 대대.


강을 따라 초소 설치할 자리를 확인하고 강가 마을을 들러 태극기를 게양토록 조치하는것이 임무의 전부.


그동안 조선태형령으로 화풀이 좀 하셨을 헌병 나으리들에게 21세기 플라스틱의 무게감을 알려주는 소소한 문명 전파활동을 진행하며 나아갔다.


식사와 숙영 등 원래라면 지형을 따져가면서 조심히 진행해야 했을 수많은 활동들을 아무런 걱정 없이 되는대로 하다 보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을 처리해 온 것인가 체감이 든다.


처음엔 대련의 일본군이 쳐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일주일째 압록강을 따라 상류 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이제는 걱정도 없다.


그렇게 단체 소풍이라도 나온 듯 강가를 거닐던 어느 날, 정훈은 그날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 그건 아니다. 잠자리가 안 좋았나? 그것도 아니다. 장교라고 접이식 침대에서 자는지라 자다가 떨어지지만 않으면 등이 불편할 일은 없다.


간단히 씻고 나서도 머리카락 한 올이 위로 솟은 것이 안테나라도 세운 것 같아 성가시기도 하고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점심을 먹고 다들 풀어질 무렵, 괜히 할 일도 없겠다 싶어 강 너머를 쳐다보는데, 먼지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바로 망원경을 들고 움직이는 먼지덩어리를 본다. 말이다. 수십 기의 말과 그 기수들이 압록강을 향해 남하하고 있다.


“대대장님! 작전과장님! 강 건너에 말들이 다가옵니다! 마적 같습니다!”


느슨해진 군기 탓에 소리를 질렀음에도 다들 우왕좌왕하는 게 보인다.


“망원경 줘 봐! 무장했나?”


대대장이고 주임원사고 모두 망원경을 하나씩 들고 강 건너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어··· 제 눈에는 무장한 걸로 보입니다!”


눈 좋은 누군가가 총을 발견한 모양이다.


“예하 중대들에 전파하고 인접 부대들에도 상황 전파해! 실탄 불출하고 전투태세 갖추라고 해!”


대대장의 명령은 빨랐지만, 문제는 적들이 이쪽으로 오는 것 같다. 예하 중대들과는 거리가 좀 있다. 아마 그들이 달려와 싸울 준비가 될 시간이면 말들이 강을 건너지 않을까?


“일단 병력들 뒤로 물려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긴 너무 노출되어 있습니다!”


사실 정훈이 지시를 내릴 입장은 아니긴 하지만, 급한 상황이어서 그런지 아무도 뭐라 하진 않았다. 오히려 정훈의 주장대로 병력을 뒤로 물리기 시작했다.


정훈은 즉시 본부중대장을 찾아갔다.


“본부야, 지금 상황 개판인 거 알지?”


“네 선배님, 일단 병력들 뒤로 물려서 공간 확보하고 실탄 불출해서 대응할 생각입니다.”


다행이다. 본부중대장이 얼타고 있지는 않다.


“우선 정찰소대랑 전투근무지원 애들 전방에 배치하고 나머지 애들은 뒤로 빠지라 해. 그리고 정찰소대에 드론 빨리 띄우라고 하자. 드론은 내가 정찰소대쪽 가서 얘기할 테니까 병력 배치 신경 써줘.”


“예 알겠습니다.”


짧은 대화가 끝나고 즉시 정찰소대장을 찾아 달려 나갔다. 겨우겨우 도망만 안 치는 꼴이 볼때마다 서글프다. 지금 이게 정녕 20세기 마적떼랑 만난 21세기 군대가 맞나?


“드론! 드론운용! 정찰드론 바로 띄워!”


“이미 띄웠습니다!”


“적 규모 어느 정도야!”


“먼지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대충 30마리쯤 돼 보입니다!”


불행 중 다행이다. 적 병력이 생각보단 적다. 공용화기만 있었다면 다 같이 화력시범 구경이나 하면 되는 건데!


급한대로 저격반 상태를 확인하고, 본부중대장 명령을 받고 달려온 전투근무지원 소대원들을 배치하고 대대본부로 돌아갔다.


“일단 정찰소대와 전투근무지원 소대가 배치 완료되었습니다. 화기중대가 가까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쪽에도 명령 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화기중대랑 무전은 하고 있는데 시야에 없는 걸로 봐선 400미터 이상은 떨어져 있는 듯하다. 일단 저격반이 먼저 사격해서 돈좌시키고, 개인화기 자동사격으로 화망 구성하면 밀리진 않을 거야.”


“병력 규모에 비해서 전투에 투입 가능한 인원이 너무 부족합니다. 화망이 구성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화기중대에 빨리 합류하라고 전달하고 마적들이 강 건널 때까지 기다려 보시죠. 말 타고 강 건너면서 총을 쏘진 못할 겁니다.”


“좋아, 화기소대에 무전해서 공용화기 사격조 한둘만 빠르게 보내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대대장의 결정이 내려졌다. 이제부턴 인내심의 싸움이다. 차량화가 된 상태로 작전을 진행했다면 진작에 공용화기로 찜질을 해줬을 텐데! 따위의 생각을 하는 정훈이었다.


***


장삼은 말을 탈 때마다 느껴지는 바람이 좋았다.


마을에서 느껴지는 더러운 냄새도, 옆 사람의 안 씻은 냄새도, 심지어 자기 몸에서 나는 피 냄새조차도 말 위에서 빠르게 달리며 바람을 맞을 때면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은 강 건너에 멍청하게 줄지어 걸어가는 놈들이 있다는 말에 대장을 따라 달려가고 있었다.


마침 강 근처 마을에서 쉬고 있던 터라, 바로 갈 수 있는 놈들만 모아서 달려가고 있었다.


옷차림이 거무죽죽 하다던데, 일본군 같지는 않고 어느 마을 자경단이거니 생각했다.


정규군도 아니고 마을 자경단 수준이라면 말을 타고 빠르게 들이쳐 분쇄한 뒤에 몇 명은 노예로 끌고 가고 들고 있던 무기도 약탈해 가져오면 쏠쏠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으로 강가로 달려가자, 자신들을 발견했는지 우르르 도망가는 꼴이 우스웠다. 커다란 마차에 말도 없는 것이, 진작에 도망간 것 같아 웃기다.


“이쪽으로 총을 쏘지도 않고 있어! 다들 도망가기 바빠! 빨리 강 건너서 들이친다!”


“네 대장!”


말과, 동지들과 함께 강물 속으로 달려 들어간다. 다리 아래쪽이 젖어 들어가지만 사소하다.


눈앞의 도망가기 바쁜 놈들을 깨부수고, 어느 마을에서 왔는지 알아내 쳐들어갈 생각에 기대감이 부푼다.


강을 절반 조금 넘게 건널 무렵, 지금까지 조용하던 놈들이 총을 쐈다. 그런데 그것이 대장을 바로 맞춰버렸다.


풍덩


악 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대장이 강에 빠져버렸다.


“젠장! 호랑이 좀 잡던 놈들인가 봐!”


“이미 반 이상 건넜어! 빠르게 건너가면 돼!”


이미 다들 머리에 열이 올랐다. 어차피 여기서 뒤돌면 누가 대장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부터 시작해 싸울 것이 뻔하다.


몇 명 더 죽더라도 넘어가서 전공을 쌓아야 대장 자리를 노려볼 수 있다!


영원과 같은 시간이 지나고, 겨우 강 건너편 땅에 닿을 무렵, 이미 몇 명의 동지가 더 총에 맞아 강에 빠졌지만, 여전히 숫자는 많다.


급한대로 열 명 남짓 건너오자마자 돌격했다. 그런데 그 순간, 맥심포가 있던 것도 아닌데 총알이 비 오듯 쏟아졌다.


어찌 피할 도리가 없다. 몸 곳곳이 꿰뚫리고 말 역시 총에 맞아 쓰러진다.


장삼이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것은 강을 건너지 않고 간만 보다가 자신들이 당한 것을 보고 도망가는 비겁한 놈들이었다.


***


“총소리가 계속 들린다! 달려!”


화기중대에서 급한대로 보낸 인원들은 고속유탄기관총 사격조였다.


죽어라 달린 끝에 얕은 언덕 하나를 넘자, 드디어 전장이 눈에 들어온다.


강을 건너자마자 집중사격을 당해 죽어있는 마적 일부와 아직 강을 건너는 중인 일부, 그리고 앞서나간 놈들이 당한 것을 보고는 뒤돌아 도망치는 놈들.


“여기서 바로 방열한다! 도망가는 놈들 놓치지 마!”


주특기 훈련의 성과가 나온다. 빠르게 방열을 완료하고, 장전하고, 조준한다.


“사격 준비 끝!”


“쏴!”


둥둥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유탄이 날아가고, 이내 땅에 닿아 펑펑거리며 터진다.


사격조장이 사격을 중단시킬 즈음엔, 살아서 서 있는 존재는 말이고 사람이고 존재하지 않았다.


공식적인 국군의 첫 압록강 너머와의 교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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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35 푸른바람07
    작성일
    25.05.04 21:37
    No. 1

    첫 문장 보고 뭔소리인가 했더만... 21세기는 신의주가 뒈지리우스 3세가 다스리는 "북조선"이었군요. 하긴 차라리 1915년도의 일제 치하 신의주 역이 더 관리가 잘되고 있긴 했겠네요. ㅋㅋㅋ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42 진샤하
    작성일
    25.05.11 23:25
    No. 2

    그리고 조선사람들 예방접종 시켜라. 구충제도 먹이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n9******..
    작성일
    25.05.16 14:03
    No. 3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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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추적 추적 비는 내리고 +2 25.05.02 1,456 45 9쪽
24 연금술사 +2 25.04.30 1,588 52 10쪽
23 와장창 +1 25.04.29 1,568 49 12쪽
22 밀당과 불바다 +1 25.04.28 1,640 50 11쪽
21 화력은 다다익선 +2 25.04.27 1,716 48 9쪽
20 살살 쳤어요 +1 25.04.26 1,703 48 9쪽
19 가지치기 +2 25.04.25 1,687 51 8쪽
18 다 알면서 +2 25.04.24 1,716 52 8쪽
17 간잽이 25.04.23 1,777 5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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