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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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작품등록일 :
2016.01.0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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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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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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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필드의 사기꾼 12화

DUMMY

<※본 글은 소설이며 단체명이나 이름 등은 사실이 아닙니다. 작가의 상상에 의한 순수 창작물입니다.>




필드의 사기꾼 12화



“공격수와 패스를 주고받을 때 콜린 바브드의 손을 봐.”

화면을 뒤로 돌리니 콜린 바브드가 두 미드필더 사이를 돌파하며 왼손을 움직인다. 검지로 앞을 가리키다 주먹을 쥐고, 다시 검지를 펴 오른쪽을 가리킨다.

“저 몇 번의 손동작으로 슈나이트에게 지시를 한 거야. 그리고 공격수와는 약속된 플레이로 수비들을 밖으로 끌어낸 거지. 상대팀은 미드필더를 포함해 수비가 일곱. 이쪽은 셋. 세 명이 골키퍼까지 여덟 명을 상대로 골을 뽑아 낸 거야. 저런 패스를 우리는 상대의 숨통을 끊어놓는 킬패스라고 하지.”

“와우! 멋져요.”

“어느 리그를 막론하고 최고의 공격수 뒤에는 양질의 패스를 뿌려주는 패싱 마스터들이 존재해. 그런 이들 사이의 유대감은 엄청나지.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를 배터리라고 표현을 하잖아? 축구도 만만치 않게 그런 배터리들이 많아. 실제로 지구 방위대라고 불렸던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적인 공격수는 자신의 영혼의 파트너인 미드필더가 이적을 하자 함께 이적을 했을 정도야.”

민선이 대단하다는 듯 티비를 본다. 콜린 바브드는 이후로도 판타스틱한 플레이를 몇 번이고 선보였다.

“영혼의 파트너가 되기 위한 조건이 뭔지 알아?”

“신뢰인가요?”

“맞아. 믿음이지. 저 녀석이라면 내가 어디에 있던 유효 슈팅을 할 수 있는 패스를 줄 거야라는 믿음. 저 녀석이라면 내가 어디로 패스를 주어도 골로 만들어줄 거야라는 믿음. 물론 그런 믿음이 생기려면 실력이 매우 좋아야겠지?”

민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동료의 패스가 나쁘다고 불평을 하기보다는 상대의 패스를 잡지 못한 너 자신을 반성해. 너의 패스가 최고라고, 다음에는 꼭 패스를 골로 만들겠다며 동료를 격려해 주고. 그렇게 조금씩 믿음이 쌓여 가는 거다.”

“네, 선생님.”


***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크지 않은 축구장.

이곳은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유소년 축구 클럽 중 하나인 ‘슛돌이’의 훈련장이다.

슛돌이는 프로팀 산하의 유소년 클럽은 아니지만 지역 유소년 축구 대회에서 우승 한 번, 준우승 두 번을 한 꽤 알려진 클럽이다.

안영우는 민선을 데리고 슛돌이 훈련장을 찾았다.

축구장 안에는 서른 명 정도의 아이들이 패스 연습과 드리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코치로 보이는 젊은 남자 둘이 아이들 사이를 오가며 지도를 하고 있고 짙은 선글라스를 쓴 체격이 좋은 사내 하나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가자.”

안영우가 민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의자에 앉은 사내에게 다가갔다.

“선배!”

“응? 여어~ 이게 누구야. 대한민국 축구 영웅 아니신가.”

“그렇게 놀리면 재미있습니까?”

“놀리기는…… 사실이잖아.”

안영우가 웃으며 근처의 의자 하나를 당겨 앉았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곳까지 왔어?”

말을 하는 사내.

벤치 멤버이기는 하지만 국가 대표까지 지냈던 이력이 있는 최영필이었다. 선수로 활동을 할 당시의 포지션은 안영우와 같은 미드필더였다.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30대 초반에 선수 생활을 접고 살고 있는 집 근처의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4년 전 이곳에 유소년 클럽을 열었다.

국가 대표까지 지냈던 경력 탓인지 아이들이 많이 모여들었고 개중에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있어 지역 유소년 클럽 대회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그냥 와 봤어요.”

“그냥? 할 일 없이? 네가?”

“왜요? 제가 오면 안 됩니까?”

“하하하하! 쉬겠다며 언론 인터뷰도 다 차단하고 프로 팀 감독 제안도 고사를 한 네가 그냥 왔다고?”

말을 하던 최영필이 민선에게 시선을 돌린다.

“누구야? 설마 숨겨 둔 아들은 아니겠지?”

“하하, 선배가 했던 농담 중에 가장 재미있는 농담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누구냐고.”

“제자요.”

“응? 제자? 참 모를 일이네. 뜬금없이 찾아오지를 않나. 제자는 또 무슨 말이야.”

“윤석 선배 아들이에요.”

“윤석? 아- 강윤석 형님?”

“네. 민선아, 인사드려. 최영필 감독님이야. 한때는 국가 대표까지 지내셨던 분이다.”

“안녕하세요. 강민선이라고 합니다.”

민선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최영필이 웃으며 손을 꽉 잡는다.

“윤석 형님 아들이라고?”

“아버지를 아세요?”

“그럼, 잘 알지. 물론 네 아버지 잘나가실 때 나는 만년 후보라 말도 잘 못 걸었지만 말이야. 그래도 네 아버지 차던 공은 다 내가 정리했다.”

최영필의 농담에 민선이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최영필이 안영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까딱거린다. 설명을 해보라는 뜻이리라.

“기성 형님 아시죠?”

“알지. 니가 배신한 에이전시 아니냐.”

“아…… 말 좀 가려서 해요.”

“미안.”

민선이 앞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최영필이 어색하게 웃는다.

“기성 형님이 부탁을 했어요. 괜찮은 아이 하나 있는데 잠시 봐주면 안 되겠냐고. 그런데 알고 보니 윤석 선배 아들이잖아요. 선배도 아시죠? 윤석 선배 실력 진짜인 거.”

“잘 알지. 그 썩을 일만 아니었으면 우리나라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될 양반이었지.”

“윤석 선배가 아주 제대로 가르쳤어요. 재능도 대단해요.”

“그 정도야?”

월드 클래스인 안영우가 이렇게 칭찬을 할 정도라면 정말 대단하다는 의미리라. 최영필이 욕심이 가득한 눈으로 민선을 바라본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곧 이탈리아 갈 거예요.”

“끄응…… 그런데 여긴 왜 왔어?”

“매일 저하고만 훈련을 하니 지루해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하고 같이 훈련 하겠다?”

“그냥 한두 경기 뛰게 해주세요.”

“포지션은?”

안영우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최전방 공격수.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윙어,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어요.”

“설마 양민 학살 하려고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겠지?”

“말했잖아요. 그저 한두 게임 하려고 왔다고요.”

“흐음, 나쁘지 않겠네. 아이들에게 자극도 되고 말이야. 대신 한 가지 약속해라.”

안영우가 말을 해보라는 듯 최영필을 바라보았다.

“하루에 한 게임씩 삼 일. 대신 경기가 끝나면 두어 시간 우리 애들 좀 봐주고 가라.”

“사람이 항상 그렇게 계산적이에요. 후배가 부탁하면 그냥 좀 들어주면 안 돼요?”

“야, 인마! 니가 애들 봐주는 사진 몇 장만 걸어놔도 애들 엄청 모이거든? 이 짓도 돈 있어야 하는 거야. 돈이 있어야 아이들한테 좋은 시설, 좋은 환경 제공해 주지. 내 배 불리려고 이러냐? 다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한 거야.”

“하하, 그렇다면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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