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얼굴만 예쁜 전 아이돌이 되었다.
왜 흔히 그런 거 있지 않은가?
<K-POP 스타트>
<슈퍼스타 KR>
<프로듀스 11>
······같은 TV 프로그램들.
흔히, 세간에선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솔직히 말해 난 그런 프로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까놓고 말하자면 왜 보는지 모르겠다. 라고 말하는 게 옳을 것이다.
내가 아이돌보다는 게임이나 인방에 흥미가 많은 겜창씹덕인 것도 있지만, 인터넷에서 들려오는 소문만 해도 그런 오디션 프로를 볼 이유가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침 드라마 대본을 각색한 것 같은 진부한 스토리 전개.
사람 한 명 매장하는 건 일도 아닐 거 같은 악의적인 악마의 편집.
좀 재밌다 싶을 때쯤 터져버렸다는 투표 조작 논란 등등.
그 덕에 내가 본 오디션 프로라고는 끽해야 TV 채널을 돌리다 나온 한 컷 남짓한 장면이 전부다.
그마저도 워낙 빠르게 지나간 터라,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 이쁘장한 소녀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생존에 기뻐하는 모습 정도였다.
‘차라리 저런 걸 볼 바에야 완성된 아이돌을 빠는 게 낫지 않나?’
이것이, 요즘 범람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에 관한 나-신승현의 냉정한 평가다.
괜히 어설픈 원석들을 모아 재활용하는 대본 프로를 보느니, 차라리 완성형으로 나온 『앱솔루트 원』 같은 아이돌 그룹을 빠는 게 낫······
“TV 본 거 찍어서 인증한 뒤 나사랑에 투표해 주면 치킨 기프티콘 드림.”
“콜.”
······물론, 인생이란 생각처럼 되지 않는 법.
십년지기 친구의 제안에 곧바로 사인한 나는 그날부터 녀석이 권한 오디션 프로그램 시청에 들어갔다.
최근 오디션 프로는 온라인에서 표를 구매하는 거래가 워낙 많기에, 직접 TV를 시청한 인증샷을 올리면 투표에 압도적인 가산점이 붙는다고 한다.
그 덕에 그냥 온라인 투표만 하는 것보다는 TV 인증 투표가 중요해졌고, 그것을 해준다면 매화 치킨 기프트콘을 주겠다는 게 녀석의 제안이었다.
“나사랑······ 나사랑이라고 했지?”
녀석이 봐달라고 한 것은 <서바이벌 K>라는 오디션 프로였다.
지금까지 데뷔조차 못 한 중고 연습생들과, 데뷔는 했지만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아이돌들을 모아 새 그룹을 하나 만든다는 내용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뭐, 말은 길어도 기존 서바이벌 프로와 딱히 다른 바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마 <서바이벌 K>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이건 대놓고 비중이 너무 쏠렸네.”
PD가 대놓고 푸시하는 듯한 캐릭터.
이유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바이벌 K>의 참가자 중에서도 가히 압도적인 미모를 지닌, 인터넷에선 제2의 류세라라고 불릴 정도의 참가자와.
[반드시 살아남고 싶습니다!]
이유아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
나사랑의 대결이 프로그램의 핵심 스토리로 느껴질 정도로 참가자의 비중 조절이 실패한 점이었다.
“근데 이유아 쟤는 왜 저 얼굴로 여태껏 데뷔를 못 했다냐?”
치킨 기프트콘을 받기 위해 정해진 날마다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처음엔 그냥 고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단기 알바에 불과했지만, 마인드를 바꿔 재미를 붙이려고 노력해 보니 나름 볼만한 요소는 있었다.
그 덕에.
“아니! 저년은 저기서 견제를 넣네.”
나사랑을 견제하는 이유아의 행동에 분노하고.
“이 정도면 나사랑이 압도하겠구만.”
이유아보다 훨씬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나사랑의 무대에 기뻐했으며.
“이유아 쟤도 존나 독하다. 노래나 춤은 하위권인데 진짜 꾸득꾸득 얼굴 하나로 어떻게든 살아남네······ 역시 PD픽이라 이건가?”
마치 PD의 편애를 받는 거 같은 이유아의 생존에 분노해 키보드를 두드리기도 했다.
SHGOD : ㅋㅋ 진짜 얼굴 하나로 버티는 거 보면 대단하긴 하다.
SHGOD : PD하고 연줄이라도 있으신가?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화.
최후의 10인을 뽑는 대망의 결승 무대에서.
쿵!
“나이스!”
춤을 추다 쓰러지는 이유아의 모습에 나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무대에 오르기 전 이 악물고 나사랑과 다른 참가자를 견제하더니, 결국 마지막에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도 통쾌해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SHGOD : 꼴 좋다 ㅋㅋㅋㅋ
SHGOD : 탈락 축하드리고~
SHGOD : 다시는 보지 말자~
[1분 후, 최종 생존자 10인을 발표하겠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유아는 떨어졌다.
내 친구의 픽인 나사랑은 1위로 데뷔에 성공했으며, 최후의 10인은 재정비 후 정식으로 데뷔할 거라는 문구와 함께 <서바이벌 K>는 끝을 마쳤다.
“나사랑 데뷔 축하한다. 새끼야.”
“다 너 덕분이다. 진짜 기프트콘 값은 하는구나. 새끼!”
나사랑의 데뷔도 축하할 겸. 나는 오랜만에 친구 녀석과 식사 자리를 잡았다.
보통 이럴 때는 술자리를 잡는 게 예의지만, 둘 다 술도 담배도 안 하는 터라 적당히 단골 치킨집에 앉아 <서바이벌 K>와 관련한 이야기나 나눴다.
“이유아 꼴 좋지 않냐? 그렇게 사랑이 견제하더니 결국 스스로 무너져서 탈락하는 거 보면?”
“뭐, 노래와 춤이 워낙 안 받쳐주다 보니 어쩔 수 없지.”
“그런데도 그년은 마지막까지 투표수 꽤 높게 나오더라? 그런 무대를 보고도 찍어주는 애들이 있나 봐.”
“얼굴이 워낙 이쁘잖냐. 남초쪽 커뮤에서는 그래도 표 꽤 많이 나왔어. 여초에서 제대로 찍혀서 떨어진 거지.”
“그래? 걔 하는 짓 보면 남초쪽도 거를 거 같은데······ 남자들도 그런 수작 부리는 애들은 별로 안 좋아하지 않아?”
“수작? 뭔 수작?”
“너도 봤잖아. 걔가 무대 시작 전에 무슨 짓을 했는지······”
나는 그동안 프로그램에서 봤던 이유아의 악행들을 입에 담았다.
무대 전 남몰래 다른 참가자의 신발을 망가트리는 모습이라던가.
그룹 연습 과정에서 자기 의견만 지나치게 강요하는 내용이라던가.
혹은 은밀히 제작진하고 접촉해 이야기를 나눈다던가.
연습 도중 실수하는 척 다른 참가자에게 부상을 입힌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내 이야기를 다 들은 녀석은 그게 뭔 소리냐는 표정으로 내게 답했다.
“아니, 그거야 당연히 악마의 편집이지.”
“······뭐?”
“원래 그 PD가 그런 쪽으로 유명해. 너도 알잖아. 이런 서바이벌 프로에서 그런 건······”
“아니아니······”
무슨 소리인지 전혀 이해가 안 됐다. 악마의 편집이라니?
카메라에 명백히 그런 장면이 찍혔는데 그게 어떻게 악마의 편집이라는 건지 모르겠다. 심지어 그 말이 나사랑의 찐팬인 친구 녀석의 입에서 나와 더더욱 황당하게 느껴졌다.
“그게 어떻게 악마의 편집인 건데? 말이 안 되잖아?”
“엉? 내 사촌 동생이 거기 현장 스태프로 일해서 아는데, 이유아는 딱히 자신의 의견을 강요한 적이 없다고 해. 다른 애들 분량을 자르고 이유아 걸 반복해서 넣으면서 그렇게 보이게 만든 거라던데?”
“그, 그럼 신발을 망가트린 건? 그건 누가 봐도······”
“예선 무대 이야기면 녹화 무대가 생각보다 미끄러워서 리허설 전에 신발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닥에 뭐 붙여달라고 요청했데. 아마 그 모습을 찍어서 주작했겠지.”
“이유아가 나사랑에게 부상을 입힌 건 팩트잖아?!”
“그 장면도 일부러 좁은 공간에서 반경이 넓은 춤을 연습시켜서 그런 장면을 유도한 거래. 본래 아무나 걸려라~ 라는 마인드로 넣은 거 같다던데, 하필이면 이유아와 나사랑이 걸려서 PD가 아주 함박웃음을 지었다고 하더라.”
“그, 그런······”
나는 TV만 보고 이유아에게 악플을 달았다. 처음엔 평범한 댓글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프로에 과몰입하며 욕설의 수위를 올려갔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왜 몰랐을까? 과거 커뮤에서 ‘악마의 편집 따위에 속아 악플을 다는 병신이 있어?’라고 작성한 글이 나 자신이 나를 저격하는 발언이었다는 것을······
‘저런 멍청한 애들이 있으니까 저런 프로가 흥행하는 거지······’에서 말하던 멍청한 애들이 다름이 아닌 나라는 것을······!
나란 녀석은 정말······!
“그나저나 이유아는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빈 통에 치킨 뼈를 떨어트린 녀석이 씁쓸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듣기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소속사에서 나간 이후로 영 소식이 없다는데, 혹시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이야기 들어보니 걔도 연습 도중 몇 번이나 쓰러질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다던······”
“그······ 나, 할 일이 떠올라서 먼저 가봐도 될까?”
“어? 그래. 치킨 남은 거 싸갈래?”
“아냐! 괜찮아!”
급히 자리를 빠져나온 나는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황급히 인터넷을 켠 뒤, 이유아와 관련된 소식을 검색해 봤다.
-미친년. 이제 와서 동정표 사려는 거 개역겹네.
-이 년은 이제 부고 소식말고는 안 보였으면 좋겠음 ㅇㅇ
-아직도 뻔뻔하게 살아있는 이유가 뭐임? 공기가 아깝지도 않음?
-야 시발 고소하려면 고소해. 그따구로 살지 마 이 씹년아.
“······”
기사보다도 악플이 눈에 띈다. 그 와중에는 내가 단 악플도 일부 섞여 있었다.
<서바이벌 K> 출연을 통해 전국의 악녀가 된 이유아는 그야말로 만인의 샌드백이 되어있었다.
아니, 이건 샌드백이 아니다. 말 그대로 모두의 감정분풀이로 쓰일 뿐인, 감정 쓰레기통 그 자체일 뿐.
“우욱······!”
먹었던 치킨이 올라온다. 속에서 역류하는 신물을 억누르며 마우스로 페이지의 스크롤을 내렸다.
차마 내용들이 역겨워 읽는 게 불가능했다. 어째서 검열이 안 되는지 이해가 안 될 욕설이 베댓부터 가득했다. 심지어 그런 기사가 수십 개가 넘었다.
이건 사람을 죽이는 칼이다. 사람의 육신이 아닌, 그 마음과 영혼을 죽이는 날카롭게 벼려진 칼.
<서바이벌 K 참가자 이유아. 소속사와 계약 해지 이후 소식 두절······ 혹시, 자살?>
“서, 설마 아니겠지······”
이유아와 관련된 기사는 그게 마지막이었다. 저런 기사에서도 댓글은 평소 이상으로 불타오르고 있었지만, 이후에도 이유아가 발견됐다는 기사는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아니야······ 아니어야 해······”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웠다. 손으로 눈을 가려도 자신이 저지른 악행은 전혀 가려지지 않았다.
마지막 화에 눈물을 참은 채 슬픈 표정을 지은 이유아가 보였다. 그녀는 도시의 불빛이 가득한 아파트 옥상 난간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내 망상이겠지만, 정말로 이유아가 그런 상황에 처했을 거 같아 가슴이 괴로웠다.
흐릿해지기는커녕 점점 또렷해지는 의식에 정신이 미쳐버릴 거 같은 찰나.
[네 잘못에 책임을 질 생각은 있어?]
어디선가 들려온 귀에 익은 목소리.
그 목소리가 누구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강렬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 답했다.
“그것으로······ 이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아마 이것은 환청일 것이다.
하지만 환청에 그렇게 대답한 순간. 왠지 모르게 죄책감이 사라지며 뭔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사고가 멈춘다. 새벽 내내 잠들지 못했던 반동이 그제야 찾아오는지, 피로에 눈이 감기며 서서히 의식이 멀어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다행이야. 그녀의 운명은 네가 책임지도록 해.]
“그게······ 무······슨······”
의식이 끊겼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신승현으로서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핫?”
눈을 떴다. 익숙한 내 방 천장이 아닌 무척이나 새하얀 천장이 보였다.
무척이나 새하얀 공간이다. 과거 어머니가 다쳤을 때 방문했던 병원의 환자실과 너무나도 닮은 방이었다.
욱신······!
“아아아아아아악!!”
전신이 부서질 듯 아프다.
번개가 전신을 관통하는 듯한 통증이 척추를 타고 뇌수까지 내달렸다.
이건 누군가한테 맞은 게 아니다. 어렸을 적에 경험해 본, 마치 교통사고를 당한 듯한 충격에 가까웠다.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통증에 낯선 침대 위에서 몸을 발버둥 치기도 잠시.
“괘, 괜찮나요? 이유아 씨?”
문을 열고 달려온 간호사가 내 몸을 부축하며 내게 물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뭔가를 깨달은 나는 어이가 없어 내 얼굴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유아······? 제가요?”
“네! 환자분의 이름이 이유아잖아요? 서바이벌 K에 출연한······”
“예······?”
어이가 없어 주변을 둘러봤다. 내가 이유아라니? 그게 무슨······
“······어?”
침대 옆······ 환자용으로 놓인 작은 냉장고의 벽면이 거울 처리가 되어있었다.
그곳에 비치는 건 무척이나 낯이 익은 얼굴. 머리 절반 및 전신에 붕대를 둘둘 감은 채 침상 위에서 몸을 눕히고 있는 미소녀.
“이유아라고······? 내가······?”
<서바이벌 K> 이후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이유아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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