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대마법사
띠링!
[고유 특성을 각성하였습니다!]
무진은 꽤 어린 나이에 각성했다.
대개 사춘기 즈음에 각성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무려 네다섯 살 쯤.
[당신의 믿을 수 없는 재능에 탑이 경의를 표합니다.]
[Ex급 고유 특성, ‘종말의 대마법사’를 획득하였습니다.]
너무 어렸던 탓에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날,
무진의 세상이 달라졌던 감각만큼은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다.
온 세상이 푸르게 물들던,
그 아름다운 광경이.
[축하합니다! Ex급 특성을 최초로 각성하였습니다!]
어린 무진은 신이 나서 아버지께 달려갔고,
“...무진아!”
아버지는 질겁하며 무진의 입을 틀어막으셨다.
“절대 다른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면 안된다, 알았니?”
무진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아버지의 표정이 서글퍼보였기에.
***
무진은 호기심이 많았다.
세상은 아름다웠고,
알고 싶은 것은 차고 넘쳤다.
어렸던 무진에게 세상이란 달콤한 미지의 향연이었고,
그에 따라 이루고 싶은 꿈도 많았으니.
공략불가능이라고 알려진 탑 70층.
그곳을 세계최초로 공략해내는 탑 공략자.
혹은 마정석을 이용한 마도공학 연구자.
아니면 탑 공략 장비 제작자라도.
그렇게 부풀어오른 꿈은 항상 가슴께 어딘가에서 숨쉬고 있었다.
“안된다.”
그러나 아버지는 반대하셨다.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일은 언제나 고통스럽고,
그 고통 끝에 수혜를 입는 이들은 네가 아닌 세상일 거라며.
그래서 무진은 집 근처 중소길드의 사무원으로 취직했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에,
널널한 일거리, 안정적인 생활.
불만족스러운 생활은 아니었다.
만족스러운 생활 또한 아니었을 뿐.
무진은 그렇게,
톱니바퀴같은 삶을 살았다.
***
아버지는 왜 그토록 무진의 미래를 가로막으셨을까.
아무리 물어도 아버지는 묵묵부답이셨다.
그렇게 십수년이 흘러,
“네 엄마는 탑의 탐구자였다.”
마침내 아버지가 입을 연 것은,
임종 직전이었다.
“어머니요...?”
무진은 당황하며 되물었다.
그야 아버지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으셨으니.
늘 아버지는 무언가를 두려워하셨고,
말을 아끼기 바쁘셨다.
“그래, 네 엄마 말이다.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하는 내 여자.”
아버지는 흐릿한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회한과 그리움이 뒤섞인, 서글픈 미소를.
“어머니가 탑 공략자이셨단 말씀이신가요?”
“아니. 공략자가 아니라, 탐구자였지.”
탑 공략자.
목숨을 걸고 탑을 오르는 이들.
성공하면 인생을 뒤바꿀 무궁한 영광과 무수한 재보를,
실패하면 시체조각조차 찾을 수 없는 비참한 죽음을.
모두가 탑 공략자들을 우러러보지만,
탑 공략에 도전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당장에 무진만 봐도,
중소길드에서 사무 일만 해도 먹고 살 월급이 충분히 나오는데.
굳이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할 생각을 하는 현대인은 그리 많지 않다.
“탑 공략자는 들어봤어도 탑 탐구자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아버지의 미소가 짙어졌다.
“말 그대로, 탑을 공략할 생각 없이 그저 탐구만 계속 하는 것이지. 궁금하다고 했다. 탑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
무진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자,
아버지는 먼 곳을 바라보며 입을 여셨다.
“남들이 1층에서 고블린을 일격에 죽일 때, 네 엄마는 고블린의 몸에 깃든 마력의 흐름을 연구했다.”
분명 지금 그 눈에 비치는 것은,
병실 천장이 아니라 아득히 먼 어딘가겠지.
“마법의 발동 과정 가운데 물리법칙에 따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해보겠다고도 했지.”
쿵- 쿵-
무진은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분명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일 텐데.
그럼에도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며 가슴 속에 타오르는,
이 뜨거운 열기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탑을 오르며 얻는 힘이나 돈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마법을 연구하고 싶어했어. 자기는 무슨... 뭐라더라. 아. ‘즐겜러’라던가.”
쏴아아-
마치 한 줄기의 바람이 불어닥치는 듯한 느낌.
그 당시 어머니가 느꼈을 그 호기심의 광풍을,
무진 또한 이 자리에서 함께 맞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 벅차오르는 열기에 무진이 입을 열려던 순간,
“그러나 그 재능이 너무 과했다.”
아버지는 그것이 제 잘못이라도 되는 양 괴롭게 말씀하셨다.
취미에 불과했던 탑 탐구는,
어느새 그녀를 어마어마한 경지에 이른 마법사로 만들었고.
“결국 거대길드의 눈 밖에 났지. 통제불가능한 대마법사란 눈엣가시일 테니.”
어머니는 거대길드의 습격으로 돌아가셨다고.
너무나도 덤덤히 중얼거리시는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며,
무진은 그제야 깨달았다.
무진이 어린 나이에 마법사의 재능을 각성했을 때.
아버지의 표정이 그렇게나 참담했던 이유를.
“이게 네 엄마의 일기란다.”
아버지가 건네주신 너덜너덜한 일기장.
무진은 그것이 오래되어 생긴 손때가 아님을 알아차렸다.
너무 많이 책장을 넘겨 너덜너덜해진 페이지.
필시 어머니가 떠난 후에 수도 없이 넘겨진 흔적이리라.
“예.”
무진은 그것을 소중히 받아들었다.
묵직한 감각.
이 일기장에, 얼굴조차 알지 못하는 어머니의 삶이 담겨있다.
“일기장이라기보다는 탐구일지에 가까우니 너무 기대하지 말거라. 가족과 관련한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아. 탑에 대한 이야기만 가득...”
거기까지 말씀하시던 아버지는 말을 멈추셨다.
아버지의 눈에 씁쓸함과 희열,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30년 전의 네 어미와 똑같은 눈을 하고 있구나.”
무진은 스스로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당연히 분위기에 어울리는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을 줄 알았는데.
무진의 눈은 일기장을 향해 있으나, 어딘가 초점이 어긋나있었다.
그 눈동자에 가득 들어찬, 호기심이라는 이름의 형용할 수 없는 광기란.
“내 아들이지만, 정말로 빼다박았어...”
아버지는 그런 무진을 그리운 눈으로 바라보고 계셨다.
하염 없이.
***
그날 이후로 무진은 어머니의 일기를 탐독하는 데에 시간을 쏟았다.
- ...의아했다. 고블린의 육체는 분명 인간 유아의 것과 비슷하건만, 그 근력은 성인과 비슷한 수준이니. 나는 이 부분에 마력의 개입이 있으리라 여겨 확인해보았다. 아니나다를까 고블린의 신체에는 미약하게나마 신체강화가...
“평생 네 어미를 봐왔고, 또 너를 봐왔기에 알 수 있다.”
임종 직전, 아버지는 무진을 붙잡고 말씀하셨다.
“분명 넌 탑을 오르기 시작할 테고, 네 어미를 뛰어넘는 마법사가 되어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지.”
무진은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아버지의 몸을 타고 흐르는 미세한 마력이 느껴진다.
아버지의 숨이 곧 끊어지리라는 것을,
무진의 정신나간 재능이 알려주고 있었다.
“별이 되거라. 거대길드를 부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별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숨을 거두셨다.
더 없이 후련한 얼굴로.
“...아버지.”
본디 떠나는 사람의 고통은 순간이고,
남겨진 사람의 고통은 길게 이어지는 법.
무진은 몇 달 간,
아버지와 어머니가 남겨주신 일기장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 ...아들이 생겼다. 내 뱃속에 또 다른 생명이 들어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감각이다. 정령마법 사용자들이 과연 이런 기분일까. 어쩌면 하나의 생명에 다른 생명을 중첩시킨다는 개념은 소환 계열 마법에서 중첩발동의...
말 없이 페이지를 넘기는 무진.
가끔 울컥하는 일도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의 폭풍은 차츰 잦아들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휘몰아치던 감정이 잦아들고 나니 남은 것은 호기심이었다.
호기심,
어머니가 무진에게 남긴 유산.
마침내 어머니의 일기를 다 읽어버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부족하다.”
무진은 홀린 듯 중얼거렸다.
더 알고 싶다.
이런 일기장에 적혀있는 단편적인 정보 말고,
더 많은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무진은,
그의 어머니가 30년 전에 그랬듯.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유언으로서 예언했듯.
희열에 젖은 눈으로 읊조렸다.
“탑 입장.”
[탑 1층에 입장합니다.]
눈부신 빛-
그리고 다음 순간.
어느새 무진은 낯선 세상에 서 있었다.
***
드높은 하늘과 새하얀 구름.
찬란히 빛나는 개울과 지평선까지 펼쳐진 초원.
"이게 탑 내부인가."
듣던 그대로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렇게 멍하니 서있던 무진의 눈 앞에 떠오르는 알림창.
[탑에 처음 입장하였습니다.]
[정보를 확인 중입니다.]
[1레벨 마법사 클래스가 확인되었습니다.]
[Ex급 고유 특성, ‘종말의 대마법사’가 확인되었습니다.]
“아.”
어느새 잊고 살고 있었다.
아주 어렸을 적 각성했던 고유 특성이었던가.
탑 밖에도 감정용 아이템은 차고 넘치지만,
오직 ‘고유 특성’ 만큼은 본인 외에 그 누구도 확인할 수 없으니.
“Ex급 특성은 대체-”
그 순간,
머릿속으로 밀려드는 거대한 파도.
무진은 차마 말을 끝맺지 못했다.
파도가 덮치는 듯,
벼락이 내리꽂히는 듯,
아득한 충격이 무진의 뇌를 흠뻑 적시고-
“이것이...”
한 순간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던 허공에,
무수한 마력이 들어차있는 것이 느껴진다.
아니, 마력뿐이 아니다.
미세한 흐름, 농도, 종류와 정보.
그 모든 것이 자연스레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온다.
“마력.”
무아지경에 빠진 무진의 눈 앞에, 특성창이 떠올라있었다.
[고유 특성 ‘종말의 대마법사’]
- 등급 : Ex
- 효과 : 모든 종류의 마력에 대한 인지능력과 조작능력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릅니다.
쏴아아아-
폭풍처럼 몰아치는 푸르른 충격 속에서.
무진은 한참이나 멍하니 서 있어야 했다.
평생 느껴온 감각을 뒤엎고,
제 6의 감각을 느낀다는 것.
그것은 하나의 세계를 새롭게 인지하는 것과 같기에.
[축하합니다! 탑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무진은 무아지경 속에서,
마법사의 재능을 각성했다.
그것도 불가능한 수준에 이른 재능을.
- 작가의말
퓨전펑크의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세계관을 최대한 천천히 풀 생각입니다.
2화까지는 일반 탑등반물처럼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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