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판타지 속 불멸자의 검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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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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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0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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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1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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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바보 엘프 (1)

DUMMY

하사노아 대륙 최북단.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이름 없는 작은 마을.


낯선 이들의 발걸음이 찾지 않는 그 외진 곳에,


‘바보 엘프’가 살고 있었다.


흘러내리는 은빛 머리카락과 뾰족한 귀.

누구라도 한눈에 ‘엘프다!’ 하고 생각할 만큼 분명한 외모.


하지만 ‘바보’라는 별명은 좀 애매했다.

그의 일상을 지켜본다면, 왜 그가 바보라고 불리는지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 이다.


행동은 간결했고, 눈빛엔 흔들림이 없었으며,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으니 말이다.


목소리...

바로 그 목소리였다.


그가 입을 열어 말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바보 엘프라 불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아저씨, 이름이 뭐에요?”


아이의 물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하기 싫다는 뜻.


“촌장님보다 나이가 많다던데 사실이에요?”


다른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의 의미.


“아저씨, 마르코 형이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이번에는 별다른 대꾸 없이 무시.


“아저씨는 왜 그렇게 말이 없어? 바보 아냐?”


계속되는 치근덕거림이 귀찮아 마지막 질문마저 무시한 것이 화근이었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받아 들여지지 않은데 대한 반발이었을까.

혹은 ‘바보’라는 단어가 으레 아이들에게 주는 묘한 쾌감 때문이었을까.


마을의 꼬마들은 그를 바보 엘프라 부르기 시작했다.


“와아!! 바보다, 바보!! 바보 엘프다!!”




과묵한 엘프에게 남들이 뭐라 부르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북쪽 작은 마을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름 대신 다른 호칭으로 불리길 원한 것은 엘프 자신이었으니까.


“조용히 지낼 곳을 찾아왔습니다.”


“북쪽 울타리 근처에 빈 통나무집이 하나 있긴 하네만... 그런데 자네, 이름은 뭔가?”


“그냥 엘프라고 불러 주십시오.”




물론 조용한 마을의 상식 있는 어른들까지 그를 바보 엘프라고 부르진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통나무집 엘프씨’.

촌장을 비롯한 연장자들은 '엘프 청년'.

그를 보며 얼굴을 붉히는 처녀들은 ‘엘프님’.

그리고 혈기 왕성한 마을 청년들끼리 모인 장소에서는 보통,


“그 엘프 새끼, 어제 레나와 단둘이 숲에 갔었다던데.”


“뭐라고? 그게 확실해?”


“아버지가 촌장님이랑 얘기하는 거 들었어. 레나가 약초 캐러 가는데 그 놈이 위험하다고 같이 가줬다나 봐.”


“하! 이제 아주 그냥 대놓고 꼬리를 치는구만.

마르코! 저 새끼 그냥 저대로 계속 두고 볼거야?”


흥분과 취기가 뒤섞여 상기된 청년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말없이 맥주잔을 들이키는 덩치 큰 청년의 이름은 마르코.

잡화점의 장남이자 마을 청년들의 리더격인 사내.


“재수 없는 새끼...”


"이제 슬슬 손 좀 봐줘야 하는 거 아냐?"


빈집에 모여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이 딱히 대책 없는 건달패는 아니었다.


농부, 양치기, 사냥꾼, 잡화상,

다들 제 할일 열심히 하는 건실한 청년들이었고, 이 작은 마을에서 쉬는 날 즐길 거리가 술 말고는 따로 없었을 뿐.


쾅-!


거칠게 잔을 내려놓은 마르코가 통에 담아온 맥주를 따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촌장님은 대체 저런 놈을 왜 받아 준거야?"


"마을에 돈을 엄청 많이 줬다고 하던데."


"뭐? 그걸 누가 다 가져갔는데?"


"촌장님이나 어른들이 알아서 했겠지."


"나는, 엘프 새끼가 촌장님을 협박했다고 들었는데. 그 긴 칼로."


친구들의 시선이 맞은편의 찰스에게 향했다.

사냥꾼인 그는, 마을의 온갖 소문을 빠르게 가져오는 친구들 사이의 정보통이었다.


출처는 보통 찰스의 막내 동생 찰리였기에 - 엘프에게 가장 먼저 바보라고 부른 꼬마였다. - 걸러 들어야 할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그가 말한 엘프의 '긴 칼'은 모두가 공공연히 알고 있는 사실.


그 뒤에 계속 이어진 찰스의 얘기들,

칼을 들이밀고 집을 내놓으라고 촌장을 협박했다거나, 달밤에 칼을 들고 혼자 춤을 추는 모습을 봤다거나 하는 얘기는 누가 봐도 과장이 심해 친구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꿀꺽-

찰스의 말을 들으며 육포를 씹던 마르코는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그야말로 엘프의 저 칼을 직접 마주한, 마을의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였기에.



*



쾅쾅-!


"어이, 엘프씨! 안에 있어?"


일주일 전, 마르코가 엘프의 통나무집을 찾아간 데는 중대한 이유가 있었다.


레나를 비롯한 마을의 처녀들에게 행동거지를 조심할 것!


인간들에게는 인간들의 규칙이 있다.

그리고 이 작은 마을의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규칙 중 하나는, 맘에 드는 아가씨가 생기면 친구들과 미리 상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무 가구 남짓한 작은 마을에서 몇 안되는 젊은 남녀의 연심이 엉키고 꼬여버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무튼 그 중대한 규칙에 따라 금발의 레나는 어릴 때부터 마르코가 찜해둔 여자였고, (물론 마르코와 친구들만의 생각이었다.)


그런 그녀가 요즘 부쩍 엘프와 어울리는 것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중요한 문제였다.


끼익-


낡은 문을 열고 나온 엘프는, 언제나처럼 청년들이 싫어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어깨 너머로 흘러내린 은발, 그 사이로 드러나는 무심한 표정, 무슨 일이냐고 묻는 듯한 차가운 눈빛.

한 가지 평소와 다른 것은...


한 손에 들린 기다란 검.


"...!!!"


아름답게 휘어진 검날은 햇빛을 받아 섬뜩하게 빛났다. 마치 피라도 묻은 것처럼 불길한 붉은 빛이 감도는 듯도 했다.


마르코가 생전 처음 보는 '진짜 검'에 넋을 잃고 있는 동안 엘프의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듯한 표정.


"아... 아니 그게... 레나가 안보여서 혹시 여기 있나 하고..."


절레절레. 그럴리가 있겠냐는 뜻.


“그...그래...”


대답을 듣고도 그가 떠날 생각을 하지 않자 엘프는 마르코의 시선이 향하는 곳, 자신이 들고 있던 검을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마르코는 분명히 보았다.

엘프가 자신을 향해 검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그 모습을 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 "으아아!" 하고 비명을 질렀던 것 같기도 한데, 그건 확실하지 않다.


그 때 엘프의 행동이 '관심이 있으면 한 번 만져보겠나' 하는 호의였음을, 마르코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혼자 가길 잘했지, 진짜 개망신 당할 뻔했네.'


마르코는 엘프놈을 손 봐주자고 계속 부추기는 친구들을 애써 진정 시켰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저 엘프가 어떤 놈인지, 이 촌동네엔 대체 왜 기어들어 온 건지 확인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마을의 모두가 저 '바보 엘프'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은,


몬스터들 이었다.




***




"예? 고블린이요??"


"그래. 나도 아직 믿기지가 않지만, 직접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닌 모양이다."


마르코는 아버지가 무거운 표정으로 꺼낸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했다.


숲에서 고블린을 봤다고? 이 북쪽 끝의 촌동네에서?


몬스터란 인간들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 대개 인간들이 사는 곳 근처에는 으레 몬스터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숨겨진 보물도, 풍부한 먹잇감도 없는 황량한 북쪽 땅은 몬스터에게도 매력 없는 오지였다.


때문에 이 작은 마을에서 몬스터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던 미지의 낯선 존재였다. 엘프처럼.


“혹시 그냥 지나가는 놈들이라던가... 길을 잃고 헤매는 놈들은 아니었을까요?”


“글쎄, 자세한 건 촌장님도 모른다 하시더구나. 어쨌든 친구들에게도 전하고 당분간은 숲 근처에 얼씬도 말아라. 물건을 떼러 내려가야 하는데 우리도 당분간은 상황을 좀 봐야겠다.”


“예...”


잡화상을 하는 마르코의 아버지는 한 달에 한두번 남쪽 도시로 내려가 마을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오곤 했다.


가끔은 마르코도 동행해서 도시의 번화한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었는데.

고블린들이 나타난 게 사실이라면 당분간은 쉽게 길을 나서지 못할 터였다.


그나마 마르코네 가게에는 아직 남은 물건들이 있어 생활이 조금 불편한 정도겠지만, 숲에서 사냥을 하거나 약초를 캐는 사람들은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해질 것이다.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모르는 채로.




***




“뭐? 숲에 들어가겠다고?”


“응.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잖아. 놈들도 이제 다른 데로 갔겠지.”


“그래도...”


찰스는 친구들의 걱정을 무시하며 사냥 도구를 챙겼다.


촌장님의 지시로 사냥을 나가지 못한지도 일주일째. 아직 먹을 것이 부족한 지경까지는 아니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손 놓고 기다릴 수 만은 없었다.


아버지께 넌지시 얘기를 꺼내봤다가 괜한 생각 말라는 호통만 듣자 찰스는 오기가 생겼다.

혼자라도 나가 쓸데없는 걱정은 이제 할 필요 없다는 것을 보여줄 심산이었다.


“그래도 아직 고블린들이 있으면...”


“걱정할 거 없다니까. 혹시 놈들이 보이면 이걸로 해치우면 돼.”


찰스가 어깨에 둘러맨 활을 툭툭 쳐보였다.

그 모습에 자극받은 마르코도 더 이상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좋아! 다 같이 가보자! 그깟 고블린 몇 마리 때문에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잖아?”


“뭐? 촌장님이 아시면 가만 안 있을텐데...”


“언제부터 그렇게 어른들 말을 잘 들었다고!! 다들 무기로 쓸만한 걸 챙겨와. 고블린인지 나발인지 우리가 직접 확인해보는 거야!”


찰스의 자신감과 마르코의 부추김에 넘어간 청년들은 모두 여섯.


각자 집에서 챙겨온 무기라고 해봐야 쇠스랑이나 손도끼, 몽둥이 따위가 전부였지만, 묘한 흥분에 사로잡힌 그들의 눈에는 그것이 전설의 무기나 다름없어 보였다.


“가자!”


마르코를 선두로 호기롭게 들어선 숲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길 옆으로 늘어선 익숙한 모양의 나무들.

코끝을 간지럽히는 상쾌한 숲 내음.

희미하게 울려 퍼지는 새 지저귐 소리.


그리고 나무둥치 아래 박혀있는 화살......


“이게 뭐지? 찰스, 이거 너네 아버지가 만든 거야?”


“아냐, 이건...나무가 아니라 뼈를 깎아서 만든 거 같은데...?”


"???"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


기분 좋게 흐르던 가을 바람이 갑자기 한겨울 냉기마냥 차갑게 느껴졌다.


마을을 나서면서 청년들의 가슴을 불타오르게 했던 객기는, 낯선 뼈 화살촉 앞에서 빠르게 식어갔다.


“고블린이... 활도 쏘나?”


“무기를 쓰는 놈들이니까 활도 쓰지 않을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불안한 시선들이 마르코에게 모였다.

‘일단 마을로 돌아가자!’라고 말한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갈 준비가 된 표정들이었다.


마르코가 마른 침을 삼키며 입을 떼려던 바로 그 순간,


“키에에에엑!!”

"크라라아!!"


사방의 수풀이 요동치며 무기를 휘두르는 녹색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블린들!

정확히 몇 마리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녀석들의 외침 소리가 들리자마자 모두 등을 돌려 달아났으니까.


“우아아!!! 고블린이다!!!”


쇠스랑도, 몽둥이도, 손도끼도 모두 내팽개치고 달렸다.


어릴 적부터 함께 뛰놀던 산길을 태어나서 가장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큰 덩치에 걸맞게 마르코는 가장 빨랐다.

큼직한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달려가는 그를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술래잡기든 도둑놀이든, 마르코가 마음 먹고 달리면 누구라도 그를 당해낼 수 없는 것이다.


“고블린... 고블린이 나타났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미친 듯이 외치며 마을 어귀에 도착한 마르코가 멈춰서 뒤돌아봤을 때, 함께 나갔던 친구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


언제부터 혼자 달렸던거지?녀석들은 고블린에게 붙잡힌 건가?다른 길로 달아난걸까?사실은 고블린도 가짜고, 모두 날 놀래키려고 장난치는 건가?


턱-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 마르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넋 나간 얼굴로 뒤돌아선 마르코가 본 것은,


바보 엘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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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다시, 하사노아로 (2) 26.02.10 2 0 12쪽
102 다시, 하사노아로 (1) 26.02.09 6 0 11쪽
101 대화 26.02.08 8 0 12쪽
100 엘프들의 숲, 엘바노르 (3) 26.02.07 11 0 12쪽
99 엘프들의 숲, 엘바노르 (2) 26.02.06 10 0 12쪽
98 엘프들의 숲, 엘바노르 (1) 26.02.05 10 0 12쪽
97 전쟁 후 (2) 26.02.04 10 0 11쪽
96 전쟁 후 (1) 26.02.03 12 0 11쪽
95 전설의 용사 (5) 26.02.02 10 0 11쪽
94 전설의 용사 (4) 26.02.01 10 0 12쪽
93 전설의 용사 (3) 26.01.31 11 0 11쪽
92 전설의 용사 (2) 26.01.30 10 0 12쪽
91 전설의 용사 (1) 26.01.29 10 0 12쪽
90 사기를 드높여라 (3) 26.01.28 10 0 12쪽
89 사기를 드높여라 (2) 26.01.27 11 0 13쪽
88 사기를 드높여라 (1) 26.01.26 10 0 12쪽
87 협곡의 전투 (3) 26.01.25 10 0 12쪽
86 협곡의 전투 (2) 26.01.24 10 0 12쪽
85 협곡의 전투 (1) 26.01.23 12 0 12쪽
84 황야의 마녀 (5) 26.01.22 10 0 12쪽
83 황야의 마녀 (4) 26.01.21 10 0 12쪽
82 황야의 마녀 (3) 26.01.20 10 0 12쪽
81 황야의 마녀 (2) 26.01.19 11 0 12쪽
80 황야의 마녀 (1) 26.01.18 10 0 13쪽
79 그가 돌아왔다 (5) 26.01.17 11 0 12쪽
78 그가 돌아왔다 (4) 26.01.16 13 0 11쪽
77 그가 돌아왔다 (3) 26.01.15 11 0 11쪽
76 그가 돌아왔다 (2) 26.01.14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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