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신들의 스승
다시 백색의 공간 루이체의 아지트..
김 대리는 루이체를 기다리면서 손에 든 다섯개의 구슬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 흐흐 세개 정도에 한번 죽는다 말이지... 운만 따라주면 이 다섯개 모두 가능하겠어~!! "
그는 루이체가 준 화면속 두 인물의 자료를 다시 들어 뚫어지게 보았다.
" 흠... 검을 쓴다는 건 역시... 전쟁이 있다는 것이고... 마법까지... 이야 이거 완전 애니메이션 그 자체이구먼~ ! 하지만... 흐흐흐 이 중에서 가장 놀라운게... "
혼잣말을 이어가려던 김 대리의 눈에 저 멀리 푸른 빛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 왔다.
" 오~ 오셨구만 신님~~~!! "
반기는 김 대리 앞으로 단번에 날아온 루이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 푸하하하하~ 내 너를 위해 최상급 바늘을 가져왔느라~!! "
" 오오오~! 나이스 신님~!! 그럼 어째.. 작업은 언제쯤 가능하신가요? "
" 음... 지금도 가능하지만 ! ... 일단 줄기조사랑 주변 환경도 더 조사해야 해서~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바늘을 잘 못 찌르다간 줄기 안에 세상이 다 망가질 수도 있어서... 암튼 좀 쉬고 있어~!! "
김 대리는 웃으며 말했다.
" 아~ 신님 이번에는 정말 자신 있어요 ~ 제가 그 세상 접수해서 어마어마한 양분을 과일에 넣어 드릴게요~ 최상 과일 함 가즈아~!!!!!!!!! "
루이체는 그 모습에 들떠 같이 외쳤다.
" 최상 과일을 만들어서 다른 신들... 내 이름 읆으려면 1억년은 걸리게 만들어야지~! 가보자 ~ 가즈아~!!!!!! "
둘은 한참을 떠들고..
루이체는 누워서 뭔가 중얼거리는 김 대리를 뒤로 하고 줄기 속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 음... 별에 뭔가 대륙도 있고, 생각보다 인간들이 많구나... 지구보다 두배는 크고 비슷한 환경... 전쟁도 하고 있고, 평화로운 곳도 많고.... 달같이 생긴게 두개 돌고 빛나는 별 주변을 돌고... 환경은 비슷하구나... 응? 근데 이건 좀 이상한데...? "
그녀는 화면을 보다가 이상 한 점 하나를 발견한다.
" 지구로 치면 중세 시대 같은데... 잘 보이진 않지만 큰 성들도 많고 한데, 김 대리가 보내 달라는 이 두 사람 주변은 온통 숲인거 같은데... 음... 뭐 됐나... 저 녀석이 좀 똑똑하니 알아서 봤겠지 푸흐흐흐~ 문제는 바늘을 어디로 찌를 것이냐인데... 음... 으음...요쯤에다가..."
바늘 찌를 위치를 고민하는 루이체의 뒤로 태평하게 누워있던 김 대리는 손에 든 구슬을 바라보고 있다.
본래 구슬은 루이체의 백색 수납공간에 있던 것으로 인간 매개자가 줄기 안에서 죽을때 입에서 자연스럽게 뱉어내는, 인간으로 치면 일종의 저장장치이다.
매개자들은 깨어나면 바로 죽은 가장 최근의 인생만을 기억하고 있다.
줄기에 들어가기 전 신들은 매개자의 머릿 속 남은 인생 기억까지 모두 삭제 시킨 후 주입 한다.
신들의 공간, 이곳의 기억은 지우는 것도 불가능하고, 줄기에 주입해도 들어가지 않는다.
만약, 전생의 기억 두, 세개가 같이 주입 되면 새로 태어날 아기의 뇌는 그 혼란과 과부하를 견디지 못한다.
그렇게 죽을 경우 세상은 왜곡이 일어나고, 신들도 손 쓸틈 없이 매개자의 영혼이 줄기속에서 그대로 소멸 해 버린다.
소멸된 루이체의 친구의 경우처럼...
' 흠 ... 나는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김 대리의 기억만 가지고 있으니... 전에 신에게 물어봤을 때.. 이 구슬을 먹으면 내 머리에 전달 되는 시간은 약 일년... 그러면 머릿속 기억을 지우기 전에 먹어두면 태어난지 얼마 안되서.... 햐 이거 겁나는데... 3개의 인생을 섭렵하면 대충 죽는다라... 아니 아예 소멸을... 그렇게 되면 저 불쌍한 신도... '
머리속이 복잡해 진 김 대리는 망설여 졌다.
솔직히 자신의 소멸보다 더 걱정되는 건 불쌍하고 착한 신 루이체였다.
한번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는 늘 그녀에게 고마워 하고 있었다.
이름난 신의 매개체 셋중 하나인 그였다....
하지만, 능력이 없는 그를 명망 있던 신은 무심한 표정으로 무한의 공간에 가차없이 날려 버렸다.
그런 그의 손을 잡아 준 것이 루이체...
그의 손을 잡아주며 그녀가 한 말은 그에게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 난...루이체야... 무능하고 어리석은 신이지만... 난 니가 내 처음이자 마지막 매개체라고 맹세할게~! "
오래 전 생각에 잠겨있던 김 대리는 고개를 돌려 줄기에 골똘히 파뭍혀 있는 루이체를 바라봤다.
' 그래... 루이체는 소멸할 내 손을 잡아줬고... 무능한 날 버리지 않고 그 약속을 지키고 있지... 이젠 내가 루이체를 아니, 나의 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할 때야~!!'
한참이 지나고
루이체가 신나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 자~ 내 매개체여~~~ 드디어 준비가 끝났노라 ~~~ "
" 아... 이제 작별 할 시간이네요~ 뭐 신님 입장에서는 찰나의 시간이겠지만 흐흐흐 "
루이체는 신나는 표정이 바로 사라지고, 울먹이며 말했다.
" 흑... 항상 이때는 너무 슬퍼져... 그래도 니 활약!! 항상 지켜보고 있을게~ 좀 있다 만나~!! "
" 네엡~!!! 임무 완수하고 돌아오겠습니다. 큰 과일 따서 영생도 얻으시고, 편하게 본사에서 사업이나 좀 하자구요 ~!! "
" 호호호~그래 그러자구~!! 그럼... 이제 기억을 지울게... "
" 넵~ 신님~!! 후딱 가 봅시다~!! "
김 대리는 익숙한 듯 몸을 눕히고, 루이체는 보이지 않는 바늘을 그의 머리에 한번 꽂았다 뺐다.
바늘 끝에는 작은 초록불 하나가 생기고 루이체는 그것을 무한의 공간으로 날렸다.
김 대리의 기억은 사라지고 순수한 매개체만 남았다.
" 후후... 내 매개체야 잘 다녀 오렴 ~ "
" 하... 신님 전생이 생각 안나니 참 갑갑하네요 몇번이나 이런 기분 느꼈는지...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할게요~!! "
" 호호호~ 그래 암... 그래야지~ 자아~ 그럼 시작한다~!"
루이체는 매개체를 돌려 목 뒤에 보이지 않는 바늘을 꽂아 잠시 기다렸다.
바늘 안에 매개체의 모든 것들이 담긴 푸른 빛을 확인하고, 그녀는 바늘을 뺐다.
그리고는 줄기를 잡고 세밀히 살피더니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아니 어떠한 인간의 기술로도 보이지 않는.. 그녀가 아까 표시해 둔 작은 점으로 바늘을 줄기에 찔렀다.
줄기는 잠시 환하게 빛나더니 금새 아까처럼 은은한 빛을 냈다.
루이체는 매우 조심하며, 천천히 바늘을 빼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휴우~~~ 다 됐다... 잘 다녀와... 내 유일한 신도야... "
" 하... 항상 이 시간은 외롭구나... 니가 있을때는 항상 즐거웠는데.... "
루이체는 영혼없이 누워있는 매개체를 보며 쓸쓸하게 말했다.
" 뭐...이것 저것 챙기고, 정리 좀 하고, 줄기 연구도 하면 금새 시간이 가겠지~! "
루이체는 무한의 공간중 한켠을 열어 들어섰다.
그 곳은 몇개의 줄기들, 몇개의 과일, 이리저리 연구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 어디 보자 ~ 김 대리부터 검신 오빠~ 크... 양아치... 오...맞다~!! 전술의 대가~ 에구 이건 너무 조용했네 교수님이라니 호호호호 "
수납공간에 정성스레 표시한 글을 보며 루이체는 즐거워 했다.
이윽고 그녀가 수납공간을 열자...
루이체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 어라 ~!!!!! 이거 어디 간거야????!!!! 구슬이 다 사라졌어???? "
루이체는 황급히 주변을 모두 뒤져봤지만 다섯개의 구슬은 사라지고 없었다.
지능이 낮은 루이체라도 신은 신이었다.
" 설마 매개체 너.... 진짜 그걸 먹고 저기 들어간거야??? "
사태를 파악한 루이체는 한참동안 생각에 잠긴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그녀는 결심한 듯 신들의 본사 '에키나르테'로 다시 향했다.
- 어마어마 하게 큰 초록의 잎새 중간 오색찬란한 불빛들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인다.
불빛들은 멀리서 보면 너무나도 큰 초록 잎새에 희미한 점으로 보이지만...
이 잎새는 신들의 본사 '에키나르테'의 윗부분에 펼쳐진 수많은 잎새 중 하나였다.
신들은 이 큰 이파리들을 인간세계의 건물처럼 이용하고 있었다.
신이라 해서 이 건물들을 모두 사용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 과실의 수확이 지대한 자
- 대 상인
- 학식이 뛰어 난 자
- 신들의 장비에 능통한 자
이렇게 네가지 중 하나를 충족해야 잎새를 사용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평범한 신들이 갈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 상인과의 거래, 학문을 배우기 위한 방문, 장비의 조달 등 이유가 있으면 출입이 허락 된다.
이렇게 왕래 하는 자들은 막대한 과일을 그들에게 바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잎새를 사용하는 자들은 신들의 화폐라는 과일을 받아 어마어마한 부를 쌓는다.
즉, 굳이 과일을 힘들여 생산하지 않아도 앉아서 번다는 말이다.
무서운 속도로 이동해 온 루이체는 잎새 중간 오색불빛이 가득 찬 곳에 내렸다.
그녀는 공간에 떠서 마치 결계를 치며 떠 있는 똑같은 글귀들을 쳐다 봤다.
' 대 학당 푸르키오 '
루이체가 중얼거리듯 글귀를 읽기 무섭게 그녀 앞에 두명의 신들이 나타났다.
두 신들중 하나가 말했다.
" 넌 어디서 왔지? 여긴 무슨 볼 일이냐? "
" 아... 넵넵... 저는 백색 오데오 지역에 사는 루이체라고 해요... 여기 '학장' 님을 만나 뵈려고 왔어요..."
두 신들은 서로 말을 주고 받았다.
" 오데오가 어디인가? "
" 왜...거 있잖나... 외곽.. 가난한 자 들이 사는 곳... "
두 신들 중 하나가 아까보다 퉁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 여긴 너같은 자들이 들어 올 곳이 아니다. 물러가라 "
루이체는 다급한 목소리로 줄기를 들고 말했다.
" 학장님을 꼭 만나뵈야 해요 ! 이 줄기에 제 매게체가 .... "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섭게 두 신들은 루이체의 팔을 하나씩 잡고 끌어내려 했다.
그때였다.
저 먼 편에서 붉은 빛이 다급하게 다가와 루이체 앞에 내렸다.
" 그 손들 놓고 물러서라~! "
붉은 존재의 말에 두 신들은 아연실색하며 고개를 숙였다.
붉은 빛의 신...
백색 투명한 신들과 달리 몸 전체가 붉어서 멀리서도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지능이 높아 질 수록 신들은 각기 재능에 맞는 색깔의 불빛을 내기 시작한다.
붉은 빛은 타오르는 학구열을 상징하고, 조그마한 붉은 빛도 다른 이들의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었다.
하물며 몸 전체가 붉은 빛을 내는 자의 한마디는 잎새 주변을 지키기나 하는 경비 신들에겐 공포로 다가왔다.
황급히 자리를 떠나는 경비신들을 쳐다도 보지 않고 붉은 신은 말했다.
" 너로구나... 그래... 방금 들었다... 니가 루이체라고..? "
당황한 루이체는 대답했다.
" 아아.... 넵 제가 루이체에요 ...! "
붉게 빛나는 신, 위대한 신들의 스승, 대학당의 '학장'은 외쳤다.
" 안그래도 너를 찾고 있었다 ! 루이체여 ! 소멸한 내 제자의 친구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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