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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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팡티에
작품등록일 :
2025.07.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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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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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7.2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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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새벽

DUMMY

10년 후, 겨울

억지로 눈을 떴다. 공기가 차갑다.


"넌 어릴 적부터 잠이 옅었지, 널 재우는 것보다 안 일어나도록 조용히 방에 나가는 것이 더 고생이었단다."


내가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할 때마다 아버지가 늘 하던 말버릇이 생각났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난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 사람이다. 항상 술렁이듯 마음이 시끄러운 북처럼 공명한다. 매번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쿵 쿵 쿵쿵 쿵


"그래도 이건 좀 심한데···"


심장이 세차게 두근거린다. 이 정도론 잠은 무슨 가만히 있는 것이 더 힘들다.


"후우"


공기가 차가운 것으로 봐서 분명 아직 새벽이다. 그래도 몸을 일으켰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짧은 새에 정신이 말똥해져서 휴식을 취할 수 없다.


침대에 걸터앉아서 머리를 긁다가 문득 어릴 적에 받았던 선물을 떠올렸다. 자신의 펜던트와 비슷한 문양의 유물을 가졌을 때까지만 해도 무언가 특별한 것인 줄 알았으나, 결국 아무 일도 없었다. 현실이 다 그런 법이겠지만···

아대는 엄청 질기고 모양이 매우 독특하게 생겨서 세척하기 매우 불편했다. 덕분에 자주 착용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기계 부품은 요령을 잡지 않으면 손가락을 부러뜨리기 일쑤다. 몇 번 장난치다가 손에 얇은 막대기를 고정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이후엔 내가 알아서 멀리했다.

눈이 차츰 어둠에 익숙해지자, 상자를 꺼내고 싶어졌다. 보고 싶다. 만지고 싶다. 충동이 인다.

잘 쓰지 않아도 위치는 항상 알고 있다. 이상하게 이 물건은 어딜 두던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이번엔 배낭 아래에 있다. 위에 놓은 배낭을 옆으로 옮긴 후에 상자를 책상 위에 뒀다.


"무겁다."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를 내었다.


쨔르륵, 쨔르륵


상자를 열어보니 먼지가 낀 아대와 기계 부품, 그림이 있었다.


"그림을 여기 넣어둔 기억은 없는데···"


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채 양 아대를 각각 팔에 끼워 봤다. 어릴 적에는 너무 무겁고 헐렁거렸으나, 지금에선 몸에 딱 맞는다. 아버지 따라 목수 일을 하다 보니 재료를 보는 눈이 생겼다.


"질 좋은 가죽을 몇 겹이나 둘러서 만든 것이지만.... 무슨 가죽인지도, 후처리를 어떻게 한지도··· 가볍고 튼튼한 게··· 어지간한 날붙이는 막겠다만,"


부웅, 부웅


팔을 한두 번 휘두른다. 손 주변에 알알이 박힌 것을 만져본다. 거친 광석이다. 생각 없이 휘둘러도 어지간한 건 부술 것 같았다. 오른손으로 기계 부품을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둥근 부분만을 손으로 감쌀 수 있고 나머지는···

‘사람이 잡으라고 만든 것 같지가 않다. 어떻게 잡아도 불편하다.’

사방이 울퉁불퉁하니 오히려 당연하다. 이것을 잘못 들다가 멍든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턱 턱


지금 당장에도 걸려서 잡기가 힘들다.


"정확하게 어디가 맞는 방향인지도 가늠조차 못 하겠네."


달빛에 비춰 이리저리 살펴보며 다시 확인하지만··· 으레 그렇듯 뾰족한 수는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히 어떤 커다란 조각의 부품일 게다."


아버지는 이것에 대해서 그렇게 평했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 공들여 그런 식으로 보이도록 공을 들인 것 같다. 마치 본래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뭔가를 기준으로 접혀있다는 것이 더 타당했다.


"어딘가 무기 같은 면이 있긴 해,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지···"


"죄송하지만, 해당 유물에 대해선 저희도 알려드릴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위조품은 아닙니다만··· 도와드릴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일전에 아버지와 같이 수도의 유물 박람회에 본 작품의 검증을 위해서 간 적이 있을 때 받은 답변이었다. 수많은 전문가도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확답을 주지 못했다. 그래서 되려 주목을 받았던 것이 기억난다. 그 사건 때문에 이 유물은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갑자기 취재를 받지 않나,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대뜸 찾아오질 않나···"


가격이 껑충 뛰어서 진짜로 노후연금이 되어버렸다. 아버지는 이것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이 유일한 취미인 듯이 몰두했다.


"생각해 보니 그때 이 펜던트도 제대로 모른다고 했지."


아버진 내가 아직 아기일 적에 친부모를 찾아보려고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 펜던트가 유물이란 답변을 처음 들었다고 했다. 수도 박람회에서도 그 이상의 답변은 듣지 못했다.


"그렇게 전문가라고 하더니, 썩 시원찮은 놈들 같으니라고,"


아버진 그때를 언급하면 그런 불평을 곧잘 했다.


"이래서 책상에서만 앉아 있는 놈들은 안 되는 거야!"


···이건 조금 쓸데없는 기억이다.

하여튼 이렇게 보존 상태가 좋은 유물은 귀하다고 누가 그런 것 같지만··· 그러고 보니 내가 봐도 이건 만든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반짝반짝하다. 따로 관리한 기억도 없는데 참 신기하다.

침대에 걸터앉아서 유물에 관해서 생각했지만, 모르겠다. 결국 도로 집어넣기 위해 상자에 다가갔을 때,


벌컥, 휘이이잉


현관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와 바람 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 쿵


뒤이어 급한 발걸음이 들렸다. 아버지가 내 방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킬리! 미안하지만, 일어나야 한단다! 급하다!"


상자에 넣으려던 유물은 침대에 놓고, 문을 열었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문을 열자, 처음 느껴지는 것은 아버지의 몸에 감겨 있는 한기였다.


"아버지··· 이 시간에 밖에 계셨나요?"


내가 문을 열 것이라 생각 못 한 아버지는 하마터면 내 코에 노크할 뻔했다. 아버지의 잠은 진작에 달아난 것처럼 보인다. 평소엔 인사말이 있었을 건데 이번엔 전부 생략됐다.


"중앙 분수야, 빨리 가보자꾸나, 마을 사람들이 거의 다 모여있어. 옷을 단단히 여미고 나오려무나, 오늘 밤은 특히 쌀쌀하구나."


아버지는 대답을 듣지 않고 곧바로 본인 방으로 갔다. 본인 짐을 챙기러 간 것이다.


"뭔가 작업할 것이 생겼네."


재빠르게 잠옷을 벗었다. 아버지가 저렇게 급하게 행동하는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다.


"일단 유물은 나중에 정리해야겠군."


부자가 목수로 일하는 가정이다. 밤중에 즉시 대처가 필요한 사건, 주로 어르신들이 사는 집의 수리가 필요한 건이 있으면 이런 식으로 움직이곤 했다.

요즘은 시골에 젊은이가 없다. 어르신끼리만 생활하는 공간에 긴급한 일이 생기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곧잘 도와줘야 한다. 질긴 작업복을 입으려던 참에 아버지가 다시 방문에 서서 말했다.


"가방을 꾸려야 한다. 이번엔 좀 길지도 몰라, 옷은··· 어릴 때 발견한 그 옷을 입어라."


그 말에 따라서 난 곧바로 상자 때문에 치워 둔 가방을 챙겼다. 어차피 이런 일이 종종 있어서 옷을 제외하곤 거의 내용물이 차 있다.

아버지가 나를 찾았을 때 발견했다던 상의와 하의를 금방 꺼냈다. 자주 입으니, 빛이 옅어도 위치를 금방 찾는다. 둘 다 재질이 훌륭해서 작업용으로 잘 쓰고 있다. 이걸 입을 정도면 평소보다 험한 일을 요청하는 걸 수도 있겠다.


‘이렇게 급한 걸 보니 이번 야간 출장은 돈을 두둑이 벌 수 있겠는걸. 일이 끝나면 새벽 차를 타고 도시로 가서 아버지에게 생고기를 사달라고 하자.’


얼추 짐을 꾸리고 아버지의 방에 갔다. 준비가 다 됐다는 것을 알리기도 전에 아버지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유물도 챙기··· 이미 차고 있구나."


"···어··· 네···"


생각해 보니 아대를 벗을 생각도 안 한 채 옷을 갈아입었다. 너무 정신없이 움직여서 이런 걸 생각도 못 한 것 같다.

아버지의 배낭은 평소보다 훨씬 컸다.


‘···비상용 배낭까지?’


아버지의 배낭엔 비상용 배낭도 같이 결속되어 있었다. 비상용 배낭은 자연재해를 겪은 지역에 작업할 때 챙기던 것이다. 긴급 구호용 물자가 주로 있다. 저런 것까지 챙기면 보통 오지에 가서 수리 및 유지보수를 하러 가는 것이다.


‘한동안 쫄쫄 굶게 생겼네, 생고기는··· 물 건너갔군.’


그래도 유물은 조금 독특하다. 탄탄해서 여러 번 쓴 적은 있지만··· 이게 필요할 정도의 일은 잘 없었다. 보통 아버지의 아대면 대체로 해결됐다.


"허어··· "


아버지는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그 철 덩어리도 챙겨야겠구나,"


"네?"


나의 대답도 듣지 않고, 아버지는 내 방에 들어가서 침대 위의 기계 부품을 들고 와 자가 배낭에 끈으로 묶었다.


‘왜 저것까지?’


급작스럽게 움직이는 바람에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하겠다. 갑자기 오늘 집에서 나갈 것처럼 행동하는 아버지 때문에 마음이 더 술렁였다. 어지럽다.


"아버지, 정확하게 무슨 일인가요?"


나도 가봐야 알겠구나, 이장님이 급하게 부른 건이란다. 수리가 끝나면 근처의 도시로 옮겨야 할 물건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에게 전부 맡기고 싶다는 건이야. 오늘은 특히 단단히 채비하자꾸나.


‘확실히 이장님이 부른 것이면 큰 건이지.’


개인 단위의 의뢰가 아닌 국가 단위의 큰 작업을 할당하려는 것일 테다. 그럼, 지금의 상태가 이해 간다. 그런 작업이면 한동안 배가 든든하다.


후욱


아버진 내 어깨를 잡아 뒤로 돌렸다. 내 배낭을 만져보더니,


"비상용 배낭은 일단 네 것도 붙이자꾸나."


내 방에서 비상용 배낭을 꺼낸 아버지는 가방 위에 결속했다. 가방끈을 잘 맞추고,


"간식도 잊으면 안 되지,"


가방의 빈 주머니에 간식 몇 개를 넣어 주셨다. 밤바람에 시원해진 간식이 짐을 급하게 꾸린다고 움직인 몸을 식혔다.

다소 갑작스럽지만, 한두 번 있는 야간 출장이 아니다.


‘후딱 끝내버리자.’


"물은 한 잔 마시고 가자꾸나."


커다란 가방 때문에 몸집이 커져서 번갈아 주방에 들어갔다.


꿀꺽 꿀꺽


물을 마시니 정신이 돌아오고, 가슴의 두근거림이 수그러든다. 다 마셨을 때 아버지는 이미 현관 문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덜컹


내가 한 걸음 나아가자 아버진 현관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화아아악···


문을 열자, 겨울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때렸다. 오늘은 유독 바람이 세다. 잘못하다간 감기 걸릴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주변이 이상했다.


"뭐야 이게"


집을 나서자, 새벽임에도 대낮처럼 불빛이 있음에 놀랐다. 깊은 새벽임에도 집마다 불이 켜져 있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전등을 하나둘 들고, 밖을 나선 이들이 꽤 있었다. 개중엔 겉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마치 하멜른의 쥐잡이에 홀려서 마을을 떠나는 것 같았다.

먼저 걸어가는 아버지와 몸을 가까이하며 물어봤다.


"지금 몇 시죠, 아버지? 사람들이 불을 켤 시간이 아닌데요."


오늘 유독 걸음이 빠르다.


"아직 해가 뜨기까지 한참 남았단다··· 분위기가 좋지 않구나, 서두르자꾸나. 아직 추우니까 땅이 언 곳이 있을 거다. 발밑을 조심하거라."


그 말을 따라 앞보단 바닥을 내려다보며 나아갔다.


후우우웅


평소라면 한 치 앞도 제대로 안 보였겠지만, 주변에 불빛이 있어서 솔직히 큰 도움이 됐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차 커진다.


"그러니까···"


"우리 아들이···"


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졌다.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소리로 알 수 있었다. 평소에 웃음이 많던 사람들도 오늘만큼은 입을 일 자로 꾹 다물거나, 실성한 듯이 묵묵히 길을 걸어갈 뿐이다. 서로 말도 나누지 않았다. 개중엔 가끔 큰 소리로 성내는 이도 있었다.


"허억··· 어어억···"


울고 있는 사람도 있다.

어릴 적 유물을 받은 생일에서 며칠 지났을 때 이런 분위기를 느낀 적이 있었다. 알브레히트 내전에 참가했던 마을 젊은이가 거의 몰살당했을 때였다. 그 시절에 뒤지지 않는 분위기다. 덕분에 매우 불안해진다. 길을 따라가는 사람들 모두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건 좋지 않다. 그때 누군가 아버지의 앞길을 방해한다.


"베리, 베리인가, 자네는 혹시 이게 무슨 일인지 알고 있나?"


마을 어르신 하나가 아버지를 붙잡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용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겨울에 맨발 차림으로··· 저건··· 이미 사건을 알고 있음에도 단순히 부정하기 위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워낙에 이런 일을 겪어보다 보니 어느샌가 이 정도는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사람에게 신경 쓰다간 정작 할 일을 못 한다.


"어르신, 저도 가 봐야 알겠습니다. 밤길이 불편한데, 집에 계세요. 아침이 되면 전부 정리되어 있을 겁니다."


아버진 그렇게 말하고 어르신을 떨쳐내려는 듯이 길을 서둘렀다.


"베리, 베리, 아이고오··· 여보게, 여보게, 자네···"


어르신은 뭔가 더 할 말이 있었던 것 같지만 이내 다른 사람을 잡고 비슷한 짓을 했다.


갈수록 눈이 아플 정도로 밝아진다. 마침내 마을 중앙에 들어섰다.


"뭐야 이게,"


난 이곳에 엉뚱 맞은 것을 봤다. 마을 중앙에 내부가 환한 기차가 있었다.


"기차?"


4화-1_저화질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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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베르쟈크 25.09.07 5 0 20쪽
11 장다름(Gendarme)-헌병조장 25.08.29 8 0 18쪽
10 255 보병대 25.08.23 12 0 21쪽
9 첫 번째 여행 25.08.22 10 0 17쪽
8 환승소 25.08.16 6 0 18쪽
7 출정 25.08.08 12 0 22쪽
6 갑작스러운 출발 25.08.01 10 0 21쪽
» 깊은 새벽 25.07.29 20 0 13쪽
4 만물상 25.07.28 23 0 18쪽
3 경찰 조사 25.07.25 18 0 15쪽
2 버려진 아이 25.07.22 39 1 13쪽
1 마지막 궁정 마법사 사망 25.07.22 44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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