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펑크의 SSS급 천재 마법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숲빛은하
작품등록일 :
2025.05.09 01:49
최근연재일 :
2025.05.23 07:25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950
추천수 :
49
글자수 :
106,186

작성
25.05.10 14:20
조회
69
추천
2
글자
20쪽

스캐빈저 이용준 (1)

DUMMY

눈에 익은 풍경.


먼 곳의 숲그늘로부터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맑은 소리를 머금고 흐르는 투명한 개울.


그 한가운데에 더럽고 냄새나는 고블린이 5마리.


“숫자가 5배로 늘었군.”


무진이 피식 웃었다.


숫자만 다섯 배가 아니다.

저마다의 손에 든 팔뚝만한 단검.


예리하긴커녕 오히려 무디고 지저분해보이는 것이 더 살벌하다.


“고작 한 층 올라왔는데 차이가 심하지 않나.”


물론 이곳에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이는 없었다.


“키에에엑-!”

“키에, 키에엑-!”


괴성으로 답해줄 수 있는 존재라면 모를까.


이번에는 관찰할 필요가 없었다.

지난 번과 같은 고블린.

특별한 점이 없음은 2층에 소환되자마자 알아차렸다.


‘다대일 전투, 연습해야 할 부분이었는데 마침 잘됐어.’


마법사다운 화려한 전투나 멋부린 동작은 필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


‘방어 수단으로 실드와 육체강화.’


그리고 거리를 유지하며 마력탄을 쏜다.


탕-!

가장 앞에 서 있던 고블린의 머리가 단숨에 꿰뚫...

리진 않았다.


“키에에엑-!”


두개골에 마력탄이 박혀 죽었긴 하지만,

관통할 위력은 안되는 모양.


‘하기야, 1레벨 기본스킬인데 이 정도가 어디야.’


선공을 인지하자마자 달려들기 시작하는 고블린들.

손에 쥔 단검을 마구잡이로 휘저으며 달려든다.


눈을 뒤집으며 칼을 쥐고 달려오는 저 기세만큼은 인정해줄 만하다.

4마리가 동시에 달려오면 아무리 고블린이라도 버겁겠지.


‘우선은 실드.’


허공에 모여드는 마력.

반투명하게 굳어가 하나의 장벽이 되고,


퍽- 퍽- 퍽-

돌진의 기세를 늦추지 못한 고블린들이 실드에 처박힌다.


‘그리고 거리 유지.’


뒤로 움직이려다 말고 무진은 멈칫했다.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않는 몸.


실드를 우회한 고블린 한 마리가 옆에서 기습했기 때문에?

아니면 실드가 고블린들의 칼질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내려서?


“아-”


아니,

지금 뇌리를 스친 이 충격이,

마력을 처음 깨달은 순간과 맞먹는 강도로 뇌를 지졌기 때문이다.


“키아아악-!”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달려드는 고블린 한 마리.


무진은 그것을 똑똑히 보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다른 생각이라도 하듯 멍하니,


‘실드로 방어하고 거리를 벌리며 원거리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야 당연하다.

무진은 마법사니까.


그러나 지금 느껴지는 이 감각은,

무진이 처음 세웠던 전략을 전면부정하고 있다.


휙-

고블린이 휘두른 단검이 허공을 가르고,

스치듯 회피한 무진이 그대로 고블린을 걷어찼다.


콰직-

육체강화한 다리가 그대로 머리에 직격했으니,

아마 즉사였겠지.


등 뒤에서 단검을 찔러오는 고블린 두 마리.

분명 시야의 사각이건만,


‘전부 느껴진다.’


단검이 날아오는 속도도, 방향도.

각각 양쪽 허벅지를 노린다는 것도.


무진의 시선이,

방금 머리를 걷어차인 고블린이 지면에 떨어뜨린 단검을 향했다.


툭-

발 끝으로 차올려 허공에 띄운 단검.

그것을 낚아채며 그대로 뒤돌아 한 마리의 머리를 꿰뚫고,


아랑곳하지 않고 허벅지를 향해 검을 찔러오는 나머지 한 마리.

순간적으로 신체강화한 무릎을 그대로 그 얼굴에 꽂아넣는다.


퍽-!

공중에 떠올라 날아가는 고블린,

코피가 포물선을 그리며 흐르고.


쐐애액-!

허공에 뜬 고블린을 향해 직선으로 뒤쫓는 단검.

무진이 확인사살로 던진 단검은 고블린의 목을 꿰뚫었다.


“한 마리 남았군.”


마치 평생을 탑에서 고블린과 싸우며 살아온 전사라도 되는 양.

모든 간극과 시간을 지배하며 전투하는 기예.


실드와 마력탄을 번갈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고블린 쯤은 쉽다.


몹시 지루하긴 했겠지만,

오히려 직접 몸을 쓰는 것보다 훨씬 안전했겠지.


그러나,


‘전부 보인다.’


모든 움직임이 느껴진다.

언제 어디로 공격이 향하고,

이 다음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부.


이제야 깨달았다.

모든 종류의 마력에 대한 인지능력이 인간을 초월한다고 했었나.


‘탑의 모든 생명체는 마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모든 움직임이랬자 결국 마력의 흐름의 연장선에 불과한 것.

즉,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전부 무진의 인지 하에 있다.


탑 내부에서라면 그야말로 전지에 가까운 능력.


‘아니, 탑 내부 뿐만이 아니야.’


탑 외부에서도 마찬가지.


맨몸의 일반인이라면 모를까,

조금이라도 마력을 사용하는 이라면 그 모든 움직임이 무진에겐 보이겠지.


무진은 떨고 있는 고블린 한 마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역시 모든 가르침은 결국 고블린으로부터 오는군요. 감사합니다, 스승님.”


손 끝에 마력이 응집해 맺히는 작은 구체.

마력탄, 그 기본스킬에 마력을 조금 더 채워넣어 크기를 키운 결과였다.


“불초 제자는 이제 그만 하산하겠나이다.”

“키에에엑-!”


고블린은 무진의 성취를 축복하며 장렬히 승천했다.


[탑 2층을 클리어하였습니다.]

[클리어 보상이 지급됩니다.]

[마정석 20g, 고블린의 더러운 단검을 획득하였습니다.]


[업적을 정산하는 중입니다...]


“설마 또...?”


무진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다렸다는 듯 떠오르는 알림.


[불가능한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세계 최초로 탑 2층을 SSS급으로 클리어하였습니다.]


“이번에도 SSS급인가.”


혹시나 1층만 특별한 결과가 나왔나 했는데.

아직 하루가 다 가지도 않았는데 전세계가 또 뒤집힐 것이 뻔하다.


[업적 보상이 지급됩니다.]

[아티팩트 ‘아카시아의 두 번째 거울조각’을 획득하였습니다.]


떠오르는 알림과 함께 눈 앞에 나타난 아티팩트.


“이번이 두 번째 조각이면 뭐... 4조각 다 모으면 완성되는거냐.”


무진이 불만족스럽게 쳐다봐도 아티팩트는 제자리에 둥둥 떠 있을 뿐.


그러나 손에 쥐는 순간,

밝게 터져나오는 빛.


[아티팩트 ‘아카시아의 첫 번째 거울조각’과 ‘아카시아의 두 번째 거울조각’이 융합됩니다.]

[아티팩트 ‘아카시아의 거울 (2/4)’를 획득하였습니다.]


[아카시아의 거울 (2/4)]


- 분류 : 아티팩트


- 여왕 아카시아는 거울 속에 펼쳐진 세계를 동경해왔습니다. 이 추악하고 음울한 세계에서 벗어나 거울 속 고요한 세계로 도망가고 싶었죠. 결국 그녀는 반쯤 성공했습니다.


- 아아,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란. 아카시아는 이 아름다운 세계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영원히, 영원히 이곳에서 살 수 있다면...


- 효과 : 거울에 닿은 스킬을 흡수합니다. 흡수한 스킬은 다시 꺼낼 수 있습니다. (최대 2개까지 저장 가능)


“...아티팩트는 죄다 초고가의 보물이라더니.”


효과 하나만큼은 정신나간 수준.

스킬 흡수나 꺼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미처 막지 못한 마법이 있을 때 아티팩트로 흡수해버리면 되는 일이니,


‘사실상 2회 한정 어떤 스킬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인 셈인가.’


아직 거울조각을 2개 모았는데 2번까지 흡수가능이라면.

4개 전부 모으면 4번까지 흡수할 수 있으려나.


무진은 생각에 잠긴 채 탑을 퇴장했다.


***


수십 년 전.

정치인들을 미친 듯이 욕하던 국민들조차, 여야를 막론하고 정부를 열렬히 지지하던 시대.


물론 그것이 결코 당시 정부가 훌륭해서는 아니었다.

사람 목숨을 개미 보듯 보는 거대길드보다야, 정부가 낫다고 보았던 까닭이었으니.


정부의 부패는 기껏해야 세금낭비 수준이었지만,

길드의 부패는 대량살인이나 인신매매에 이르렀기에.


한창 고조되어가던 길드와 정부 간의 갈등.

참다못한 정부가 법의 한계를 넘어서는 강력제제를 선언하자,


“그래서 정부가 우릴 막을 수 있긴 한가?”


거대길드 아리랑 길드장의 발언.


희대의 망언이자,

위대한 명언이었고,

구시대의 유언이자,

새 시대를 여는 선언이었다.


몇 번의 무력충돌 끝에 정부는 더 이상 치안을 유지할 힘이 없음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여력으로 서울만을 보호하기로 결정했으니,


그렇게 버려진 서울 외의 지역들.

거대길드들이 지배하는 그 수많은 지역들 가운데.


인천.

이곳은 주인이 없는 땅이었고,

그것은 곧 이 땅이 약육강식의 무법지대임을 의미했다.


***


어제와 같은 시간대.

인천 14지구 뒷골목.


어제와 달리 비는 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 인천 특유의 축축하고 암울한 안개가, 온 거리에 들어차 거렁뱅이들의 희망을 빨아먹고 있다.


“야 이 새끼야!!”


대뜸 누군가가 내지른 소리에 무진이 힐긋 쳐다보자,


“시발, 약은 어따 빼돌렸어!”


무진을 부른 것은 아니었던 모양.

신경 끄고 갈 길 가려다 말고 무진은 그들의 손에 들린 총기를 발견했다.


‘갱단인가.’


그림자가 짙게 진 뒷골목.

2레벨 각성자조차 죽일 수 있는 총.

그 구하기 힘든 물건을 저마다 손에 들고 한 남자를 협박하고 있는 광경.


무진은 시선을 돌렸다.

약을 빼돌린 갱단 놈도 잘한 건 없으니.


탕-!

한참 걷다보니 등 뒤에서 들려오는 총소리.

아마 빼돌린 약값은 장기를 팔아 충당하겠지.


축축한 안개 속을 걷다보니, 길가에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인영들.

인간이 아니다.


마치 시체와 같은 섬뜩한 외견.

인체모형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놓은 듯한 불쾌한 골짜기.

아마 길드의 쓰레기장에서 구형 안드로이드를 주워왔겠지.


[섹시 펍 아프로디테에 어서오세요. 오직 당신만을 위한 맞춤형 바디, 23체의 휴머노이드가 당신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듯한 반쯤 부서진 안드로이드.

마네킹처럼 세워둔 그것들이, 금속성 목소리로 같은 말을 반복한다.


[거기 지나가는 당신, 섹시 펍 아프로디테에 어서오세요. 오직 당신만을...]


‘이게 인천 두 자리수 지구.’


길드의 시선이 닿지 않는 무법지대의 일상.


좀 더 걷다보니 다소 낯익은 거리가 보인다.

어제 왔던 곳이다보니 익숙할 수 밖에.


축축하게 번들거리는 아스팔트 바닥.

그에 반사되는 화려한 조명을 짓밟으며,

무진은 섰다.


“도망치면 죽일 생각이었는데. 잘 찾아왔군.”


물론 블러핑이었다.

무진은 저런 양아치를 찾아 죽일 만큼 한가하지도 않거니와,

애초에 저들이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저들 또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겠지.


“예, 예에. 인천 용병은 신뢰로 먹고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공포는 별개의 문제.

양아치 둘이 덜덜 떨면서 화염 마법 스크롤을 바쳤다.


“어제 분명, 따로 쟁여둔 것이 몇 개 더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무진은 스크롤 하나를 받아들며 중얼거렸다.

몇 개가 아니라 하나.


“고작 100만원에 목숨을 걸고 내 기억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나?”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어떻게든 침을 삼키며 대답하는 둘.


“아니, 아닙니다. 분명 저희가 가진 스크롤은 4개가 더 있었습니다만...”

“다만?”

“4개 중 3개를 털렸습니다. 그리고 남은 하나를 지금 드린 거구요...”


서늘하게 가라앉는 무진의 눈.

삽시간에 기온이 낮아진 듯한 착각 속에서, 둘은 겁에 질린 채 말을 이었다.


“원래 이 스크롤은 길드의 물건이었습니다. 어디 길드인진 몰라도 유통 중이던 것을 빼돌린 물건이죠.”

“...미친건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도 아니고.

훔칠 게 없어서 겁도 없이 길드의 물건을 훔쳐?


그런 뉘앙스를 알아차렸는지, 까무잡잡한 놈이 손을 휘저었다.


“아유, 저희가 그랬겠습니까요. 그럴 깡도 없거니와 그럴 능력도 없는데 말입니다.”

“길드의 물건을 스캐빈저들이 중간에 습격해 빼돌렸는데, 그놈들이 이 인천 바닥으로 기어들어온 겁니다.”


스캐빈저.

아예 도적질을 하기 위해 뭉친 불법 조직.


그러나 예로부터 나라가 말세면 도적떼가 설친다 하던가.

이 망해버린 세상에서 스캐빈저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차고 넘쳤다.


문제는 이들이 훔치는 것은 각종 재물뿐 아니라,

사람의 장기나 이식되어 있는 사이버웨어를 산 채로 뜯어가 팔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스캐빈저들이 스크롤 수백 개를 나르는 도중 떨군 다섯 개를, 저희가 주운 겁니다.”


금발 놈이 어두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고작 수백 개 중 다섯 개 주운 걸로 집까지 찾아낼 줄은 몰랐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주웠을 텐데.”


원래 마법 스크롤이라는 물건이, 이런 양아치 둘이 5개씩이나 가질 만한 물건은 아니다.

대체 어디서 이런 걸 손에 넣었나 했더니, 꽤나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었던 모양.


“저희를 찾아온 놈들은 5명이었는데, 그 중 한 놈은 무려 2레벨이더군요. 이거 하나라도 들고 튀었죠.”


형님 드려야 할 물건만큼은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되도 않는 아부를 덧붙이는 건 덤.

무진이 피식 웃고는 물었다.


“스크롤을 전부 사용해도 못 이길 정돈가?”

“그 2레벨 놈은 무려 현상금까지 붙은 놈이었습니다. 저희 따위가 어떻게...”


무진은 고개를 숙여 금발 놈과 눈을 마주쳤다.

무진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숨을 삼키는 놈.


“너, 이름이 뭐지.”

“금성입니다.”

“넌?”

“검준입니다.”


금발 양아치 놈이 금성.

까무잡잡한 놈이 검준.

무진은 기억에 남겼다.


“안내해라.”

“...예, 예?”


무진은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순진한 척 하지말고 안내나 하라고.”


금성과 검준 2인조는 어제 이미 무진이 음지에 처음 발을 들였음을 눈치챘다.


그 정도 힘이라면 둘과 같은 삼류 양아치 돈을 뜯을 필요가 없을 텐데.

최소 레벨 2~3은 되는 실력자로 보임에도 돈이 부족하다는 것은 한 가지를 의미한다.


양지에서 도망쳐와서 돈이 없는 이.

그러나 음지에 막 기어들어온 탓에 일자리를 구하는 법을 알지 못하는 이.


‘그야말로 기연이나 다름 없었겠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하루살이들에게 있어,

조금만 빌 붙어도 콩고물이 떨어지는 금광이나 다름 없으니.


‘그래서 도망치지 않고 오늘 이 자리에 나올 거라 확신했다. 스크롤까지 챙겨서.’


아니나다를까 꺼내는 스캐빈저 이야기.

거기에 그들을 잡으면 스크롤 3개와 현상금까지 얻을 수 있음을 넌지시 돌려말하는 꼴을 보면 뻔하다.


“내가 그들을 잡아주길 원하는 것 아닌가.”


가식은 집어치우고 진행하자는 무진의 말에 금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희는 정보만 제공하고, 저들을 잡는 과정에서 나오는 현상금과 스크롤은 전부 드리겠습니다.”


무진의 입가가 비틀려올라갔다.


‘정보만 제공하고 보상은 전부 드린다, 말로는 그럴듯하지만.’


사실 저들은 스캐빈저들에게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

무진은 그들을 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현상금과 스크롤? 그건 스캐빈저 놈들이 떨구는 거고. 니들은 뭘 줄 수 있지?”

“...현금 백만원을 드리겠습니다.”

“백오십.”

“저희가 지금 가진 돈이 그게 전부입니다. 형님이 이미 어제 오십 가까이 가져가기도 하셨고...”

“백오십.”

“...예, 알겠습니다.”


금성은 이 이상의 실랑이가 의미 없음을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진 또한 이들이 그 이상의 돈을 가졌을 것 같아보이진 않았고.


“현상금은?”

“삼백입니다.”

“그럼 총 450... 나쁘지 않아.”


무진이 흡족한 미소를 띄웠다.

양아치 5명 때려잡고 450이라.


“바로 이동하지.”

“지, 지금 당장 말씀이십니까?”

“시간이 별로 없어.”


무진은 시계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하루에 탑은 1번씩 입장이 가능하다.

오늘치 탑 입장은 자정 쯤에 미리 다녀왔으니 상관 없지만,

혹시라도 이 일을 내일 처리하려다가 내일 치 탑 입장을 못하면 큰 손해.


“안내해라.”


무진은 금성과 검준을 앞세워 걸었다.

아가리를 쩍 벌린 도시의 그림자 속으로.


밤이 되자 습기가 차는 것이 곧 비가 올 성 싶었다.


***


“시발, 개시발, 왜 하필...!”


이용준은 초조한 마음에 호흡마저 거칠어져 있었다.


쿵쿵쿵쿵-

얼마 전에 새로 이식한 혈류증폭형 인공심장이 요동친다.


길드의 스크롤을 훔친 것까진 좋았다.

하나에 백 이상 하는 스크롤을 수백 개나 훔쳤으니.


그런데 그 어디 시골 중소길드의 물건인 줄 알았던 것이,


“유성 길드라고...!”


거대길드 유성.

강원도를 지배하는 거대길드 가운데 하나.

그 규모는 일개 스캐빈저 따위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에 달한다.


“그 새끼 말만 믿었다가 이게 뭔 시발...”


이용준이 겁대가리 없이 탐욕에 눈 멀어 길드의 물건을 건드린 것은 아니었다.


잘 나가는 스캐빈저 강민재.

이용준의 상사이자 무려 3레벨에 달한 도적 강민재가 이용준을 꼬드긴 것이었다.


길드 입장에서 고작 스크롤 수백개는 잃어도 그러려니 한 수준이라,

설령 훔쳐도 쫓지 않을 거라고.

이런 일은 하도 많이 해봐서 아주 이골이 났다고.


그리고 그 결과가,


[현상수배]


스캐빈저 강민재 : 1000만원

[수배범 상세정보 보기]


스캐빈저 이용준 : 300만원

[수배범 상세정보 보기]


유성에서 내건 현상금이었다.


하늘을 주무른다는 그 거대길드의 위용을 고려할 때,

이 정도 현상금이면 강민재 말대로 정말 관심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지만.


공룡이 애교로 휘두른 꼬리에도 사람은 척추가 부러지는 법.

이 정도 현상금으로도 이용준에게는 큰 위협이었다.


“스크롤을 되찾아서 돌려드려야 한다. 유성 분들께 용서받으려면...”


핏발 선 눈으로 중얼거리는 이용준.

왼쪽 눈을 대신한 안구이식형 사이버웨어 또한 섬뜩한 붉은빛을 번뜩인다.


강민재는 저 혼자 살겠다고 어딘가로 잠적한지 오래.

이제 용준에게 남은 것은 스캐빈저 조직 내에서 그를 잘 따르던 후배 넷 뿐이니.


스크롤을 훔쳐간 금발 놈과 까무잡잡한 놈.

그놈들이 살던 폐건물을 빼앗아 눌러앉은 지금의 상황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거의 노숙이나 다름 없는 생활이 아닌가.


“선배님, 누가 접근해오는데요?”

“뭐?”


벌떡 일어나는 이용준.


“현상금 사냥꾼인가? 내 위치는 어떻게 알고!”


또 다시 초조해져 숨을 몰아쉬는 그에게 후배 하나가 말했다.


“아니, 스크롤 훔친 그놈들인 것 같습니다.”

“...하.”


불안해하던 이용준의 입가에 미소가 스몄다.


“스크롤을 바치러 왔구나. 집까지 찾아내서 위협한 보람이 있었어.”


저벅, 저벅-

발걸음 소리가 셋.

모르는 발소리에 잠시 긴장했지만,


“모르는 한 놈도 일반인 수준이군.”


느껴지는 마력이 대충 일반인 수준.

2레벨 도적인 이용준이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1레벨과 2레벨의 차이는 결코 메울 수 없을 만큼 크기에.


신체개조마저 상당한 수준에 이른 이용준이라면,

아예 벌레 잡듯 셋 모두 쓸어버릴 수 있겠지.


이용준은 2층에서 1층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살갑게 손을 비비며.


“자, 좋게 좋게 가자고. 스크롤만 내놔. 살려줄 테니까. 약속하지.”


활짝 웃는 미소.

언뜻 보기엔 반가운 손님을 맞는 듯 보이기까지하는 그 태도는,


“네가 스캐빈저 이용준인가?”


금세 씻은 듯 가셨다.


“지금 항복하면 생포해서 가겠다. 현상금은 생사여부가 불문이랬으니.”

“뭐?”


아무리 봐도 일반인 수준인 남자가 나서서 하는 말에,

이용준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그러니까 지금 니가 날 잡아서 현상금을 타겠다고? 그것도 생포해서?”


그 정도로 우습게 보였던 말인가.

현상금이 걸렸다고 해서 2레벨의 능력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닌데.


이용준이 이 바닥에 몸을 담근지도 30년 차.

그 긴 시간 동안 1레벨의 일반인이 2레벨의 초인을 잡았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이용준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딴 허접한 새끼들까지 이런 소릴 뱉을 정도면... 진짜 내가 많이 우스워지긴 했구나.”


심지어 그런 헛소리를 뱉은 남자가 들고 있는 무기.


고블린의 낡은 단검.

5만원짜리 싸구려 장비다.


“웬 시발 버러지같은게...”


이용준의 이가 으득 갈렸지만 이내 분노를 가라앉혔다.

이런 놈들까지 직접 상대할 짬은 아니지 않나.


까닥-

가벼운 손짓.


그에 맞춰 후배 넷이 각자 무기를 들고 나섰다.


“그냥 죽여.”


대답 대신 고개를 숙이는 넷.


이용준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이제 현상금도 걸려서 시체 처리도 힘든데.


‘귀찮게시리.’


쿵-!

곧 이어 들려오는 굉음.


이용준은 생각했다.

1레벨 짜리 일반인끼리 싸우면서 요란스럽기도 하지.

하기야 저들이 할 줄 아는 게 치고박는 거 밖에 더 있던가.


‘뭐, 구경이나 해 볼까.’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어...?”


눈에 보인 것은 예상과는 많이 다른 광경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퓨전펑크의 SSS급 천재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더 나은 작품으로 돌아오겠습니다. 25.05.23 24 0 -
17 스캐빈저 강민재 (3) 25.05.23 25 1 14쪽
16 스캐빈저 강민재 (2) 25.05.22 27 1 15쪽
15 스캐빈저 강민재 (1) 25.05.21 30 4 13쪽
14 오우거 전사 (2) 25.05.20 29 3 11쪽
13 오우거 전사 (1) 25.05.19 36 2 11쪽
12 고민을 많이 했는데 25.05.18 49 5 11쪽
11 보드카맛 케이크국밥 (2) 25.05.17 42 3 13쪽
10 보드카맛 케이크국밥 (1) 25.05.16 45 4 13쪽
9 브로커 서윤 25.05.15 48 3 20쪽
8 고위 마법 25.05.14 64 5 13쪽
7 괴물이겠지 25.05.13 55 2 18쪽
6 스캐빈저 이용준 (3) 25.05.12 60 2 12쪽
5 스캐빈저 이용준 (2) 25.05.11 64 2 13쪽
» 스캐빈저 이용준 (1) 25.05.10 70 2 20쪽
3 인천 14지구 25.05.09 78 3 16쪽
2 SSS 클리어 25.05.09 91 3 11쪽
1 종말의 대마법사 25.05.09 123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