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한국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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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보늬
작품등록일 :
2025.04.0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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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1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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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석유를 먹는다

DUMMY

폭발의 예술성은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통제되지 못하는 격한 폭발이고, 나머지 하나는 통제된 폭발이다.


전자의 대표주자는 유폭하는 전함이 있겠고 후자의 대표주자는 로켓 연소가 있다.


그리고 이날 서해상에서는 작은 로켓이 발사를 앞두고 있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주도하에 개발된 한국형 고체연료 발사체. 시작부터 전시 등 비상상황에 대비하여 개발된 이 로켓이 밥값을 하는 날이 왔다.


탑재되는 위성은 다소 급박하게 제작되었지만, 어차피 먹통이 된 위성통신을 복구하는 것이 목적이라 다들 대강 넘어가는 분위기.


액체로켓과는 달리 크게 준비할 것은 없다. 이미 여러 번 쏴보고 검증된 로켓이고, 고체 연료의 신뢰성 역시 충분하다. 오히려 쏘고 난 뒤 위성이 정상 작동할지가 더 두려운 상황.


아무리 천문학자들이 별자리의 위치 등을 확인해 시간이 바뀐 것이지 지구가 우주가 바뀐 것이 아니라 확인을 해줬다지만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트립해 오기 전에도 툭하면 이유를 모른 채 작동하지 않는 위성들이 어디 한두 개던가? 그런 이유로 발사 관제소 안에서도 로켓 쪽을 담당하는 연구원들보다는, 위성통신망 복구의 중책을 맡은 인공위성 연구원들이 더 긴장해 있었다.


“발사 1분 전입니다.”


이내 관제소 안에 긴장감이 돈다. 트립 이후 첫 위성 발사다.


배급제에 쌓인 국민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씻어내기 위해 일몰 이후가 발사시간으로 정해지고, 미디어의 취재도 집중되었다.


이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발사가 외쳐지자, 하얀 로켓이 빛나는 섬광을 내뿜으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날아가자, 로켓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원 한 명은 관제소 밖으로 나와 로켓이 남긴 흔적을 눈으로 좇아보았다.


비록 세상은 1915년으로 되돌아갔다만, 그의 우주를 향한 열정은 더 불타오른다. 이제부터는 자원만 확보된다면 매달 이런 발사를 볼 수 있으리라.


로켓이 올라가며 흩뿌린 가스가 대기에 휘날리고, 이내 높은 고도에서 태양빛을 받아 색을 얻는다.


그리고 이 색이 사람들의 눈에 닿아 보이게 되자, 사람들은 마치 면사포와 같이 옅고 하얀 원뿔과, 지그재그로 휘어 내려오며 무지개색을 띄는 끈을 보게 되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상승하는 희망의 상징이리라, 그리고 난생처음 이런 현상을 목도한 1915년의 현지인들에게는, 극동에 새로운 용이 떠올랐다는 설화의 시작이리라.


***


남쪽에서 잘 통제된 폭발이 아름답게 쏘아 올려지던 그 시각. 북쪽에서는 통제되지 못한 폭발이 우수수 터져나가고 있었다.


“10시 방향 적 기병 출현!”


“박격포반! 조명탄 쏴!”


총알이 오고 가는 강변. 국군과 마적의 전투는 날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었다.


처음에야 한 명도 빠짐없이 죽이거나 제압해 압도적인 정보 우위를 가졌으나, 마적들도 머리가 있다.


들어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땅이라고 두려워하기보다는, 대체 무엇이 있기에 그리 철저하게 지키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들.


돌아오지 못할 것이 두렵다면 애초에 마적 생활을 안 한다. 마초주의와 한탕주의로 뇌수가 가득 찬 이들의 대체 뭐가 있길래 그리 열심히들 막냐? 나도 맛 좀 보자! 는 남하 행렬은 21세기 상식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상부에서 막으라면 막는 것이고, 적이 내려오면 명령대로 막아야지.


비축유로 장비를 굴리다 보니 기름도 부족하다. 전투가 끝나고 나면 마적들이 데리고 다니던 말들을 데려와 짐말로 쓰는 생활에도 익숙해지다 보니 이제 누가 마적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총알과 말이 넘나드는 무력적인 대화를 나누며 대한민국은 1915년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인심은 곳간에서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에 열악한 상황에 사람이 놓이면 악독해진다.


마적에 시달리는 일선의 장병들도, 비축유 잔고와 국민 불만에 시달리는 관료들도, 모두가 여유가 없어지는 상황. 로켓 몇 번 쏜다고 갑자기 희망에 차서 세상이 맑아 보이고 그러지 않는다. 지금 고생하면 미래가 나아질 것이라는 암시에 더 가깝다.


그런 상황에 일본이 전함을 보내 선제발포 해놓고 전멸하자,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었다.


아시아주의 하자는 사람도, 대동아공영권 하자는 사람도, 당장 석유가 없는데 일본이 점령한 만주 때려서 유전지대 얻어오자는 주장에는 차마 반대하기 어려웠다.


물론 일본 본토까지 가서 전쟁하려 했다간 비축유가 바닥나는 것이 더 빠를 테니, 발해만 유전 인접 지역이나 일본의 통제 하에 있는 만주 지역을 공격하는 수준이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당장 사람들의 눈을 돌리고 시간을 버는 데에는 충분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마적을 토벌하고 일본의 영향력을 만주에서 축출하기 위한 만주 진공 및 대련 공격을 허가했다. 그리고 동시에 국제사회 데뷔를 준비하기로 했다.


세계는 지금 대전쟁에 휘말려 있다. 언제 어떻게 접촉해야 가장 높은 몸값을 받으며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을까? 미국처럼 나라 안에서 모든 필요한 자원이 나온다면 좋겠지만, 대한민국의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선 수출입과 국제 관계가 불가피하다.


그렇게 동으로는 미국을 향해 외교 대표단과 석유공사 관계자들이 배를 타고 떠나고, 북으로는 육군과 해군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


2주에 걸친 국경 나들이가 끝나고 복귀한 정훈의 부대는 휴가 같은 걸 떠날 새도 없이 북진을 준비하게 되었다.


남해 바다에서는 일본과 교전이 생겨 일본군 전함을 갈아 마셨다 하고, 돌아와서 쉬는 동안은 마적들이 꿀냄새라도 맡았는지 미친 듯이 내려와 하루하루가 교전의 연속이라고 한다.


이런 정신없는 세상 속에선 같이 정신줄을 놓는 편이 도움이 된다.


어느새 좌우명처럼 정해진 정신줄 놓기를 실천하며 정훈은 오늘도 작전 계획서를 들여다보며 하루를 보냈다.


석유 비축량이 배급제와 사용 제한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데, 이 때문에 차량 타고 다니면서 적 털어먹기 전략은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일본의 영향력 축출이야 해군이 대련을 폭격한 뒤 상륙하면 그만이다. 시가전 자체는 희생자 발생을 피할 수 없겠지만 미사일 좀 쏘면 요새 기능을 무력화하기는 쉽다. 거기에 역사 좀 아는 사람이라면 들어 봤을 관동군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선에 조선군 대신 조선 주차군이 있던 것처럼, 관동에도 관동군이 아닌 관동 도독부 육군부가 있었고, 이들 예하의 대대 6개와 순환 배치되는 사단 하나가 병력의 전부다.


이렇듯 돈 좀 쓸 각오하면 공략할 만한 관동과 달리, 국경을 침범하는 마적 문제야말로 진정한 도전이다.


석유만 충분했다면 장갑차를 온갖 동네마다 보내면서 마적을 토벌하고, 일대 행정망을 구축하고 주민의 마적화 자체를 막는 정공법을 썼겠지만, 석유가 없다.


이제 슬슬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 정훈은 이번에도 자신이 새롭고 정신 나갔지만, 효율적이며 뒷감당도 충분히 할 수 있을 전략을 세워야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이어진 대대 회의에서 정훈은 입을 열게 된다.


“기차 타고 봉천에 돌격한 뒤에, 장쭤린, 혹은 장작림을 사로잡아 그에게 휘하 마적들 관리 똑바로 하라고 시키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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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진시 방어전 (3) +6 25.05.07 1,015 30 16쪽
30 진시 방어전 (2) +7 25.05.06 1,017 30 11쪽
29 진시 방어전 (1) +3 25.05.06 1,094 33 12쪽
28 돌아오다 +2 25.05.04 1,176 32 11쪽
27 진시의 전설 +6 25.05.03 1,169 33 12쪽
26 기마 전투공병 +2 25.05.02 1,230 32 12쪽
25 추적 추적 비는 내리고 +2 25.05.02 1,248 35 9쪽
24 연금술사 +2 25.04.30 1,384 41 10쪽
23 와장창 +1 25.04.29 1,367 38 12쪽
22 밀당과 불바다 +1 25.04.28 1,422 39 11쪽
21 화력은 다다익선 +2 25.04.27 1,496 37 9쪽
20 살살 쳤어요 +1 25.04.26 1,472 37 9쪽
19 가지치기 +2 25.04.25 1,465 40 8쪽
18 다 알면서 +2 25.04.24 1,486 38 8쪽
17 간잽이 25.04.23 1,543 42 7쪽
16 제왕병자 +3 25.04.22 1,638 43 8쪽
15 꽌시 +1 25.04.21 1,630 3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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