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속구 투수 이세계 정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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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읍히읗
작품등록일 :
2025.08.2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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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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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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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마왕의 심장을 회수하라

DUMMY

4화. 마왕의 심장을 회수하라


“야구! 야구! 야구!”


“충주! 충주! 충주!”


“호킨스! 호킨스! 호킨스!”


“장두식! 장두식! 장두식!”


회의실은 연호하는 소리로 가득찼다. 나는 이 상황에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색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쳐다봤다.


레오니스 7세가 가만히 오른손을 들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자 회의실은 곧 조용해졌다.


“영웅, 야구국의 충주 호킨스족 장두식. 뭔가 할 말이 있는 표정인데,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하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나는 무엇이 궁금한지 생각지도 못한 채, 무엇에 홀린 듯 입을 열고 질문을 던졌다.


“저...이곳은 초행길이라 잘 모르는데요, 제가 모르는 동네에 있으면 좀, 불안증이 생기기도 해서요...군대 있을 때도 독도법 훈련(주: 군에서 나침반을 가지고 작전지를 찾아가는 훈련)에는 아주 젬병이었는데, 이곳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의아한 표정을 지은 레오니스 7세는 “젬병?”이라 짤막하게 말하고는 재차 입을 열었다.


“먼 차원의 이방인이여, 이곳은 ‘레니세르’라 불린다. 오랜 세월 빛과 어둠이 교차하며 수 많은 전쟁과 평화가 반복되어 온 곳이지. 지도.”


레오니스 7세의 손짓에 따라 4명의 기사가 정사격형의 현수막 같은 두툼한 양피지 지도를 위 아래로 펼쳐 들었다. 대륙과 산맥, 강과 도시가 여기저기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대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이데아 대륙. 이곳에는 세 개의 주요 세력이 존재한다. 먼저, 내가 다스리는 카르데인 왕국. 인간들이 모여 사는 왕국으로, 이데아의 중심에 자리한다. 넓은 평야와 비옥한 강 유역 덕에 병력과 식량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지.”


그 옆에서 실피에른 실버윈드가 은빛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동쪽에는 벨트리안 숲의 대족장령. 우리 엘프의 터전이다. 숲은 스스로 살아 움직이며 외부의 침입을 거부하지. 하지만 동시에 숲은 우리에게 힘과 생명을 준다. 우리는 오랜 세월 마계의 군세가 내려올 때마다 숲을 방패 삼아 맞섰다.”


그론다르 강철손이 무거운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서쪽 산맥 너머에는 두르만 칼람. 드워프의 학문국이라오. 우리는 땅속 깊은 곳에 도서관을 세우고, 고대의 마법과 기계 기술을 연구해 왔다오. 겉모습은 돌과 철의 왕국이지만, 본질은 지식과 질서의 수호자라 할 수 있소.”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도와 삼종의 의장단을 번갈아 보았다.


“와··· 진짜 반지의 제왕 세트장이네. 인간, 엘프, 드워프 삼위일체라니.”


리리아가 내 뒤로 슬쩍 다가서서 옆구리를 쿡 찌르며 속삭이듯 말했다.


“그게 뭐냐? 네 세계 농담이냐?”


“아, 아니. 그냥, 익숙한 구도 같아서.”


나는 리리아의 말에 대충 얼버무리고 레오니스 7세에게로 시선들 돌렸다.


레오니스 7세의 손가락이 지도 북쪽으로 향했다. 산맥 너머 검은 잉크로 칠해진 영역을 가리켰다.


“그리고 여기가 문제의 땅. 마계(魔界). 끝없는 황무지와 어둠의 강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수천 년 전, 마왕들이 태어나 세상에 어둠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전쟁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론다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마계는 단순한 땅이 아니오. 그곳은 살아 있는 악의 근원. 마왕은 심연에서 태어나고, 그 피와 살에서 마물들이 쏟아져 나온다오. 우리는 수백 년 동안 마계의 침공을 막아내며 수많은 희생을 치렀소.”


실피에른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마왕 발그람은 그 모든 어둠의 집약체였다. 그는 불과 그림자를 동시에 다스리며 이데아 전체를 지배하려 했다. 카르데인의 성벽이 무너지고, 벨트리안 숲이 불타며, 두르만 칼람의 도서관이 무너지는 일도 있었다. 우리는 수차례 패배하고, 겨우겨우 살아남았지.”


레오니스 7세가 말을 이었다.


“인간, 엘프, 드워프 세 종족은 모든 힘을 합해 발그람에 대항하기로 결의했다. 인간이든 엘프든 드워프든 종을 가리지 않고 힘을 하나로 모아 어둠에 맞서기로 한 것이다. 그게 삼종의 연합군이고, 우리 세 사람이 삼종의 의장단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삼종의 연합군’이라는 말을 듣자 모두 오른쪽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그런 마왕 발그람의 머리가 내 공에 날아간 거라고?”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레오니스 7세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렇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피의 전쟁에서 그 누구도 쓰러뜨리지 못한 마왕 발그람을 그대가 무너뜨린 것이다. 그대야말로 하늘이 내린 전사이며 영웅이다.”


레오니스 7세가 말을 마치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경외에 찬 시선으로 바라봤다. 나는 시선들이 불편해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천장 쪽으로 눈알을 굴렸다.


두꺼운 수염을 쓰다듬던 드워프 왕 그론다르가 낮게 읊조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오. 발그람은 소멸됐지만 ‘심연석(Deep Core)’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오. 그것을 파괴하지 않으면, 또 다른 마왕이 태어나리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 네, 뭐. 좋은 말씀들이시네요. 레니세...뭐시기 라는 역사, 마계와의 전쟁 등 정말 힘들게 살아오신 듯합니다. 그런데, 아니, 심연석이고 뭐고, 그걸 대체 왜 저한테 말씀하시는지......?”


실피에른 실버윈드가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심연석은 마왕의 잔존 마력으로 이루어졌다. 보통의 자가 다가가면 순식간에 잠식당해 흡수되든지, 아니면 마족으로 타락한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내 눈을 꿰뚫듯 파고들었다.


“마왕을 꿰뚫은 자, 발그람의 마력을 무너뜨린 자. 오직 그대만이 심연석을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


이게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지. 내가 이미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고 이곳에 왔다해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내가 왜요?”


“왜라니, 그대가 마왕을 무찔렀지 않은가. 당연히 마왕의 심장을 회수할 자격이 생긴 거지.”

레오니스 7세가 빙긋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아니, 제가 그걸 어떻게 처리합니까?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보, 보따리?”


“그, 그게 아니고요.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을 너무 일방적으로 떠맡기는 건 아닌지....더구나 심연석 뭐시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저는 모르는데요? 마왕이 소멸한 그 자리에 가면 있나요?”


“무슨...당연히 마계에 있지. 그러나 자세한 위치는 모른다네. 발그람의 잔존 마력이 마계 어디론가 흘러 들어가고 있을텐데, 그곳에 심연석이 있겠지.”


“허허 참, 그걸 저보고 찾으러 가라고요?”


“우리 영웅께서 당연한 걸 묻고 계시는구만.”


“잠깐, 잠깐! 저는 그냥 야구선수입니다! 마법은커녕 무기 다룰 줄도 몰라요! 군대에서도 고문관 취급을 받았는데, 마물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가서, 어디 있는지 모르는 심연석을 찾으라고요? 말이 돼요?”

나는 흥분해서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영웅이여.”

레오니스 7세의 목소리가 굵직하게 울렸다.


“이건 그대의 의지로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굴래라네. 이 혼란한 세상에 등장하여 마왕을 물리친 것은 이미 하늘이 정해 놓은 인과율에 따른 것. 그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운명에 몸을 맡길 뿐이라네.”


그 말에 실피에른과 그론다르가 격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제가 거절한다면 그것도 운명입니까?”


“그대는 거절할 수가 없네.”


“왜요?”


“그것이 운명이니까.”

이번에도 레니오스 7세의 말에 다른 두 사람이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왁, 이분들이 엄한 사람 잡으려고 하네! 저는 못 갑니다. 못 가요!”


나는 악을 쓰듯 말을 내뱉었다.


“운명을 거스른다면 이곳에서 그대의 존재는 불안 요소일 따름이외다. 마왕을 물리친 무시무시한 힘을 소유하고 있으니 말이오. 결론적으로 그대의 힘은 우리에게 축복이자 동시에 두려움이오.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으리다. 때문에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면, 그대는 레니세르 어느 곳에도 환영받지 못하게 될 것이외다.”


그론다르가 한쪽 눈썹을 올리며 잘 생각하라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아니 그럼, 순순히 명을 따르지 않으면 내쫓겠다는 얘기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영웅께서 심연석을 봉인한다면 삼종 연합은, 아니 레니세르는 그대에게 영원한 은혜을 입을 것이외다.”


복잡한 내 표정과는 달리 그론다르가 웃으며 말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 ‘쾅’하는 소리와 함께 리리아가 바닥을 박차고 일어섰다. 모두의 시선이 불타는 눈빛의 그녀의 얼굴로 향했다.


“닥쳐! 나약한 인간아! 내가 같이 가지! 마왕 발그람을 쓰러뜨린 자식이 별 싱겁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마계는 나와 함께 간다! 내 검이 너를 죽지 않게 끝까지 지킬 거다, 장두식!”


“저 역시, 귀공과 함께 하고자 하옵니다!”

카발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이 택하신 자가 어찌 주저하시나이까! 귀공께서 심연석을 회수하는 일에 미천한 소인의 힘을 전력으로 쏟아붇겠나이다!”

카발의 흥분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회의실이 떠나갈 듯했다.


나는 급히 손사래를 치며 외쳤다.

“아니, 잠깐! 나 아직 대답도 안 했-”


“지금부터 충주 호킨스족 장두식을 심연석 회수 원정단의 수호자로 임명한다! 리리아와 카르둔 발리마르는 원정의 수호자 장두식을 수행하라!”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레오니스 7세가 장검을 치켜 들며 소리쳤다. 실피에른과 그론다르도 자리에서 일어나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심연석 회수 원정단 만세!”


“영웅 장두식 만세!”


“야구국의 전사에게 행운을!”


누군가가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외치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모두도 자리에서 일어나 저마다 외쳐댔다.


나는 멍하니 입만 벌린 채 얼어붙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심연석 회수 원정단 좋아하시네...반지 원정대도 아니고...에라 모르겠다...”


맥이 빠져 멍한 눈으로 그저 회의실 천장을 올려다 봤다.


리리아는 어느새 두 팔에 잔뜩 힘을 주며 생긴 것과 다르게 걸걸대며 웃고 있었고, 카발 역시 풍성한 수염과 작은 몸뚱이가 사정없이 흔들릴 정도로 웃고 있었다.


실피에르가 자리에서 한 걸음 나와 큰 소리로 외쳤다.


“오늘 밤 마왕 퇴치와 영웅의 원정을 기념하여 대연회를 연다!”


“우와와와와~!!!”


우렁찬 함성이 회의실을 뚫고 나가 성채 전체를 흔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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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마계로 향하는 문 25.09.26 1 0 11쪽
6 5화. 지붕을 뚫고 온 손님들 25.09.16 8 0 15쪽
» 4화. 마왕의 심장을 회수하라 25.09.12 16 0 11쪽
4 3화. '야구나라 청주 호킨스족'의 장두식입니다. 25.09.05 17 0 14쪽
3 2화. 영웅이 되었습니다. 25.08.29 12 0 12쪽
2 1화. '불같은 강속구' 스킬을 얻었습니다. 25.08.29 11 0 18쪽
1 프롤로그, 벼락 맞고 죽어 버렸습니다 25.08.29 14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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