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도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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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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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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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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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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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가 되었다(2)

DUMMY

어느 날 갑자기.

 

수많은 웹소설과 웹툰을 보며 익숙해진 도입부.

지금, 나는 그 지겨운 템플릿을 직접 읊고 있다.

 

왜냐고?

 

“하아...”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

나는 내가 만든 캐릭터에 ‘빙의’당했다.

 

[아카데미.exe]

 

이 성의없는 이름이 바로 내가 빙의당한 게임의 이름이다.

 

그 게임의 클리어 기념으로 받은 제작툴로

캐릭터를 완성하고 쓰러졌을 뿐인데, 눈을 뜨니 이 세계였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는 앞으로 내가 다니게될 아카데미를 향해

마차를 타고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여기에 도착한 이유...

 

지금으로부터 한달전 숲속에 은거중이던 나에게

아카데미의 입학장이 날아왔다.

 

'아르카나 아카데미'

 

이 게임의 ‘주인공’이 다니게 될 핵심 무대.

 

사실, 입학 통보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애초에 내가 만든 캐릭터가 인게임에 추가될 예정이었으니까.

 

그나마 정말 다행인건 이 이야기의 주인공에 빙의 당하지 않은것만해도 감지덕지다.

 

누군가는 묻겠지.

 

“그래도 주인공이면 히로인이랑 엮이고, 좋잖아?”

 

천만의 말씀.

주인공의 길은 시련의 연속이다.

 

시험, 위기, 배신, 악당···

이 게임의 본 시나리오만 봐도, 평온한 시기는 아주 짧다.

 

‘그 고생을 왜 내가 대신 해?’

 

내 결론은 하나다.

 

적당히 학교생활 구경하고, 게임 속 맛집 투어나 다닐 거다.

 

위험한 사건은 주인공에게 맡기고, 나는 맛있는 걸 먹고 다닐 예정이다.

 

물론···

 

그가 실패하면 이 세계는 멸망하지만.

애초에 시련은 내 스타일이 아니기도하고

 

나중에 주인공녀석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지 못할거같을때

그럴때 조금씩만 나설 생각이다.

 

'애초에 그녀석이 실패하면 이세상은 멸망하니까'


“뭐··· 그 녀석이 어련히 잘 하겠지.”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이며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끼이익···!


말굽 소리와 함께 마차가 덜컥 멈췄다.


“어이, 한. 일어났나? 지금 막 아카데미에 도착했다.”


덥수룩한 수염을 쓸어내리며 상단주가 외쳤다.

그가 몰던 마차는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는 듯, 아카데미 입구 인근 언덕 위에서 멈춰섰다.


“여기서부터는 걸어서 가야겠군. 저쪽 길 따라가면 곧 강당이 나올 거야.”


나는 조심스레 마차에서 내렸다.


“태워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내 인사에 그는 쿡,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감사는 내가 해야지.

덕분에 살아서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으니까.”


그는 고삐를 정리하며, 잠시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볼 생각이냐?”


앞으로라...


솔직히 원래 세계에 대한 미련은 이미 없었다.

가족도 친구도, 남아 있는 인연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러니 이제는 그냥


“음··· 맛있는 거 먹고, 느긋하게 살아보려구요.”


그 말에 그는 한참을 웃었다.


“하하하! 평화롭게 산다니, 좋은 생각이군. 나도 그게 제일이지.”


그러다 이내 웃음을 거두며, 천천히 내 어깨를 툭 건드렸다.


“하지만 말이야··· 너 같은 아이가 평화롭게만 살아주긴, 좀 아깝기도 해.”


나는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는 짧은 숨을 토해내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그쪽으론 나름 촉이 있는 편인데 말이지, 너한테선 묘하게 그런 기운이 느껴져.”

“물처럼 흘러가려고 해도, 결국 흐름을 바꾸는 쪽에 서게 될 녀석들 말이야.”

“저는 그런 거 관심 없는데요...”

“그래. 지금은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 거다. 자네가 얼마나 먼 데까지 갈 수 있을 사람인지.”


그는 고삐를 틀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만약 그날이 오면··· 우리 상단, 잊지 말아줘.

조금은 자랑스러워하고 싶으니까.”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떠나는 마차를 조용히 배웅했다.


마차가 사라지고 나서야,

정문 너머로 보이는 광대한 건물들이

눈에 또렷이 들어왔다.


···진짜다.

이제 진짜, 게임 속 세계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가 너무 고팠다.

 

ㅡ꼬르륵

 

“하... 배고프네.”

 

입학식에 늦을까 봐 상단주 아저씨가 빠르게 움직이자

닦달을 해서 밥을 못먹어서일까,아까부터 계속 속에서 항의가 들려왔다.

 

“시간이 애매하니 간단하게라도 먹자.”

 

그렇게 길을 걷던 중, 시야에 작은 카페 하나가 눈에 밟혔다.


익숙한 간판.

익숙한 위치.

익숙한 메뉴.

 

‘카페 하버...?’

 

무심코 발걸음을 옮겼다.

 

 

*****

 

"감사합니다. 많이파세요"

 

카페에 나온 나의 손에는 방금막 만들어진 샌드위치와 딸기쥬스가 쥐어져있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마침 카페 앞에 밴치가 눈에띄어 밴치에 주저앉아 샌드위치의 포장을 벗겨내 한입 베어물었다.

 

'오 생각보다 괜찮은데?'

 

[카페 하버]

 

이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주문한건 약간의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가끔 게임을할때 히로인과의 호감도 작업때문에 이 카페에 올때가 가끔있었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여기 샌드위치를 꼭 먹어보라고 눈을 빛내며 매번 추천을 해왔기때문에

어느정도 맛이 궁금한 이유도있었다.

 

"하도 추천을 하길래 얼마나 맛있나했더니 자주와야겠어"

 

아직 샌드위치만 먹어봤지만 게임을 하다보면 꼭 먹어보고싶었던 음식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빙의전에는 의외로 식도락을 즐겼던만큼 이세계에서도 먹고싶었던 음식들은 꼭 먹으러 가볼 예정이었다.

 

'그나저나 아직은 여기를 모르는건가?'

 

주위를 둘러봤지만 주인공에게 늘 샌드위치를 추천했던 그녀는 아직 이곳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긴 걔가 여기를 추천하는것도 입학하고 시간이 어느정도 지난뒤였으니까'

 

"슬슬 출발할까...?"

 

다먹은 쓰레기를 비우러 카페에 다시 들어가니 카운터에는 분홍머리의 한 여자애가 우물쭈물 서서

제 품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뒤로 줄을 서있던 사람들의 불만섞인 표정을 보아하니

한참동안 계산을 못한모양이다.

 

"손님 정말 죄송하지만 뒤에 분들이 오래 기다리셔서요..."

 

"죄송합니다 분명 지갑이 여기에 있었는데...!"

 

하지만 계속해서 지갑이 나타나지 않자 직원의 권유를 듣던 그녀역시 포기를한듯 줄을 벗어나려는 찰나

 

ㅡ꼬르륵...

 

'아이고...'

 

제 배에서 나는 소리에 놀란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다 나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보아하니 방금전 울린 소리를 내가 들었다는걸 알아차린듯 했다.

 

그녀는 붉어지다 못해 터질듯한 얼굴을 두손으로 가린체 도망치듯 카페를 빠져나갔다.

다급하게 카페를 벗어나던 그녀의 복장을보니 나와같은 신입생인듯 했다.

 

원래라면 한참 여동생뻘의 여자가 밥을 굶고 다니는 모습을 두눈으로 지켜보니 뭔가 동정심이 피어났다.

 

'배고프고 굶는것만큼 서러운게 없는데 참...'

 

지갑을 들여다보니 다행히 지갑에는 충분한 여웃돈이있었다.

 

'아직까지는 여유가있네'

 

나는 서둘러 직원에게 다가가 주문을했다.

 

"저기 죄송한데 아까 제가 먹었던 샌드위치 하나 포장해주세요"

 

도망치는 그녀의 모습을보니 아직 그렇게 멀리가진 않은거같다.

 

*****

 

-타다닥.

 

숨을 몰아쉬며 달리던 아리엘은 어느새 카페에서 꽤 떨어진 공원까지 도착해 있었다.

 

아리엘은 숨을 몰아쉬며 주저 앉아 고개를 감싼 채

중얼거렸다.

 

“으으... 미쳤나 봐. 쪽팔려...”

 

대체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걸까.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모든 게 괜찮았다. 아니, 오히려 좋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상쾌하게 일어났고, 이상하리만치 머리도 잘 말려졌으며 화장도 예쁘게 먹혔다. 뭔가 운이 따라주는 그런 날.

 

거기에 ‘우연히’ 길에서 그를 발견했을 때는,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계획은 완벽했다. 그를 따라 들어간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합석한 후, 입학식까지 함께 가는 흐름. 모든 게 순조로웠다.

 

······적어도 지갑을 잃어버리기 전까진.

 

“우으으... 거기서 왜 지갑을 잃어버려가지고...”

 

자괴감에 빠져 한참이나 고개를 숙였지만, 카페에서 잠깐 눈이 마주쳤던 그를 떠올리자, 어느새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그래도··· 찾았어.”

 

특이한 머리색, 허리춤에 매달린 검, 그리고 선명하게 기억나는 그날의 장면들.

그녀는 확신했다. 오늘 마주친 그가 바로 자신이 그렇게도 애타게 찾아왔던 그 인물이라는 것을.

게다가 같은 신입생이라니. 앞으로의 아카데미 생활을 함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설렘이 밀려왔지만—현실은 잔인했다.

 

카페에서의 소동은 그녀의 모든 희망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분명 알아보겠지···? 내가 어떤 심정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저기요.”

“으으... 다 망했어...”

“저기요...?”

 

한숨 속에 울컥하는 마음을 삭이던 그녀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부터 헛것까지 보이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어깨 위로 따스한 손길이 닿았다.

 

‘응···? 손을 얹었다고?’

 

순간 몸이 굳어버린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가 있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고개를 들어보니 그가 있었다.

그녀가 기다리던 바로 그 사람.

 

‘심호흡, 아리엘. 자연스럽게 인사해. 지금이 기회야.’

 

스스로를 다독이며 손을 내밀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첫 인사를 꺼냈다.

 

“아...아아... 안녕하세요오...”

 

......정정하자.

 

첫인상은 확실하게 조졌다.

 

*****

 

그녀를 발견한건 카페에서 멀리 떨어지지않은 공원이었다.

 

마지막으로 봤던 그녀를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멀리 도망가지않아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벤치에 앉아 배를 움켜쥐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더 배고프지않게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그녀는 내가온걸 눈치체지 못한듯보여 말을 걸었으나

내 말을 듣지못한듯 싶었다.

 

점점 오기가 생겨 결국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나서야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처음에는 긴장한듯 말을 더듬던 그녀였지만 이윽고 목을 가다듬고는 아까전 당황한 얼굴은 어디갔는지

차분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손을 건내 서로의 통성명을 할수있었다.

 

"저는 '한' 이라고합니다 잘부탁 드려요"

 

"이름이 한 이었군요 잘부탁드려요 저는 '아리엘' 이라 합니다."

 

"아까 카페에서 지갑을 잃어버리신거같은데 괜찮으세요?"

 

"아.. 네... 괜찮아요.."

 

역시나 지갑을 잃어버린게 맞은듯했다.

 

나는 아까전 포장해왔던 샌드위치를 그녀에게 건냈다. 

 

“신입생이시죠? 이거 드시고 가요. 맛있어요.”

 

우물쭈물 거리며 내가 건낸 샌드위치를 받은 그녀는 감사인사를 전하며

샌드위치를 받아 먹기 시작했다.

 

"맛있죠?"

 

작고 여린 손.

 

조심스럽게 씹는 모습이 꼭 토끼 같았다.

시간이 다 되어가자 나는 말했다.

 

"저는 슬슬 아카데미로 가려고하는데 괜찮다면 아리엘씨도 같이 가실래요?"

 

"같이요...?"

 

동행을 제안한게 갑작스러워서였을까 아리엘은 눈을 크게뜨고는 내게 되물었다.

 

잠깐의 정적.

 

‘...아니, 이거 생각해보니까 누가 보면 납치하는 줄 알겠는데?’

 

머리속에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허둥지둥하며 말을 덧붙였다.

 

“그, 아카데미 입학생끼리 친해지면 좋잖아요. 혹시 같은 반일 수도 있고...”

 

그녀는 피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저도 혼자 가기 싫었어요. 같이 가죠.”

 

그렇게 우리는 함께 걷기 시작했다.

 

그녀와 같이 동행을 제안한건 좋았지만 벌써 10분째 서로 아무런 대화도없이

묵묵히 길을 걷다보니 입이 바짝말라갔다.

 

그녀또한 묘한 침묵이 신경쓰였는지 내 눈치를 보다 문득 내 허리 춤에 검을보고는 먼저 말을걸어와줬다.

 

“검을 차고 있는 걸 보니, 검술을 쓰시는 건가요?”

 

“네. 부족하지만··· 검을 다룹니다.”

 

"아리엘씨는 검이 안보이는거같은데 혹시 마법사인걸까요?"

 

그녀는 놀란 듯 내 얼굴을 바라봤다.

 

무기를 안쓰는 직업군중에서는 마법사와 정령사가있지만 정령사는 기본적으로 정령술 수련을위해

하급정령을 상시소환하고 다닌다 하지만 아리엘의 주위에는 정령의 흔적이 보이지않았기에 어렵지않은 추론이었다.

 

"그냥 감이에요"

 

'그외에도 여러 특수직업이있지만 그런 특수직업을 가진 캐릭터였다면 내가 기억하고있었겠지...'

 

이후 말문이 트인덕에 아리엘과 여러 이야기를하며 아카데미를 향하던중 문뜩 머릿속에서 위화감이 자리잡았다.

 

'아르카나 아카데미에... 아리엘이라는 학생이 존재했던가?'

 

아니

 

원래 이 세상에는 그녀가 존재하지않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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