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찬 리치가 죽음을 포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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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이글루
작품등록일 :
2025.10.1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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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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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포식 조건 확인. 대상을 포식하시겠습니까?]


‘??? 이건 뭐야?’


눈앞에 뜬 정체불명의 창을 노려보았지만, 딱히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그 자리에 떠올라 같은 메시지만 내보내고 있을 뿐.


‘포식이라. 그러고 보니 불에 타 죽기 전에 그런 소리를 들었던 거 같기도 하고.’


그 당시에는 잘못 들었다 생각했는데 지금 이걸 보면 딱히 잘못 들은 거 같지도 않다.


‘그나저나 대체 뭘 포식한다는 건데?’


눈앞에 있는 거라곤···. 이 해골 하나밖에 없는데? 설마 동족 포식?


혼자 말도 안 되는 농담이나 하며 끙끙거려봤지만, 따로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길 얼마나 지났을까.


일단 궁금하기도 하고 딱히 이렇다 할 방법도 없어 우선 눌러보기로 했다.


[포식하시겠습니까?]


“딱.”

(네.)


입 밖으로 대답하며 손가락으로 투명한 창을 누르자, 심장에 자리한 검은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눈앞에 해골을 덮쳐버렸다.


“뜨다닥!”

(으아악!)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며 해골의 옆에서 벗어났다.


아주 떨어지진 않았고 한 두 걸음 떨어진 위치에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니.


해골이 검은 불꽃에 휩싸여 타들어 가고 있었다.


[대상의 죽음을 포식합니다.]

[포식 중 ···1%]

[포식 중 ···2%]

[포식 중 ···3%]

.

.

.

[포식 중 ···100%]


[포식이 완료되었습니다. 죽음의 기억 일부가 당신에게 흘러 들어갑니다.]


****


“헉, 헉, 헉······이, 이 정도면 못 쫓아오겠지?”


“저기 있다. 쫓아라!”


“제길.”


다리에 난 상처에서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왔다. 옷을 찢어 간단한 지혈을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몸에서 피가 빠져 그런지 점점 시야가 흐려진다. 이대로는 얼마 안 가 따라잡히고 말 것이다.


‘여기까진가.’


영주님의 딸과 눈이 맞았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에 여기까지 도망쳐왔지만, 아무래도 나의 생은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차라리 진짜 눈이 맞아 서로 사랑을 했으면 모를까 그저 이용만 당하고 이렇게 버려질 걸 알았으면 기사 따위.

처음부터 하지 않았을 텐데.


“이야, 이 먼 거리를 잘도 도망쳐오셨어. 그 병신같은 다리를 끌고. 덕분에 나만 고생했잖아.”


나무를 걷히고 찾아온 인물은 한때 같은 기사단에 근무했던 오랜 친우 알렌이었다.


“···알렌. 한 번만 눈감아 주면 안 되겠냐. 그래도 나름 우리 친했잖아.”


마지막 희망을 품고 입을 뗐지만, 돌아오는 것은 조롱뿐이었다.


“···큭, 친했잖아? 크하하 병신아. 정신 차려. 우리가 친구인 줄 아네. 아···진짜. 이래서 병신이랑은 어울려주면 안 되는 건데.”


“···알렌?”


“잠깐 좀 어울려줬다고 뭐라도 된 거 같냐. 정신 차려. 아, 그리고 너 글랜시랑 눈 맞았다고 소문난 거 있잖아. 그거 사실 내가 했어.”


“어?”


“아니 그년이, 잠깐 놀았는데 글쎄 애를 가졌다는 거 아냐. 그래서 그냥 니 애라고 하라고 했어.”


“그랬더니 그러면 자기랑 더 어울려줄 거냐고 그러더라? 그래서 그렇다고 했지. 뭐 나름 나쁘진 않았거든.”


“큭큭 아, 우리 불쌍한 코튼. 그런 멍청한 얼굴이나 짓고있고. 맛 한번 못본 여자 때문에 죽기나 하고. 안쓰러워서 어쩌냐.”


“뭐, 대신이라긴 뭐하지만 너 대신 그년 내가 맛있게 먹어줄게. 그럼 이만 잘 가라.”


푸화아악—


검날이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그러나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 고통이 찾아오기엔 이미 더한 고통이 존재했기에.


피가 빠지고 눈앞이 흐릿해지는 가운데 여전히 조소를 지으며 날 내려다보는 놈의 얼굴이 보였다.

반성의 기미라곤 일도 찾아볼 수 없는 능글맞은 얼굴. 금발에 옅은 적갈색 눈은 가진 재수 없는 놈의 얼굴이 쓰러져 가는 나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툭.


“아, 재수 없는 자식. 드디어 죽었네. 퉤, 안 그래도 바쁜데 사람 귀찮게.”


남자는 쓰러진 시체를 대충 차 주변 연못에 빠뜨린 뒤 유유히 자리를 떠나버렸다.



****



“따닥, 따다닥.”

(당신이, 나를 불렀는가.)


어느새 불꽃이 모두 사라진 해골이 일어나 말을 걸어왔다.


뭐지? 분명 죽어있었는데. 해골이 죽은 거야 당연···하진 않나?

아래를 한번 쓱 내려다보곤 다시 정면을 쳐다봤다.


그래, 살아있는 해골이 있을 수도 있지. 그보다 방금 말을 했던 거 같은데.


“딱, 따다닥 닥.”

(왜, 대답이 없지.)


이거 봐, 분명 말을 했다니까. 따다닥거리는데 알아들을 수 있어!

설마 이게 해골어인가? 그럼 나도.


“따닥!”

(하이!)


해골어로 말을 건넸건만 눈앞의 해골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다. 고개를 돌리며 이해하지 못했다는 제스처를 취했으니까.


“따닥, 다닥?”

(하이,가 뭐지?)


뭐야, 그냥 틀딱 딸피라서 못 알아들은 건가. 아니, 이미 죽었으니까 딸피는 아닌데···. 좀피? 해피?

이도 틀니가 아닌 것 같고.


아무튼! 말이 통하기는 하는 모양이니 그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고. 그보다 말이 통하는 상대라니.


“따닥, 다다닥? 다다 다 닥 다다?”

(아저씨, 아니 할아버지? 아무튼 여긴 무슨 일이세요?)


“······”


‘할아버지 아니다. 아직 사후 45년밖에 안됬구만.’


“···!!!”


바, 방금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머릿속에 말이 들려왔어. 서, 설마 이것도 읽고 있는 건가?

바보? 멍청이? 틀딱 할아버지? ···뭐지 아무 반응 없는데.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 하는지 훤히 보이는구먼. 지금 머릿속으로 내 생각이 들리고 있어 당황하고 있지’


“···!”


얼굴 가죽도 없어 표정도 못 짓는데 어떻게 안 거지? 그보다 진짜 이거 어떻게 한 거야.


‘왠지 모르겠지만 지금 너와 나는 이어져 있는 것 같구나. 그 덕분에 생각만 해도 지금처럼 의사전달이 가능하지.’


오오오! 뭔진 모르겠지만 굉장해. 텔레파시 같은 건가.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원 투, 원 투. 들리십니까.’


‘···들린다. 그보다 그 요상한 말은 뭐냐.’


‘그건 틀, 아니 영감님이 알 것 없고요. 그보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영감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네가 나를 깨워놓고 왜 왔냐니.’


‘제가요? 전 그런 적이······ 아! 설마?’


영감님의 말에 문뜩 깨달음이 찾아왔다. 툭, 뚜둑. 뼈가 깨지고 새로운 뼈가 나오며 환골탈태···는 아니고 영감님을 깨우기 전 했던 행동. 포식에 관해서였다.


‘설마··· 상태창?’


띠링!


또다시 나타난 반투명한 창. 그곳에는 이제껏 궁금했던 포식에 관한 답이 적혀 있었다.


————————


이름:

상태:(초급 리치)

특전:포식(죽음)

종속:(해골 기사)


포식

최초에 한하여 어떤 것이든 포식할 수 있다. 이후 처음 포식한 것에 관해 포식할 수 있다.


최초 포식: 죽음


당신은 죽음을 먹음으로 죽음에서 벗어났습니다. 다른 이의 죽음을 먹음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습니다.


—————————


죽음을 먹고 죽음을 벗어났다라. 죽기 전 무의식적으로 외쳤던 그게 날 살려준 건가.


그럼 저 해골은 내가 그의 죽음을 먹었기에 되살아난 거고?


말도 안 되지만, 눈앞에 해골이 살아 움직이는데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럼 영감님은 제가 살려준 거네요.’


‘···영감, 에휴 아니다. 그래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


더 따지기도 힘이 드는지 포기하고 인정한 영감님.


그러게 진작에 포기했으면 얼마나 좋아.


‘그럼 영감님은 줄곧 이곳에 있던 거예요?’


‘그래, 내 몸이 죽고 45년간 쭉 이곳에 방치되어 남은 여생? 아니 귀생을 보내고 있었지.’


45년이란다. 그 긴 시간 동안 이곳에 홀로 있기란 상당히 힘들었을 텐데.


‘대체 왜 이런 곳에 있던 거예요? 성불하면 되잖아요.’


‘못다 한 원한이 있어서 그렇다. 누구 말대로 성불하고 싶어도 그 원한이 내 발목을 붙잡고 있어 떠나지 못하는 거지.’


원한이라. 아까 봤던 그놈이 원한인 걸까. 누구는 그것 때문에 죽어서도 고통받는데, 그놈들은 여전히 호의호식하고 지내겠지.


그런 놈들은 지옥에 떨어져 평생을 고통받아야 하건만.


나도 복수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그래. 나도 그 망할 놈이 죽기 전까진 제대로 눈을 못 감을 테니까.


서로 같은 처지인 게 신경 쓰인 걸까. 그도 아니면 나와 연결됐다는 것 때문일까.


영감님의 일을 남 일처럼 그냥 넘길 순 없었다.


‘그럼 영감님. 제가 도와드릴게요.’


‘응? 뭘?’


‘복수요. 대신 영감님도 제 복수를 도와주세요.’


‘···젊은 놈이 뭔, ···그래. 젊은 놈이 죽어 그 몸이 된 것에는 어떤 사정이 있었겠지. 좋다. 네가 나를 도와주면 나도 널 도와주마.’


서로의 손을 맞잡고 악수를 나눴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다고 서로의 시린 손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읽은 두 해골은.


복수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란히 걸을 것을 약속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나야말로 잘 부탁하마.'


그렇게 젊은 놈과 늙은 놈의 복수를 위한.


‘그만— 난 아직 늙지 않았다고!!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복수고 뭐고 없을 줄 알아라.’


‘······나레이션 방해는 에반데. 이번 한 번만입니다.’


그렇게 젊은 놈과 덜 늙은 놈의 복수를 위한 여정이 지금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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