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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현상.
게이트란 것이 나타나게 된지 어언 5년 차.
그동안 세상은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본적없는 신비한 광물.
특수한 힘을 지닌 아이템.
그게 아니면 신화나 상상속에서나 보던 몬스터의 출현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나 이러한 변화들 사이에서 가장 가치있으면서 가장 커다란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각성자', 바로 헌터의 등장이라 말할 수 있겠다.
헌터(Hunter)란?
간략하게 정의해본다면 던전에 살고 있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사람들을 뜻했다.
이들은 게이트가 나타난 직후,
자신이 가지고 있던 능력을 각성.
그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몬스터들을 격퇴해,
끝끝내 승리하게 되면서.
안정된 세상을 만드는데 1등 공신이 되어주었다.
그러한 일들이 있었던 덕분일까?
세상은 이들에게 호기로웠고
헌터들만의 사회.
일명 협회나 길드가 창궐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시대의 흐름은 새로이 바뀌게 되면서 바로 지금.
대 헌터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 * * * *
헌터란 무엇일까?
몬스터와 싸워서 세상을 구하는 사람?
그게 아니면 10대가 선망하는 직업 1위?
대체 왜 이런 식으로 좋게 포장되서 부풀려진지 모르겠다.
[한국의 혜성길드가 끝끝내 S급 게이트를 공략해내었다는 소식입니다.]
[김진우님 소감을 한번 말씀해주세요.]
[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모두가 편하게 살아가는 세상. 그걸 위해서 저희가 싸우고 있는거니까요.]
알았다.
전부 저 녀석 때문이었구나.
일부만을 바라보고 그게 전체의 모습인줄 착각하는 현상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부른다던가?
그저 상위 1 퍼센트의 인간만을 바라보고,
동경이나 선망을 내비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정작 밑바닥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불합리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모르면서 말이다.
삐이이익-
"뜨거워라.. 벌써 물이 다 끓은건가?"
좁은 원룸이라서 그런지
피어오른 증기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식사는 일주일째 라면만.
그 흔한 김치나 계란따위도 없었다.
이번에 월세가 오르게 되면서 돈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대신 오늘은 김치라면으로 맛의 바리에이션을 줘봤지."
이게 바로 말단 헌터가 처한 현실.
빛에 가려진 어둠.
누구나 알면서 외면하고 있던 진실이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파리같은 목숨에다,
성과제에 기반한 쥐꼬리만한 월급.
모욕은 기본에다 세금 먹는 기계와도 같은 취급까지 당하며,
사람들에게 있는 욕들은 다양하게 들어먹었다.
'그런데 왜 헌터 일을 계속 하고 있는거냐'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각성자들은 예외없이 군대처럼 강제소집의 대상이 되면서 끌려가게 되니 어쩔 수 없다',
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내가 이딴 일을 왜 해야해.
-죽기 싫어..
다들 헌터라는 직업에서 도망치고 싶어했다.
하나
게이트라는 대재앙 앞에서는 그것조차 불가능했었다.
- 저는 지금 목표로하고 있는 일이 있다구요.
- 저 혼자 부모님을 돌봐야하는데 대체 어디로 가라로 그러는겁니까?
이유를 들먹이며 반대하는 각성자들도 있었으나,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면서 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일쑤.
다수에 의해 소수의 희생을 강제 하는
그런 사회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결국 법률의 제정까지 이어지고 만 것이다.
불합리했지만 가장 현실적이었던
해결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지 않았다면 사회는 진작에 무너지긴 했을거야. 이렇게 생활하고 있는것도 어찌보면 기적일지도 모르지."
가장 밑바닥에 위치해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했지만,
현실이 그러한걸 어쩌겠어?
고개를 숙이고 순응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게 바로 약자란 생물인데?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나는 약자의 표본과도 같은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아차차 라면이 불겠다."
생각에 빠진 나머지 잊고 있던 라면을 바닥으로 들고왔다.
"이것만 먹는건 아쉽긴하지만.. 이번 달은 생활비가 빠듯하니까.."
보통 헌터들은 주에 3일 정도를 일하고 남은 4일은 휴식을 취하는 방식.
꼴에 공무원이라고 나름의 혜택들도 가지고 있긴했었다.
하나 앞서 말했듯이
성과제로 돈을 지급 받는 이상,
주7일을 일하더라도 나같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녀석이 존재했다.
아니.
존재하긴 하려나?
No 스킬, No 특성, No 스탯.
어떻게 이런 절망적인 것들만 전부 가지고 있는건지,
신이 있었다면 따져 묻고 싶을 지경이었다.
덕분에 헌터들 사이에서는 일반인이라는 유명인사으로 불리우고 있었달까?
반대로 일반인들은 나를 각성자 취급하고 있었으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나는 어디에도 끼지 못한다는건가. 너무한걸."
유일하게 나를 인정해주던 가족과 집마저 사라져 버렸으니..
딱 알맞은 말이지 않나 싶다.
후루룩-
"김치라면도 생각보다 괜찮네."
이후 재빠르게 라면 한그릇을 비우고 나서,
낡아빠진 가방 하나를 들쳐매고 거리를 나선다.
오늘 아침.
갑작스럽게 시내에 게이트가 생기면서 건수가 하나가 잡혔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서 자리에 앉는 나.
"저녁 즈음이라 걱정했는데 자리가 남아서 다행이다. "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게 되어 행운이라 생각하며,
소중하게 안고 있는 가방을 내려다 보았다.
4년전 헌터 일을 같이 시작했던 친구이자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장비였다.
"너나 나나 참 오래 됐구나. 네가 없었으면 아마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거야."
전투에선 도무지 써먹을 구석이 없는 나였던지라
뭐라도 해보다겠다며 발버둥 쳤었고,
이리저리 궁리해 본 결과가 바로 짐꾼 일이었다.
헌터들은 저마다 인벤토리라는 걸 가지고 있었지만.
개인물품이나 장비들만 휴대할 수 있을 정도로 용량이 적어,
따로 무언가를 들고 다닐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마저도 초창기라서 가능한 일이긴 했다.
지금은 은퇴한 헌터들이나 일선에서 물러난 사람들까지.
다들 짐꾼 일로 몰려들게 되면서
레드오션이 되어버리고 말았으니까 말이다.
근력과 체력이 일반인 수준이었던 내가
경쟁력을 잃게되는건 당연한 수순으로.
지금처럼 밤에 급하게 불려나가게 되더라도
감지덕지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게 내가 처한 현실이었다.
"언제 도착하려나?"
이후
하품을 하고서 기지개를 켜고 있자니
버스가 멈춰서게 되는걸 보았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뜻으로,
나는 서둘러서 버스에서 내리기로 했다.
참방참방-
"앗 차거."
어제 비가 내린 탓인지 작은 웅덩이들이 아직 남아있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물길 위를 걸으면서
사람들이 한데 모여있는 장소.
게이트에 도착하기에 이르렀다.
* * * * *
"뭐야. 뭐야 무슨 일이 있는거야?"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이유는,
사전에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다.
국내 굴지의 길드인
혜성길드가 파티를 구성해
게이트에 도전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를 이끄는 인물은 다름이 아닌 그 이지은.
그녀가 온다는 소식이 들려왔으니,
더더욱 사람들이 모여들 수 밖에 없었다는 거다.
'랭크는 S급에 외모조차 말이 안될정도로 예쁘다지?'
한마디로 현실에 존재하는 사기캐라는 소리인데..
김진우도 그렇고 어째서 잘난 것들은
외모도 하나같이 잘난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거 좀 공평하게 나눠가지면 안되나?
신이란 녀석은 어지간히도 나란 존재가 미웠나보다.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서성이며 기다리던 도중.
와아아아-!!
사람들의 함성과 시선이 한 곳으로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지은을 위시로 한 헤성길드의 파티가 도착한게 분명했으리라.
스윽-
이를 알아채고서 나는,
남들이 모르게 무리에서 빠져나와,
행렬의 맨 끄트머리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지나지 않아,
자신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무야. 왔어?"
"지찬 아저씨 오랜만이네요. 어? 유정누나는 여기에 어쩐 일이세요?"
"얼마전에 아이를 낳았잖아. 전투말고 조금 더 안전한 일을 찾아보려고 해서 여기에 지원하게 된거야."
"라이벌이 한 사람 더 늘어버렸네요."
"라이벌은 무슨 너에 비하면 한참 멀었지."
자주보던 익숙한 얼굴들이었으나,
뭔가가 이상했다.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인물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민석이아저씨는요? 혜성길드는 민석아저씨가 전담했었잖아요."
"너 모르고 있는거야?"
"뭐를요?"
"아저씨는 이번 일에서 빠지는 대신, 너와 나를 지명해주셨어. 우리가 여기에 있는건 다 아저씨덕이라는거지."
"어쩐지.."
대형길드에서 처음으로 일감을 받게 되어서 좋아했더니
전부 이유가 있었다는거였다.
'편의를 봐주신건가..'
하긴.. 이런 일이 아니고서야 대형길드에서 나를 부를 이유가 없긴했다.
"나중에 감사의 인사라도 드릴까봐요."
"아서라. 아저씨가 말을 하지않은건 네가 몰랐으면 한다는 소리일테니까."
"아저씨도 부끄럼쟁이셨나 보네요."
"두 사람 다 잡담은 거기까지야. 이제 곧 우리 대장의 연설이 시작될 차례니까."
"네."
"알았어요."
지찬아저씨의 명령대로
나와 유정누나는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서,
게이트 앞에 비워놓은 공터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자 타이밍을 맞춘듯 거리가 일순 조용해졌고,
이내.
사람들이 기다리던 이지은이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또각또각-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도회적이고 세련된 얼굴.
조각상이 걸어다니는 듯한 완벽한 몸매.
여기에 더해 기품이 넘치는 걸음걸이와
왠지 모를 압도적인 분위기까지 겸비한 무척이나 인상적인 여성이었다.
저런 사람의 말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은 없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탐색은 여기까지.
저런 곳에 주의를 쏟는건 단순한 낭비였기에,
지금부터는 온전히 나에게 시간을 쏟을 차례였다.
'뭐. 나와는 전혀 연이 없는 사람이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지.'
그러고서 슬며시 눈을 감아버리는 나.
게이트 탐사란 체력과의 싸움과도 같았기에,
조금이라도 쉬어둬야 남들을 따라갈 수 있어서였다.
그런 식으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툭툭-
아저씨께서 어깨를 건드리시며 가자는 신호를 보내고 계셨다.
"얼마나 걸린거에요?"
"한시간정도. 매스컴에서 취재까지 왔다더라."
"대충 이렇게 될거라 생각했지만, 집결시간도 바꿔버리고 완전 자기들 마음이네요."
"뭐 어쩌겠냐. 돈을 주는건 저긴데. 군소리만 할거면 거기서 잠이나 자고 있던가. 그럼 나 먼저 간다."
대화를 끝내고 눈을 떠보니,
아저씨께서 먼저 게이트를 향해 걸어가고 계셨다.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은?
혜성길드의 사람들은 게이트에 들어가버린지 오래였으며,
그 영향인지 일반사람들도 이미 자리에서 물러나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싱겁긴.
"그럼 나도 출발해볼까?"
그렇게 관심이 사라져 떠나가버린 사람들을 뒤로하고서,
여정을 떠나기 위해 게이트 앞으로 걸어나갔다.
우우웅-
그동안 지나다녀왔던 게이트들과는 다르게
왜곡의 정도가 심하고 무척이나 거대했던 모습.
어림짐작으로 본다고 한들
적어도 B등급 이상의 게이트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저길 들어갔다 나온다면 한동안 돈 걱정은 사라지고 없을 예정이다.
그렇게 부푼마음을 안고서 게이트에 손을 갖다대었다.
한데 그 순간.
파직-
파지직-
왜인지 모를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이에 감응한 몸과 상태창이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B등급의 게이트와 접촉하셨습니다.】
【거대한 힘에 반응하며 성지무님의 온전한 각성이 시작됩니다.】
【ERROR.】
【본래 각성하려던 구국의 영웅의 직업으로 각성하지 못하였습니다.】
【ERROR.】
【다시 시도해보았으나 실패했습니다. 정신상태와 환경의 영향으로 보여집니다.】
【재설정 작업중】
【성지무님의 현재 상태에 맞게 직업의 형태를 변형하고 있습니다.】
【준비중】
【마무리 진행중】
띠링-
【성지무님, 각성을 축하드립니다.】
【새롭게 각성한 당신의 직업은 '짐꾼'입니다】
뭘까 이건?
정신이 나갈정도로 상태창이 떠들어 된 것도 모자라,
영웅에서 짐꾼으로 격하되어버린 황당함까지 맛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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