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사기꾼 20화
<※본 글은 소설이며 단체명이나 이름 등은 사실이 아닙니다. 작가의 상상에 의한 순수 창작물입니다.>
필드의 사기꾼 20화
알렉산더 침머맨은 민선을 곱게 보내줄 마음이 없는지 자세를 살짝 낮춘다. 클럽 내에서 피지컬이 압도적으로 좋은 알렉산더 침머맨이다.
그런 알렉산더 침머맨을 뚫기엔 콘 사이의 거리가 너무 좁다. 발재간을 부려 벗겨내려 해도 공간이 너무 좁다.
살짝 속도를 높인 민선이 상체 페인팅을 주고 반대쪽으로 공의 진행 방향을 바꾼다. 하지만 알렉산더 침머맨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상체를 그대로 쭉 앞으로 내밀며 오른쪽 뒤꿈치고 공의 방향을 틀고는 몸을 회전시킨다.
“큭!”
민선이 뒤로 튕겨져 나간다. 알렉산더 침머맨의 어깨가 민선을 밀어낸 것이다.
“수비수들이 협력 수비를 하면 그것보다 더 좁은 틈을 뚫고 가야 할 때도 있어.”
안영우의 말에 민선이 공을 가지고 뒤로 물러선다. 다시 한 번 기술을 사용해 알렉산더를 뚫어보려 했지만 이번에도 뒤로 튕겨져 나가고 만다.
“네 빠른 발과 기술이라면 알렉산더 한 명은 제칠 수 있겠지. 하지만 다른 팀 수비수에게도 그것이 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어. 다시 시작!”
삐익-
호각 소리가 울리면 민선은 알렉산더 침머맨을 뚫기 위해 달려든다. 그리고 나가떨어진다. 이러한 행동을 반복하다 보니 좀처럼 지치지 않는 민선이 숨을 헐떡인다. 반면 알렉산더 침머맨의 호흡은 여전히 안정적이다.
민선의 움직임이 많기도 했거니와 기본적인 피지컬에서도 민선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10분간 휴식.”
민선이 그대로 잔디 위에 누워버린다.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괜찮아?”
알렉산더 침머맨이 민선의 곁에 앉는다.
“응? 뭐가 괜찮아?”
“계속 부딪쳤잖아. 아프거나 하지 않아?”
“괜찮아. 내가 몸 하나는 정말 튼튼하거든. 그런데 이탈리아어 잘한다. 독일인이라고 하지 않았어?”
“어머니가 이탈리아 분이셔.”
“아하! 그렇구나.”
“외할머니 댁이 이곳 피렌체야.”
“그래서 이 클럽에 오게 된 거구나.”
“아버지가 파울로 감독님과 친분이 있기도 하고.”
민선이 환하게 웃는다. 말수가 별로 없다는 알렉산더 침머맨이 계속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 되게 튼튼하다. 몸이 아주 바위 같아.”
알렉산더 침머맨이 어깨를 으쓱한다.
“공격수가 되고 싶었는데 발이 빠르지도, 발재간이 좋지도 않아. 태어나기를 이런 몸으로 태어나서 결국 수비수가 될 결심을 했지. 너는? 원래부터 공격수가 하고 싶었어? 하긴…… 공격수는 화려하고 항상 주목을 받잖아.”
“그건 아니야.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축구를 알려 줬는데 그게 다 공격수에게 필요한 것들이었어.”
“아버지도 축구 선수?”
“응, 부상 때문에 은퇴를 하셨어.”
“그렇구나. 다시 훈련 시작하면 조금 살살 할까?”
“왜?”
“그야 네가 다칠지도 모르니까.”
민선이 벌떡 일어나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절대 그러지마. 내가 꼭 너 뚫고 말 거야. 내 힘으로!”
***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민선의 몸이 해초처럼 하늘거린다. 누군가 툭 치면 그대로 넘어질 것같이 위태로운 모습이다.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 민선을 보며 에밀리아가 안쓰럽다는 듯 한마디 한다.
“살살하지 그랬어. 매일 이게 뭐니?”
“살살이 안 돼요. 함께 훈련하는 알렉산더라는 녀석이 완전히 괴물이라서요.”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매일 이렇게 돼서 돌아오니. 씻고 식사할 준비해. 오늘 저녁에는 장어 요리 했으니까.”
“오우, 장어!”
민선이 언제 축 쳐져 있었냐는 듯 벌떡 일어선다.
“저 빨리 씻고 올게요.”
욕실로 달려가는 민선을 보며 에밀리아가 인자하게 웃는다. 주차를 하고 뒤늦게 들어온 안영우가 욕실로 달려가는 민선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장어 요리 해놨다니까 신이 났어요.”
“아, 그렇군요. 장어 요리라. 기대 되는데요.”
“호호, 영우 씨도 빨리 가서 씻도록 해요.”
잠시 후 모두가 식탁 앞에 모였다.
“에밀리아, 항상 고마워요.”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에밀리아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식사를 시작한다. 한창 식사를 하던 중 이동수가 말을 한다.
“이번에 아틀란타 BC에서 대한민국 선수를 영입했는데 들으셨어요?”
“한상민이?”
“네, 알고 계셨네요.”
“전부터 이야기 오가고 있다고 들었어. 수원 FC 이상철 감독님하고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거든.”
“아, 그랬죠. 한상민 선수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아틀란타 BC는 롬바르디아 주의 베르가모에 연고를 하는 세리에 A 클럽이다. 만년 중위권 팀으로 2019-2020 시즌에는 1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21-2022 시즌에는 중위권을 벗어나 상위권에 올라서기 위해 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중이다.
“상민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 현재 아틀란타 미드필더들 중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이 부족하거든. 이번에 리빌딩을 하며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백 자원은 보충을 했는데 수비형 미드필더는 이렇다 할 자원이 없어.”
“다행이네요. 우리나라 선수들 해외 리그 진출해서 선발 출전 못 하고 항상 벤치 지키는 것 보면 가슴 아팠는데.”
“욕심이 많아서 그렇지. 자기가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으로 이적을 해야 하는데 욕심 때문에 상위권 팀으로 이적을 하니 선발 출전 기회가 없는 거야.”
상위권 팀들은 거의 대부분 스쿼드가 두텁다. 각 포지션 마다 경쟁을 하는 선수가 적어도 한 명, 많게는 서너 명이 있는 팀들도 있다.
“국대에서 함께 경기 뛰신 적 있죠? 한상민 선수 어때요?”
“잘해. 흐음…… 잘하기는 하는데 애가 기교파라 거친 이탈리아 축구에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기가 얼마나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겠지. 여기 있는 누구처럼 말이야.”
민선이 장어와 밥을 입에 가득 물고 우물거리다가는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인다. 알렉산더 침머맨과 함께 훈련을 한 것이 벌써 5일째다. 그럼에도 아직 알렉산더 침머맨을 뚫는 횟수보다 그렇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횟수가 많다.
하지만 점점 뚫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아참, 민선이는 알렉산더와 훈련하는 것은 오늘로 마지막이야.”
“네? 왜요?”
“이제 리그 시작이 코앞이야. 훈련은 적당히 하고 전술 훈련의 비중이 높아질 거야.”
“아- 전술 훈련요.”
풀이 죽은 음성으로 대답하는 민선을 보며 안영우가 피식 웃는다.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야. 선수들이 감독의 전술을 얼마만큼 이해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갈라진다. 개인기가 아무리 좋은 선수라 해도 결국 경기장에서는 열한 명의 선수 중 한 명이야. 나머지 열 명의 선수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비로소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이지. 그 유기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
“전술이죠.”
“잘 알면서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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