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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시간이 없어. 지금은 게이트쪽이 더 중요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것보다 앞선 파티를 따라잡는게 중요했다.
때문에 눈앞에 떠있는 상태창을 전부 닫아버리기로 했다.
사실은..
짐꾼이라는 보잘것 없는 직업으로
각성한게 꼴보기 싫어서 그랬던거지만 말이다.
"후-."
마음을 정리하고서 또 다시 게이트 앞에 선다.
"한번 더?"
우우웅-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 재차 접촉해보았지만..
역시나라고 해야할지 게이트는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난 뭘 기대한거야."
원체 가진게 없는 몸이라서 그런가?
별다른 감흥이나 실망조차 느껴지지 않는게 지금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빨리 들어가기나 하자."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게이트 안으로 발을 내딛기로 했다.
우우웅-!
익숙하게 느껴지는 감각들이 전부 멀어져버리는 느낌.
혼과 육체가 따로노는듯한 이질적인 감각.
폐부를 찌를듯한 농축된 마나가 몸을 감싸 안는다.
주변은 온통 검은색 뿐인지라,
위나 아래 좌우 또한 구분할 수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공간을 걸을 수가 있었다.
"여긴 언제오더라도 익숙해지질 않는다니까."
또각- 또각- 또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다.
보통의 사람들은 게이트의 내부가 어떤지 궁금해했었지만,
지금처럼 단순한 모습을 취하고 있는게 전부였다.
수백번을 넘게 드나들었지만,
한 번도 변한적 없었던 진실.
"다들 들어오지도 못하면서, 이딴걸 왜 궁금해하는지 모르겠다니까."
가볍게 불평하며 여기서 조금 더 걸어가다보면.
어느시점부터 빛무리가 쏟아져 나오는 시점이 찾아온다.
그렇다는 건.
게이트의 끝과 이어져있는 새로운 세상인,
던전의 입구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이어서 쏟아지는 빛무리가 온 사방을 덮게 되면.
파아앗-!
빛이 강렬하게 폭발하고 순식간에 걷히게 되면서,
눈 앞에 던전의 진정한 모습이 나타나게 되는 구조였다.
원리는 모르겠다만 다른 세계로의 이동은 대게 이런 식인 듯한 모양이다.
잠잠-
잠시동안 조용해진 주변.
눈꺼풀 사이로 강렬하게 새어들어오던 빛이 사라지자 눈을 떠보기로 했다.
휘이이잉~
시야를 가득 메우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산맥이었다.
저너머 정상 부근은 희미한 구름에 잠겨 그 높이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웠고,
간간이 구름 사이로 드러나는 만년설은 햇빛을 받아 차갑게 반짝였다.
그 거대함은 경외감과 동시에 인간의 왜소함을 느끼게 해주었는데..
덕분에 상당히 꼴때리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하.. 이번엔 산을 타야하는건가. 오늘은 운도 더럽게 없네."
게이트에서 빠져나오면서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단연코 지형.
짐을 짊어지고 이동을 해야만 하는 짐꾼의 특성상,
이보다 더 최악인 장소는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날이 선선했다는것 정도?
눈이 내리거나 날씨가 무덥기라도 했다간
며칠이나 앓아누웠을지 모르니,
지금 같은 상황이라도 만족해야만 했었다.
스윽-
다음으로는 고개를 돌려 근방을 살펴본다.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잠시 모여있는 사람들.
다들 이번 출정에 대한 계획을 세우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고저차가 상당한 지형이라.. 꽤나 어려운 전투가 될 것 같네요."
"실전은 아직이지만 훈련은 마친상태라 문제 없을겁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던전에서 몇 일정도까지 버틸 수 있죠?"
"기본 일주일치 분량의 식량을 들고 있고, 비상용으로 3일치 분량까지 준비해왔으니 10정도일겁니다."
"완벽하네요."
던전은 지형과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가 매번 달라졌던터라,
구체적인 계획들은 던전내부에서 논의하게 되는 편이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것은 리더와 정찰꾼의 실력.
이중에서 정찰꾼들은,
어떤 정보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던전공략의 질이 달라졌기에.
주요 탐색 스킬을 지닌 자들은,
길드에서 최우선적인 영입대상으로 고려되기도 했었다.
"잠시 주변을 확인해보겠습니다."
때마침, 정찰꾼으로 보이는 자가 나무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5분정도 지났을 무렵.
주변을 살펴 보고온 정찰꾼은,
보고를 위해 이지은에게로 다가섰다.
"왼쪽에서 두번째로 서 있는 산봉우리, 저 산의 중턱부근을 향해서 마나가 집중돼 흐르고 있습니다."
"던전의 출구가 저기있다는거군요."
"네."
"거리가 상당히 머네요. 강행군이 될 것 같으니 되도록이면 걷기 편한 루트로 알아봐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몬스터의 조사는 어떻게 진행하면 되겠습니까?"
"우선은 루트 근처에 있는 무리들만 확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전투 후 파티의 컨디션에 따라 유동적으로 지시를 내릴거라서요."
"확인했습니다. 조사한 내용들은 정리가 되는대로 보내드릴테니 그 때부터 움직이시면 될 겁니다."
"역시 정석씨. 저희 길드의 숨은 에이스 답네요."
"과찬이십니다. 그러면 저는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정석이라 불린 남자의 모습과 기척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대단한걸?'
남들이 지켜보고 있는 자리에서 돌연 사라져버리는 능력보다,
빠른 행동력과 그의 임무수행 능력쪽에 관심이 갔다.
어느정도냐고 묻는다면..
이지은과 정석이란 남자중 하나를 택하라고 했을 때,
그를 선택하려고 했을 정도였다.
뭐..
내 주제에 누굴 선택 하겠냐만은
상상은 자유였으니까.
이 정도는 봐주지 않을까?
"혜성길드원분들은 이리로, 짐꾼분들은 한데 모여서 대기해주세요."
잠시 용태를 살피다 이지은의 새로운 지시를 듣게 되었다.
그동안 봐왔던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다르게 제법 관록이 묻어나 있달까?
아무래도 공대장직을 맡은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듯 보였다.
"전투에 들어가기전 길드여러분의 실력과 연계를 확인하겠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리허설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네!."
'국내 톱 길드는 뭔가 달라도 다른걸. 그런데 이지은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인가?'
낌새를 보자면 그렇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이지은은 저들의 교육과 보호를 위해서 찾아 온 모양.
하긴 S급 혼자서 공략가능한 장소에,
이만한 인원수를 데리고 공략한다는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기는 했다.
게다가.
저들의 서투른 움직임과 어정쩡한 자세를 보고 있자니,
추측은 사실로 끝날 것으로 보였다.
"이쪽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우리도 회의를 시작 하자꾸나."
"지무야 아저씨가 부른다. 가자."
"네."
이에 자극을 받으셨는지,
지찬아저씨가 모두를 불러모아
해야할 일들을 상세히 알려주셨다.
총 7명 짐꾼들 중.
유정누나를 포함한 초보가 넷이나 자리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무거운 물건이 생기면 나에게 먼저 알려주고. 경량화와 공간확장 인챈트가 걸린 가방들은 다들 가지고 있겠지?"
"짐꾼을 하려면 필수 준비물이잖아요. 그런 것도 준비 못하는 사람도 있나요?"
그런 사람 여기에 있습니다만?
뭔놈의 가방 따위가 수백에서 수천이나 넘어가는건지..
순전히 돈이 없어서 사질 못하다가,
특수한 가방이 없던 탓에 일감까지 줄어들어 버리게 된 것이다.
점점 돈을 벌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 고리.
이걸 끊어내 버리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돈이 필요하다니,
참으로 웃픈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그 가방 엄청 크네요. 꽤 비싼 물건인가봐요?"
"나중에 보면 아마 놀라실걸요."
'그래. 평범한 가방이라고 한다면 깜짝놀라긴 하겠지.'
남들보다 몇 배나 큰 가방을 들고다니면서도,
다른 이의 절반도 못되는 양을 짊어지게 되었지만.
이건 능력이 없는 내 잘못이 컸으니까,
그저 담담히 받아들일 뿐이다.
이후.
혜성길드의 리허설이 끝나감과 동시에
지찬아저씨의 말도 끝나가려 하고 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이게 가장 중요한거야."
"뭔가요?"
"지금부터 무슨 일이 생기면 여기 있는 지무의 지시에 따르는거다."
"네?"
매번 듣는 말이긴 했지만,
아저씨와 유정누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물론.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는
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때가 되면 다 알게 돼. 이 녀석은 짐꾼에서 끝날 그릇이 절대 아니니까."
"맞아요 맞아."
'저기요 유정누나 아저씨. 시스템이 이미 짐꾼이라고 못박았어요.'
라고 외치고 싶은 기분이다만.
그렇다고 찬물을 뿌릴수도 없는 노릇이라 얌전히 수긍하기로 하는 나였다.
* * * * *
모든 준비가 끝나고 한참을 쉬고 있을 때.
RRrrrrr-
이지은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알림이 울려왔다.
보통 현대문은 던전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나,
그녀가 들고 있는건 특제품.
던전에서 사용이 가능한 제품이었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라 놀라웠달까?
탁-
드륵-
드르륵-
그녀는 화면을 내리며 무언가를 확인하고선,
결단을 내린듯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예정대로 저는 일정만 지시하겠습니다. 전투 쪽은.. 진수씨 잘할 수 있으시죠?"
"네 맡겨만 주세요."
보아하니 혜성길드에서 밀어주고 있는 인재인 모양.
나보다 어려보이는데 벌써 저런 위치에 있다니,
어지간히도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나보다.
"부럽긴하네."
"제가 길을 안내할테니 다들 저를 따라오세요."
나의 볼멘스런 목소리를 잠재우듯,
이지은의 청아한 목소리로 산행이 시작된다.
길 같은건 나 있지 않았었지만,
앞서간 정찰꾼이 유능했던 탓인지,
힘을 들이지않고 편하게 이동이 가능했다.
바위를 넘고,
얕은 절벽을 오르며,
잠시 후 강 근처에 도착하자.
크륵르크-
염원하면서도 누군가는 염원하지 않았던 몬스터와 조우하게 된다.
인간을 상회하는 커다란 몸집과,
입술에 삐죽튀어 나와있는 커다란 이빨.
한손에는 나무뿌리를 통채로 든것만 같은,
나무몽둥이를 들고 있는,
일명 숲트롤이라 불리우는 녀석들이었다.
놈들은 그야말로 몬스터라 불리우기 적합한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하나.
이를 간단히 전멸시켜버리는 헌터들 또한 이곳에 존재했다.
이쯤되면 누가 더 괴물인건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역시 무서운건 인간들 쪽이겠지."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있을 때 즈음.
파스스-
숲트롤들의 시체가 검은 마나의 입자로 변하며 사라져간다.
그런 그들이 남겨준 것은,
마정석과 아이템,
그리고 장비제작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이었다.
이를 보자마자 아저씨는 신속하게 지시를 내리셨다.
"나와 신입인 희찬이와 정무를 포함해서 1조. 나머지는 2조로 정한다. 여기는 2조가 정리하고 1조는 나를 따라 오도록."
"네."
그렇게 아저씨와 함께 길드사람들이 떠나가고서.
나를 포함한 남은 인원들은 아이템을 줍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정신없이 물건을 주워담는 사람들.
걔중에서 나는 누나를 향해,
남들이 들을 수 있는 큰소리로 말을 건네기로 했다.
"누나. 지금은 정돈해서 집어넣을 필요가 없어요."
"어째서?"
"시간을 끌면 몬스터가 올지도 모르고, 앞선 파티를 놓치게 되면 큰일 나게 되거든요."
"그렇구나. 그런데 이러면 나중에 정산할 때 불편하지 않아?"
"휴식시간에 쓸모없는 재료들은 걸러낼거라 괜찮아요."
"그러면 괜한 고생만 더하게 되는거 아니야?"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예전에 별 볼일 없는 아이템인 줄 알고 버렸다가 난리가 난 사건이 있었거든요. 아저씨처럼 어느정도 감정이 가능하면 괜찮지만 저희는 그런게 없으니 몸으로 떼워야 하는거죠."
"반성해야겠어.. 솔직히 말하면 짐꾼 일은 얕보고 있었거든. 그나저나 너도 참 고생이 많았겠다."
"익숙해지면 별거 아니더라구요."
문제는 익숙해진 찰나에 일거리들이 사라져버리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제 이동하기로 하죠."
아무튼 이곳에서의 일은 전부 마치고,
앞선 파티를 따라가기 위해 서둘로 움직이기로 했다.
이내 아저씨들의 뒷 모습이 비춰지고,
곧 전투가 벌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알맞은 시간에 정확히 찾아 오게 된 모양이다.
그러다 다시 찾아오게 된 몬스터들의 정적.
"빨리 빨리들 움직여."
이번에는 아저씨가 포함된 1조가 아이템을 줍고서,
2조인 우리들가 혜성길드 따라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그런걸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자면,
어느덧 그토록 바랬던 휴식시간이 찾아오게 된다.
"와 지친다.."
얼마나 산길을 내달렸던걸까?
다들 기진맥진한 모양인지,
휴식이라는 말만 듣자마자 자리에 앉기 바빴다.
"짐꾼 일도 생각보다 고되구나. 전투를 할 때보다 더 지치는 느낌이야."
"짐을 들고 계속 움직여야 하니까요. 게다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무거워지니 힘듦은 배가 되는거죠."
"그런것 치곤 꽤나 멀쩡해보인다? 나보다 체력이 더 좋은거 아니야?"
"이게 다 요령이 생긴 덕분아니겠어요?"
요령은 무슨.
이건 그런 단순한 변명으로 설명이 될 상황이 아니었다.
유정누나는 현재 C랭크.
어떻게 보면 낮다고도 말할 수 있는 위치였으나,
일반인 정도는 따위로 취급할만큼의
우월한 신체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물며 평범한 가방 덕에 내 쪽이 더 무거운걸 들지않았는가?
'이런 결과가 나타는 이유는 한가지 밖에 없나.'
고민할 거리도 없이 각성의 영향때문일게 분명할 것으로 보였다.
때문에 나는 그동안 무시해왔던 상태창을 열어보기로 했고,
'이건..'
적혀있는 내용들에 대해서 놀라움을 느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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