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지만 온천에서 힐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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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박
작품등록일 :
2025.04.1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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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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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15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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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 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2)

DUMMY

.

.

.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좀비들은 청각을 제외한 오감을 상실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소설이나 영화와는 다르다.

현실의 좀비는 시각이 살짝 둔한 것을 제하면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오감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어떤 감각은 인간보다 뛰어나기도 한다.


우선, 좀비의 청각은 인간보다 훨씬 더 예민하다.

이로 인해 아주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곧장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다가가곤 한다.


후각의 경우 인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좀비가 인간과 자신들을 구분하는 수단이 되지만, 인간과 비슷한 만큼 가까이 있는게 아니라면 후각으로 인해 좀비에게 들킬 확률은 적다.

어쩌면 몸에 좀비의 핏물을 뿌리는 것으로 이를 숨길 수도 있겠지.

상처가 있는 상황에서 그런 짓을 하면 당신도 좀비가 되겠지만 말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좀비가 되는건 매한가지니, 이는 딱히 추천하진 않는 방식이다.


가장 둔한 감각은 시각이다.

현실의 좀비는 지근거리에 있는 물체를 제외한 그 어떠한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촉각과 미각은 어떻냐고?

글쎄다.

좀비가 되어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인간을 먹으면서 웃는 꼴을 보아하니 미각은 남아있지 않을까.

좀비가 고통을 느끼는지와 맛을 느끼는지.

둘 다 현 상황에선 크게 의미 없는 정보다.


물론, 앞서 말한 정보들이 언제나 정답이 되진 않는다.

오감이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좀비도 있고, 다른 좀비들 처럼 걷지 않고 뛰어다니는 좀비도 존재한다.

이러한 예외는 당신이 살아남기 위해 각별히 새겨 둬야 할 부분이다.


물론, 모든 감각이 둔해진 좀비도 몇 있지만···.

당신이 스스로의 생명을 요행으로 결정지으려 하는 멍청한 사람이 아닌 이상, 별 의미 없는 지식일 것이다.


***


“···.”


태현의 숨이 멎었다.

죽은 건 아니고, 정확히는 멎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숨을 참았다.

태현은 그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손에 들린 제설 삽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는 것으로 정신을 다잡았다.

시선은 문쪽을 향한 채, 들려오는 소리에만 온 정신을 집중했다.


“···.”


밖은 고요했다.

조금 전에 들렸던 바스락 거리는 소리조차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창고의 문이 닫혀 있음에도 풀잎 밟는 소리가 들릴 정도면 분명 근처까지 왔단 뜻인데.


‘···환청을 들은 건가?’


만약 밖에 있는 게 좀비라면 울음소리라도 내야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밖에선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람이라면, 이렇게 가만히 서 있을 리는 없을 테고.’


죽고 싶어 환장한게 아니라면 말이다.


‘···한 번 확인해 볼까?’


문득 든 생각이었지만, 태현은 고개를 살짝 가로 저었다.


‘아니, 안돼.’


만에 하나 자신이 들은 것이 환청이 아니었고 근처에 있는게 좀비라고 한다면.

아마 조금만 움직여도 소리를 듣고 곧장 이쪽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게 되버리면 창고를 떠난다는 두 번째 선택지가 사라져 버린다.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 한 번 기다려 보자.’


굳이 선택지를 줄일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태현은 가만히 앉아 숨을 죽인 채 십여분 정도를 더 기다렸다.

인내심이 점점 줄어들다 못해 거의 바닥날 때 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조금 전 들었던 것과 비슷한 굉음이 다시금 저 멀리서 들려왔다.

조금 전엔 반쯤 정신이 몽롱한 상태라 몰랐는데, 다시금 들으니 굉음의 진원지가 어느 정도 예측이 되었다.


‘···저 방향이면, 마을 중앙쪽인거 같은데.’


한달 하고도 보름 전.

마을 중앙 회관에 대피소가 마련되어 있으니 이쪽으로 모여달라 했던 마을 방송이 태현의 머릿속을 스쳤다.


‘···대피소에 뭔 일이 생긴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부스럭-!


근처에서 다시금 들려온 풀잎 밟는 소리에 그런 생각은 곧장 사라져 버렸다.


“!!!”


태현은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뜬 후, 혹여 소리를 낼까 싶어 스스로의 입을 막았다.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풀잎 밟는 소리가 천천히, 연달아 들려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러한 소리가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


다시금 바깥이 고요해 졌다.

그럼에도 태현은 가만히 숨을 죽인 채, 십여분 정도를 더 참은 후에야 창고 밖으로 나왔다.


“···.”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다행인 일이지만, 태현은 되려 등골이 서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설마 사람이었나? 아니, 아니야···.’


조금 전 그 느릿느릿한 발걸음은 결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좀비 흉내를 내기로 작정한 인간이 아니라면 말이다.


‘좀비라 해서 전부 다 그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는건 아니구나.’


좋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런 재난 상황에 깨달음을 얻는 경우는 죽을 때 말고는 잘 없다.

헌데 별다른 사고 없이 이런 좋은 정보를 얻었으니, 되려 좋은 일이라고 봐도 좋겠지만.


‘···큰일 날 뻔 했네.’


태현은 그렇게까지 냉철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조금 전 자신의 인내심이 생각보다 강했단 사실에 감사했을 뿐이다.

참을성이 조금이라도 부족했더라면, 꼼짝없이 창고에 갇힐 뻔 했다.


‘혹시 모르니 근방을 조금 더 조사해 봐야겠어.’


태현이 고개를 돌리자 한쪽 벽에 걸어둔 사다리가 태현의 시선에 들어왔다.


‘···잠깐만, 한 번 위에 올라가서 확인해 볼까?’


집이 반쯤 무너졌긴 했지만, 그래도 사다리 위에서 벽에 기댄채 확인하는 것까진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어쩌면 그 약간의 무게로 집이 무너질 지도 모르지만···.


‘몸이 이렇게 말랐는데, 이 정도 무게는 견딜 수 있겠지.’


뼈만 남은 팔다리를 보니 걱정이 사라졌다.

태현은 곧장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후 벽 한켠에 기댄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원한 바람이 태현의 길고 떡진 앞머리를 스치며, 시야를 조금 더 밝혀 주었다.


‘···저게 아까 그 놈인가?’


대문에서 약 30m 앞, 좀비 한 마리가 천천히 마을 회관쪽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엔···.


“···허억.”


여기서 약 2km 정도의 거리.

활활 불타고 있는 마을 회관의 모습이 붉은 점이 되어 태현의 시선에 들어왔다.


‘···한 달만에 이렇게 될 줄은.’


아직 세상이, 정확히는 이 일본이라는 나라가 멸망한 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마을은 확실히 망한 것 같았다.


‘···다행인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근방엔 아까 그 놈 말고 다른 좀비는 없었던 것 같네.’


대부분의 좀비가 저 불축제에 몰려든 것 같았다.

이러면 잠시 동안은 안전할 것이다.


'타케시 온천은··· 여기서 안 보이는 구나.'


능선이 시야를 가렸다.

어찌 됐든, 이러면 확인할 건 다 확인한 것 같다.


‘어잇, 차.’


태현은 사다리에서 조심스레 내려온 후 다시금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물을 마셔서 정신이 돌아온 덕일까.

바닥에 널부러진 통조림들이 태현의 시선에 들어왔다.


꼬르륵.

배가 밥을 달라고 울었다.


‘···배고파.’


이제 음식을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태현의 시선이 창고 바닥에 널부러진 통조림들을 향했다.

종류는 여러개였지만 태현의 시선이 꽃힌 건 분홍빛 복숭아가 그려진 통조림이었다.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못했으니 소화가 쉽고 수분과 당분이 풍부한 음식이 필요했다.


‘그러면 복숭아 만한 게 없지.’


태현은 과거 한국에 있을 때 먹었던 황도 통조림을 떠올리며, 통조림을 개봉했다.


‘···와.’


맡는 것 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해 질 것 같은 달달한 향기가 태현의 코 끝을 타고 몸 곳곳을 유영했다.

자연스레 태현은 통조림에서 하얀 빛을 뿜어내는 복숭아 한 조각을 집어들었다.

과즙이 손을 타고 흘렀지만 닦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입 안에 밀어 넣었다.


아그작-!


절로 눈이 감겼다.


‘···아, 맛있다.’


말랑한 과육이 치아와 만나, 살짝 아삭거리는 저항감과 함께 어그러진다.

조금 전 마신 물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달달한 맛이, 씹으면 씹을 수록 입 안에 퍼져나갔다.


‘···이게 먹는다는 감각인가.’


한 주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각을 다시금 느끼니, 자연스레 태현의 입 끝이 올라왔다.

태현이 살면서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낀 건 손에 꼽았지만, 적어도 지금 태현은 행복했다.

복숭아를 먹고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니 여기는 무릉도원이 아닐까.

태현은 천천히 복숭아를 씹으며, 달콤한 맛을 입 안 곳곳에 퍼뜨렸다.


꿀꺽-!


허나 이러한 행복은 오래가진 않았다.

오랫동안 씹은 복숭아를 목 너머로 넘기자, 행복감이 가시며 동시에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만 더 먹고 싶다.’


태현의 시선이 아직 통조림에 남아있는 복숭아 조각을 향했지만, 태현은 곧장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태현의 몸은 이 기쁨을 온전히 만끽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안돼, 조금만, 조금만 나중에 먹자.’


태현은 곧장 복숭아 통조림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 두었다.

저걸 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폭식할 것만 같았다.


‘···이제 좀 살 것 같네.’


많이 아쉬운 양이지만, 어느 정도 배도 채웠고 목마름도 해결했다.

···헌데 막상 그러고 나니, 태현의 머릿속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씻고 싶다.’


배고프면 먹고 싶고, 먹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다.

물도 마시고 배도 채우니 며칠동안 씻지 못한 몸이 간지럽다며 시위를 벌였다.


‘이럴 때 온천에 몸 한 번 담그면 진짜 좋을 텐데···.’


태현은 온천을 좋아했다.

좀비 사태와 지진이 겹치기 이전, 태현은 한 주에 한 번씩은 꼭 온천에 들리곤 했다.


‘···생각해 보니까, 타케시 할아버지는 괜찮으려나?’


아이자와 타케시.

온천 하니 그 할아버지가 떠오른 이유는, 태현이 자주 가던 온천의 온천주가 바로 타케시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 빌어먹을 마을에서 유일하게 태현을 챙겨준 사람이었다.

태현이 온천을 좋아하게 된 것도 어쩌면 타케시 할아버지 덕분일지도 몰랐다.


‘···별 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문득 한 가지 목표가 떠올랐다.


‘···한번, 확인하러 가볼까?’


태현의 집에서 타케시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타케시 온천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창고에서 산다는 선택지를 고른다면 아마 거기까지 가진 힘들겠지만, 만약 창고를 떠난다고 한다면 한 번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뭐, 우선 조금만 더 쉬고.’


고작 사다리 오른걸로 이런 말을 하긴 뭐하지만, 조금 전 몸을 혹사 시켰기 때문일까.

몸이 힘들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었다.

태현은 눈을 감고는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아,잘잤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태현은 곧장 남은 물과 복숭아 통조림을 전부 흡입했다.

···말이 흡입이지, 망가진 속을 생각하여 최대한 천천히 먹긴 했지만.


“···.”


꽤나 길었던 식사 시간이 끝나고 당이 좀 채워지니 정신이 더욱 깨어났다.

어지럽혀진 창고의 모습이 그제야 태현의 시선에 들어왔다.


‘···이걸 다 정리해야 하나?’


문득 막막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필요는 없겠지.’


태현의 입가엔 미소가 감돌았다.

말로는 선택지가 두 개 있다곤 했지만 태현은 이미 어떤 길을 걸을지 정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길을 걸어야 할 지 이미 알고 있었다.


‘어딘가에 갇히는 경험은 한 번이면 족해.’


창 너머 붉게 물든 태양과 함께 반쯤 부서진 집이 비쳤다.

태현이 택한 건 자유란 이름의 희망이었다.

조금만 더 휴식을 취하고, 태현은 내일 아침 이곳을 떠나기로 했다.


***


‘이 정도면 되겠지?’


창고에서 음식과 물을 마시며 반나절 동안의 휴식을 취한 후, 아침 해가 다시금 떠오를 무렵.

태현은 창고에 있는 물건들 중 최대한 필요한 것들만 챙겨 배낭에 밀어 넣었다.

쉬고 나니 어느 정도 몸 컨디션이 회복됐기에, 지금 당장 이곳에서 나가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어우.”


하지만 그런 생각은 묵직한 배낭을 메자 곧장 사라졌다.

최대한 신중히, 필요한 것들만 골라서 넣었음에도 이 정도 무게라니.

물론 오랫동안 먹고 마시지 못해 힘이 빠진 영향도 있을 테지만.


‘···몇 개만 더 빼볼까?’


태현은 곧장 가방을 내려놓은 후, 오랜 고심 끝에 넣어 두었던 물건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물은···  눈을 녹여 마신다고 해도, 조금은 들고 가야 하고.’


생수병 2개 정도는 챙겨서 나쁠게 없었다.


‘음식도··· 별 문제 없고.’


초콜릿, 크래커, 건빵 등등.

최대한 적은 무게가 나가면서도, 많은 열량을 올릴 수 있는 음식들만 챙긴 태현이었다.


‘···복숭아 통조림을 뺄까?’


꽤나 묵직한 감각이 태현의 손에 들렸다.

하지만 태현은 통조림을 다시금 배낭에 넣었다.

오랜기간 단식한 만큼, 며칠 동안은 이런 음식을 먹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보온팩?’


이 또한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언제 얼어 죽을지 모르는 북해도에서 보온팩은 없어선 안될 물건이다.


‘···아니, 진짜 뺄게 없는데.’


그 외에도 하나 하나 확인해 봤는데, 전부 서바이벌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물건들 뿐이었다.

라이터, 휴대용 조리 도구, 쌍안경, 플라스틱 봉투, 수건, 소금 등등. 

이중 하나라도 뺐다간 언젠간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생길 터였다.


‘···아니, 그나마 뺄만한 게, 하나 있긴 한데.’


태현의 손 끝이 배낭 깊숙한 곳에 넣어둔 작은 수첩 하나를 꺼냈다.


[온천 일기]


지금으로부터 약 한달하고도 보름 전.

타케시 온천이 문을 닫은 날, 타케시 할아버지한테 받았던 수첩이었다.


-너같이 온천이나 하나 차리고 싶은 놈들 보라고, 내가 옛날부터 틈틈이 써둔거다.


타케시 할아버지가 이걸 건네줄 때 했던 말이 태현의 머릿속에 불현듯 떠올랐다.

세상이 이렇게 됐는데, 온천을 만드는 법이 적힌 수첩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이 수첩은 그 속에 담긴 내용 보단 불쏘시개로서의 가치가 더 클지도 모른다.


-태현아, 넌 꿈이 뭐냐?

-꿈이요? 그야··· 당연히 돈 걱정 없이 매일 편안한 삶을 만끽 하는 거죠. 힐링 라이프라고 하나? 그런 거 있잖아요.”

-인마, 그런 당연한 거 말고··· 뭔가 거창한 목표 같은 거 말이다. 막 하고 싶어서 미칠 것만 같은 그런거.

-음···.


타케시 할아버지와 마치막 온천을 즐기며 나눴던 얘기가 태현의 머릿속을 스쳤다.


‘내가 그 때 뭐라 했더라?’


며칠간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잠깐 눈을 감고 그날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


안 좋은 기억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적어도 그날 즐긴 온천은 태현에게 있어 꽤나 좋은 추억이었다.

그리고, 그때 자신이 했던 대답은···.


-저도 타케시 할아버지 처럼 온천이나 하나 차리고 싶네요. 물론 손님은 없고, 저 혼자 쓰는 거에요. 항상 온천을 즐길 수 있게. 아, 료칸(여관)도 같이 있으면 좋으려나?


“···.”


태현은 고개를 숙이고는 타케시 할아버지가 주신 온천 일기를 품 속에 넣었다.

마을은 이미 망했고, 세상도 이미 멸망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도 얼마 안 가 죽을지도 모르고.


‘···그래도, 이건 챙겨야 해.’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죽음을 목도한 상황에서도 꿈을 저버려서는 안될 일이다.

설령 그게 이뤄질 수 없는 꿈이라도.

인간은 희망으로 움직이는 생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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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망 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2) 25.04.15 103 2 16쪽
2 도망 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1) 25.04.14 128 1 16쪽
1 프롤로그.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는 법 25.04.14 145 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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